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알퐁스 도데 <별. 마지막수업. 거울.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 (1,4,3,3)

카지모도 2019. 11. 1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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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알퐁스 도데]]

<별> <마지막수업> <거울>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

 

 

<별>

-알퐁스 도데 作-

 

***┗동우***

2012.02.25 05:20

 

‘알퐁스 도데 (Alphonse Daudet, 1840~1897)’의 ‘별’

꿈결처럼 순결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 옛날부터 유명짜한 작품이니 안읽은 사람 없을거외다.

다시, 함께 읽어요.

 

***후니마미***

2012.02.25 11:30

 

고등학교 국어 수업 시간이 보이는 듯해요 ^^

그때의 그 작가들

그때의 작품들

그때의 우리 촌년들

아, 왜 지금은 다 안 보이는 것인지?

 

***┗동우***

2012.02.27 05:13

 

마미님의 고등학교의 국어시간.

'그때의 그 작가들'과 '그때의 작품'들에 동격으로 오버랩되는 '그때의 우리 촌년들'이라니.

알퐁스 도데의 '별'.

그 순결함이 어딘가 세련되지 않은 옛날의 촌스러움으로 치부하시는, 우리 마미님의 순결하지 않은 작금의 슬픔이여. ㅎ

나 역시.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고, 내 내면을 더듬어 보아도 아니 보이니 저 꿈결같은 아름다운 글을 퍼 올린 것이지요.

곱씹어 짜내면 그 흔적의 맛 우러날까 싶어서..

으흠, 후니마미님.

나이 들수록 아이가 좋고 동화가 좋고 동요가 좋고 무구한 단순함이 좋고 직정적으로 울리는 감동이 좋고....

 

***저녁산책***

2012.02.26 23:20

 

오, 동우님! 실로 오랜만에 이 글을 접합니다.

그 순수하고 맑은 로망에 가슴이 벅찹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엔딩 문장이 대단원의 감동을 줍니다.

...아가씨는 먼동이 환히 터올라 별들이 해쓱하게 빛을 잃을 때까지 꼼짝 않고 그대로 내게 머리를 기대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잠든 얼굴을 지켜보며 꼬빡 밤을 새웠습니다. 가슴이 설렜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오직 아름다운 것만을 생각하게 해 주는 맑은 밤하늘의 보호를 받아, 성스럽고 순결한 생각을 잃지 않았습니다.

우리 머리 위에서는 총총한 별들이 헤아릴 수 없이 거대한 양 떼처럼 고분고분하게 조용하게 움직여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따금 이런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 숱한 별들 가운데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곱게 잠들어 있노라고...

잘 읽었습니다.

다시 읽게 해 주신 동우님께 진정한 감사와 존경을.*^*

 

***┗동우***

2012.02.27 05:30

 

알퐁스 도데의 저 '별'.

정말.. 아 얼마나 청결합니까?

영원한 처녀, 순결한 숨결, 밤하늘 가득 번지는 그레고리안 성가...

15년전 직장을 그만두고 나 까지 늙다리 세사람 함께 지리산 종주를 하였었지요.

중산리 출발하여 노고단까지 2박3일.

법계사 아래의 로타리 산장에서의 첫밤, 마침 5월인지라 수많은 산객들 틈에 그야말로 칼잠을 자고서는 새벽에 산장을 나섰습니다.

그때의 감동.

하늘 가득히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 별, 별떨기들.

그때 문득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읽었던 알퐁스 도데의 '별'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깊은 산 새벽의 고요 속에서 귓가 가득히 청아한 그레고리안 성가가 울렸어요.

지극히 청결하고 지극히 순결하고 지극히 경건하고...

새벽하늘 가득한 별떨기가 나를 벅찬 감동 속으로 몰아 넣었지요.

거의 종교적인 희열이었답니다.

어느 성당이 교회가 사찰이 그런 경건한 감동을 주겠습니까?

