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나도향 (1,4,3,3,1)

카지모도 2020. 2. 2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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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나도향]]

<물레방아> <벙어리삼룡이> <뽕> <여이발사> <춘성> <꿈>

 

 

<물레방아>

-나도향 作-

 

***동우***

2013.10.13 05:14

 

‘나도향’의 ‘물레방아’

상전에게 빼앗긴 마누라.

반항과 응징.

에로티시즘과 살인.

 

<그는 다시 문을 달각달각하였다. 계집은 이번에 다시 문을 열고 사면을 둘러보더니 헌 짚신 짝을 신고 나왔다.

“뉘요?”

그는 방원이 서 있는 집 모퉁이를 돌아서려 할 제,

“내다!”

하고, 입을 틀어막고 칼을 가슴에 대었다.

“떠들면 죽어!”

방원은 계집의 입을 수건으로 틀어막고 결박을 한 후 둘쳐 업고서 번개같이 달음질하였다. 그는 어느 결에 계집을 업어다가 물레방아 앞에 내려놓은 후 결박을 풀었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

“나를 모르겠니?”

캄캄한 그믐밤에 얼굴을 바짝 계집의 코앞에 들이대었다. 계집은 얼굴을 자세히 보더니,

“아!”

소리를 지르더니 뒤로 물러섰다.

“조금도 놀랄 것이 없다. 오늘 네가 내 말을 들으면 살려줄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이것이야!”

하고, 시퍼런 칼을 들이대었다. 계집은 다시 태연하게,

“말요? 임자의 말을 들으렬 것 같으면 벌써 들었지요, 이때까지 있겠소? 임자도 남의 마음을 알지요. 임자와 나와 이년 전에 이곳으로 도망해 올적에도 전 남편이 나를 죽이겠다고 허리를 찔러그 흠이 있는 것을 날마다 밤에 당신이 어루만지었지요? 내가 그까짓 칼쯤을 무서워서 나하고 싶은 것을 못한단 말이요? 힝, 이게 무슨 비겁한 짓이요. 사내자식이, 자! 찌르려거든 찔러 보아요. 자, 자.”

계집은 두 가슴을 벌리고 대들었다. 방원은 너무 계집의 태도가 대담하므로 들었던 칼이 도리어 뒤로 움찔할 만큼 기가 막혔다. 그는 무의식 하게,

“정말이냐?”

하고 한 걸음 더 가까이 나섰다.

“정말이 아니고? 내가 비록 여자지마는 당신같이 겁쟁이는 아니라오! 이것이 도무지 무엇이요?”

계집은 그래도 두려웠던지 방원의 손에 든 칼을 뿌리쳐 땅에 떨어뜨리었다.

이 칼이 땅에 떨어지자 방원은 이때까지 용사와 같이 보이던 계집이 몹시 비겁스럽고 더러워 보이어 다시 칼을 집어들고 덤비었다.

“에잇! 간사한 년! 어쩔 터니냐? 나하고 당장에 멀리 가지 않을 터이냐? 자아 가자!”

그는 눈물이 어린 눈으로 타일러 보기도 하고 간청도 하여 보았다.

“자아, 어서 옛날과 같이 나하고 멀리멀리 도망을 가자! 나는 참으로 나의 칼로 너를 죽일 수는 없다!”

계집의 눈에는 독이 올라왔다. 광채가 어두운 밤에 번개같이 번쩍거리며,

“싫어요. 나는 죽으면 죽었지 가기는 싫어요. 이제 나는 고만 그렇게 구차하고 천한 생활을 다시 하기는 싫어요. 고만 물렸어요.”

“너의 입으로 정말 그런 말이 나오느냐? 너는 나를 우리 고향에 다시 돌아가지도 못하게 만들어 놓고, 나의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게 한 후에 또 나중에는 세상에서 지옥이라고 하는 감옥소에까지 가게 하였지! 그러고도 나의 맨 마지막 원을 들어주지 않을 터이냐?”

