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한창훈]]
<홍합> <쿠니의집> <나는여기가..><그악사..> <그여자..> <강물은..>
<홍합>
-한창훈 作-
***동우***
2013.05.13 05:24
한창훈(1963년생)의 장편소설 '홍합'(1998년 제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일곱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한창훈은 한 때 우리 책부족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었던 빼어난 작가.
무엇보다 이 소설은 재미가 넘칩니다.
해학적 문체의 구수한 입담, 전라도 사투리의 껄직한 매력.
소도시 하층민 삶의 모습이 아무런 꾸밈없이 날 것 그대로 싱싱합니다.
'홍합'은 여성성기를 상징한다지요?ㅎ
여성성의 건강한 생명력.
어여쁘면서도 애잔한.
소설적 재미 절대 보장하오니 함께 읽어요.
서민 한살이의 애환도 함께 느끼시면서.
(첫회와 마지막회 빼고는 댓글란은 잠급니다. 그냥 소설읽기 즐기시기를.)
***동우***
2013.05.20 05:44
부산에서는 홍합을 '담치'라고 하는데, 그 옛날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 목구멍에 털어넣고서 마시는 갯비린내 섞인 담치 국물.
감칠맛나는 그 비린내는 저자거리 삶, 날것의 리얼리즘이다.
홍합. 담치, 합자...
<“똑같은 합자로 태어나도 누구는 깨깟하게 포장되고 미국말 찍해서 외국나가고 누구는 낯바닥에 에이버시 한번 박아보기는 내비두고 땡볕에 땀내 난 거물도 못해 쉰내나 풍기고 있으니 참 내팔자도 여러 가지다 니미”>
<“참말로 아무리 봐도 똑같이 생겼네”>
<“어째 이 불쌍한 것을 이렇게 모지랍스럽게 쌂아분다냐. 얌전히 있는 것을 끄집어 올려, 패대기 쳐, 불로 쌂어, 빤스 벳겨, 아이고 불쌍한 거.”>
<“제미, 뭐 묵겄다고 쫙 벌리기는 아이고, 볼가진 공알하고는. 니미, 터럭도 드럽게도 많다.”>
<사람의 몸에는 부드러운 맨살도 있고 일에 혹독하게 달궈진 끝에 반들반들하게 닳은 굳은 살도 있듯이 사람들 중에도 교양으로 제 정신의 꽃을 피우는 부류와 이렇게 딱딱한 살로 차가운 바닥을 버텨내주는 부류가 있었다.>
<아름다운 것은 스스로 서 있는 자리에서 가능할 것이었다. 돌아볼 것도 없고 쫓아갈 것도 없었다 언제나 눈앞에 있었다>
삶의 자리 그 가운데 우뚝 서 있는 그 명확한 아름다운 것들을 껴안지 못한, 그것은 다름아닌 바로 나 자신의 비극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 어쩐단 말가. ㅎ
***고향***
2013.05.20 06:01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먼 나라에서 맛보는 고국의 맛.
올리시는 동우님의 수고에 늘 감사를 드립니다.
***동우***
2013.05.22 05:10
내게 '올리는 수고' 한조각 있다면,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고향님이 있어 그 수고는 기쁨이랍니다.
요즘 블벗님들 댁 나들이 뜨아하여, 고향님 댁의 시드니통신도 격조하였습니다만 곧 밀린 글들 섭렵하고자 합니다.
<쿠니의 집>
-한창훈 作-
***동우***
2015.12.04 04:57
daum 규제기간중 네이버에다 한창훈 작품 몇편 올린것, 베껴 옵니다.
***동우***
2015.11.04. 05:58
한창훈(1963 ~ )은 우리시대의 빼어난 작가입니다.
쿠니는 태고적 화산도의 능력을 입고 태어난 무당일까요.
쿠니의 집은 굿당이지 싶습니다.
넋두리의 집
무당은 슬프고 아픈 사람들의 넋두리를 들어주는 사람이라지요.
