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투르게네프 1,2 이반 부닌 1. 쁠라또노프 1. (1,4,3,3,1)

카지모도 2019. 12. 28. 09:31
728x90

 

-독서 리뷰

 

[[투르게네프]]

<밀회> <살아있는 송장>

 

 

<밀회>

-투르게네프 -

 

***eunbee***

2013.03.24 13:11

 

가여운 아쿨리나.

못되고 미련한 빅토르.

아름다운 ''

 

빅토르 씨거짓으로라도 가여운 아가씨에게

그녀가 듣고파하는 말 한마디 조차 하고 싶지도 않았소?ㅎㅎㅎ

 

***동우***  

2013.03.25 04:18

 

다자이 오사무가 좋아하였던 투르게네프(1818-1883).

 

빅토르라는 속물도회의 언저리에서 세련과 교양을 잠시 맛본 자본가의 쫄개 따위 꼬라지에 감히...

작가가 묘사한 자연의 풍광과 계절의 아름다움 속에 녹아있는 저 어여쁘고 건강한 시골 처녀 아쿨리나.

그 어여쁨에 저 역겨운 으스댐이라니.

 

나는 은비님어여쁜 여자가 형편없는 속물따위에게 속절없이 넘어가는 그런 상황을 보면 정말 화가 납니다.

여자가 아까워 죽겠습니다.

 

남성의 어떤 성적인 매력이거나또는 세류적(世流的-치장이나 매너등 세련됨 같은매력에 빠지는 여성들.

남자의 체취이거나 그 놈의 옥시토신 (남자에게 안기고 싶게 하는 일종의 호르몬이라는..). 

그로 인하여 불행한 삶을 사는 부지기수의 여성 제위가 엄존하는데도당장의 사랑(이라는 감정)에 눈이 멀어서 말입니다.

 

설명이 불가능한 "사랑"이라는 것에 나중 설명이 가능한 '증오'가 잉태되지요. <글로리아 네일러(블루스터프레이스의 여인들의 작가)가 이런 멋진 말을 하였어요.>

저 옥시톡신이 불러 일으키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속지 말라여인들이여.

 

들려 주어요.

은비님 사랑하는 은비아씨에게 내 사랑하는 비니미니에게도.

 

***eunbee***  

2013.03.26 20:30

 

'눈 뜨고도 허방짚는 것이 인생'이라잖던가요.

하물며 콩깍지가 겹겹이 눈을 가리는 사랑에서랴..

사랑도 제눈,제팔자인것을,좋은 사람이 인연에 닿기를

기도할 뿐이지요.

이 나이에도 옥석이 가려지던가요.

사랑하는 감정이 타이름이나 가르침으로 될까요.

그냥 사랑할만큼 사랑하게 두세요.

유치하고 눈머는게 사랑 아니던가요.ㅠㅠ

 

***동우***  

2013.03.27 05:28

 

눈 뜨고도 허방짚는 것이 인생하물며 콩깍지가 겹겹이 눈을 가리는 사랑임에.. 하하옳으신 말씀.

남녀의 사랑.

옥시톡신의 작용이 없다면 그거야말로 정략이거나 서걱거리는 타산뿐거게에 무신 저 <사랑>이라는 그 달콤함 그 설레임 있겠어요?

그렇지만 <사랑>이라고 착각하게 하는 놈도 바로 그 옥시톡신의 작용일거에요.

이성의 용모와 육체적 매혹성은 암컷이나 숫컷이나 매일반.. 조물주의 섭리이지만.

또한 말솜씨와 매너와 옷차림등의 매혹성 역시 암컷과 숫컷이나 매일반.. 문화의 섭리이지만.

좀 알고나면 들여다볼수 있는 추악한 위선과 허영과 개같은 성품같은... 거기에 맹목이 되게 만드는 그 매혹성이 문제이지요.

특히 여성제위께서 그러한 경향 농후한듯... 

그의 사람이 되고 난 연후 후회해도 버스는 지나가 버리고.

그러니 찰나의 옥시톡신 작용에 속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건 사랑으로 위장한 마약과 같은 것.

 

하하이 나이되니 나는 옥석이 가려지던데요.

은비님을 비롯한 나의 블친들 옥아닌 사람 어디 있나요?

이건 진심이라오.

 

***eunbee***  

2013.03.27 06:52

 

옥석을 가려낼 눈이 내게 있는가 확인하기 위해 늘 추상적으로 앓고 있던 그 '사랑'이란 걸 한번 실전으로 해봐야 겠네요.

이제라도....ㅎㅎㅎ

항상 꿈속에서 하다보니...하하핫

 

그런데.... 이나라에선 말이 통해야 말이지에라잇그만두자어려운가 보다진짜 사랑은.ㅋㅋ

 

***teapot***  

2013.03.26 10:19

 

정신 바짝 차려서 옥시토신이 작용하지 못하게 해야겠군요

이 작가는 묘사를 참 세밀하게 잘 합니다.

제가 마치 숲속에 앉아있는 것 같은걸요

 

***동우***  

2013.03.27 05:32

 

티팟님은 소설의 분위기까지 읽는 분.

투르게네프의 숲의 묘사..

그리고 시골처녀 아쿨리나.

거기 대비되어 더욱 추악하고 던적스러운 도시촌놈 빅토르..

하하티팟님.

위 댓글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옥시톡신의 작용이 없으면 무신 연애재미..

다만 맹목적으로 옥시톡신에 매몰되는 자아를 주의하자는 것...

그건 사랑이 아니랍니다그냥 달콤하기만 한 당의정이지.. 

 

 

<살아있는 송장>

-투르게네프 -

 

***동우***  

2013.07.30 05:17

 

이반 투르게네프(1818-1883), 그의 소설 속에서는 늘 아름다운 러시아의 전원(田園)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음악을 즐기고 사랑을 구가하면서 쾌활하고 기쁘게 인생의 절정을 누리던 아름다운 루케리아.

어느 날 한 밤중의 꾀꼬리 노래 소리에 취하여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전신마비..침대 곁 물병을 들수있을 만큼의 팔동작만 허여(許與)된 그녀의 몸뚱이.

사랑하는 남편을 다른 여자에게 떠나 보내고시골의 한칸 오두막 침대에 홀로 붙박힌채 7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있는 송장'이 되어 버린 그녀.

가끔 들러 시중 들어주는 고아소녀 이외에 그녀에게는 책도 스마트폰도 엠피쓰리도 있을리 없다.

청각과 후각으로 느껴지는 오두막 밖 자연과의 교감만이 유일한 삶의 낙이다.

<"저는 사물을 생각하지 않으려고더욱이 지나간 일을 생각해 내지 않으려고 애 써 왔으니까요그래서 시간은 아주 빨리 흘러갑니다.">

 

긍정과 감사.. 그리고 마태복음의 산상수훈적인 꿈과...

살아있는 송장이로되 그녀는 성녀처럼 살고 있었다.

순간의 고통을 하나의 신념으로 이겨 낸 삶도 가치가 있을진대고통과 시간이라는 두가지에 적에 대하여 승리하는 삶이 아름답지 않을수 없다.

 

고통에 부숴지지 않고 시간에 파괴 당하지 않는 맑은 영혼.

순간의 고통에도 끙끙 앓아대고잠시의 고난에도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 쉬는 내 것과는 영혼의 격이 다르다.

저 영혼이 구원받지 못한다면 하나님은 엉터리다.

