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러시아 소설 <대중목욕탕. 달로 가는 도중에. 숨바꼭질. 농부가 두 장군을 부양한 이야기> (1,4,3,3,1)

카지모도 2019. 12. 2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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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러시아 소설 4]]

<대중목욕탕> <달로가는...> <숨바꼭질> <농부가...>

 

 

<대중목욕탕>

-미하일 조쉬첸꼬 -

 

***동우***

2016.01.09 04:36

 

주말의 가벼운 읽거리꼬비에뚜님 댁에서 업어온 짤막한 러시아 단편 하나 올립니다.

 

'대중목욕탕'

티켓은 보관함의 번호표같은 것인듯 한데 팔목이나 발목에 쉽게 감을수 있는 생김새가 아닌 모양이지요.

귀한 비누라던가 목욕탕에 부족한 대야같은건 이해하기 좀 힘들지만목욕탕 빨래하기는 그 옛날 우리나라 대중탕에서도 쉽게 볼수있는 모습이었지요.

옛 소련사회주의 나라의 대중 목욕탕의 풍경화인듯 합니다.

 

작가 '미하일 조쉬첸꼬' (Mikhail Mikhailovich Zoshchenko 1895~1958)는 소련시절 유명한 풍자작가라고 하는데 나는 처음 읽습니다.

볼세비키 혁명과 소련(소비에트연방)의 건국.

문학은 죄 사회주의 이념에 봉공(奉公)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지향해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사회주의적 일상을 비꼬는 소소한 에피소드이런 류의 해학이 용납될 여지가 있었던가 봅니다만검색하여보니 아니나 다를까조쉬첸꼬는 급기야 작가동맹에서 제명되었다고 합니다.

 

소비에트적 인간상.

으흠이념적 인간이란 웃기는 짬뽕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만.

정말 이념적 인간이라는게 있을수 있는지 나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이념으로 살아지는 유기체가 아닙니다.

이념이 어디 한술 밥이라도 먹여 줍디까?

스러진 소련이나 중화인민공화국..

거기서 만들어진 소비에트적 인간상은 죄 어디로 가버렸습니까.

어디 희귀종으로라도 한사람이나마 남아있나요.

마지막 남은 스탈린주의 국가 북한에 나는 주체사상적 인간이란 한사람도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른바 최고 존엄라는 존재 자신 스스로를 비롯하여.

김일성에게 김일성 사상이란게 있었을까요?

나는 그도 믿을수 없습니다.

 

각설하고.

목욕탕 얘기 나온김에 객설이나 늘어 놓을랍니다.

한달 후면 설날입니다만옛날 명절 다가올 즈음의 대중목욕탕이 생각나십니까?

그 시절명절치레에 앞서 치루어야 하는 대사(大事)가 바로 목욕이었지 않습니까.

대기실의 보관함은 만땅인지라 소쿠리에다 옷을 벗어 맡겨놓고목욕탕 안에는 말 그대로 콩나물 시루처럼 벌거벗은 사람들로 들어찼습니다.

그 소란함이란 똑 도떼기시장바닥이었지요.

뽀얀 수증기뜨거운 김 속에서 아이들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다투는 소리철썩 철썩 푸닥 푸닥물푸는 소리끼얹는 소리씻는 소리..

(남녀탕을 구분하는 칸막이 벽은 위가 뚫려있어특히 여탕으로부터 우왕우왕 넘어오는 소음은 가히 고막이 얼얼할 지경이었지요.

종업원은 수시로 욕조의 물위로 까맣게 떠오르는 먼지같은 땟조각들을 잠자리채로 걷어 냈구요.

목욕을 마치고 나오는 여인들과 아이들의 손가락 끝은 팅팅하게 불어 쭈글쭈글얼굴은 삶은 문어처럼 뻘겋게 달아 있었습니다.

그냥 살거죽에 눌어붙은 때를 완전히 밑천까지 뽑았던 겁니다.

목욕후 상쾌함과 더불어새끼들 거느리고 목욕 한번 다녀온 엄마들은 분명 중노동을 하고난 느낌이었을겁니다.

 

정능에서 젖엄마와 갔던 여탕의 기억이 있으니나는 아마 일여덟살까지 여탕을 들락거렸나 봅니다.

한참을 걸어야 하는 꽤 먼거리의 개천가에 목욕탕이 있었는데여체의 기억(ㅎㅎ)은 없고 젖엄마가 박박 문지른 피부의 아픈 기억만 있지만 말입니다.

부산서는 보생의원에서 모퉁이 하나만 돌면 '대교탕' (그 집 딸래미가 여동생의 친구로 이름이 아영이었던가..)이 있었는데한달에 한번쯤 하는 목욕이었지만 군대가기 전까지 목욕탕은 거기 밖에 몰랐습니다.