“나는 언제든지 당신 손에 죽을 것까지도 알고 있소! 자! 오늘 죽으나 내일 죽으나 언제든지 죽기는 일반, 이렇게 된 이상 나를 죽이시오.”

“정말이냐? 정말이야?”

“정말요!”

계집은 결심한 뜻을 나타내었다. 방원의 손은 떨리었다. 그리고 그는 눈을 꽉 감고,

“에,여우 같은 년!”

하고 칼끝을 계집의 옆구리를 향하여 힘껏 내밀었다. 계집은 이를 악물고,

“사람 죽인다!”

소리 한번에 그 자리에 거꾸러졌다. 칼자루를 든 손이 피가 몰리는 바람에 우루루 떨리더니 피가 새어 나왔다. 방원은 그 칼을 빼어 들더니 계집 위에 거꾸러져서 가슴을 찌르고 절명하여 버렸다.>

 

***홍애(虹厓)***

2013.10.13 11:05

 

오늘은 여기도 읽었습니다.

기억하고 있는 것과 지금 읽고 있는 것이 다릅니다.

기억이란 참.... ㅎㅎㅎ

 

***┗동우***

2013.10.14 05:43

 

예전 읽었던 책 다시 읽을때마다 나도 곧잘 중얼거리지요.

"옛날에는 이런 내용이 아니었는데.."

세월 지났다고 책 속의 글자가 달라질리는 없으니, 천상 시제적(時制的) 감수성의 문제이겠는데.. 참. ㅎ

 

***┗홍애(虹厓)***

2013.10.14 07:15

 

예전에 읽었던 책은 다시 읽어야겠다, 그땐 읽은 게 없다 하는 기분이에요.

 

 

<벙어리 삼룡이>

-나도향 作-

 

***동우***  

2013.03.23 05:39

 

스물다섯에 요절한 나도향 (1902∼1926).

단순성의 인간성 벙어리 삼룡이는 사랑(연모)이 깃듦으로서 저와 같이 복잡성의 인간으로 변모하였다.

그런 변모는 비극이었을까 축복이었을까.

 

꼽추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의 유골 옆에 드러누워 죽었다.

사랑하는 에스메랄다를 느끼면서, 콰지모도 꼽추 역시 울분에서 벗어 났을 것이다.

이 소설을 쓰기 전에 나도향은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을 읽었을까.

 

***eunbee***  

2013.03.24 12:37

 

나는 언어와 정서가 거칠게 표현되는 우리의 소설 읽기를 많이도 꺼려하는 경향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하하

다음에 올려주신 '밀회'에서의 '나'가 보는 그런 아름답게 매끄러운 표현의 문장의 소설이 좋아요.

이새벽에 두 소설을 함께 읽으니 더욱 그 차이가 (호불호) 두드러지네요. 소설읽기를 이렇게 무식하고 편협하게 읽는다우.ㅋ

 

마지막 행복한 웃음을 짓는 삼룡씨...행복입니다.

 

말할 수 없다는 건 더욱 절실함이란 것을 설명키 위한 장치일까요? 벙어리...

 

***동우***  

2013.03.25 04:30

 

문학적 정서와 이야기가 비교적 직설적으로 표현되는 우리 근대소설, 충분히 알만 하다오, 은비님이 받아들이는 문학적 감수성.

분명히 일천하게 축적된 근대 문학사에서 세련됨 모자란 점 없지 않습니다.

 

벙어리 삼룡이의 최후.

죽음으로서 비로소 이루어지는 사랑. (옥시톡신의 작용은 아니겠지요?)

 

책 펴 놓고 노트르담 드 파리의 마지막 대목 옮깁니다. (알고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소설은 축약본, 풀버젼은 아직 읽지 못하였다오)

 

마지막 대목.

 

<카지모도의 신비스런 잠적으로 말하자면, 다음에 적는 것이 필자가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의 전부이다.