루케리아야말로 신께서 예정하신하나님으로 부터 선택되어 진 영혼이어야 한다.

 

루케리아의 저 '사랑'이야말로 하나님이 주신 것이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참고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자랑도 교만도 아니하며 사랑은 무례히 행치않고 자기의 유익을 구치않고 사랑은 성내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네 사랑은 모든것 감싸주고 바라고 믿고 참아내며 사랑은 영원토록 변함없네>

 

요즘 내 생각을 난만케 하는 '예정신앙'이라는 명제.

어떤 오의(奧義)를 느낀다.

 

***eunbee***  

2013.08.01 01:58

 

가엾은 루케리아그녀의 코앞에 벌어질 앞날이 걱정스러워 가슴 조이며 읽어내려 갔지요.

어제도 읽고,오늘도 읽고...난 루케리아에게서 이상한 동류의식을 잠시 가졌었지요아주 잠시요.

후반부 종교이야기가 나오자 내 가슴 속 맥이 쭉 빠지는 소리.ㅋㅋ

처음부터 한참은 눈물 글썽이며 읽어내려 갔어요루케리아의 처지가 너무도 가엾기도 하고

자연을 그리는 투르게네프의 시선도 아름답고 해서.

그녀의 담대함과 생을 마주하는 정신이 감동이었습니다그러다가 도련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나의 상상은 김빠지면서... 하하핫

종교무서운 무언가가 있어요비신론자?의 용감한 발언입니다.

그러나 나도 성당에서 영세도 받았고사찰에서 계도 받았답니다종교잘 믿어야한다는 생각 늘 하지요.

그냥 내 생각이니 마음에 넣지는 마세요이 이상스런 나의 종교관을...

 

부산은 덥나요?

여긴 다시 시원모드예요.

내일은 기온이 사뭇 올라간다는데그래봤자예요ㅎㅎㅎ

이제 저녁 산책 나가려구요동우님은 코단꿈 꾸세요.

 

***동우***  

2013.08.01 06:46

 

가엾은 루케리아...

(이상한?) 동류의식으로 연민하다가 이야기가 다소 진지한 종교적 분위기로 돌입하자 돌연 맥이 빠져 버리시는 은비님.

 

확언컨대 은비님이 어떤 종교에 열혈신도로 침잠하심은 기질적으로 절대 불가하신줄로 사료되옵니다하하하

 

스스로 이상스런 종교관이라고 하시는데그런 정서가 일반적 신앙인의 모습일겝니다.

조직신학적인 도그마에 철저한 율법주의라던가신비주의적 광신은 아니더라도.. 보통 신자들은 대체적으로 그 종교가 표상하고 연출하는 정서적이고 감성적인 측면 또는 어떤 커무니케이션의 세상살이의 안돈됨이라는 측면에서 신앙하는 부분이 적지 않을거라는 내 생각입니다만ㅎㅎㅎ

 

나 또한 별수 없을터이나 이런 얘기들.

은비님과 더불어 깊이를 더하고 싶습니다만...이만

 

그나저나 은비님.

가장 긴 장마라던데정말 웃기는 한반도 가상입니다.

부산에 이토록 인색한 빗줄기라니.

정말 부산에는 장마라는 말이 무색하기 짝이 없는 나날이었답니다.

 

35도 어쩌구 하시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시원모드라..파리의 날씨 변덕도ㅎㅎㅎ

오늘 나만 빼고 식구 모두들 제주행입니다.

일 약속을 빙자하여 할비는 자유를 만끽할 터이지요

 

 

 

-독서 리뷰

  

[[투르게네프]]

<사랑의 개가> <첫사랑

 

 

<사랑의 개가>

-투르게네프 -

 

***동우***  

2014.10.20 04:27

 

투르게네프(1818~1883)가 이런 소설도 썼군요.

집요한 사랑에 대한 얘기같기도 하고.. 신비하고 으스스합니다.

 

이태리 페르리라에서 사랑에 패배하여 떠난 무츠이는 동방(東方)의 마법을 익혀 돌아옵니다.

신비한 동방의 비술(秘術)로 잃었던 사랑을 쟁취하려 하는 걸까요만무츠이는 무언가에 홀려있는 좀비같습니다.

 

'사랑의 개가(凱歌)'라면 사랑의 승리를 기뻐하는 노래절륜한 동방의 음률이 서양의 '성녀 체치리아'의 초상에 겹쳐집니다.

카톨릭의 밝음 속에서도 몽환의 미신적인 어둠 속에서도그 정념(情念)의 오르가즘이란 동일한 것이라는 은유일까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루크레츠이 보르지아'.

바로 '로드리고 보르지아'(훗날 교황 알렉산드로 6)의 절색 딸인 그 '루크테리아 보르지아'일테지요.

역사 속 얘기꺼리가 그토록이나 많았던.

'빅토르 위고'는 보르지아 가문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였다지요.

"이 곳이야 말로 타기해야 할 집안음란의 집배반의 집모살의 집간통의 집불륜의 집열거할 수 없는 모든 죄악의 집"이라고.

 

그런 주제에서양을 (개화한 밝음)으로 동방을 (미개한 어둠)으로 묘사한듯하여 그 오리엔탈리즘의 색채가 좀 불쾌합니다

 

  

<첫사랑>

-투르게네프 -

 

***동우***

2016.11.02 11:09

 

톨스토이토스토예프스키와 함께 러시아 3 문호로 회자되는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Ivan Sergeyevich Turgenev, 1818~1883).

 

첫사랑.

세월 흘러 이제 '첫사랑'은 어떤 색감으로 남아있으신지요?

 

너무도 오랜 옛 기억 속말랑말랑하고 두근두근하고 아릿한...

나이브한 멜로... 일반화된 클리셰로 남아있기 십상이지요.

 

그러나 투르게네프가 들려주는 첫사랑 이야기를 들어 보십시오.

 

속절없이 사랑에 빠진 남녀.

그 치명성(致命性)

남녀를 막론하고 상대는 팜므파탈이고 옴므파탈입니다ㅎㅎ

 

투르게네프의 중편소설 '첫사랑.

다섯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동우***

2016.11.03 06:55

 

다소 천박해 보이는 공작부인과는 달리 아름답고 이지적이며 남자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도도한 딸지나이다.

 

열여섯 소년 볼라데마르(블라디미르..?)는 사랑에 빠져 버렸습니다.

전혀 새로운 감정감미롭고 고통스러운마술에 걸린 것 처럼.

 

지나이다.

 

"나는 내가 높은 위치에 서서 내려다보아야 하는 그런 남자는 사랑할 수 없으니까요나를 꼼짝하지 못하게 정복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야 하거든요그렇지만 그런 사람과는 맞닥뜨릴것 같지는 않으니 다행이라고나 할까요난 누구의 손아귀에도 잡히지 않을 거예요절대로!"

 

이 대사에 복선이 있음직.. 

 

'어쩌면 좋은가그녀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

 

내일 또..

 

***동우***

2016.11.06 04:49

 

<아버지는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지만 그래도 무관심한 편이었고어머니는 내가 외아들이었는데도 나에 대해서는 관심이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블라디미르 (프랑스식 발음 볼라데마르)의 부모.

10살이나 나이가 많은 돈 많은 어머니와 정략적으로 결혼한 젊고 매력적인 아버지. (작가 트루게네프의 부모가 그러했답니다.)