목동의 어깨에 기대어 깊은 잠에 빠진 소녀, 스테파네트.

목동은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행여 깰세라 밤새 꼼짝않고 어깨를 빌려 주었겠지요.

하늘에는 가득한 별무리...

아하, 저녁산책님.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끼끗해집니다그려.

별보기 힘든 회색 도회지이지만, 때로 별이 보이면 나는 '스테파네트'하고 중얼거리고는 하지요. ㅎ

 

***뜨락***

2012.02.27 16:07

 

아, 동우님.

이 나이에 다시 읽어도 아름다운 소설.

동우님은 정말 소년이 되시려나 보아요. 호호

 

***┗동우***

2012.02.28 06:19

 

하하, 뜨락님.

늙으면 아이가 된다지 않습니까?

 

***송현***

2012.02.27 19:01

 

알퐁스 도데의 별이군요~

언제 보아도 순결함은 아름답습니다

쏟아지는 별과 스테파네트와.............!

 

***┗동우***

2012.02.28 06:24

 

위의 저녁산책님 답글에서도 얘기했지만. 15여년전의 지리산 하늘에서 쏟아지는 새벽 별떨기들...

그 별무리의 세례를 받고 있는 순간의 아름다움의 감동은 정말 종교적인 경건함이었다오.

순결하기 그지없는.

송현님의 블로그에는 여전히 답글이 올라가지 않습니다만, 개의치 마십시오.

송현님의 포스팅 보고 읽을수 있으면 되었지요. ㅎ

 

***들꽃***

2012.03.03 18:45

 

시처럼 몇번을 읽어도.. 늘.. ^^

감사합니다. 동우님께 백만개의 하트를. ❥ ❤ ❥ ♥ ♡ ❤ ♥ ♥~~~

 

***유엘***

2012.06.07 22:52

 

담아갑니다

 

 

<마지막 수업>

-알퐁스 도데 作-

 

***동우***

2013.01.28 05:12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지방 출신, 알퐁스 도데.

다자이 오사무가 좋아 하였던 작가.

그의 서정성은 '별'에서 얼마나 아름답게 반짝이는지요.

이 소설 '마지막 수업'은 교과서에서 우리에게 익은 소설입니다.

나라를 잃어버릴 고향 알사스 로렌, 잃어버릴 프랑스어...

나라사랑 국어사랑의 마음을 일깨우고저 교과서에 실린 것일터.

그러나 이 소설은 프랑스의 내셔널리즘이 물씬한, 알퐁스 도데 쇼비니즘의 면모를 드러낸 소설이라고 폄훼되기도 하지요.

중세 이후 알사스 로렌 지방은 프랑스령(領)이었으나 그 주민 대부분은 독일계, 독일어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나폴레옹 이후, 강제로 학교에서는 프랑스어를 주입시키는 정책을 썼다고 하지요.

그러다가 보불전쟁에서 프랑스가 패한 후 다시 독일령으로 넘어가는 시점의 소설이 바로 ‘마지막 수업’이라지요.

그러니 독일 입장에서 보면 이 소설은 적반하장이었을 법.

내가 존경하는 쉬바이처가 바로 알사스 출신이었는데, 쉬바이처는 프랑스사람인가요, 독일사람인가요?

독일 국적이었던 쉬바이처는 1차대전 당시 적국국민이라는 이유로 억류되기도 하였어요.

예전에는 뱃속이 꼬르륵 꼬르륵 시끄러우면 구라파전쟁이 일어났다고 하였지요.

시끄럽게 다투는 복잡한 현장을 이르는 말이 구라파전쟁이었잖아요?ㅎ

유럽의 국경이란 이현령 비현령.

언어로서 나라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도 무의미할듯.

스위스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지요.

스위스는 칸툰으로 나뉜 자치령, 언어도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제각각...

하하, 어쨌거나.

우리로서야 '마지막 수업'의 감동은 감동입니다.