내 친구 황해도 만신 이해경은 화천에다 거창한 역사(役事)를 일으켜 굿당 '희방신당'을 차렸답니다.
그냥 들어준다는 것,
네게 아픈건 내게도 아프고 네가 슬픈건 나도 슬프다..
그냥 가만히 들어주다가 마주 넋두리를 나누다가 함께 부여잡고 울음을 터뜨린다는 것...
사랑이 그러하여 관계가 그리해야할테지요..
***진맘***
2015.11.04. 06:14
네이버에서도 여전한 동우님.
힘내십시오!
***동우***
2015.11.05. 23:58
늘 힘이 되어주시는 고마운 진맘님.
나는 여전합니다.
진맘님이 힘을 주시는데. 무어.
***eunbeekc***
2015.11.04. 09:20
낯선 땅에서 동우님을 뵈니
너무도 낯설어, 동우님 손 꼭 잡고
더듬더듬 걸어야 할 것 같은...
네이버에도 곧 익숙해 지겠지요.
몽땅 이리로 이사 올까요? 우리도?
꽃다발 한아름과, 따끈한 차 한 잔,
술술 잘 풀리는 두루마리 화장지 한 박스,
그리고 거품 잘 이는 향기로운 비누 한 상자 두고 갑니다.
동우님의 새 집!!
번창하라고, 이사 선물.
***동우***
2015.11.06. 00:00
낯선 땅.
좀 새롭네요, 은비님.
더듬더듬이라 하시면서 네이버에도 집을 꾸리셨다면서요?
주소 알려 주시우.
나도 한아름 꽃다발에 두루마리 화장지 말아 비누향 풍기며 방문하리니.
<나는 여기가 좋다>
-한창훈 作-
***동우***
2015.12.04 22:16
네이버에 올렸던 것 베껴옵니다.
***동우***
2015.11.05. 23:53
고향.
먹고사니즘으로 붙박이하여 살아 온 황량한 도회의 어느 변두리.
우리 적(난 1947년생)에 그런 곳도 충분한 고향터였는데, 지금 도로명 주소의 허황한 도시에 고향 어스름이나마 있을런지요.
한창훈의 고향, 바다 가운데 우뚝한 섬.
그처럼 날 것의 그 싱싱한 고향 냄새 없더라도 말입니다.
<"당신은 육지를 무서워하고 있소" 그 말에 발끈한 게 한순간에 발목 잡힌다. "여기서는 모두 잘났다고 추켜세워 주는디, 육지 가믄 그렇지를 못하니께, 그게 겁나서 못 가는 것 아니요?">
그럴겁니다.
고향이란 저마다 잘났다고 추켜세워주는 편편한 곳입니다.
스스로 잘난 곳이고 스스로 배부른 곳입니다.
한창훈은 인생이 허기질때 바다로 가라고 하는데 .
어디, 한창훈 자기만 바다가 있답디까?
나남없이 저마다 간직한 고향이 자산어보 그득한 바다이지요.
고향없이 바다만 있는 나만 빼고 말입지요. 흑
<그 악사의 연애사>
-한창훈 作-
***동우***
2015.12.04 22:25
네이버에 올린 것 옮깁니다.
***동우***
2015.11.07
한창훈에게서 거문도라는 섬을 빼앗아가면 소설가의 면모가 확 움츠러들것 같다.
<거문도(巨文島)는 고흥반도에서 남쪽으로 약 40km 떨어져 있는 여수시 삼산면 거문리에 있는 고도(古島, 83㎢), 동도(東島, 3.4㎢), 서도(西島, 7.77㎢)의 3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면적 12㎢, 해안선 길이 4.3km, 가구 331, 인구 730명(2010)이다. 주위에 소삼부도와 대삼부도가 있다. 고도(古島)만을 거문도라 부르기도 한다. 거문도라는 이름은 정여창(丁汝昌)이 섬 내에 학문에 능한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문장가들이 많다는 뜻인 '거문'으로 개칭하도록 건의하여 붙여졌다.-인터넷에서->
사방이 바다로 둘러쌓인 섬살이의 단조로움과 무료함.