 

<나의 어머니는 슬픔 속에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다시 말해서 언제나 흥분하든가질투를 일으키든가화를 내고 있었다물론 아버지 앞에서는 그런 티를 내지 못했다어머니는 몹시 아버지를 두려워하였고한편 아버지는 엄격하고 냉정하여 언제나 거리감 있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나는 그토록 침착하고 자신있고 자기 힘을 믿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스물한살 지나이다에게 속절없이 빠져든 열여섯 짜리 소년.

풋풋하지만 것잡을수 없이 불타오르는 첫사랑의 열정.

 

<마치 아침 노을이 물들었을 때종루 주위를 나는 제비 떼처럼공상은 언제나 같은 환상의 주위를 빠른 속도로 맴돌면서 장난치는 것이었다나는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슬픔에 젖기도 하며어떤 때는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때로는 노래하는 듯한 시의 구절이며황혼의 아름다움에 휩쓸려 나오는 그러한 눈물과 우수를 통하여 용솟음치는 삶과 젊음의 기쁜 감정이 마치 봄의 풀처럼 파릇파릇 싹트기도 하였다지금 생각해 보니여자의 모습이라든가 여자의 사랑이라든가 하는 환영은그 즈음 나의 머릿속에 뚜렷한 윤곽으로 떠오른 적이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내가 느끼는 모든 것에는 무엇인지 모를 새롭고 말할 수 없이 감미로운 여자에 대한 예감... 알 듯 모를 듯하면서도 수줍은 예감이 숨어 있었다.이러한 예감이러한 기대는 내 온몸에 스며들었다나는 그것을 호흡했다그 감정은 피 한 방울 한 방울에까지 스며들어나의 모든 혈관을 줄달음질쳤다.>

 

그야말로 퀸카인 지나이다는 카르멘이 연상되는 팜므파탈.

 

<"난 애정이라는 걸 모르는 몹쓸 여자예요본디 배우의 소질을 타고난 여자니까요좋아요그럼손을 내놓으세요내가 바늘로 찔러 드릴 테니당신은 이 젊은 사람에게 부끄럽다고 생각하겠지요그리고 아프겠지요그래도 당신은 성실한 양반이니까 아마 웃으실 거예요.">

 

그녀의 뜨거운 정열을 채워줄수 있었던 사람은 바로 블라디미르의 아버지.

지나이다는 자신의 연인을 닮은 아들 블라디미르에게서 충동적으로 그 대상을 확인하려 하고그 행위에 소년은 황홀해 합니다.

 

어느날 블라디미르는 목격합니다.

지나이다를 말채찍으로 내려치는 아버지

그리고 자신의 손에 난 그 채찍자국에 입을 맞추는 지나이다.

 

<그러나 나는 곧 이렇게 느꼈다. -앞으로 내가 얼마를 더 살더라도 지나이다의 그 몸짓그 눈매그 미소를 언제까지나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그녀의 모습 - 뜻밖에 내 눈에 비쳐진 그 새로운 모습은 영원히 내 기억속에 새겨진 것이다나는 하염없이 강물을 바라보며 눈물이 줄줄 흘러 내리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그 여자가 매를 맞다니... 하고 나는 생각했다매를 맞다니... 매를 맞다니...>

 

저 관능적이면서 절망적인 색채의 파토스.

그 심연을 열여섯 소년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엄청난존재론적 충격이었을겁니다.

 

<"그것이 사랑인가 보다." 이미 공책과 교과서들이 놓여진 책상 앞에 앉으면서 그날 밤 나는 또 이런 말을 중얼거렸다. "그것이 정욕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한테라도... 비록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한테라도 그렇게 얻어맞으면 분개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그러나 사랑에 빠지면 그럴 수도 있을 거야그런데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을 하였던가..." 이 한 달 동안은 나의 정신을 여간 성숙케 한 것이 아니었다그리고 나의 사랑이나거기에 따르는 온갖 번민과 고통도 내가 이제야 겨우 상상할 수 있게 된 미지의 그 무엇인가에 비한다면 어쩐지 아주 조그맣고 어린애 장난같은 것으로 여겨졌다그 무엇이란 마치 사람이 어슴푸레 한 어둠 속에서 분간해 내려고 헛되어 애쓰는미지의아름다우면서도 한편 무시무시한 얼굴처럼 내 마음을 위협하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내 아들아여자의 사랑을 두려워하라그 행복그 독을 두려워하라...>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지나이다의 죽음.

 

첫사랑의 환영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첫사랑의 환영을 오직 한가닥 한숨과 권태로운 감각만으로 간신히 더듬는 주제에 내가 과연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기대할 수 있었으랴얼마나 풍성한 미래를 바라볼 수 있었으랴내가 기대했던 모든 것 중에서 과연 무엇이 실현되었는가그리고 나의 인생에 황혼의 그림자가 깃들기 시작한 지금봄날 새벽에 한바탕 휘몰아치고 지나간 뇌우보다 더욱 상쾌하고 더욱 귀중한 추억이 과연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그러나 나는 공연히 스스로를 비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그 철없던 젊은 시절에도 나는 나에게 호소하는 슬픈 목소리나무덤 속에서 들려오는 엄숙한 목소리에 귀를 틀어막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블라디미르는 노파의 죽음에 겹쳐 지나이다를 생각합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만 지나이다의 죽음을 안 지 며칠 안 되어 나는 스스로 억제할 수 없는 충동에 이끌려 우리와 한 집에 살고 있던 어느 가난한 노파의 임종을 보았다누더기에 싸여 딱딱한 판자 위에 자루를 베개로 하고 누워 그 노파는 몹시 괴로워하며 애타게 숨을 거두었다그녀의 일생은 그날 그 날의 생활에 필요한 것을 얻으려는 고난에 찬 투쟁 속에서 흘러가버린 것이다그녀는 기쁨이라는 것을 몰랐고행복의 단꿈도 맛보지 못했다이러한 그녀는 자유와 평안함을 주는 죽음을 기쁘게 생각해야 할 것이 아닌가그러나 그 늙어빠진 육체를 버릴 수 있는 순간까지그 얼음장 같은 손 밑에서 가슴이 애끓는 호흡을 계속할 수 있는 순간까지노파는 쉴새없이 성호를 그으면서, "주여내 죄를 사하여 주시옵소서."하고 자꾸만 입 속으로 되뇌었던 것이다그리하여 최후의 의식이 번쩍했다가 꺼졌을 때비로소 노파의 눈에서도 죽음에 대한 무서움과 두려움의 표정이 사라졌다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만이 가난한 노파의 임종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지나이다의 최후가 연상되어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그녀를 위해서아버지를 위해서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기도를 올리고 싶어졌던 것이다.>

 

초원의 빛꽃의 영광.

아아어디 첫사랑뿐이리까.

 

***비온다창닫아***

2016.11.06 13:25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중학교 1학년 유난히도 따사로웠던 새 봄의 어느날서점에 문제집 사러갔다가 제목에 이끌려 샀던 책이에요

첫사랑을 가방에 넣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얼마나 로맨틱한 얘기가 들어있을까하며 설렜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의 기대와는 다른 내용에 실망도 했었지요 전 좀 더 로맨틱한 해피엔딩을 바랬거든요오랜만에 옛 추억에 잠깁니다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모셔갈게요.

 

***동우***

2016.11.08 22:09

 

첫사랑.

얼마나 로맨틱한 어휘입니까?

