
강모는 강태가 청암부인을 가리켜 서슴없이 '죽은' 할머니라고 하는 데 놀라, 가슴이 벌렁벌렁 뛰는 바람에 끝말을 삼키고 말았다. 자기 종조모, 할머니한테는 부음을 듣고도 저토록 매정하면서, 무슨 온정이 넘쳐 부서방은 저리 꼼꼼히 챙기는고? 형의 말마따나 할머니는 착취반동 계급이고, 부서방은 노동자, 농민, 무산자여서 그런가? 저렇게 인정 사정이 없고 피눈물이 없어야 사회주의자가 될 수 있단 말이냐 뭐냐. 강태가 명색이 청암부인의 종손자로서 이런 일을 당하여 최소한도의 슬픔만이라도 인정스럽게 표시했으면 강모 마음이 좀 달래어졌을는지."아버지 혼자서 영연을 지키고 계실 것도 걱정이 되는데... 이런 불효 중첩을 어찌해야 할까. 잠시라도 다녀옵시다."강태가 단호하니, 강모도 반작용으로 강경하게 말했다."죽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