퇴락한 악사와 소설가는 벗이 될수 밖에 없다.
고양이와 빅토르 최라는 개 한마리와 더불어.
그러나 사람살이는 시대살이가 옛과 달라서 작은 섬이라도 있을건 다 있다.
시름도 있고 즐거움도 있고 추억 속에 애련하게 잠겨있는 흘러간 사랑도 있다.
그리고 사랑의 추억에는 필경 노래가 있어야 한다.
노래처럼 직방적으루다 숨겨진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장르가 어디 있나.
이 소설을 읽고 유튜브에서 ‘이글스’와 ‘배호’와 '꽃다지'라는 노래를 찾아 들었다. (애창곡 잡설을 다시 지껄일꺼나.ㅎ)
옆길로.
배호의 노래를 들으면서 xx파의 유명한 깡패였던 군대시절 동기가 생각났다.
탈영전과가 찬란한 백x익 (육군교도소 복역하느라 나보다 제대는 한 2년 늦었을 것이다)
군대시절 거리에서 그 친구를 만나면 백바가지(군기순찰 헌병)가 먼저 '뒤로 돌아 갓' 했을 정도로 개고기였지만 그 친구의 순정적인 속살을 나는 좀 알고 있다. (어떤 여대생을 사모하는 그 친구의 연애편지를 내가 몇통이나 대필해 주었거든..ㅎ)
부대 내에서 아무도 건드릴수 없는 사나운 친구였지만 내게는 언제나 정다운 친구였다.
배호의 노래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함께 소주를 마실적 배호의 '누가 울어'를 부르면서 x익이 눈가에 맺혔던 눈물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백x익, 죽었는지 살았는지. (오래 전 紙面에서 언뜻 보았는데)
호텔 캘리포니아.
젊음과 쾌락을 향한 그리움을 세월과 늙음의 덧없음은 호텔 캘리포니아에 실어 절창한다.
박범신의 은교처럼.
<은교, 아, 한은교. 불멸의 내 젊은 신부이고 내 영원한 처녀이며 생애의 마지막에 홀연히 나타나 애처롭게 발밑을 밝혀 주었던 나의 등롱같은 누이여.>
나보코프의 롤리타처럼.
<롤리타, 내 삶의 빛이요.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건전한 아이들 속의 그 귀엽고 치명적인 악마, 그녀는 아무도 몰라보고 그녀 자신조차 환상적인 힘을 가졌는지 모르는 채 서 있는...아, 제발 나를 좀 혼자 있게 해다오. 내 이끼 낀 정원에, 내 사춘기의 공원에..제발 그들이 내 옆에서 영원히 놀게 해다오.., 절대 더 자라지 말고.. 아아, 내 뜨거운 솜털같은 연인아. 오, 신비함이여. 오, 고통스러움이여...>
죽음보다 황홀하고 인생보다 고통스러운 꿈이었다.
아, 그곳은 호텔 캘리포니아.
관능과 젊음.. 늙은이가 갇혀서 죽어야 할 호텔 캘리포니아...
저마다 사연 실린 유행가 가락 한소절 들으면서 추억도 감정도 좀 과잉이면 어떠랴. ㅎ
<그 여자의 연애사>
-한창훈 作-
***동우***
2015.12.04 22:32
네이버에 올린 것 옮겨 옵니다.
***동우***
2015.11.07
'그 여자의 연애사'
한창훈의 걸직한 입담으로 풀어놓는 한마당 가루지기.
남편과 마누라가 새벽 4시에 집대문 앞에서 마주쳤습니다.
여자는 바람을 피우고 귀가하는 것이었고, 남편 역시 필시 어디서 오입질을 하고 들어오는 중이었을 겁니다.