비온다창닫아님의 첫사랑이 그러하였겠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서 리뷰-

 

[[이반 부닌]]

<일사병> <가벼운 숨결> <정결한 월요일>

 

<일사병>

-이반 부닌 -

 

***동우***

2016.07.19 04:19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 (Иван Алексеевич Бунин, 1870~1953)은 처음 올리는것 같습니다. (꼬비에뚜님께 감사를)

 

다음은 인터넷에서 주어온 이반 부닌의 프로필입니다.

 

++++

이반부닌에게서 ‘망명은 빼놓을 수 없는 단어.

1917년 러시아 볼세비키 혁명에 반대해서 아내와 함께 여러 곳을 방랑하다가 결국 1920년 프랑스로 망명망명생활은 고통의 연속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돌아갈 곳이 없다는 압박이 굉장히 컸던 시기.

그러나 이반부닌은 그 고통 속에서도 조국 러시아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변치않음. ”고향의 적막은 내 가슴을 아프게 하고고향 보금자리의 황폐함은 내 가슴을 고통스럽게 한다.”라고 말 할 만큼 당시 러시아의 상황을 굉장히 안타까워함.

망명이후에도 꾸준히 러시아어로 집필.

그러나볼셰비키 혁명이후에 망명 작가가 되버린 부닌의 작품은 러시아에서 거의 출판 될 수가 없었고 1928년부터는 아예 출판이 금지되고 도서관에서도 사라짐소련에서는 작가의 이름조차 언급이 불가하였음한 일례로 1943년에 바를람 샬라모프라는 사람이 이반부닌을 위대한 작가라고 불렀다가 강제수용소에 10년형을 받음.

그래서 이 세대의 러시아사람들은 부닌의 존재를 거의 잊고 살았고러시아 문학수업에서도 이반 부닌의 내용은 아예 빠져있어 러시아 사람들은 부닌을 접할 기회가 없었음.

스탈린 사후부닌의 책이 다시 출판되고최근에는 학교의 문학수업 과정에 부닌이 들어갔으나 그 비중이 굉장히 작음아직 러시아에서 부닌 전집조차 출간 된 적이 없어서 현재까지도 부닌의 위치가 동시대 작가들에 비해서 과소평가 됨.

한국에 부닌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 자체에서 그를 높이 평가하지 않기 때문.

망명 이후 부닌의 문학세계는 조국을 향한 향수종교적 요소가 더욱 짙게 나타남. 1933년 부닌의 평생의 문학적 업적이 인정을 받아서 러시아 출신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

++++

 

일사병

시쳇말로 원나이트 스탠드라고 하나요?

낯선 남녀끼리의 하룻밤 정염(情炎).

격정의 밤을 보낸 뒤 아침이 되자 홀연히 여자는 떠나버립니다.

몽환처럼 오감에 남아있는 그녀의 목소리와 감촉과 냄새.

남자는 여자의 빈자리를 더듬으면서 시나브로 미칠 것 같은 상실감에 젖어듭니다.

급기야는 그녀 없는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졌고공포와 절망감에 빠져 듭니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여자....

마치 10년전의 일이었던 것처럼부재(不在)하는 존재...

볼가 강 위로는 푸른 여름밤이 펼쳐져 있을 뿐입니다.

실존의 고독과 절망의 은유일까요.

 

푸른 그늘 속고독한 연대를 문득 생각합니다.

<그래그러나 다시 멋쩍은 타인으로 돌아가 서로 건너편에 서서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에 어른거리는 당신의 더운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있는 게 더 좋을 때가 있다불러도 서로 들리지 않는 멀찍한 거리에서 우리는 만난다가끔은 팽팽해지기도 하고 느슨해지기도 하는 그 거리의 아름다움을 확인하기 위하여우리는 모두가 타인이며 또한 이렇게 모두가 타인이 아니다그래나는 자주 부싯돌 같은 마음을 꿈꾼다겨우 환해졌다가는 이내 눈귀를 막고 단단한 어둠으로 스스로 돌아갈 줄 아는......-'신라의 푸른 길'(윤대녕)->

 

  

<가벼운 숨결>

-이반 부닌 -

 

***동우***

2016.10.11 04:15

 

'이반 부닌' (Ivan Alekseevich Bunin, 1870~1953)의 포스팅은 전번 '일사병'에 이어 두번째인것 같습니다.

가벼운 숨결 (Light Breathing)

 

시방 내 방에는 정성껏 피아니시모로 터치하는 손열음의 쇼팽의 녹턴 선율이 가득합니다.

내 주위에는 공기처럼 가볍고 솜털처럼 부드럽고 화향처럼 향그로운 내 손주 비니미니의 숨결이 떠돌고 있습니다.

'올랴 메쉐르스카야'

'가벼운 숨결'

 

만개한 생명.

영육의 퐁요함이여.

그리고 스러짐이여.

 

이 소설, 늙은 나는 샘이 나다가 안타깝다가 또 허망합니다.

어여쁨이 슬퍼서 눈물이 납니다.

어제 오랜시간 산책하였는데잿빛 바다가 이고 있는 파란 하늘자락과 두둥실 떠있는 하얀 뭉개구름....

눈도 가슴도 시렸습니다.

 

으흠어쭙잖은 센티멘털 거두고업어온 해설이나 덧붙입니다. (나는 소설을 분석적으로 읽는 편은 아닙니다만)

 

++++

<작가 소개>

이반 부닌은 1870 러시아의 보로네즈에서 태어났으며 1917 년 혁명이 일어났을 때프랑스로 망명을 해 그곳에서 1953 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다. 1892 년부터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 그는 1903 년 작가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문학상인 푸슈킨 상을 수상했다그리고 1933 년 러시아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상을 받았다수상 작품은 '미차의 사랑', '시인 아르세니예프의 생애'였다.

그의 이름이 노벨상 후보에 처음으로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1918 년으로이미 1915 년에 노벨상을 받았던 프랑스 작가 로맹 롤랑의 강력한 추천에 의해서였다그리고노벨상을 받기 전그는 3년 동안 계속해서 유력한 후보로 떠올라 유럽 언론의 주목을 받다가마침내 그의 문학에 합당한 상을 받은 것이다그 이후부터부닌의 문학 작품이 지니고 있는 예술적 심미성이 유럽 문학계의 많은 비평가들의 관심을 끌게 된다하지만 그의 사적이고 유려한 문체가 빚어내는 조형적인 언어의 특징은 외국어로 번역하기가 퍽 힘이 들어그의 문학 작품에 관한 본격적인 분석은 최근까지 서구에서아주 활발한 편은 아니었다.

이반 부닌의 문학적 상상력의 지평에는다른 어떤 작가의 문학 작품에서 우러나오는 맛과도 확연히 변별되는 독특한 빛깔과 내음그리고 아스라히 먼 곳을 떠올리게 하는 회상의 분위기가 짙게 배어 있다부닌에게 있어문학은 글로 되어 있는 사변적 관념의 덩어리가 아니었다그에게 문학이란사색어린 탐색으로 느껴내야 할 삶의 절질한 명제였으며바로 삶 그 자체이기도 하였다그래서 그의 문학 작품에는 삶을 절실히 고뇌하며 사랑하는 이들이 삶의 흐름 속에서 접하는 다양하고 개연성 있는 삶의 명제가 주요 주제로 제시되고 있다하지만 그러한 주제가 담론의 곁표면으로 나오지는 않는다그는 직접적으로 주제를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그보다는 이 땅 위에 서 있는 인간의 존재의 의미를부닌은 작가로서의 자신의 시각청각후각미각그리고 이 표현이 가능하다면 섬각을 통해 느껴낸 후에그것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려고 노력한다.