 

***eunbee***

2013.01.28 09:56

 

이 소설의 무대였던 알자스 지방에서 우리 딸들이 몇년간 살았어요.

스트라스부르라고, 독일과 라인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아름다운 작은 도시.

그곳이 많이 그리워요. 정말 아름답거든요.

기차를 타고 다리를 건너 바덴바덴으로 가서 온천도 하고오고, 차를 몰고 다리를 건너서 켈이라는 독일의 작은 도시에 가서 시장도 봐오곤 했지요. 독일이 프랑스보다 생활필수품 등 식료품 가격이 싸거든요.

라인강변에 앉아서 놀다가 독일 할머니에게 야단도 맞았어요. 신발신고 벤치에 발 올려 두고 있다고.... 독일 할머니는 바른생활 선생님들이에요. 현장에서 즉각적인 훈계가 떨어지지요.ㅎ '마지막 수업'과 '별'은 너무도 많이 읽히니 까마귀 내머릿속에서도

빛나고 있어요.ㅎㅎㅎ

구라파전쟁.ㅎㅎㅎ 우리엄마도 자주 쓰시던 말인데,

울아들은 자기들 강아지를 '유럽피언 종'이라고 해요. 잡종이라고. ^^

 

***동우***

2013.01.29 05:44

 

하하, 바른생활 선생님 독일할머니.

난 가끔 그게 참 이상해요, 은비님.

이웃 나라이면서 이리 섞이고 저리 섞인(특히 왕족들) 인종들이 사는 유럽. (물론 생김새로 겔트족 게르만족 라틴족은 다소 구분이 된다지만)

프랑스와 독일은 물론, 좁은 도버해협 건너의 영국...

그런데 그들 나라마다 기질이 그리도 다른지?

프랑스에도 북부와 남부의 기질 차이도 크다고 들었는데.

브레따뉴지방과 프로방스지방...

그리고 거듭 지적하는 바, 은비님 머리가 까마귀라니요. 데끼입니다. ㅎ

 

***teapot***

2013.01.29 03:39

 

동우님, 이 글이 우리 학교 다닐때 교과서에 있었던 글인가 또 가물가물합니다.

낯익은 부분도 있고~ 말씀같이 감동의 감동입니다.

이래서 프랑스 사람들이 자기나라 말에 대해 그리 야단스러운가요?

친구랑 파리에 간적이 있는데

한 파리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는데

친구가 그냥 생각없이 다짜고짜 길을 물었어요

그랬더니 그시람 말이 " 너 먼저 익스큐스 미 하고 말을 해야한다"

하면서 훈계를 하는 바람에(맞는 말이긴 하지요) 무안해서

길도 못 알아가지고 왔답니다, 그 친구는 또 저 한테 한말 들었고요.

적어도 그 한마디는 시작하고 물었어야 하는데....

영어쓰는 친구가 못 마땅했었나 봅니다~ㅎㅎㅎ

 

***동우***

2013.01.29 05:50

 

프랑스 사람들 자기나라 말에 대한 자부심은 소문 났다지만.

어디선가 읽었는데, 그도 옛날 얘기.

프랑스에도 지금은 영어 못써 안달이 났다지요?

영어로 물으면 쏼라쏼라 프랑스어로 대답하는 프랑스 사람들.

혹자는 "야, 역시 자존심 센 프랑스. 영어로 물으니 아예 대답을 프랑스어로 하네그랴'하고 감탄하지만 실은 태반이 영어를 몰라서 그러는 거라는데요? ㅎ

참, 전에 은비님께 질문하였던건데, ‘레미제라블’이라면 프랑스가 자랑하는 작품.

그 뮤지컬의 영어버젼이 세계를 휩쓰는데 프랑스 사람들 자존심 상하지 않나하고 궁금하였더랩니다.ㅎ

 

***teapot***

2013.01.29 06:51

 

그러게요, 세월이 변했네요.