이 이야기를 마무리한 사건들이 있은 지 일 년 반쯤 후, 사람들이 몽포콩의 지하실로 '사슴 올리비에'의 시체를 찾으러 왔을 때(그는 이틀 전에 교수형에 처해졌는데 샤를르 8세가 특사를 내려 훌륭한 장례를 갖춰 생 로랑 성당에 이장케 했던 것이다) 그 모든 끔찍스런 해골들 사이엔, 한 송장이 또 하나의 송장을 이상하게 껴안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

이 두 송장들 중 하나는 여자였는데, 아직도 그 흰 베옷이 몇 조각 붙어 있었으며, 그녀의 목 주위엔 녹색 유리 세공품으로 장식한 조그만 명주 주머니 하나가 보였다. 이 송장을 꼭 껴안고 있는 또 한 송장은 남자였다. 그것은 등뼈가 구부러졌고, 머리가 어깨 속에 들어가 있고, 한쪽 다리가 다른 쪽보다 짧은 것을 사람들은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목뼈가 조금도 상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교수형을 당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그러므로 이 송장의 본인은 거기 와서 죽은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가 껴안고 있는 송장에서 그를 떼어 내려 하자, 그것은 먼지로 화해 버렸다.>    

 

***teapot***  

2013.03.25 11:37

 

벙어리 삼룡이 영화로도 나왔었나요?

어렴풋이 제목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내용은 어디서 들은듯도 하고~흔한 소재라 그런 것 같기도하고,

예전에 읽었었는지도 모르겠고~

배삼룡이 생각 나서인가? ㅋㅋㅋ

 

암튼 이리 다시 읽을 수 있으니 동우님께 감사!!

 

***동우***  

2013.03.26 05:18

 

물론 영화로도 만들어 졌지요.

감독은 신상옥이었을겁니다.

삼룡이 역에는 김진규 (곱상한 젠틀맨 인상의 김진규가 적역이었는지?), 새아씨는 아마 최은희였을 것. 못된 아들 역은 박노식이었던가...

 

읽어 주시니 티팟님께 감사!

 

 

<뽕>

-나도향 作-

 

동우  

2015.03.06 06:16

 

<그러나 촌구석에서 아무렇게나 자란 데다가 먼저 안 것이 돈이었다. '돈만 있으면 서방도 있고, 먹을 것 입을 것이 다 있지' 하는 굳은 신조는 자기 목숨을 내어놓고는 무엇이든지 제공하여 부끄러운 것이 없었다.>

 

'뽕'

동네 뭇 남정네에게 눈웃음 흘리며 은근슬쩍 치마끈 풀어주는 안협집.

그러면서도 삼돌이에게만은 줄둣말듯 애간장을 녹입니다.

이대근, 이미숙, 조형기...

왕년의 방화(예전에 우리영화를 邦畵라 하였어요)에서 에로물로 많이들 울궈 먹었지요.

애마부인 변강쇠 옹녀 씨리즈와 더불어.

 

나도향의 원작. (1925년 발표)

에로티시즘보다는 그 시절 궁핍한 향토색이 좀 서글픕니다. ㅎ

 

***야초***  

2015.03.07 09:03

 

감사합니다 ~. 뽕, 영화로는 즐겼는데 하하.

동우님에게서 원작을 접하게 됐습니다.

 

***동우***  

2015.03.08 04:40

 

뽕 시리즈, 제법 영화로 만들어졌을걸요.

그 시절, 스크린에서 절륜함을 뽐내던 남정네 '이대근'이라는 배우 기억하시는지?.

요즘은 무얼 하는지..ㅎ

 

***야초***  

2015.03.10 02:30

 

그 양반이 41년생인가 아마 그럴걸요.

인자 힘이 별로 없겠죠 ㅋㅋㅋ

 

***동우***  

2015.03.10 04:48

 

하하, 그런가요 야초님?

그래도 이름이 大根인데, 늙었어도 이름값이야. 하하

 

***설레임***  

2015.03.13 06:01

 

경제적으로 버팀목 남편으로서의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하는 저 남편이 한심스럽습니다

가장이 가장다울때 우리의 집은 흔들림없이 잘 서게 될 것입니다

한 여자의 기구함이 가슴 .ㅏ리는 아침입니다

 

***동우***  

2015.03.14 04:47

 

가끔 생각하는바, 여성성이 지닌 그 성적 측면이 나는 가엾습니다.