부닌의 작품이 함축하고 있는 문학성의 본질적 특성은주제와 구성이 서로 긴밀한 상관적 관계를 맺으면서 일정한 심미성을 창출해낸다는 것이다작품의 서술 구조 안에서 작가의 주제 의식이 여러 가지 다양한 구성의 기법으로 형상화되고그것을 아주 명료하고 서정적인 어조가 담겨있는 표현이나조형성이 아주 높은 투명하고 산뜻한 빛깔의 서술과 묘사로 구성해냄으로써주제와 구성이 하나의 미학적 효과를 창출해내며 통일적인 미적 질서를 이루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반 부닌이 20 세기의 문학을 대표하는 탁월한 작가들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문학적 주제가 형이상학적 심오성을 지니고 있어서도 아니었고 인간의 내면 심리를 아주 세밀하게 분석해내는 탁월한 심리적 분석력 때문도 아니었다바로 그의 문학 세계가 지니고 있는 독특한 창조성 때문이다부닌은 작품의 창작에 있어항상 주제와 플롯의 구성그리고 문체의 명료성 등이 서로 적절한 연관성을 형성하며 어우러져역동적인 예술적 유기체를 만들어내게 하였고바로 그것이 그의 독창적인 문학성의 근본적 바탕을 형성하고 있다이러한 탄탄한 구성력이 작품의 주제를 겉표면에 드러나게 함이 없이담론의 내적인 흐름 속에서 내포 의미를 창출하며미학적 심미성을 얻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 계속-

 

***동우***

2016.10.11 04:16

 

++++

-위에서 받음-

 

'가벼운 숨결'에서도부닌은 작품을 구성하는 서술이나 묘사를 아주 간결하고 인상주의적인 필치로 구성하고 있다아주 압축적이고 명료한 표현을 시도하면서 부닌은 투명하고 정확한 언어를 선택한다또한 '가벼운 숨결'에서 부닌은 글의 흐름이 창출하는 음악성과 서술 템포에 대해서도 세밀한 배려를 하고 있다이렇게 간결하고 압축적인 서술 방법을 통해서그리고 여러 가지 서술 템포상의 변조를 통해서 부닌은 작품 속에 독특한 분위기를 창출해내고 있다이러한 그의 독특한 문체의 특성이 독자로 하여금플롯보다도 그 작품을 에워싸고 있는 분위기를 더욱 깊이 느끼게 하고 있다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의 산문 작품에 대해아주 암시적이고 내면을 성찰케 하며 심미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비평을 하게 되는 것이다그리고 이렇게 투명하고 서정적인 문체적 특성은 시청각적 이미지의 정묘한 형상화와 더불어부닌의 언어 예술의 심미적 가치를 고양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반 부닌의 이 작품은 위에서 설명된 음악성과 서술 템포에 주목하여 읽기는 쉽지 않다.

++++

 

창비의 해설에 의하면,

이 작품은 성숙한 육체를 가지고 있으나어린 영혼이 아직 그 몸을 따라가지 못한 한 소녀(혹은 모든 소녀)의 아이러니에 관한 이야기다. 15세에 이미 미녀라는 평판을 받고 자신의 성적 매력을 스스로 자각하고 즐기는 올랴는 여교장에게 대들고 사랑놀이를 벌이는 등 성숙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반면에교장과의 대화 중에 마루에 굴러다니는 털실꾸러미에 넋을 빼앗긴다거나 아버지의 책에 대한 평가를 하며 저자가 겉멋으로나 붙였을 법한 '가벼운 숨결'에 열광한다.

올랴의 비극적인 죽음을 초래한 어리석은 남자 어른들은 그녀의 순진함을 역설적으로 장식하는 구성적 장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환호성을 지르며 뛰어다니는 올랴가 작품의 앞뒤를 막고 있는 음산한 묘지의 풍경 속에서 튀어나올 듯하다.

최인의 세계문학에 의하면,

이반 부닌의 '가벼운 숨결' 9페이지 안팎의 단편소설이다이 단편작을 처음 접하게 되면 특별히 읽거나 내용을 이해하는 대에 있어 어려움이 없을 수도 있다사건들은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이 작품의 구조나 사건이 지닌 의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있다작가는 작품의 단순이 사건들을 차례대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독특한 나열 방식이나등장인물들과 작품의 구조 등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한편으로는 간결하고 명료해 보이는 작품이지만 다른 면에서는 매우 추상적이며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가벼운 숨결은 독특한 내용 전개 구조를 가지고 있고이는 단순히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다이 작품을 주요 등장인물들과 독특한 사건 나열 방식그리고 제목 ‘가벼운 숨결의 의미를 중심으로 작품을 분석해 본다.

가벼운 숨결의 내용의 줄거리는 올랴 메세르스꺄야라는 비현실적으로 완벽한 김나지스트카 (중학생)가 어린 나이에 ‘아가씨에서 ‘여인이 되어 결국 허탈하게 살해당하는 이야기이다사건들은 그녀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끔찍하고 잔인한 사건들 사이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가벼움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 나간다.

작가는 올랴 메세르스까야를 처음부터 이상적인 소녀로 묘사한다.     올랴 메세르스까야무도회에서 그 누구도 그녀만큼 스케이트를 잘 탈 수 없었으며 그 누구도 그녀처럼 춤추지 못했으며무도회에서 그 누구도 그녀만큼 남학생들의 인기를 얻지 못했다그리고 왠지 저학년 생들의 사랑도 그녀를 따를 순 없었다올랴 메세르스까야는 그 누구보다 밝고 행복해 보였다.

그녀는 부유한 가정에서 호화로운 삶을 살아가는그 누구보다 아름답고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행복한 소녀이다.그녀는 자신의 나이에 걸맞게 명랑하고 아직은 순수해 보인다.

작품의 첫 장면에서는 그녀의 묘지가 묘사된다하지만 이러한 그녀의 죽음과 밝은 생명은 대립되는 관계를 이루며 이야기의 흥미를 더욱 더 유발시킨다.

하지만 이러한 올랴 메세르스까야에 대한 환상은 교장선생님과의 면담을 통해서 완전히 깨져버리게 된다그녀는 충격적인 고백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듯 서슴없이 말한다어린 소녀의 끔찍한 고백은 마치 ≪хорошие волосы≫(고은 머릿결), ≪туфельки в двадцать рублей≫(20루블짜리 구두)와 별 다를 것이 없는 내용인 마냥 크게 강조되지 않는다자신의 완벽함을 인지하고 있는 올랴 메세르스까야의 당당함은 작품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교장선생님과의 면담에서도그녀의 일기장에서도 그녀는 항상 명랑하고 자신의 행동에 있어 떳떳하다.

주인공 올랴야말로 작품의 제목인 '가벼운 숨결'과 그 누구보다도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차가운 봄어두운 묘지기차역 살인사건 등 불쾌한 장면들 속에서도 올랴 메세르스까야는 마치 안개 속의 희미한 불빛 같은 존재이다비록 그녀는 이미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지만 올랴는 마치 '이 세상으로이 구름낀 하늘로이 차가운 봄바람 속으로사라진 '가벼운 숨결'과 함께 어두운 세상에 물들지 않고 자기 자신을 유지한다.     하지만 모순적으로 그녀의 불행한 죽음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그녀의 완벽함이였다주변 인물들과 너무나 대립되는 그녀의 밝은 이미지는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시기하고 증오하게까지 만들었고그 감정이 결국 그녀를 살해하게 까지 한다그녀를 미친 듯 짝사랑하여 자살까지 시도했던 셰쉰주인공 같이 젊어 보이려고 애를 쓴 교장선생님그녀의 배신으로 받은 상처에 의해 그녀를 살해 한 말류찐과 담임선생님까지 올랴를 둘러싼 인물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사랑한다는 변명 아래 그녀를 멸시하고 증오한다.