새벽녘 허랑한 저 가시버시의 에피소드, 정말 재미있습니다.
풍자와 해학이 넘치지만 어딘가 쓸쓸합니다.
그런데 꼭 섹스가 매개되고 정절이 전제되어야 부부인가요, 어디.ㅎ
한창훈의 장편소설 '홍합'이 생각납니다.
산골여자보다 갯가여자라고 더 헤플까요만 실로 화려한 '그 여자의 연애사'입니다.
문득 생각납니다.
'해무'라는 영화의 한장면.
고기잡이배 선장 김윤석이 집에 돌아옵니다.
대낮인데도 그때 한창 마누라는 젊은놈과 정사중이었습니다.
김윤석이 한마디 합니다.
"문이나 닫아 놓고 해라." (정확하게 이런 대사였는지 기억이 아리송하지만 여하튼 '또 이 짓이냐?'하는 심드렁한 포즈의... ㅎ)
<강물은 흘러 어디로 가는가>
-한창훈 作-
***동우***
2015.12.04 22:39
한창훈의 소설, 네이버에 올린 것 베껴옵니다.
***동우***
2015.11.08
강물은 흘러 어디로 가는가.
깊은 밤, 철로변 포장마차의 다섯사람.
아이엠에프로 하루하루 먹고사느라 망해 볼 시간도 없다는 포장마차 주인, 늘 공짜 국물안주로 달랑 소주 한병 비우는 지지리궁상 가방사내, 자기만 내버려두고 자식 데리고 아내는 친정으로 가버린 부도직전 학원의 부원장, 어쩌다 포장마차 안으로 끼어들어온 머리에 빨간물 들인 여자애와 노랑물 들인 사내애 한쌍...
부원장은 내일 세상이 망해 버렸으면 싶은가 봅니다.
세월이 더러우면 없는 놈들만 더 죽어나는데, 내일 세상이 망한다면 이제 내 편이 되어 주지 않는 마누라가 서운하고 얄미워 실컷 줘패주고 싶은 포장마차 주인.
이름하여 낭만을 그나마 생각하는 가방사내는 내일 세상이 망한다면 나무를 심고 싶다고 하다가도 보증금이나 적금을 깨서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실컷 돈을 써보고 싶다는.
그러나 내일 세상이 망할거라고 진짜로 믿을 사람 뉘 있을라구요.
이 시대 한살이의 고달픔, 이 노무 세상 내일 팍 망해버려라하고 떄로 씨부려 대는 상투적인 한숨..
강물은 흘러 어디로 가는가.
1960년대 거리의 포장마차.
카바이트 불빛 아래 옹기종기 술한잔과 참새구이를 씹으면서 나누던 대화를 기억하십니까?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십니까?"하던.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기차가 또 지나갑니다. 저것들은 끊임없이 지나갑니다. 가고 오는 것을 더하고 빼보면 영(0)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포장마차의 자리에서 보면 끊임없이 가고 오는 것과 어디에도 안 가고 가만히 있는 것과 같은 것이 됩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 따우 철학적 사변은 복합모순의 피곤으로 펄떡이는 생활인의 삶 속에 하등 진지할 바 없습니다.
강물이 어디로부터 시원(始原)하는지 그도 아득한데, 강물은 흘러 어디로 가는지 그 궁극을 뉘 알겠습니까.
깊은 산 어딘가 옹달샘에서 발원(發源)한 물들이 모여 강물을 이루어 흐르다가 이윽고 바다로 가 짠물이 되었다 수증기가 되어 다시 빗물로 지상에 내려오는 자연의 순환...
우리 한살이를 은유한다면 우리가 강물일적의 어느 한자락 딱 거기까지..
-독서 리뷰-
[[한창훈]]
<해는뜨고..> <우리이모가..> <섬,바다가...> <변태> <춘희> <바다도가끔은섬의...>
<해는 뜨고 해는 지고>
-한창훈 作-
***동우***
2015.12.04 22:43
네이버에 올린 소설, 옮겨옵니다.