그렇게 프라우드하면 왜 미국에와서 영어 배우려 애쓸까도 생각 드네요~ㅎㅎㅎ

 

***eunbee***

2013.01.29 09:07

 

동우님, 이래도 내머릴 까마귀라고 안하시겠어요?

그 '레미제라블' 뮤지컬에 대한 동우님의 궁금증을 나로서는 모르니, 파리 딸들에게 문의해 봐야겠다, 큰사위에게라도 물어서 비교적 정확함에 근접한 답을 얻어내어 동우님께 전해야지...했걸랑요?

그걸 까먹고 있었어요. 여직껏.ㅠㅠㅠ

 

 

<거울>

-알퐁스 도데 作-

 

***동우***

2015.07.07 05:02

 

알퐁스 도데의 거울.

고향을 버리고 사랑을 좇아 북녘나라에 온 크레올의 소녀.

사랑이 무엇이관대.

따뜻한 남쪽 섬나라의 소녀는 북녘의 매서운 추위를 견뎌낼수 없습니다.

소녀가 데려온 남녘나라의 벌새들은 하나 둘 얼어죽고 북녘나라의 겨울은 점점 더 깊어갑니다.

밖에 나갈 엄두를 낼수 없는 소녀는 침대 속에 파묻혀 있을 뿐입니다.

화덕의 불꽃은 활활 타오르고 있지만 소녀의 불꽃은 점점 사위어갑니다.

소녀의 연인(戀人)은 불꽃을 거울에 담아 소녀에게 빛살을 쬐어줍니다.

그 빛살은 남녘나라 고향의 찬란한 태양일테고, 여전히 뜨거운 연인의 사랑일테지요.

소녀는 눈 속에 두 개의 작은 불꽃을 담은채 웃으면서 죽어갑니다.

‘알퐁스 도데’는 이 소설을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로 쓴 것일까요.

어쩌면 동화(남녘, 사랑, 꿈)와 소설(북녘, 추위, 현실) 사이의 간극(間隙)에 이 소설의 알레고리를 숨겨 놓은걸까요.

어쨌거나, 슬픈 이야기이지만 마음을 촉촉하게 합니다.

이런 소설, 플롯이야 알레고리야 어떻든 동화적인 느낌으로 읽고 연(軟)한 이미지로 마음을 적시면 좋겠지요.

마음이 순해지는 새벽입니다.

지금 내 책상 주위에는.

미묘하게 달콤하고 오묘하게 쌉싸름하지만 분명하게 엘레강스한 향기가 떠돌고 있습니다.

'마리아주 프레르'의 향취.

어제 프랑스로부터 내게로 날아 온.. 기쁘게 놀라운 선물이랍니다.

내 거울 빛살 담아 차츰 되비춰 드리렵니다. ㅎ

친구를 생각하고 비니미니를 생각하는 새벽.

연연(軟娟)해지는..

마음의 시간입니다.

 

***꿈꾸는 마녀***

2015.07.07 08:33

 

잘 읽고 갑니다.

동우님.

언제나 고맙습니다~~

 

***동우***

2015.07.08 05:20

 

꿈꾸는 마녀님은 리딩북 애독자이심을 내 알지요. ㅎ

늘 즐겨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연***

2015.07.07 11:28

 

마리아쥬 쁘레르 향취에 젖은 동우님의 새벽공간.

글속에서 저도 흠향하고 마음이 순하게 젖습니다.

저도 알지요. 동우님께 마리아쥬 쁘레르 향기 전해준 프랑스 절친이 누구신지. (^0^)

비니미니. 안녕?

사랑해.

엘사 안나보다 훨~ 이쁜 우리 공주님들. ♥♡ ♥♡ ♥♡ (♥━♥)(♥━♥)(♥━♥)

 

***┗동우***

2015.07.08 05:29

 

하하 시연님.

전에도 마리아쥬 프레르 보내 주셔서 포스팅 한 적도 있는데. 친구 은비님이 무슨 비밀인것 처럼. 하하

비니미니.

