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헤밍웨이 6.7 (4)

카지모도 2019. 11. 9. 19:19
728x90

 

-독서 리뷰- 

 

<킬리만자로의 눈>

-헤밍웨이 作-

 

***동우***

2016.10.25 04:00

 

헤밍웨이의 유명한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 (The Snows of Kilimanjaro)' 3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킬리만자로는 높이 19710 피이터(약4800미터)나 되는 눈에 덮인 산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서쪽 봉우리는 마사이어(語) <누가여 누가이> 즉 <신(神)의 집>이라고 한다. 이 서쪽 봉우리 근처에 다 말라빠진 한 마리의 표범의 시체가 얼어붙어 있었다. 그 높은 곳에서 뭣을 찾아 헤매었던지 아무도 그것을 알 수 없었다.>

 

킬리만자로 서쪽 봉우리, 신(神)의 집.

그 언저리에 얼어죽은 표범의 시체.

 

눈(雪)...죽음...

 

임종에 이른 작가 ‘해리’의 주위에서는 하이에나가 킹킹거립니다.

그러나 해리의 죽음은 킬리만자로의 봉우리를 향합니다.

아, 그곳은 삶이 열정으로 소진되는 그 어떤 성소인가, 죽음으로 도달할 그 어떤 순결함(idea)인가.

 

<거기에는 세계의 지붕이나 되는 것처럼 거대하고 높다란 킬리만자로의 네모난 봉우리가 햇빛을 받아 허옇게 보였다. 그때에서야 그는 자기가 가고 있는 곳이 바로 거기임을 알아차렸다.>

 

영화에서는 그레고리 펙과 수잔 헤이워드와 에바 가드너가 출연하였었지요.

 

이 소설의 영감(靈感)으로 양인자가 작사하고 김희갑이 작곡하고 조용필이 불렀던 노래도 있습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적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차츰 지껄이기로 하고.

 

***동우***

2016.10.26 03:57

 

다시 읽고서, 어휘와 문맥을 다소 고쳤습니다만 번역이 참 산만합니다.

 

죽음의 액추어리티.

 

<"죽음이 항상 커다란 낫을 든 해골과 같은 모습으로 찾아 온다고는 생각하지 마."하고 그는 여자에게 말하였다.

"죽음은 자전거를 타고오는 두 사람의 순경일 수도 있고, 또 날아오는 새일 수도 있는거야. 그리고 하이에나처럼 커다란 코를 가진 짐승일 수도 있어.">

 

바뀐 계절이 찾아와 어느날 등을 두드리듯, 불현듯 맞게 되는 죽음.

퀀블러 로스박사의 임상 보고서...

이반 일리이치의 죽음..

 

<오른쪽 다리에 흠집이 생긴 후로 고통이란 통증은 느끼지 않았으며, 두려움마져 사라지고, 지금은 오직 심한 피로와 이제 끝장이라는 사실에 울화통이 치솟을 뿐이었다. 닥쳐오는 이 죽음에 대하여 그는 이제는 거의 호기심을 갖지 않았다. 죽음에 대한 것은 몇 해 동안이나 거의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으나, 이제는 죽음 자체가 무의미하게 생각되었다. 극심하게 피로하면 죽음까지도 대단치 않게 생각되니 이상한 일이 아닌가.>

 

아, 그리고 죽음을 맞는 감정모체의 현실에는 인생에 각인된 어떤 회상(回想)이 병치(倂置)되겠군요.

 

대수롭지 않은 상처가 파상풍이 되어 느닷없는 죽음을 맞는 주인공 해리.

그의 인생궤적.

분방한 여성편력과 전쟁의 극한 상황과, 그리고 생활 속의 밝거나 어두운 모습들...

삶 속에 점철된 그런 고양(高揚)의 경험들을 글로 쓰지 못한 작가...

그게 바로 회한일테지요.

 

킬리만자로의 정상 근처에서 얼어죽은 표범...

그 메타포, 존재의 비극성일까요 존재의 승화일까요.

 

강인한 외형을 살았던 헤밍웨이, 엽총으로 자살한 그의 패배.

이 소설에 한줌 단서가 있을런지요.

 

***동우***

2016.10.27 04:21

 

마지막에 이르러 불타오르는 창작열.

죽음을 대면하고나서야.

 

부자 여인의 돈으로 부요함과 쾌락에 함몰되어 글을 쓰지 못하였던 예술적 좌절감.

그것은 작가로서 일종의 정신적 파멸일 것입니다.

킬리만자로 정상에서 얼어죽은 표범, 그것은 그에 대한 메타포일테지요.

 

<거기에는 세계의 지붕이나 되는 것처럼 거대하고 높다란 킬리만자로의 네모난 봉우리가 햇빛을 받아 허옇게 보였다. 그때에서야 그는 자기가 가고 있는 곳이 바로 거기임을 알아차렸다.>

 

환각 속의 정신이 킬리만자로의 정상으로 상승하는 순간, 해리는 죽음을 맞고 하이에나가 울부짖습니다.