여성 기구함의 근원은 바로 거기로 부터 발현되는 것인듯.

 

 

<여이발사>

-나도향 作-

 

***동우***

2017.02.13 04:26

 

나도향 (羅稻香,1902~1926)의 '여이발사'

작가가 동경 유학시절 경험했던 이야기일 듯 하지요?

 

여자이발사.

오래 전부터 나는 이발소에는 가지 않습니다.

남보다 유난히 뻣뻣한 머리카락, 아무리 솜씨좋은 이발사가 가공하더라도 헤어스타일이 이쁘장해지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미장원에서 가공(?)을 하여 왔던 겁니다.

여자들 틈에 오랜시간 끼어 앉아야 한다는게 처음에는 굉장히 쑥스러워서 한동안 아내와 함께 다녔었습니다만 어느새 아주 예사로워졌지요.

 

그래도 이발소의 여자면도사가 면도하여 줄 적의 달콤한 기억은 남아있습니다.

얼굴을 매만지는 섬섬옥수의 감촉, 어깨 쭉지를 지긋이 눌러오는 부드러운 젖무덤의 촉감, 때로 코끝에 풍겨오는 라면 냄새 섞인 달콤한 숨결...

 

그런데 요즘에는 이발소 찾기도 힘들더군요.

여자 면도사야 말할것도 없구요. (퇴폐이발소가 아직도 있는지?)

나를 따라(?) 남성제위들께서는 이제 미장원에 들락거리는가 봅니다.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

어쨌거나, 남자가 여자를 만났을때 또는 여자가 남자를 만났을때.

남녀 공히 본능적 변신을 합니다.

너그러운 척, 힘 센척, 돈이 많은 척, 이쁜 척, 얌전한 척...

남자는 배를 들이밀어 가슴을 부풀리고, 여자는 음성을 변조합니다.

 

남자의 허풍.

여자의 내숭.

결코 죄가 아닙니다.

 

그나저나 저 친구, 네마키(일본식 가운)까지 전당포 맡기고 어렵사리 구한 오십전 은화 아까워 어쩐대요?

호기로 날려버렸으니.

자기에게 마음이 있어 웃은게 아니라 머리에 나있는 땜통보고 웃은걸 가지고서리. ㅎㅎ

 

 

<춘성>

-나도향 作-

 

***동우***

2017.07.23 22:56

 

집안은 제법 부유한듯 하지만, 목자(目子,인상)도 남보다 사납게 생겼을 것 같은 춘성.

게다가 연애에도 저리 쑥맥이니.

 

"네 네. 만족치는 못하여도 저의 애인으로는 가장 나을 것 같아요."

한물 간 기생에게서까지.

 

가엾어라, 춘성. ㅎ

 

 

<꿈>

-나도향 作-

 

***동우***

2018.05.15 09:21

 

'나도향(羅稻香,1902~1926)'의 '꿈'

자신을 사모하다 죽은 처녀의 현몽(現夢).

작가 자신이 겪은바의 이야기인지 상당히 사실적입니다.

나도향은 서울의 의사집안에서 태어났는지라 이 이야기는 소설일법 합니다만.

 

사랑하는 상대방이 자신의 꿈 속에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모해 마지않는 상대방의 꿈 속에 비집고 들어가 자신을 현몽케 하는... 사랑의 힘, 일종의 염력(念力)일테지요.

 

상사병으로 죽은 총각, 몽달귀신의 상여는 황진이 집 앞에서 딱 붙박였다가 황진이가 치마를 덮어주자 비로소 움직였다지요.

한여름에도 서릿발 내린다는 여자의 한, 상사병으로 죽은 처녀귀신일진대...

 

살아 생전에 냉대하였던 임실이, 죽고나서야 서늘한 연민으로 오싹한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