***동우***
2015.11.09
sunrise sunset..
해는 뜨고 해는 지고..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 가네..
유태인 디아스포라, 우크라이나의 가난한 낙농업자 테비에는 삶의 애환과 세월의 무상함을 노래 합니다.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
그 뮤지컬넘버를 들을때마다 나의 늙어 연연(軟娟)한 센티멘탈리즘은 촉촉한 애상(哀想)으로 젖습니다.
그러나 한창훈의 '해는 뜨고 해는 지고'을 읽고서는 몹시 입맛이 씁쓸해지는 기분입니다그려.
섬마을 세태의 허망하고 신산(辛酸)한 현실
뜨는 해는 무엇인가요.
섬마을까지 밀려들어와 창궐하는 멈모니즘 헤도니즘으로 인한 거대한 변화의 물결.
그러니까 지는 해는 파괴되는 인간관계라던가 해체되는 가족공동체랄까요.
이를테면 올곧고 건강한 바다의 생명력같은..
작가의 슬픔이 만져집니다.
걸찍한 입심, 풍자섞인 가락으로 들려주고 있습니다만.
***벌침이야기 저자***
2016.01.06 12:10
수요일입니다. 기온이 조금 내려가서 쌀쌀한 느낌이 듭니다.
소중한 자료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동우***
2016.01.07 04:37
일어주셔 고맙습니다.
<우리 이모가 보면 안 되는 콩트>
-한창훈 作-
***동우***
2015.12.04 22:47
네이버의 것 옮깁니다
***동우***
2015.11.11
한창훈의 가벼운 수필 한편.
'우리 이모가 보면 안 되는 콩트'
생존과 생활에 대한 적극성과 강인함, 저 억척스럽고 바지런한 섬 여인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함께 물질(潛水)하는 이모와 생질, 그리고 전복 썰어 안주하여 나누는 소주잔, 저 훈훈한 관계의 모습이 정답습니다.
딸아이 죽 끓여주려고 바지춤에 집어넣은 아버지, 저 한마리의 전복이 이쁩니다.
이모에게 숨긴 그걸 죄스러워하는 저 마음이 참 반듯합니다.
무엇보다 목너메 바다, 물속과 물밖의 저 풍광이 아름답습니다.
아, 그리고 아픕니다.
그것들- 내 生에는 없었던 것들. 없는 것들. 필경 없을 것들인지라.
<섬 ,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
-한창훈 作-
***동우***
2015.12.04 22:50
네이버의 것 옮겨옵니다.
***동우***
2015.11.10
서로 다가갈수없는 실존.
어떤 시인은 우리는 모두 섬이라고 하였지요.
그러나 한창훈은 바다가 아름다운 것은 섬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바다에 바다만 가득하면 그것은 허무입니다.
바다도 가끔은 섬의 그림자를 들여다 보아 자신의 허무를 위무합니다.
더욱이 작가는 섬이 고향인 사람.
세파의 허무로부터.. 청춘의 피폐와 외로움에 지쳤을 때 본능적으로 찾았던 곳. 그의 환상의 장소이고 자의식의 본향인데 오죽 하리까.
한창훈의 장편, 자전적 기록인 '바다도 가끔은 섬의 그림자를 들여다본다'.
바다와 섬에 대하여 지식과 생각을 깊이 하리다.
일독을 권합니다.
<변태/자전소설>
-한창훈 作-
***동우***
2015.12.04 22:56
네이버의 것 옮깁니다.
***동우***
2015.11.12
변태(變態)는 본시 어브노멀한게 아니다.
애벌레가 성충(成蟲)이 되는 과정, 그건 섭리상 지극한 정태(正態)의 과정이다.
사회면에 부정적으로 회자(膾炙)되는 변태.. 어휘를 바꿔라.
십대 후반 즈음, 누구나 변태를 겪는다.