 

죽음.

썩어가는 살과 하이에나와 흉측한 새.

그리고 사나이가 회상하는 삶의 겪음들.

겨울과 전쟁과 눈, 그리고 참혹한 죽음들..

 

저 사나이의 삶 속에서 엿보이는 시니시즘과 마초이즘.

스스로를 향한 자기경멸이 느껴지고 삶에 대한 그의 허세가 느껴집니다.

 

그러나 죽음의 순간...

 

이 소설의 테마는 죽음임이 분명할테지요.

문학은 철학이 아닌지라 한 인간의 생과 사를 해명하려 들지 않습니다.

느끼게 할 뿐이지요.

생명은 생명으로 건너갈 수 없는 것, 오로지 고유한 나만의 것인 그것들을.

 

흐음, 우리 삶을 규정하는 건 어디까지나 개별적 실존(현실존재)의 문제입니다.

사람은 저마다 처한 저마다의 시대와 장소와 환경과 육체적 조건으로서 삶과 죽음이라는 부조리에 얽혀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실존은 인간의 본질보다 앞섭니다.

실존적 존재로서의 삶이란 끊임없는 상황론적 선택이고 또한 그것은 존재론적 자유일겝니다.

상황과 선택과 자유로 인한 무시무시한 그 불안... 감당하기 벅차더라도.

인간은 엄청난 그 부하를 짊어지고 살아내야하는 존재입니다.

 

 

 

 

 

 -독서 리뷰-

 

[[헤밍웨이]]

<삼일간의 폭풍> <한 줄 짜리 소설들>

 

 

<삼일간의 폭풍>

-헤밍웨이 作-

 

***동우***

2017.01.06 04:23

 

'헤밍웨이'의 '삼일간의 폭풍 (The Three-Day Blow)'

삼일간의 폭풍이 무어 어쨌다는 말인지.

헤밍웨이의 내러티브는 참 친절하지 않습니다.

그의 수컷주의(마초이즘)는 명확하게 읽힙니다만.

그 배후의 쓸쓸함 같은 것도.

 

그렇겠지요.

니크가 뗴어버린 여자(마조리)에 대한 감정 따위 구구절절 늘어놓는 것은 사나이 자존심 문제였을테지요.

니크와 빌은 핵심을 빙빙 돌아 시덥잖은 야구와 시시한 책의 얘기나 하다가 술에 취합니다.

저럴 바에야 친구를 뭣허러 찾아갑니까, 글쎄.

 

친구끼린데 저건 또 무어랍니까.

술을 마셔도 아니 취한척, 냉정함을 잃지 않은척 폼잡기는.

그리고 의식적으로 여성을 오로지 귀찮고 성가신 존재로 짐짓 깔아뭉개는... 저런 사내 짜리들의 헛폼잡기라니...

 

술 사냥 스포츠 투우 전쟁...

남성적 도취의 세계에 여성은 끼어들 여지가 없는가 봅니다.

옛날 어느 서부영화에선가 프랭크 시나트라가 이런 세리프를 읊쪼렸지요.

"인디언은 여자를 말에 태우지 않아. 말에게 미안하여."

 

<밖에 나오니 마조리에 대한 문제 같은 것은 조금도 슬픈 일이 아니었다. 별로 대수로울 것이 없었다. 그런 것은 다 바람에 날아가버렸다.

“바람이 넓은 호수를 넘어서 불어오는군.” 니크가 말하였다.

바람이 불어오는 쪽에서 꽝!하고 총소리가 들여왔다.

“아버지의 총소리군.”하고 빌이 말하였다.

“저 아래 숲속에 계신가봐.”

“그리로 가보세.” 니크가 말하였다.

“이왕이면 풀밭을 거쳐서 가세. 사냥할 것이 발견될지 모르니까.” 빌의 말이었다.

“그래.”

인제 여자에 대한 문제 따위는 조금도 안중에 없었다. 바람이 그의 머리속에서 다 휘몰아 갔던 것이다. 토요일 밤이면 언제든지 읍에 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엿장수 마음대로 생각합니다.

삼일간의 폭풍은 삼일간 니크의 실연의 고통이었을거라고.

나는, 나중에 니크가 마조리를 찾아갔을 것 같습니다.

 

술을 좋아하고 술이 쎈 편인 나 역시, 가끔 이럴 때가 있지요. ㅎ

<방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식당에 걸려 있는 거울 앞을 지나면서 그 속을 들여다보았다. 얼굴이 이상하게 보였다. 거울 속의 자기 얼굴에 빙그레 웃어 보였더니, 거울에서 도로 싱긋 웃어 주었다. 그는 거울에 대고 슬쩍 눈짓을 하고 지나갔다. 그것은 자기 얼굴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래도 무방하였다.>

 

 

<한 줄 짜리 소설들>

-헤밍웨이 外-

 

***동우***

2017.03.05 07:03

 

하이쿠(俳句)적 매력, 촌철살인의 묘미.