이제는 할비가 아가야 하기에는 많이 컸습니다.

어떨 적에는 처녀 티가 난다니까요? ㅎ

할비 눈에만 엘사 안나보다 훨~ 이쁘눌 알았는데, 우리 비니미니 시연님의 한마디로 객관적 평가 마친겁니다. ㅎㅏ하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

-알퐁스 도데 作-

 

***동우***

2015.07.08. 05:06

 

알퐁스 도데의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Le Secret de maitre Cornille)’

부산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젖은 정서에는 사라진 것들이 낭만(浪漫)의 치장을 하고 슬몃 스며듭니다.

이런 날.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가 참 어울립니다.

늙은 센티멘탈리즘, 청승스런 감상벽(感傷癖)입니다.

산업혁명 기계화 규격화 능률화 대량화 빈부 종속화 신자유주의 인간소외.. 같은 사회과학적인 명제들.

코르니유 영감님의 풍차방앗간을 사라진 것들에 대한 애상(哀想)으로만 읽는다면 이 소설을 잘 못 읽는걸까.

이문열의 소설에도 비슷한 것이 있었지요.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전통의 상실, 갓바치 노인은 정성을 들여 만든 갓을 태워버리고 나머지 삶마저 놓아버립니다.

그러나 이 소설의 사람들, 프로방스의 인정(人情)이 아름답습니다.

<선생, 우리 마을은 늘 이렇게 오늘날처럼 노래도 없고 활기도 없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오. 예전에는 제분업이 번창해서 십 리 사방에 사는 농장 사람들이 밀가루를 만들기위해 밀을 가져오곤 했어요. 마을 주위에 있는 언덕은 풍차방아로 덮여 있었고 소나무 숲 너머로는 바람에 돌아가는 풍차 날개밖에 보이지 않았지요. 게다가 짐 실은 당나귀 행렬이 길을 따라 오르내리곤 하는 게 보였지요. 일주일 내내 언덕 위에서 들리는 채찍소리며, 풍차날개가 돌아가는 소리, 그리고 방앗간 일꾼의 “이랴!”하는 소리 등은 듣기에도 즐거웠다오. 주일날이 되면 우리는 떼를 지어 방앗간으로 몰려갔지요. 그러면 저 언덕 위 방앗간 주인들은 우리에게 뮤스카 포도주를 대접하곤 했지요. 레이스 머플러를 두르고 황금 십자가를 가슴에 늘어뜨린 방앗간 여주인들은 여왕처럼 아름다웠답니다. 내가 피리를 불면 밤늦게까지 사람들은 파랑돌 춤을 추었지요. 풍차방아들은 우리 지방의 기쁨이요, 재산이었다오.>

풍차날개 돌아가는 소리, 뮤즈카 포도주, 여왕처럼 당당한 방앗간 여주인들, 노래, 프랑돌 춤..

사라진 것들이 어디 코르니유 영감님 풍차방앗간 뿐입니까?

시대의 물결 속에 옛 것들은 가뭇 사라지고 맙니다.

새끈하고 빠르고 심플하고 편리하고 거침없고 효율적인 것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동네 장의사도 동네 구멍가게도 사라지고 동네 이발소도 사라지고 아이들에게는 동네 친구마저 사라졌습니다.

내 다방도 사라지고 내 극장도 사라졌습니다.

도심의 하늘 내 별들도 사라졌습니다.

어쩌면 젊어 황홀하였던 내 좌절마저도 사라졌습니다.

으흠, 지금같은...

내 새벽만이 남았달까요. ㅎ

본문에 그림 한점 덧붙입니다.

지금은 돌아가지 않는 ‘몽마르뜨의 걀렛 풍차방아’ (Utrillo, Rue Tholoze et Moulin de la Galette)

위트릴로의 그림입니다.