 

-아래 계속-

 

***동우***

2016.10.11 04:17

 

-위에서 받음-

 

올랴 메세르스까야는 어두운 숲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한 송이의 아름다운 꽃같이모든 사람들은 그녀의 완벽함에 대한 적대적인 반응을 보인다그녀는 거짓과 비속함의 적대적인 세계에서 다수를 상대로 홀로 싸우는비록 아직은 미성숙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가벼운 숨결'을 지켜내는 용감한 숙녀로 느껴진다.    

담임 여교사(Классная дама)은 주인공 못지 않게 이 작품에 있어서 큰 역할을 차지한다. '젊지 않은 아가씨'는 작품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인물로서 줄거리의 축이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전개되는 사건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그녀는 주인공 올랴 메세르스카야의 담임 여교사임과 더불어 허무하게 세상을 떠난 소위 보좌관의 여자 형제이자매주 홀로 싸늘한 성모 묘지를 방문하는 쓸쓸한 여인이다그녀는 비현실적으로 완벽한 주인공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로서 자신의 자아를 망상 속에 숨긴 채 살아가는 인간이다.

그녀는 현실로부터 벗어나 망상의 세계에서 살며 작품의 줄거리와 함께 그녀의 삶도 변화한다제일 처음 그녀는 자신의 영혼을 가난하고 무엇으로도 뛰어나지 않았지만 왠지 빛나 보였던 소위 보좌관자신의 남자 형제와 연결시킨다하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자신이 완벽한 교사라는 망상으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그것도 잠시 올랴 메세르스까야의 등장과 그녀의 죽음은 여교사의 망상 대상을 다시 한번 교체시키고올랴는 끝까지 그녀의 집요한 생각과 감정의 대상으로 남게 된다.

'젊지 않은 아가씨'는 매 주 일요일이 되면 어둡고 쌀쌀한 올랴 메세르스까야의 묘지를 방문한다마치 올랴의 죽음을 애도하는 듯 하면서도 그녀의 죽음에 기뻐하고 있다.    

이는 마치 완벽함에 대한 증오와 멸시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듯하다또 하나의 의문점은 그녀는 독자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올랴 메세르스까야의 '담임 여교사'로 남는 것이다.

이는 올랴 메세르스까야의 친구 수보찌나나 그녀의 추종자 셰쉔에 비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사실이다그녀는 항상 자신의 공상의 대상인 올랴 메세르스까에 뒤에 서있으며심지어 주인공의 죽음과 함께 ≪в этом облачном небев этом холодном весеннем ветре≫의 문장으로 폐쇄 된 공간에서 영원히 감금된 불행한 영혼인 것 같다.

이반 부닌의 '가벼운 숨결'은 독특한 형태로 사건을 전개한다이 작품에서는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난 순서대로 전개되지 않고 먼저 일어난 사건이 뒤로 가고 나중에 일어난 사건이 앞으로 가는 도치된 이야기 전개 방식이 나타난다이러한 전개 방법은 부닌만이 사용한 방법은 아니지만 많은 작가들은 이런 기법을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했다.

하지만 ‘가벼운 숨결의 이런 전개 형태는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앞서 말했듯이 ‘가벼운 숨결 9페이지로 비교적 짧은 작품이다하지만 이 9페이지에는 적지 않은 사건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전개된다.

작품 분석을 위해 줄거리를 A,B,C 순으로 나열해 본다올랴 메세르스까야의 김나지움 생활말류찐과의 만남올랴 메세르스까야의 일기교장선생님과의 면담 (고백), 기차역에서의 살인성모 묘지차례대로 나열했을 경우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해 보이지만 사건의 뒤얽힌 전개형태는 작품에 있어 큰 역할을 한다.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장면들이 줄줄이 나열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일관성이 없어 보이고 이해하기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작품에서만큼은 이런 나열 방식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쉽게 읽힌다.

공간적인 면에서도(F-A-D-C-B-E-F의 순서로), 시간적인 면에서도 이야기의 순서에서 일관성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작품의 시작은 묘지에 대한 묘사로 시작된다.     다음으로는 주인공 올랴 메세르스까야의 밝은 학창시절그리고 갑작스럽게 시간은 그녀가 보낸 마지막 겨울로 흘러간 후 교장선생님과의 대화에서 그녀의 ‘падение'(타락)에 대한 고백이 이어진다.

내용상 '가벼운 숨결'은 희망이나 즐거움보다는 불결함비열함죽음이라는 단어와 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올랴 메세르스까야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 뻘의 말류찐과 관계를 맺으며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하고 이것은 허무한 죽음으로 이어진다하지만 이러한 끔찍한 사건들은 '가벼운 숨결에서 만큼 불순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작품의 독특한 전개 방식일 수도 있다작가는 사건들을 순서대로 전개하지 않음으로써 이 작품에 직선적으로 묘사되는 끔찍한 사건들이 독자들에게 불쾌함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이러한 순서의 파괴는 전체적인 작품 틀에서뿐만 아니라 사건 묘사 내부에 있어서도 사용된다.

"...이 대화가 있고 난 지 한 달 후올랴 메세르스까야와는 전혀 다른 환경의 못생기고 하찮은 모습의 까자끄 장교가 역 플랫폼에서열차로 막 도착한 수많은 군중들이 보는 앞에 올랴 메세르스까야를 총으로 살해했다."

이는 끔찍한 총살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총을 발포한(застрелил사실이 기차역 플랫폼과 지금 막 역에 도착하여 하차하는 승객들의 무리에 대한 묘사에 억눌린 듯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어쩌면 이런 독특한 전개 방식은 이 소설을 더욱 흥미 있게 만들 뿐 아니라잔인하고 어두운 장면들을 은폐하는 장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작품의 제목은 그 작품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함축해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이는 문학작품에서도 마찬가지이다예를 들어 전쟁과 평화죄와 벌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제목만으로도 작품의 줄거리나 배경이 짐작 가능하다그렇다면 '가벼운 숨결'은 이런 면에서 어떠한가?

'가벼운 숨결'이라는 구절은 얼핏 듣기에 순수함과 청결함을 내포하는 듯하다하지만 작품에서 전개되는 사건들은 어둡고부정적임으로 작품과 제목의 연관성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목이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다고는 감히 함부로 말할 수 없다실질적으로 '가벼운 숨결'은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 담임 여교사가 올랴의 학창시절 그녀가 동기에게 했던 말을 회상하면서 등장한다.

"우리 아빠한테는 오래되고 재미있는 책이 많아그중 어떤 책에선가여성이 어떠한 아름다움을 지녀야 하는지에 관한 것을 읽은 적이 있어. ...조가비 색의 무릎비스듬한 어깨난 거의 대부분을 외고 있는데이건 모두 사실이야그런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뭔지 아니그건 바로 '가벼운 숨결'이야그런데 바로 그게 내게 있단 말이야내가 숨쉬는 걸 들어봐정말이지?"