한 줄 짜리 소설 몇 편 (몇 줄, ㅎㅎ), 인터넷에서 주어왔습니다.

 

첫번째는 헤밍웨이의 것, 나머지는 작가 미상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수면 위로 솟아있는 빙산의 적은 부분.

단 한줄의 문장으로, 바다 속 잠겨있는 부분을 나름의 상상으로 그려 봅니다.

 

1) For sale : Baby shoes. Never worn. (팝니다 : 한번도 안 신은 아기신발)

<상상합니다. 가난한 부부, 귀여운 아기를 위하여 큰 맘 먹고 사 온 아기신발, 그러나 아기는 죽어 버렸습니다. 먹고살려니 팔아야지요. 슬픔을 꼭꼭 누르면서.>

 

2) "Wrong number" says a familiar voice. ("잘 못 거셨어요" 익숙한 목소리가 말했다.)

<상상합니다. 사랑했던 그녀, 언제부턴가 마음이 변했네요. 전화하니까 잘못 거신거라고 말합니다. 짐짓 딴 사람인척 목소리를 바꾸어. 아무리 그래도 한때 그리도 다정하였던 그 음성 잊을수 있을까...>

 

3) "Male?" "It's an older driver's license." ("남자세요?" "옛날 면허증입니다")

<상상합니다. 트랜스 젠더, 성전환 수술로 여자가 되어버린 남자... 이제 행복할까요.>

 

4) Paramedics finished her text, "...love you." (응급의료팀은 그녀의 문자 메시지를 마저 끝냈다. "...널 사랑해")

<상상합니다. 응급실, 살리려고 애썼건만 죽어버린 사고자, 죽어가면서도 손에 꼭 쥐고 있는 전화기에는 미처 마치지 못한 문자..., 사랑한다는 문장을 마저 넣어주는 어느 착한 간호사의 마음씨...>

 

5) Goodbye, mission control. Thanks for trying. (안녕히 계세요. 관제센터 여러분. 애써 줘서 고마워요.)

<상상합니다. 비상착륙하던 비행기 실패하여 그예 폭발하여 버렸습니다. 폭발하기 직전 조종사의 마지막 교신...>

 

6) Brought roses home. Keys didn't fit. (장미를 집에 들고왔다. 열쇠가 맞지 않았다.)

<상상합니다. 반겨주던 그녀, 변심하였군요. 자물쇠를 바꿔 버렸네요.>

 

7) He bottle-feeds his wife's killer. (그는 아내를 죽인 살인자에게 젖병을 물렸다.)

<상상합니다. 아기를 낳다 죽어버린 아내, 눈물을 흘리면서 아기에게 젖병을 물리는 어느 젊은 아빠...>

 

8) Two wives, on e funeral, no tears. (아내가 둘, 장례식은 하나, 눈물은 없었다.)

<상상합니다. 전처의 장례식... 얼씨구나 맞아들인 젊고 이쁜 새 아내. 슬플 리가 없지요.>

 

9) Buried in a steel casket. Immortal. (강철 관(棺)에 묻혔다. 영원할 것이다.)

<상상합니다. 내용물은 진토되어도 그 포장물은 영원하리....>

 

10) She was lovely. Then things changed. (그녀는 사랑스러웠다. 그때 바뀌기 시작했다.)

<상상합니다. 사랑은 왜 늘 그 모양일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 순간 바뀌기 시작하는 그녀...>

 

11) Man cries holding his dog's leash. (그가 강아지 줄을 들고 운다.)

<상상합니다. 세상천지 가족 하나 없이.. 오로지 강아지 한마리 반려삼아 살아왔건만, 그 애도 가버리고...>

 

12) Cancer. on ly three months. Pregnant. (암. 딱 석 달. 임신 중.)

<상상합니다. 엄마 뱃속 아기는 몇 달이나 되었을까. 모쪼록 아기라도 무사하게 출산하고 나서...>

 

13) New start. New you. Not you. (새로운 출발, 새로운 당신. 당신은 아니야.)

<상상합니다. 오로지 먹고사니즘을 위하여 하기 시작한 역겹고 한심한 Job. 진짜배기 자아는 싫다고 도리질 하는데...>            

 

14) Soulmate's funeral. His wife cries. Bitch. (절친의 장례식. 그의 아내가 운다. 나쁜 년)

<상상합니다. 자신의 아내를 목숨껏 사랑하였던 친구, 바람피는 아내로 인한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해 버린 친구, 저 아내의 울음은 진짜배기일까요...>

 

좋은 휴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