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와서 말해도 소용도 없지만, 고보를 막 졸업한 그해에, 바로 취직이 되었던 전주부청 학교과에서 회식이 있다고 하여 모두 함께 갔던 고사정의 이급 요릿집 '모찌즈끼' , 망월. 그 곳에서 나는 가난에 팔려 와 빚에 묶여 있단 여자, 오유끼를 만났다. 그리고 그네를 풀어 주기 위하여, 내가 관리하고 있던 돈 삼백 원을 덜어냈다. 그것은 흑심이 따른 유용이나 결국은 문책을 당했던 횡령이 아니라, 얼마든지 지금 당장 곧바로 채워 넣을 수 있는 돈을 우선 잠시, 눈에 뜨이는 데서 빌려 쓴 것이었다. 나는 정말 조금도 악의는 없었다. 돈 삼백 원 쓴 것이 '공금'인 줄을 나는 몰라서... 언제나 하시라도 옮겨 놓기만 하면 되는 내 돈이 있길래... 물론 그 내 돈이라는 것이 '우리' 집의 돈이었지만...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