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김성동 (1,4,3,3)

카지모도 2019. 10. 21.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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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김성동]]

<엄마와 개구리> <산란> <무섭고 슬픈 이야기>

 

 

<엄마와 개구리>

-김성동 -

 

***동우***        

2016.04.04 04:55

 

소설가 김성동(金聖東, 1947~ )

그는 얼마전 국수(國手)’라는 대하소설을 완간했는데 나는 아직 읽어보지 못하였습니다.

<“피어린 현대사를 이야기하다가 이것이 좌절되니까 오히려 저는 그 위로 갔죠그 아버지의 아버지아버지의 할아버지는 어떤 세계를 살았는가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려고요오늘의 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나는 무엇인가왜 이 모양 이 꼴인가내 삶은돌판(바둑)과 중판(승려 생활)은 일단 좌절됐기 때문에 내가 할 말이 없고글판(하나 남았잖아요글판그런데 글판은 아직 평가하지 말아라내가 관뚜껑 덮은 뒤에 지나서 세상이 평해줄 테니까글판은 현재 진행형이다그렇게 스스로 자위하고 있죠.”>

 

'김성동' '엄마와 개구리' <1979년 발표>

김성동(1947 ~ )의 포스팅은 처음입니다. <물론 파일을 구하지 못하여.. 이건 꼬비에뚜님 댁으로부터 업어온 겁니다>

아시다시피 김성동은 승려 출신 작가입니다.

고등학교 때 출가하여 근 10년여 동안 불문에 몸담고 있다가 하산하였습니다.

승복을 벗고나서 쓴 출세작 '만다라'에 그의 구도과정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지요.

()과 속()의 치열한 갈등의 모습은 당시 젊은놈의 가슴에는 참으로 절절한 것이었습니다. (임권택 감독 안성기 주연의 영화도 꽤 화제가 되었습니다)

붉은 표지의 '만다라초판본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데그때 나는 눈발 속에서 파계승 지산의 주검을 태우는 주인공 법운의 긴 세리프를 노트에 써가면서 열심히 외웠었지요.

<화상이여서방정토(西方淨土)로 가시는가오탁예토(汚濁濊土버리고 니르바나의 정토로 가시는가?.. 오오 부디 다시 태어나시라사바탁세에 사람의 아들로 태어 나시라출격대장부(出格大丈夫)가 되시라그리하여 사람의 아버지가 되시라.>

 

김성동 의식의 배후에는 언제나 아버지라는 존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익에게 참살 당한 좌익 아버지.

우리나라 사람중 한반도의 그 비극의 역사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로운 사람 뉘 있으리오마는 빨갱이로 죽임을 당했거나 또는 이념따라 이북으로 넘어가 부재(不在)하였던 아버지거나 남편이거나 자식이거나를 갖고 남녘 땅에 살아야 했던 사람들.

연좌제는 알게 모르게 유무형의 올가미가 되었었지요.

남들 눈 앞에서는 이념의 적인양속으로는 슬프디 슬픈 그리움으로 아버지라는 그 추상의 존재에 침잠하여 성장통을 앓아야 했던 아이들.

그 존재는 김원일의 소설제목처럼 '어둠의 혼()'이었을 겁니다.

 

나와 고만고만한 연배의 작가들.

김원일(1942년생)과 김원우(1947년생형제이문구(1942년생), 이문열(1948년생그리고 김성동(1947년생)... 다른 작가들도 여럿 있을겝니다.

그들이윽고 늙어 이제야들 아버지로부터 벗어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엄마와 개구리'

개구리는 엄마입니다.

등짝에 회초리를 맞고 뱃구레을 뒤집은 채 파르르 파르르 사지를 떠는 빨갱이의 아내.