그 때 벌거벗으면 드러나는 포경이 좀 부끄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언하면 나는 군대에서 야미로 고래를 잡았습니다ㅎㅎ)

언제부터인지 청결강박 같은게 좀 생겨서 하루라도 몸뚱이에 물을 묻히지 않으면 영 찝찝해 하는 나로서는 정말 옛날 얘기입니다.

나뿐이겠습니까내 또래로 요즘의 목욕탕 문화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실겁니다. (나는 찜질방을 애호한답니다)

 

문득 떠오르는게 있는데 어떤 소설의 대목이었던지.

"목욕탕 가기에는 때가 너무 많거든"이라면서 집에서 초벌 때를 벗기고 나서 목욕탕으로 향하는 청년..

그리도 목욕탕 가는게 큰 행사였던 사람들이었지만 불결하였다는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그려

 

 

<달로 가는 도중에>

-바실리 악쇼노프 -

 

***동우***

2016.07.12 00:32

 

'바실리 악쇼노프' (Vasily Pavlovich Aksyonov, 1932 ~ ) '달로 가는 도중에'.

1960년대 즈음 씌여진 소설인듯 한데스탈린 이후 소련 사회의 모습과 젊은이들 의식의 일단을 엿볼수 있군요.

후편에서 지껄이기로 하고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아래는 인터넷에서 주어온 작가의 프로필입니다.

++++

그의 부모가 소비에트 시대에 옥살이를 하여 고아원에서 자라났으며 1956년 의과대학을 졸업했다몇 년 동안 의사로 일한 뒤 작가의 길에 들어서 1950년대말과 1960년대초의 문화적 해빙기에 많은 단편소설과 장편소설을 출판했다이 소설들로 그는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성장기를 거친 소련의 젊은 세대를 문학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의 소설 동료들 Kollegi(1960)·행성행 차표 Zvezdnyi bilet(1961)·모로코산 오렌지 Apel' siny iz Morokko(1963)는 성숙해가는 소련 사회에 순응해야 하는 젊은 반항자들과 이탈자들을 속도감있는 필치로 묘사하고 있다그는 이런 작품에서 이전 소련 세대의 집산주의적 사고를 공유하지만 서유럽 문화에 매력을 느끼는 주인공들을 통해 선정적인 속어와 은어들을 두드러지게 사용했다.

후기 소설인 과잉생산된 뚱뚱보들 Zatovarennaia bochkotara(1968)·크림 섬 Ostrov Krym(1981)에서는 환상·풍자·역설 등 한층 강한 요소를 도입하기 시작했다그는 독자적인 정신세계 때문에 1960년대초부터 소련 당국의 미움을 사서 결국 1980년 서유럽으로 망명했다.

가장 중요한 후기 소설이라 할 수 있는 화상 Ozhog(1980)에는 회상과 환상사실적 서술이 무질서하게 뒤섞이는 가운데 조국에 대한 러시아 지식인들의 영적인 감응을 종합해 보려는 작가의 노력이 나타나 있다.

++++

 

***동우***

2016.07.13 00:47

 

나는 종편 채널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봅니다. (주로 헬스장 런닝머신 앞에 있는 TV 화면으로)

과연 남남북녀인지탈북미녀들 용모는 빼어납디다

그보다 줄곧 북한의 폐쇄사회에서 생활하였던 그들의 자본사회에 적응하는 모습이 내게는 참 이쁘게 보입디다.

그들이 힘들어하는건 남과북 청춘들의 어떤 정서적 이질성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가 지닌 일종의 타성때문인 듯그러나 젊음의 동화력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렇지만 생각하여 봅니다.

만일 남쪽 젊은이가 북으로 간다면 어떨까하구요.

느끼건대결코 그리 쉽게 동화되지는 않을겁니다.

용질의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농도가 높은 쪽으로 용매가 옮겨간다는... 삼투압 현상을 떠올리기도 하였지요.

 

소비에트 나라의 키르피첸코..

아메리카의 '프랭크'('제임스 케인'의 소설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의 주인공영화에서는 '잭 니컬슨)가 떠올랐습니다.

 

아래는 이문열의 해설입니다.