 

***eunbee***

2015.07.09 02:12

 

위트릴로의 물랭 드 걀레뜨의 돌지 않는 풍차가 올려다 뵈는

톨로제 거리. 지난 달 13일엔 그곳에서 나 또한 위트릴로의 이젤이 있었을 위치에서(경사진 비탈과 돌계단을 내려와)저곳을 바라보고 있었건만...

그를 만나지 못했다 했지요.

우리들 지난 시절 함께 숨 쉬고 느꼈을 것들 뿐만아니라

눈 앞에 놓여져도 모르는 파리의 여러곳, 가지가지 이야기들을 찾아 주시고

들려 주시는 동우님.

Menton에서는 양고기 요리를 먹고난 후 약간 긴 뼈를 본 은비가 <맛있는 흉기> 단편소설 이야기를 하기에, 즐겁게 함께 거들기도 했지요.ㅎ

이야기 끝이 어떻게 됐는지 기억에 없다는 은비를 이어서 마무리 짓구요.ㅋ

그런데... 조손 모두가 작가가 모파상 이라고 헛기억 일치. ㅋㅋ

좀 전 여기서 찾아 정정 톡 보냈어요. '로알드 달'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

그 마을의 속깊고 정 많은 이웃

동우님처럼.하하

 

***┗동우***

2015.07.09 05:08

 

은비님.

검색하여보니 걀렛 풍차는 지금도 돌리려면 돌릴수도 있다고 하네요.

걀렛은 풍차로 빻은 곡식으로 만든 얇은 빵이라는데, 은비님 잡수어 보셨을라나..

위트릴로하면 몽마르뜨르..노르망디하면 모파상이 떠오르듯 프로방스하면 알퐁스 도데가 떠오릅니다.

깊이 여행하지도 못한 주제에.

서정적인 별, 아를르의 여인도 얼마나 소박하고 서정적이지만 잔잔한 격정도 숨어있고...

그리고

파리도 프로방스도 노르망디도..

은비님에서 비롯된 데자뷰같은게 있지요, 나는.. ㅎ

댓글 달지 않았지만, 카카오 스토리로 본 그림들.

두 따님(큰 따님은 이번에 자세히)의 미모에 놀랐습니다.

은비아씨는 물론이거니와.

우리 비니미니도 크면 그에 버금가리라는 확신 내게 있나이다.. ㅎ

그리고 사라진 것들에 대한 느낌은 우리 동년배의 어떤 유대감이리다.

충주와 정능의 공간은 달랐더라도 동시대의 공기를 맡았던 어떤 흔적....

먼 후제, 마리아쥬 프레르의 새벽향취는 늙어 새롭던 어떤 흔적이리이까마는.

 

천양희의 시 한수

 

++++

<사라진 것들의 목록>

-천양희-

 

골목이 사라졌다 골목 앞 라디오 수리점

사라지고 방범대원 딱딱이 소리

사라졌다 가로등 옆 육교 사라지고 파출소

뒷길 구멍가게 사라졌다 목화솜 타던

이불집 사라지고 서울 와서 늙은 목포댁 재봉틀 소리

사라졌다 마당 깊은 집 사라지고 가파른 언덕길도

사라졌다

 

돌아가는 삼각지 로터리가 사라지고 고전음악실

르네상스 사라지고 술집 석굴암이 사라졌다 귀거래다방

사라지고 동시상영관 아카데미하우스 사라졌다 문화책방

사라지고 굴레방다리 사라졌다 대한늬우스

사라지고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광고도

사라졌다

 

사라진 것들이 왜 이리 많은지 오늘의

뒤켠으로 사라진 것들 거짓말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런데 왜 옛날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스며드는 것일까

어느 끈이 그렇게 길까 우린 언제를 위해 지금을

살고 있는지 잠시 백기를 드는 기분으로

사라진 것들을 생각하네

내가 나에게서 사라진다는 것

누구나 구멍 하나쯤 파고 산다는 것일까

사라진 것처럼 큰 구멍은 없을 것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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