<여자는 다시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는데 아아무서워라그리고 그것은 엄마의 목소리였던 것이다짐승같은 외마디소리를 지르며 할머니가 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밥통과 옷보따리가 바닥에 나뒹굴었다엄마는 마치 회초리 맞은 개구리처럼 배를 뒤집은 채 마루바닥에 널브러져 사지를 버둥거리고 있었다풀어헤쳐 새둥우리가 된 머리칼오랏줄에 묶인 웃도리갈갈이 찢겨진 적삼 사이로 피멍든 흰 살이 드러나 있었는데아아 끔찍해라무엇보다도 아랫도리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맨살이었다웃통을 벗어붙인 사내가 이쪽을 바라보았는데 핏물을 뿌린 듯 벌겋게 달어오른 얼굴이 미끈거리는 기름땀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개구리는 엄마입니다.

남자의 아래에 깔려 개구리처럼 배를 뒤집은 채 쾌락으로 사지를 버둥거리는 암컷의 몸뚱아리.

<나는 살그머니 몸을 일으키다 말고 급하게 숨을 삼켰다엄마였다엄마는 마치 회초리 맞은 개구리처럼 배를 뒤집은 채 땅바닥에 널브러져 사지를 버둥거리고 있었다엄마의 배 위에는 그리고 시커먼 두억시니가 엎드려 있었다두억시니의 등허리가 바람부는 날의 문풍지처럼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아아 엄마불쌍한 우리 엄마나는 이를 옹송그려 물고 돌멩이를 쥔 손을 치켜들었다그리고 막 두억시니의 대가리를 향하여 돌멩이를 날리려는 참이었다.>

이념에 근거하여 '내 아버지는 빨갱이었다'는 공포였을 터이고.

전쟁으로 인하여 '내 어머니는 창녀였다'는 부끄러움이었을 테지요.

둘 다 입 밖으로 벙긋하지 못하는.

 

  

<산란(山蘭)>

-김성동 -

 

***동우***

2016.06.22 04:28

 

우익에게 참살 당한 빨갱이 아버지.

연좌제로 꽁꽁 묶인 남녘땅에서는 움치고 뛸수 없었던 김성동(1947~ )

그리하여 그는 산문(山問)으로 도망갔습니다. (그는 시니컬한 어투로 '위장입산'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사미계를 받고 불교에 침잠하였지요.

속세의 불쌍한 어머니를 제도(濟度)하고 중음신으로 구천을 헤매는 아버지의 영혼을 천도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그리고 필경 성불(成佛)을 꿈꾸었을 겁니다.

그러나 김성동은 10년 만에 성불의 꿈을 팽개쳤습니다.

하산하여 작가가 되었습니다. (만다라를 비롯한 그의 작품자전적 요소가 짙게 배어있습니다.)

나는 언제나 김성동에게서 산사(山寺)를 향수(鄕愁)하는 그의 마음을 짙게 느낍니다.

이 소설에서는 더욱.

 

산란(山蘭)

참으로 아름답고 슬픈 소설입니다.

절집의 풍경을 묘사하는 문장은 수채화처럼 고즈넉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거기 녹아있는 마음들의 모습은 몹시 슬픕니다.

어머니를 저리도 그리워 하고 베인 풀을 아파하는 동승(童僧)

불도의 법기(法器감입니다.

모든 불쌍한 것들의 마음은 선근(善根)입니다.

소를 찾지 못하더라도.

 

엄마 냄새.

엄마는 개구리입니다. (김성동 '엄마와 개구리')

그 냄새 위에 웬 두억시니 같은 남자가 포개어져 있습니다.

 

산승(山僧)은 절을 등지고 뛰쳐 내려갑니다.

오탁예토(五濁穢土)

저자거리로.

 

한살이의 한 존재 (한 물건).

이 뭣고?

이 뭣고?

 

<아이는 앙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노승의 가사섶을 쥐어뜯는다노승의 입이 활짝 찢어지면서 시뻘건 목젖이 크게 꿈틀거렸다. “으핫핫핫…… 무로서 무를 찾으니 무 찾는 이 물건 또한 무로구나!”>

 

새벽다시 읽는 山蘭

슬프게도 아름답습니다.

 

***송현***

2016.06.22 08:17

 

예전에 만다라를 읽은 기억이

단숨에 읽혀내려가는 것이 그분의 필력같습니다

그리운 어머니 ......