10대 후반의 한창훈은 어쩌다 80년 광주의 현장에 있었나 보다.
<눈에 거슬리는 것은 모두 죽여버리고 싶고 그게 마음대로 안 될 때는 스스로가 죽어버리고 싶은 때가 바로 아름답다는 십대였다.>
죽여버리고 싶은 호랑이와 곰들과 여우들, 스스로가 죽어버리고 싶은 그 암캐나 뱀을 나도 안다.
소년의 안과 그리고 밖으로 부터 휘몰아 닥치는 그 궁박(窮迫), 나도 알만 하다.
내게도 중2때, 중동중학 견지동으로부터 정능 집까지의 4.19적 기억이 있었다.
그때 내몸의 거웃은 성글고 내 정신은 설익어 미처 의식은 따라가지 못했을지라도 나도 그 시절 무언가 그토록 궁박하였다.
시대고 지랄이고 아랑곳 없이 다만 사적의식을 떠도느라.
딴에는 고통스러운. ㅎ
<춘희>
-한창훈 作-
***동우***
2015.12.04 23:00
네이버에서 옮겨옵니다.
***동우***
2015.11.12
망백(望百)을 축하하는 잔칫상 앞에서 꼴까닥 죽어버린 연춘노인.
엄마 닮아 몸이 단단하고 살집이 좋은, 남자가 좋아하는 몸을 가진 춘희는 죽은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머니. 사람이 비누랑 똑같어, 쏜살같어. 죽은 어머니. 죽어버린 어머니. 뼈마디 도드라진 팔목을 쓸면서 했던 말(言)만 남은 어머니. 비누랑 똑같았던, 비누의 일생을 산 어머니...>
비누랑 똑같어...
늙어갈수록 나도 느낍니다.
포장지를 벗겨 손아귀에 그득하게 잡히는 비누의 볼륨감은 시간따라 마모될수록 쏜살같이 쫄아듭니다.
우리 몸이 그러하듯..
필경 죽고사는 것은 우리 몸 스스로에 있습니다.
생자필멸(生者必滅)이고 회자정리(會者定離)일지라..
그렇지만 우리 저와같은 모둠살이, 곁정(?隣情)으로 상실의 슬픔 버무려 살아지는게지요.
갈수록 그 곁정의 대기 희박하여 나는 헐떡이지만..
한창훈에게서는 어딘지 모르게 이문구의 체취가 느껴집니다.
<바다도 가끔은 섬의 그림자를 들여다본다>
-한창훈 作-
***동우***
2019.03.15 06:49
장단편 여럿을 리딩북에 올린바 있는 작가 '한창훈 (1963~ )'
1999년에 출간한 '바다도 가끔은 섬의 그림자를 들여다본다'
작가는 후기에서 "이 글은 소설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소설이 아닌 것도 아니다'라고 합니다.
작가가 이르기를, 산문소설(散文小說)이라고 하던가요.
작가가 열 살 때까지 살았던 고향, 남도의 섬 거문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대략 예닐곱번 쯤으로 나누어 올리겠습니다.
함께 읽어요.
***동우***
2019.03.16 07:23
인터넷에서 업어 온 '책소개'
++++
<한창훈, 바다도 가끔은 섬의 그림자를 들여다 본다 (서울:실천문학, 1999)>
이 책은 1999년에 나온 한창훈의 산문소설이다. 그는 이 책 후기에서 "이 글은 소설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소설이 아닌 것도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산문소설이란 장르를 정확히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소설도 아닌 게 참 소설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책 내용은 작가가 열 살 때까지 산, 거문도라는 섬 이야기, 정확히 말하면 거문도라는 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가는 섬 이야기를 참 아끼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후기에 실린 작가의 말을 잠시 빌려본다.
