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히치하이킹 게임>
-밀란 쿤데라 作-
***동우***
2016.07.28 11:41
우리 시대, 존재를 가장 시니컬하게, 가장 잘 쓰는 소설가 밀란 쿤데라 (1929~ )
노벨문학상 그가 여적 받지 않았으니.. 나는 노벨상을 폄하하고자 합니다.
히치하이킹 게임.
하나의 심리임상 드라마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공포스러운.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eunbee***
2016.07.28 12:09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공부하다가 잠시 쉬며 아침 결방 궁금해서 이렇게 빼꼼~^^
스페셜 토크 라는 입간판의 박범신 김홍신 박정자 은희경 등등
인물들 사진을 보며-강의 안내- 나는 그걸 볼때마다 동우님을 떠올려요.
저분들보다 더 멋진 강의를 해주실 동우님을...
이제 다시 열공모드 돌입!^^
매미 울면 더 더워요.ㅋㅋ
즤들은 귀막아뒀담서.
***┗동우***
2016.07.29 05:11
문화센터
요즘 은비님 열공하시는 장르는 무엇일까?
무신 말씀을, 은비님.
감히 일급 작가들의 강의에 견주다니.
백화점 문화센터 강의는 익숙하기는 합니다만.
부동산 재테크 따위 범속한 것들로.
그나마 사기성일터.
한번도 부동산으로 돈 벌어본 적 없으면서 남들에게는 도사인양 씨부려대니까.ㅎ
새벽인데도 이리 더워요, 은비님.
***동우***
2016.07.29 05:03
수줍음 많고 순진한 아가씨는 남자를 사랑합니다.
남자 역시 순수한 그녀를 사랑합니다.
그들은 모처럼 휴가를 함께 보내는 중입니다.
어쩌다 히치하이킹 게임을 시작합니다.
자신으로 부터, 일상을 지배하였던 속박과 진부함으로 부터, 또는 독점욕과 질투가 혼합된 복잡하고 미묘한 사랑의 감정으로부터의 해방감을 느낍니다.
남자 앞에서 오줌누러 가는 것 조차 부끄러워하였던 그녀였는데 점점 대담해집니다.
<그들의 대화는 차츰 무서운 쪽으로 변질되어 갔다. 아가씨는 얼마간 쇼크를 받았으나, 항의할 수가 없었다. 놀이에도 여러가지 감추어진 강요가 있으며, 심지어 놀이가 그 놀이에 끼어든 사람들에게 덫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놀이가 아니고, 실제로 처음보는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있었더라면, 그 여성 히치하이커는 이미 오래 전에 기분이 상해서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놀이에서 그렇게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경기에 임하고 있는 팀은 경기종료휘슬이 울릴 때까지 경기장을 뜰 수가 없고, 장기의 말들은 장기판에서 도망칠 수 없으며, 경기장의 금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것이다. 아가씨는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이 바로 놀이이기 때문에 이제 자신이 모든 놀이를 그와 함께 행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다. 놀이가 극단적이 되면 될수록, 그만큼 더 많이 그것은 놀이의 성격을 띠게 되며, 그만큼 더 고분고분 그녀는 그 놀이를 함께 해야 함을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녀가 그 놀이에서 거리를 두고, 그 놀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도록 이성에 호소하고, 자신의 당황한 영혼을 향해 경고하는 것도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은 단지 놀이였기 때문에, 영혼은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저항하지도 않았고, 마치 마취약에 취하듯 그 놀이에 취한 것이었다.>
도를 넘은 게임은 급기야 창녀 고스프레까지 나아갑니다.
여자는 정말 매음부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고 야한 행동이 쉽고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이윽고 모든 것은 끝났다. 청년은 아가씨로부터 몸을 풀고, 침대 위에 늘어진 긴 끈을 잡아당겨 불을 껐다. 그는 그녀의 얼굴이 보고 싶지 않았다. 놀이가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예전의 그 익숙한 관계로 돌아갈 마음이 없었다. 그는 옛날의 관계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웠다. 그는 어둠 속에서 그녀 옆에 누워있었다. 그들의 몸뚱아리가 서로 닿지 않을 만큼 떨어진 채.
잠시 후에 그는 그녀가 나직이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손이 어린애처럼 살짝 그의 손을 건드렸다가 뒤로 물러났다 다시 건드렸다. 그러더니 애원하며 흐느끼는 목소리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나는 나야, 나는 나야......"
청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다만 그는 미지의 크기가 또 함께 들어있을 그녀의 맹세의 슬픈 무의미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의 흐느낌은 곧 커다란 울음으로 옮아갔다. 그리고 그녀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 눈물나게 하는 그 똑같은 말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나는 나야, 나는 나야......"