 

***동우***

2016.06.23 04:31

 

그렇지요?

그 때 우리에게 만다라의 충격은 참 강했을것 같습니다.

김성동은 결혼도 아니하고 노모와 함께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것 갗은데그는 나와 동갑이니 그 어머니도 세상을 떠나셨겠지요.

 

***어줍이***

2016.06.22 09:42

 

風蘭香을 맡는다면 이러한 향기일까요.

너무도 아름다운 오늘 아침의 '山蘭'

 

소리로 내음으로 색채로 와닿는 미문들,

한 때(80년대이던가요김성동 글을 제법 찾아 읽었지요.

그중 '만다라'는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소설로 남아있어요.

 

피안으로 가는 길목을 막아버리는 오탁예토가 던지는 추파,

그것이 아름다움이란 것을 나이드니 마치 변명처럼 당연하다는 듯 마음에 자리잡습니다.

 

절집을 고대로 느낄 수 있는 이 글을 읽는 동안 갑자기

절로 들어 몇밤이라도 묵고 싶어지기도 하는 유혹충동이 일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어줍이는

저 아름다운 글 끝자락의 이층이그토록이나 아름다운 글에 한 점 티가 되어

혼곤히 빠져든 미문의 정서를 흔드는 탁함이라고... 감히 투정도 부려보네요.ㅎㅎ

그렇게 끝을 맺어버리다니ㅋㅋ 이래서 어줍이?^^

 

어제의 '철늦은 국화'도 정일하고 정치하게(동우님의 말씀을 빌었네요표현된 여심의

흐름이 잘 번져나온 소설이라서 참으로 맘에 담기는 글이었습니다.

새집에 들여놓으신 글들이 참 좋습니다.

 

***동우***

2016.06.23 04:34

 

어줍이님.

피안으로 가는 길목을 막아버리는 오탁예토가 던지는 추파,

그것이 아름다움이란 것을 나이드니 마치 변명처럼 당연하다는 듯 마음에 자리잡습니다.

 

이토록 섬세한듯 날카로운 감성.

뉘실까어줍이님은.

어줍이라는 닉 네임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인데..

 

좋은 댓글고맙습니다.

 

 

<무섭고 슬픈 이야기>

-김성동 -

 

***동우***

2018.02.12 04:16

 

'김성동(1947 ~ )' '무섭고 슬픈 이야기'

승려출신 작가 김성동.

참살 당한 좌익 아버지그 멍에로부터 벗어났는지.

이 소설에서는 이 나라 산하에 맺힌 의로웠던 영령들의 귀곡성이 들립니다.

 

선방에 가부좌로 앉아 정진하는 '이 뭣고?' 화두 속.

그 귓것(鬼神)은 팔만사천 마구니(魔軍)의 삿된 무엇은 아닐겝니다.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동우***

2018.02.13 04:32

 

숫눈빛으로 하이얀 수눅버선 감싸고 있는 코쭝배기에 잇꽃 물들인 청울치로 짠 미투리를 신고연분홍빛 복사빛 갑사치마에 옅은 탱자빛으로 연노란 회장저고리 떨쳐입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새 각시.

 

화승대 메고 주렁주렁 탄띠 차고 왜놈과 싸우러 떠난 판돌이는 오지 않습니다.

낭군은 이 강토 어느 산하 묻혀 백골이 되었을테지만 산 속 요정 분이는 중음신으로 떠돌지언정 귓것(鬼神)이 아닙니다.

 

무너진 공동체의 파편은 자본주의의 총알이 되어 스스로의 영혼을 침습합니다.

개발과 이기와 물신과 쾌락과 황금을 좇아..

 

포크레인으로 밀어버려 무섭고 징그럽게 변해버린 수펑이 자리.

잔득 겁먹은 순한 눈으로 늙은이를 올려다보는 옛날 고라니 한마리.

숨막히게 아름다웠던 새 각시.

사라진 내 딸 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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