"섬을 오래도록 그리워하며 지냈지만 그렇다고 나는 고향찬미자나 귀향주의자는 아니다. 섬을 그리워하는 것은 그 안에 눈물겨운 삶이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보았던, 광활한 바다와 싸우다 사라져버린 이들과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삶의 끈을 한시도 늘어뜨리지 않던, 사투로써 광휘를 발한, 내 어머니의 가족을 포함한, 섬의 주민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빚을 덜었다는 생각이 조금 들면 좋으련만, 미안하고 씁쓸하기까지하다(하지만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버텨야 될 것 중의 으뜸이 쓸쓸함 아니겠는가).
누구 말대로, 삶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나그네는 다시 섬으로 들어간다',
'가난한 어머니의 젖, 섬', '섬의 에로티시즘', '서도기행', '동도기행', 총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각 큰 제목에 걸맞는 섬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특히 거문도 특유의 음식 이야기들이 맛갈스럽게 묘사되어 있어 읽는 사람들의 군침을 돌게 만든다. 그 외에도 역사적 사건, 잡부들 이야기 등 다채로운 섬 이야기들이 있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에도 충분하다. 아울러 이 책 곳곳에 실린 거문도 사진들을 보면 이 섬이 얼마나 아름다운 섬인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내가 무척이나 아끼는 것, 작가 한창훈의 바다, 섬 이야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은 사실 나 역시도 섬 놈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소재가 된 거문도라는 섬이 바로 그곳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려지는 그림들과, 떠오르는 추억이 가슴 한켠에 아련한 그리움을 부풀게 하기도 했다. 그리고 등장 인물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는 사람이었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분들은 지금도 그렇게 살고 계시구나' 하며......
작가도 마찬가지겠지만, 나 역시도 이 글을 읽으면서 단순히 주변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건 삶이라는 아주 구체적인 현실이다. 섬은 마냥 바다 위에 떠있는 낭만과, 환상적인 아름다움의 결정체가 아니다. 섬은 삶의 터전이고, 삶의 애환이 실려 있는 역사고, 그렇게 현재진행형으로 흘러가고 있는 생존 공간인 것이다.
섬이란 곳의 진실된 모습을 알고 싶은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동우***
2019.03.18 06:22
나 또한 날마다 바다를 보며 살고있는 사람.
바다의 표정이 수만이고 바다의 빛갈이 수천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창훈의 저 건강한 리얼리즘이 나의 바다에는 결여되어 있습니다.
나의 바다는 다분히 관념의 바다입니다.
바다의 歷程은 여토록 내게 피상일뿐더러, 바다 속살의 맛을 내 입맛의 내공은 저와 같은 경지에 이르기에 어림없습니다.
바다 곁에 있으면서... 이 낫살 먹도록까지.
한창훈의 바다가 부러웁고 한창훈의 바다에 부끄럽습니다.
***동우***
2019.03.19 07:03
무한한 우주, 그리고 지구라는 작은 별의 70%를 채우고 있는 바다.
그런데 우주를 아는만큼 以上으로 우리는 바다를 알고 있는걸까.
바다는 생명의 시원(始原), 무릇 목숨들의 아득한 고향이라는데.
10,000m가 넘는 깊이의 해구(海溝), 거기 잠겨 숨쉬는.
Nostalgia...
영혼이 간직한 전설.
<바닷가에서>
-오세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막막하고 어둡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동우***
2019.03.21 05:52
은빛으로 파닥거리는 멸치떼.
무수한 개별(個別)의 무도(舞蹈)는 군집(群集)의 찬란함.
바람에 널어말려 머리를 떼면 흑연같은 개별(個別)의 속것이 딸려 나옵니다.
곤곤해진 멸치. 건건한 안주거리.
저걸 덮치려고 고래까지 아가리를 활짝 벌리는데.
내가 좋아하는 詩 한수.