아가씨를 진정시키기 위해 청년은 동정심의 도움을 빌기 시작했다(가까운 곳에서는 찾을 길이 없었기 때문에 동정심을 그는 먼데서 불러와야 했다). 그들 앞에는 아직도 열사흘의 휴가가 더 남아 있었다.>
놀이가 자아의 실제를 잠식하여 상대에게 전혀 다른 모습의 사람으로 인식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융(칼 구스타프 융)에 의하면 지나친 페르소나의 팽창.
아, 이를 어쩐대요.
저들의 사랑, 파국인가요.
놀이로 조작된 허구의 캐릭터.
'호모 루덴스'(Homo Ludens, 遊戱하는 인간)는 어쩌면 '밀란 쿤데라'의 '이마골로기'와 연관이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이마골로기(imagologie)는 이데올로기(ideologie)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밀란 쿤데라가 만든 造語입니다.
말하자면 '인상'이나 '이미지'가 현대 인간의 실존적 모습을 나타낸다는 거지요.
다른 사람과 구분짓는 것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이미지, 그 이미지 뒤에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독립된 자아의 진짜 실체가 숨겨져 있을거라고 믿는건 순진한 착각이라고까지 시니컬하게 말합니다.
장황한 이데올로기는 이제 허황합니다.
기호, 아이콘, 명령어, 한줄의 카피...
복잡하고 난삽한 논설은 한줄 '간결문'(쁘띠뜨 쁘라즈)으로 대치하면 그 뿐입니다.
밀란 쿤데라는 말합니다.
모든 이데올로기는 패배 당했다. 현실은 이데올로기보다 훨씬 강했다. 그러나 이마골로기는 현실보다 훨씬 강하다고.
그러나 또한 밀란 쿤데라는 말합니다.
우리의 자아가 포착할수 없고 묘사할수 없으며 혼동스런 하나의 집체적 외관에 지나지 않는 반면, 유일의 실체는 지나칠만큼 포착하기도 쉽고 묘사하기도 쉬운 타인의 눈에 비친 바로 우리의 이미지라는 걸세. 그런데 더욱 끔찍한 사실은 자네가 자네 이미지의 주인이 아니라는거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기쁨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때가 아니라 홀로 있을 적에 가장 잘 누릴 수 있는 것.
이 말을 곰곰 생각해 봅니다.
상대의 눈길로서 존재하는 사랑이 아니라 자아로서 존재하는 사랑..
삶이 힘든 것은 자신의 자아로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힘이 드니까 그래서 한살이 삶이겠지요.
***eunbee***
2016.07.30 01:16
밀란 쿤데라,
동우님은 늘 밀란 쿤데라때문에 노벨상을 성토(?ㅎㅎ)하시죠.
좀 더 눈밝혀 읽어, '우리 시대, 존재를 가장 시니컬하게, 가장 잘 쓰는 소설가'의
작품을 즐길줄 아는 눈을 갖고자 합니다.
<히치하이킹 게임>, 상황이 빚는 심리변화의 극단적인 한 사례를 듣는 것처럼 흥미롭고 특별했습니다.
그림공부 함께하던 친구가 좋아 연필화 계속하고 있고, 라인댄스 왕언니의 사랑이 따수워
다시 등록하여 어울리고 있지요. 따순 인정 그리운 것이 무엇을 배우는 것보다 앞서려고 합니다.ㅎ
수업 없는 날은 서점에 가서 책도 읽고, 아들과 함께 읽을 책(사피엔스)도 사오고.
영화로 대강 스리슬쩍 만난(기내에서 보았으니) <캐롤>도 소설로 읽었답니다.
두 여인의 심리를 어찌나 그리도 섬세히 그렸던지... 그 여류작가, 명성이 드높던데 그소설도
묘한 매력이 있던걸요.
한밤중, 매미는 여전히 짝을 부르고...
한줄기 밤바람 시원하게 불어주네요. 시원한 주말 보내세요. 동우님.
***┗동우***
2016.07.30 04:31
은비님의 댄스.
예전 크루즈 선상에서 서양 노신사들과 춤 추실적 빨간 구두를 신으셨던가.
은비님의 연필화는 익지만.
가끔 댄스 동영상도 올리고 그러시구랴.
얼마나 눈이 상큼 시원하리오.
더위먹은 친구를 위하여. ㅎㅎ
사피엔스.
도서관에서 휘리릭 훑어 보았는데, 사피엔스라는 종의 기술에 의한 새로운 진화... 굉장한 혜안과 통찰이 느껴졌습니다.
더위에 책읽기도 귀찮아 제처두었지만 꼭 읽으려 합니다.
염천에는 영화가 제격이지요.
은비님 언급하신 영화 몇편 보았어요.
캐롤을 비롯하여 라이프 오브 시몬, 인턴..
그리고 '유스'는 곧 볼 참입니다.
라이프 오브 시몬에 나오는 싯적인 대사.
“안개는 바다처럼 끝도 없는 슬픔이에요”
마저 본 다음 영화 얘기나 지껄이지요.
은비님도 시원한 주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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