처음으로 언급된 '가벼운 숨결'은 단 한번에 작품 전체를 감싸 안는 느낌을 준다비록 이 대사는 올랴 메세르스까야의 죽음 후에 회상되는 것이지만 그녀가 친구에게 - ≪Легкое дыханиеА ведь оно у меня есть, - ты послушайкак я вздыхаю, - ведьправдаесть?라고 하는 질문은 마치 독자들에게 올랴의 숨소리를 직접 들려주는 것 같다

가벼운 숨결이 무엇인지그리고 어떤 내용을 내포하고 있는지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는 불가능하다이것은 매우 추상적이며 올랴뿐 아니라 담임 여교사에게도또 다른 등장인물들에게도 각각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하지만 바로 ‘가벼운 숨결이 이 작품 에서 전개되는 모든 사건들을 함축하고 있고이는 작품의 마지막 한 문장을 통해 이해된다.

++++

 

 

<정결한 월요일>

-이반 부닌 -

 

***동우***

2017.08.16 04:24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 (Ivan Alekseyevich Bunin, 1870~1953)'

그 이름 눈에 번쩍 띄어 얼른 업어다 올립니다. (그의 소설 두번인가 올렸을겁니다)

'정결한 월요일'

부닌의 나이 74 (1944때 쓴 작품이랍니다.

 

제목 그대로 정결한아니 참으로 정갈한 소설이로군요.

이런 소설을 접할적마다 원어(原語)로 읽고 싶은 욕구가 솟습니다만 까막눈이 어쩌겠습니까?

소설에 등장하는 성명이나 지역 건물같은 것들의 러시아어 고유명사들은 풍월도 있지만 대부분 낯선 것들...검색이나 하여 찾아볼 밖에요.

'정결한 월요일' '까사라 뎁데라' (아마 이것이 원 제목인듯)라고 한다는군요.

까사라 뎁떼라는 러시아 정교회의 종교의식이랍니다.

 

다음은 검색한 내용.

<사순절은 부활절 전 40일간의 경건하게 지내는 기간을 말하며 이는 부활 주일부터 거슬러 올라가 주일을 뺀 40일 간의 기간이며특별히 사순절 절기가 시작되는 날은 로마 카톨릭에서는 참회자 머리 위에 재를 뿌린 습관에서 유래된 '재의 수요일'(Ash Wendnesday)이라 불린다하지만 동방 정교회권인 그리스나 러시아에서는 '재의 수요일'이 아니라 '사순절을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맞이하기를 원합니다'라는 의미의 '정결한 월요일'이라는 단어인 '까사라 뎁데라'로 대신한다정결한 월요일은 카니발의 마지막 날이자 사순절의 시작일이다카니발은 사순절 전에 육식을 하며 즐겁게 노는 행사로 한주일 동안 계속된 라틴어 카로발레(고기여 안녕또는 카르넴 레바레 (고기를 제외한다육식을 끊다)가 어원이라고 한다.>

 

아껴 읽고자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객설은 내일...

 

아래부닌의  한편.

 

++++

<저 높은 곳눈 덮인 산정에>

-이반 부닌-

 

저 높은 곳눈 덮인 산정에

강철의 칼날로 나는 소네트를 새겼다

세월이 흘렀다 아마도아직까지도 눈들은 내 고독의 자취를 보전하고 있겠지

 

저 높은 곳에하늘이 그토록 푸른 곳에

겨울이 기쁘게 빛나는 곳에

비수가 푸른 보석 빙괴 위에 내 를 새기는 것을

태양만이 지켜보는 그곳에

 

어느 시인이 있어 나를 이해하리라는

즐거운 생각을 한다결코 골짜기 밑 무리들의

인사가 그를 기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저 높은 곳에하늘이 그토록 푸른 곳에

한낮의 태양 아래 나는 소네트를 새겼다

산정에 서 있는 한 사람만을 위하여

++++

 

***동우***

2017.08.18 04:16

 

젊고 미남미녀이고 게다가 부자더불어 엘레강스한 취향으로 인생의 쾌락을 즐길줄 아는 선남선녀.

럭셔리한 부르주아의 분방한 연애 속에서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즐듯말듯사랑에 모든걸 몰입하지 않는 여자가 안타까워 죽을 지경입니다.

여자에게는 육체적 물질적 가치로도 채워지지 않는 정신적 갈망이 있었던 겁니다.

 

어느 날 남자에게 몸을 열어주고 여자는 떠납니다.

그토록 절절하게 사랑하였던 여자가 없어지자 남자는 절망합니다.

추억의 자취를 좇아 잃어버린 그 사랑의 겨움으로 울고 또 웁니다.

 

엑조틱하고 쾌락적이고 현세적 매력으로 가득차 있었던 여자.

그런데 그녀는 속세의 행복이 아니라 신에 대한 헌신을 선택한 것입니다.

 

나는 알듯도 합니다.

여성성의 에로티시즘에 깃들어있는 영성적(靈性的부분.

재물로도 쾌락으로도 욕망의 충족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어떤 부분.

그래서 여성성이란 신비로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성이 느끼는 남성에게도 내재한 요소일런지.

어쩌면 인간존재의 미적 본령이 게 있는지도..

 

전에 얻어들은 루미의 詩句 한 소절.

<옳고 그름 너머 어딘가에 정원 하나 있소거기서 그댈 만나리다.>

 

 

 

 

-독서 리뷰-

 

[[안드레이 쁠라또노프]]

<암소> <뽀뚜띤 강>

 

 

<암소>

-안드레이 쁠라또노프 -

 

***동우***  

2016.01.25 06:19

 

내 독서력(讀書歷)의 빈곤함이여.

처음 읽는 안드레이 쁠라또노프(Andrei Platonov,1899~1951)입니다.

 

자식 잃은 암소는 목젖을 쥐어짜는 음성으로 밤새도록 슬프게 웁니다.

울부짖으며 들판을 헤매입니다.

슬픔에 절은 몸에서는 더이상 우유도 나올리 없습니다.

결국 애통함을 견디지 못하고 달리는 기관차에 몸을 부딪쳐 죽습니다.

그 몸뚱이는 소금에 절여진 고깃근으로 팔리고 맙니다.

 

소의 커다란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보십시오.

그 표정은 가득한 슬픔입니다.

도회에서 자란 나는 피상으로 느낄 뿐이지만시골에서 자란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송아지를 팔고 난 다음 어미 소는 정말로 한동안 눈물을 흘리면서 음머음머~하면서 그리도 운다는군요.

새끼를 떼어놓은 주인을 향한 미움과 저항의 몸짓 한번 하지 않고서 제 슬픔만 그리도 겨운가 봅니다.

말못하는 짐승이라고 새끼 잃은 비통함이 사람과 무에 그리 다를런지요.

새끼 잃은 장강(長江)의 원숭이의 슬픔은 창자가 토막토막 끊기는 단장(斷腸)의 애통함입니다.

 

의젓하고 어른스러운 소년 바샤

암소의 애통함을 함께 슬퍼할줄 아는 인정많은 마음까지.

바샤는 틀림없이 똑똑하기 그지없는 '거룩한 바보'로 성장할 것입니다.

 

검색하여 보니 소련작가 쁠라또노프는 역시 살아 생전 '반소비에트주의자' '프롤레타리아 문학에 대한 변절자'로 낙인찍혀 핍박을 받았다고 하는군요.