++++
김명인(1946~ )의 '멸치처럼'
<멸치처럼>
-김명인-
멸치 가게 여자가 박스를 열어
몇 묶음째 상품을 보여준다
몸과 몸을 흩어 한 무리임을 확인시키지만
군집을 모르는 손님에겐 못 가본 바다 같다
멸치는 팔려서라도 돌아갈 물길이 없다
있다 해도 짓뭉개진 뒤에야 놓여날
그물망, 어제까지 안 그랬다고 여자가 말했다
은빛 파도에 떠밀려 파닥거리는 멸치를
채반째 데쳐 비늘이 생생하도록 바람에 널었으니
그물을 싣고 항구를 들락거리는 건 배의 사정,
장마 탓이지만 마침 그때 일이 떠올랐을 뿐
머리를 떼면 흑연 같은 속셈이 딸려 나와
멸치는 곤곤해진다. 그러니 안주로 부른들 뭐 하랴
촘촘하게 엮인 투망을 덮어쓰는 절기에도
물기 다 거둔 멸치는 건건하다
비쩍 마른 여자가 삐꺽거리는 좌판에서 돌아선다
한 번도 제 영역을 지켜낸 적 없는, 멸치
저걸 덮치려고 고래까지 아가리를 활짝 벌린다
++++
***동우***
2019.03.22 05:13
한창훈은 고향 거문도를 떠나 도회의 변두리를 떠돌면서, 늦깎이 작가로 데뷔하기까지 벼라별 직업을 전전하였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의 문학이 어둡지는 않습니다.
(이 글을 읽고보니) 그의 가슴 속에는 늘 출렁거리는 바다가 있었던 까닭이었음직 합니다.
구성력, 개성적인 캐릭터, 섬세한 문체...
그의 작품에는 소도시 따라지들의 삶이 진솔하고 해학적으로, 구수하고 질펀하게 그려져 있지요.
1963년생이니 나보다 한참이나 연배가 아래지만, 삶을 껴안는 품은 나보다 한뼘은 족히 넉넉합니다.
'바다도 가끔은 섬의 그림자를 들여다본다'
한창훈이 오랫동안 가슴 속에 묻고 살아왔을 고향 거문도의 섬사람들 이야기.
도시의 달동네, 따라지 삶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도회의 병든 음습함이 이 글에는 호리도 비치지 아니합니다.
지자요수 인자요산 (知者樂水 仁者樂山)이라 하였는데 그 속 뜻이 무엔지 모르겠거니와.
나름 느끼건대... 바다는 산보다 정직하고 건강합니다.
바다는 보다 직유적인지라 산처럼 요사를 떨지 않습니다. (山에게 미안. ㅎㅎ)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로... 저리도 너른 바다가, 도무지 끝간 데를 알 수 없이 너른 바다가 똑같이 잔잔했다. 중뿔나게 대가리를 밀고 올라오는 놈도 없고 아이고 무서워라, 혼자 겁먹고 바닥으로 꺼지는 놈도 없었다. 저러다가 일어서면 약속이나 한 듯 우르르 한 치 착 오도 없이, 설치는 놈 없으니 당연히 뒤떨어진 무녀리도 없이 들고일어나 우당탕탕 치솟았다. 휘웅휘웅 바람이 불면 제각기 모가지가 꺾였다. 꺾이다가 와르르 서로 한몸이 되어 집채만한 너울이 되고 그렇게 폭풍의 밤을 보내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수면 아래로 내려가 숨을 죽이는 바다. 저리도 너른 것이 저리도 평평했다...>
그리 평평한 바다도 복잡한 인간사 세상사를 들여다보고 한숨 짓고 웃음짓습니다그려.
그리하여 거문도는 작가 한창훈의 건강 긍정 정력 용기의 원천이 되었을테지요. (자못 센티멘탈하기도 하였지만.)
얼마전 TV 다큐멘터리, (본문에도 나오는) 쑥 재배 판매 사업으로 거문도는 부자 섬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봄이 가장 먼저 오는 거문도의 쑥은 上品중 上品이라지요.
지금쯤 그 섬에서는 쑥 채취가 한창이겠군요.
거문도, 죽기 전 한번 가볼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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