++++

<싱싱하게 형상화된 사랑의 양면성>

여기서 시베리아 오지의 벌목꾼 키르피첸코는 한편으로는 거칠고 비정한 욕정의 사람이면서 한편으로는 한없이 순수한 열정의 사람이다유형과도 같은 격리된 노동으로 여러 해 축적된 욕정과 급료를 소비하기 위해 한 달간의 휴가를 떠나게 된 그는 출발 초두부터 쉽게 그것들을 소비할 대상을 만나게 된다바닌의 여동생도 객관적으로 봐서는 그와 그렇게 층진 대상은 아니며 모스크바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욕정을 풀 대상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그런데도 시답잖은 인연으로 얻게 된 여객기의 스튜어디스 타냐의 환상에 이끌리어 남은 휴가와 돈을 비행기 위에서 허비하고 만다여객기의 승무원이 언제나 같은 노선같은 시각의 비행기에 오르지는 않는다는 것쯤은 그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또 설령 몰랐다 하더라도 첫 번째 허탕을 친 뒤쯤은 어떻게 타냐가 탈 비행기를 달리 알아볼 길도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런 손쉬운 추적은 제쳐놓고 그 먼 항공노선을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쏟으며 미련스러울만치 되풀이 오락가락하는 그에게서 어떤 순수의 절정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그리고 그 순간 거칠고 비정하게만 느껴지던 그의 욕정도 건강하고 정직한 것으로 제자리를 찾아간다.

삼인칭 소설에 느닷없이 일인칭의 작가가 끼어드는 뒷부분이 소설기법상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벌목꾼을 통해 사랑의 양면성을 싱싱하게 형상화한 단편이다소설을 공부하는 이들도 기억해둘 만한 수작으로 보아 함께 묶는다지은이 바실리 악쇼노프는 러시아 카잔에서 태어난 현대작가로서 우리에게는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1930년대에 태어났고 의사이며 '작가는 도덕과 교훈 따위의 전염병을 피해야 한다'는 그의 좌우명 정도가 그와 관련해 내가 기억하는 전부다. (이문열)

++++

 

 

<숨바꼭질>

-표도르 솔로구프 -

 

***동우***

2019.01.05 02:09

 

리딩북에 처음 올리는 작가. '표도르 솔로구프(Sologub, Fyodor Kuz'mich,1863~1927)'

러시아 상징주의 문학사에서도 독특한 사상을 지닌 데카당파의 시인이자 소설가라고 합니다.

 

'숨바꼭질'

짧지만 슬픈 소설이로군요.

 

젊은 어머니 세라피마.

별로 사랑하지 않는 남편과의 결혼생활.

그녀의 삶을 윤택하게 하여주는 유일한 보람인 외동딸 룔레치카.

어린 딸과 추..라는 소리를 내며 숨바꼭질을 하는 기쁨.

그러던 어느날 룔레치카는 병들어 죽고 맙니다.

 

++++

<세라피마 알렉산드로브나는 똑바로 몸을 펴고절망한 듯이 깊은 한숨을 몰아쉬고비시시 웃고 큰 소리로 외쳤다.

"룔레치카!"

룔레치카는 운반되었다.

어머니는 절망적인 외침과 더불어 관에 몸을 던지려 했지만 억제되었다.

그녀는 룔레치카를 운반해 간 문쪽으로 달려가서 마루 위에 앉은채문틈으로 들여다보면서 외쳤다.

"룔레치카!"

곧 그녀는 문 뒤에서 고개를 내밀고 깔깔 웃었다.

사람들은 룔레치카를 어머니한테서 뺏듯이 다급히 운반해 갔다.

장례의 행렬은 마치 달아나듯 사라졌다.>

++++

 

딸을 잃은 세라피마는 그예 미처버리고 말았군요.

(러시아의 미신일까숨바꼭질에는 어떤 불길한 조짐이 숨겨져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삶으로부터 숨어버리기?

그렇다면 세라피마는 술래가 되어 "룔레치카."하며 숨어버린 딸을 찾고 있는 것일런지.

 

 

<농부가 두 장군을 부양한 이야기>

-니콜라이 시체드린 -

 

***동우***

2019.01.31 04:41

 

'미하일 예프그라포비치 살티코프 시체드린 (Mikhail Saltykov-Shchedrin 1826~1889)'

'시체드린'은 구관료제도의 부패와 암흑상을 묘사한 19세기 러시아의 풍자작가로 명성을 날렸다고 합니다.

레닌에 의하여 궤멸되기까지 러시아를 300년 동안 통치하고 있었던 로마노프 왕조.

사회적으로 고착된 하이라키 구조와 경직된 관료체계농노제는 1861년에야 폐지되었지요.

 

이솝우화적 유머의 풍자소설, '농부가 두 장군을 부양한 이야기 (英題:Two Generals and a Peasant)'

온실속세파(世派아랑곳없이 자라 세상물정 모르는 갓난쟁이.

예전 우리나라에서는 쌀나무에서 쌀이 열리고 소금나무에서 소금이 열리는 줄 알았던 도시촌놈들도 없지 않았다지요.

마리 앙투와네트는 빵을 달라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면 될텐데'하였다던가요ㅎㅎ(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