 

남녘땅 부산도 영하 11.

굉장한 추위입니다.

두둑이들 입으시고 한주의 시작을.

 

 

<뽀뚜단 강>

-안드레이 쁠라또노프 -

 

***동우***

2017.01.26 04:22

 

'안드레이 쁠라또노프(Andrei Platonov,1899~1951)' '뽀뚜단 강'

얼마전 업어 온 파일인데고려대 노어노문학과 학생이 번역한 것 같습니다.

이 소설, 나로서는 매우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원작의 훌륭함이 번역의 다소 미숙함을 가리고도 남습니다.

좋은 작품 읽게 해주신 번역자에게 감사드립니다.

 

세번으로 나누어 올리겠습니다.

함께 읽어요.

 

즐거운 설 연휴를,

 

***동우***

2017.01.27 04:22

 

<그에게는 살아가는 것이 수치스러운 것처럼 여겨졌다아마도 그것은 전혀 필요치 않은 것인지도 몰랐다.

어째서 이때 빵을 사기 위한 돈을 벌어야 하는가?

그는 자신의 일생이 이 수치와 애수로 인해 쇠약해지기 전에 자신의 삶을 끝마쳐야겠다고 결심했다.>

 

진정으로 류바를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을 올곧게 수렴하지 못하는 니끼따.

그의 짙은 허무주의심리적 절망감은 어디로부터 연유하는겐지.

볼세비키 혁명적군과 백군의 러시아 내전...

격동하는 역사를 겪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발아된 자의식인지.

봉건주의와 프롤레타리아 사이에서 우러난 의식의 갈등인지.

마초이즘의 수치감인지...

모호하지만느껴지는바 니끼따의 진실은 합니다.

  

아래는 인터넷에서 주어 온 작가의 프로필.

 

++++

 

안드레이 쁠라또노프 (Andrey Platonov,1899~1951)

러시아의 시인극작가소설가러시아의 남부도시 보로네쥐에서 출생아버지는 그곳 철도국 노동자였으며쁠라또노프는 10 남매의 장남이었다그는 보로네쥐 시내에 있는 교회부설 학교에 입학하지만부모를 대신해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며 가사를 도와야 했던 힘든 유년기를 보냈다.

작가가삶이 나를 어린아이에서 바로 성인으로 만들어버렸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이런 유년의 경험은귀향의 페트루슈카의 모습에도 나타난다.

철도종합기술대학에서 공학을 공부하며 지역 신문사 기자로도 활동했던 때가 작가의 창작 초기에 해당된다.

이 시기에는 철학 에세이와 공상과 학류 단편소설이 작품의 주류를 이루는데이 작품들에서는 러시아 혁명에 고무된 젊은 프롤레타리아 출신 작가의 세계변혁에 대한 파토스를 느낄 수 있다.

1922년 대학을 졸업한 쁠라또노프는 보로네쥐 현 소속 토지개량 기술자로 일하게 된다. 1921년에서 1922년 사이러시아 남부지방을 휩쓸며 60만 명 이상의 인명을 앗아간 대기근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그 후 1927년 모스크바로 이주해가기까지 쁠라또노프는 토지간척 사업과 댐과 발전소 건설에 참여하여 민중들의 물질적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매진한다.

1926년에서 1927년 사이쁠라또노프는 보로네쥐에서 모스크바로다시 탐보프로 전근 명령을 받게 되고 이때 소비에트 관료주의 세계와의 마찰이 심화된다.

이즈음부터 30년대 전반기까지 집중적으로 쓰인 일련의 중장편 소설들은풍자적 철학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라도프 시(),비밀스러운 인간,체벤구르,구덩이(코틀로반),행복한 모스크바,등에서 작가는 혁명 이후 소비에트 사회의 현실과 미래를 독특한 사상과 필체로 그려내고 있다.

1930년대 중반 이후 쁠라또노프의 작품은 사회 풍자성이 크게 약화되고 문체 또한 단순하고 직설적으로 탈바꿈한다.

1929년과 1931년에 각각회의하는 마카르 저장용의 사회비판적 내용으로 비평계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았던 전력과 소비에트 예술계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공식화가 사회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시기에 쓰여진 프로,뽀뚜단 강(),아름답고 광포한 세상에서,조국에 대한 사랑 혹은 참새의 여행등과 같은 주요 단편소설에서는 사랑자연고향과 같은 보편적 주제를 다루는 작가의 성숙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귀향 1946이바노프의 가족이란 제목으로 처음 발표되었는데이 작품 역시 주인공 이바노프의 우유부단한 모습이 문제시되어 당대 비평계로부터 정치적 오류라는 비판을 받는다.귀향에서 쁠라또노프는 당대 문단에서 전선(戰線)의 상황에 비해 소홀히 다뤄졌던 후방(後方)의 고통그리고 주인공 이바노프의심리적 귀향의 여정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비밀스러운 인간(1928) 주인의 기원(1929) 의심하는 마까르(1929) 구덩이(1930) 등은 사회주의 낙원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기괴한 왜곡과 과장법으로 풍자했으며이는 비평가들과 검열당국의 격렬한 분노를 샀다.

그와 그의 가족은 스탈린의 ‘대숙청’ 기간 중 심한 고초를 겪었으며그의 주요한 작품들 대부분은 그가 1951년에 사망할 때까지그리고 그뒤로도 오랫동안 소련에서 출판되지 못했다.

++++

 

***동우***

2017.01.28 00:36

 

<그리고 뽀뚜단 강에 빠질 수 있게 강의 얼음이 풀리려면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니끼따의 저 자의식전혀 구체적으로 만져지는 바 없지만 몹시 쓸쓸하고 슬픕니다.

류바와 니끼따.

진심으로 서로 사랑하건만저 사랑의 모습은 참으로 이상합니다.

저 남녀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속궁합섹스 문제 같은것도 슬쩍 느껴집니다.

이를테면 사랑이 무서워....혁명이라는 저 관념적(?) 리얼리즘 속에서 피어난 사랑의 추상적(?) 리얼리즘을 도무지 감당하지 못하는 그런 것일까요.

유식한 의사인 여자를 아내로 맞은 무식한 남자로서의 절망적인 자의식일까요.

 

저 무렵의 러시아.

볼세비키 집권에 성공한 레닌은 본격적으로 공산혁명적 조치를 감행합니다.

전 산업의 국유화지주로부터 토지몰수곡물 공출...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세력이 백군을 형성하여 이에 저항하고 혁명정부는 적군을 조직하여 백군을 공격합니다.

 

이 소설.

적군과 백군의 내전 후소비에트 사회의 모습을 봅니다.

레닌은 급속한 공산주의화에서 한걸음 물러나 점진적 혁명 정책으로 전환하였지요.

일부 사유재산 인정공장의 개인 소유인정곡물판매의 시장허용농지 소유와 매매를 부분적으로 인정하는등...

레닌이 죽고난후 스탈린이 모두 폐기하여 버렸지만.

 

작금 이르러.

무너진 공산 블럭에 이상적인 소비에트적 인간상이 그 흔적이나마 남아있는가요.

아주 이상스레 변용된 스탈리니즘북한이라는 저 엉터리 나라를 생각해 봅니다.

 

뽀뚜단강.

도서관에서 다른 번역의 책을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니끼따의 몽롱한 저 자의식... 느낄수 있으려나..

 

자정 넘어.

내 방 아닌 곳에서 자판 두드리는 설날 새벽입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명절 쇠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