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서기원]] (1,4,3,3,1)

카지모도 2020. 3. 13.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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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서기원]]

<오늘과 내일> <이 성숙한 밤의 포옹>

 

 

<오늘과 내일>

-서기원 作-

 

***동우***  

2013.06.25 05:25

 

6.25 아침이다.

내 나이 예순의 반을 넘어, 어느 새 예순세해 전이로구나.

그때 세살짜리, 무슨 뚜렷한 전쟁 그림들 기억 속 남아 있을까. <공습해제 사이렌.. 쓰레기통 옆에 기대 쓰러진 피투성이 청년.. 이불 둘러쓴 방공호(신설동 집이었던지).. 외할머니(젖엄마였던지) 손을 잡고 뛰었던 포연 자욱한 동대문 부근의 거리.. 단편적인 기억속 그림들 어렴풋하다.... (우리 식구는 1.4후퇴 때 부산으로 피난하였다.)>

상처는 오히려 전쟁 연후에 덧나 피 고름을 흘린다.

6.25.

나는 (생사불명으로) 영원히 아버지를 잃었다.

그리하여 어머니와 세남매의 의식(意識)은 중심의 무게없어 척박(瘠薄)하였을 것이다.

우리들 정신적 성장 또한 자못 무참한바 없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동족상잔의 전쟁.

어제까지의 이웃들.. 사람들은 홀연 증오의 이빨을 드러내고 폭력을 휘둘렀다.

서로 죽이고 서로 죽었다.

한반도에 연연(連延)한 삶의 형식, 전통적 가치관 따위는 여지없이 파괴되어 초토화되었다.

풍비박산 난 핏줄들, 산산조각 해체된 사회적 윤리적 관계들...

 

언론인이고 주요공직에 있었던 소설가 서기원 (1930~2005)의 '오늘과 내일'.

 

고향에서, 아버지의 총살현장을 목격한 젊은이.

그 후 그의 삶은 어떠해야 했을까.

살벌한 의식.. 무언가를 증오해야 하는...

 

한계상황 속에서 그래도 그는 노인에게 집착한다.

그의 아버지와 오버랩된 어떤 죄의식 때문인가...

'오늘과 내일'이라는 제목에 어떤 은유가 숨어있는건지.

포화와 살육 처참한 오늘이지만 전쟁 속 휴머니즘은 내일의 희망을 말함인가..

 

좀 진부한듯 모호하여, 이 작품(1960년 발표)이 서기원의 수작(秀作)은 아닐 터이지만, 오늘 6.25라 포스팅하였습니다.

 

***달리는말***  

2013.06.25 06:20

 

동우님께서도 어렴풋 기억하시겠군요.

6.25는 제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던 해에 벌어진 전쟁입니다.

제 담임선생님이 전쟁에 참여하기 위하여 길가에 도열한 학생들을 뒤로하고

전쟁터로 떠나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휴교로 말미암아 학교에도 못가고 4학년 초에 학교생활을 시작했었습니다.

 

젊은이들에게는 역사 속에서나 영화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오늘이 아닐까싶습니다.

 

덥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오늘도 활짝 웃는 행복한

날이 되셨으면 합니다.

 

***동우***  

2013.06.26 05:17

 

달리는 말님.

선배님은 학교에 들어갈 정도의 나이였으니 6.25의 기억 어느 정도 또렷하실 것이겠군요.

나는 부산 초량의 피난민 국민학교에 입학하였다가 2학년때 서울로 전학하였었지요.

 

그럴거에요, 달리는 말님.

우리로서야 그 때 어렸을 망정, 체험적 기억을 간직하고 있지만 요즘 젊은이들로서야 그야말로 어떤 영화 속 얘기겠지요.

 

그러나, 한반도 땅의 어느 누구도 가족사적으로 6.25와 무관한 삶을 살았던 사람 아무도 없을걸요.

한 세대 쯤 지나면 그마저 역사의 뒤안길, 어떤 조상의 전설같은 에피소드가 될 것이지만..

 

장마라는데, 습기찬 무더위만 가득합니다.

달리는 말님의 지구촌 곳곳을 누비신 얘기들, 흥미롭게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부러움과 더불어.ㅎ)

 

오늘도 좋은 하루를.

 

 

<이 성숙한 밤의 포옹>

-서기원 作-

 

***동우***

2017.09.19 04:52

 

전쟁. 2차대전

레마르크의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에른스트 그래버'

집체적 단순화로 파멸되는 청춘.

 

전쟁.6.25.

서기원의 '이 성숙한 밤의 포옹'.

집체 속의 개별.

굴절되고 왜곡된 청춘.

 

서기원(徐基源,1930~2005)의 '이 성숙한 밤의 포옹',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객설은 내일.

 

***동우***

2017.09.20 04:25

 

신문사와 방송국 사장을 역임하였고 주요 공직에도 있었던 소설가 서기원.

 

그의 의식은 꽤 실존적입니다그려.

'이 성숙한 밤의 포옹'은 1961년도 동인문학상 후보작이었다고 합니다.

 

폐병으로 위독한 애인을 찾아 탈영하던중 처녀를 겁탈하고 살인한 청년.

주위를 배회하지만 차마 애인의 집에는 들어가지 못합니다.

사창가를 찾아가 거기서 만난 남자(역시 국민방위군으로 부터 도망처나온)와 친구가 되어 그 집에 기생합니다.

 

전장에서도 청춘이라는 존재의 확인은 선연합니다.

<철갑모가 비스듬히 젖혀진 너의 머리맡에서는 검푸른 풀잎이 금세 물에서 나온 여인의 머리 내음새를 풍기고, 박격포탄의 파편이 뚫은 너의 상처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 밑에서 섹스처럼 난숙 해진다. 정녕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포옹이 성스러운 의식일 수 있는 것과 같이 너의 주검의 모습은 참으로 엄숙하구나. 너의 의식은 끝났느냐. 너의 의식이 음탕하고 더럽게 보이기 전에 우리들은 너를 땅 속에 고이 묻어 준다. 그러면 우리들은 영구히 헤어지게 된다. 살아 남은 우리들은 땅 위에서 너는 땅 속에서 서로가 차츰차츰 얼굴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전쟁판은 온통 부조리한 상황입니다.

윤리의식은 병이 들고 인간성은 전도(顚倒)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모호합니다.

 

노 웨이 아웃.

전쟁 속의 청춘.저항 할 곳도 나갈 길도 없습니다.

<이게 유일한 나의 저항 같은 것인지도 모르지. 그 밖엔 반항할래야 할 대상이 없어.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세상인가. 누구에게 무얼 어떻게 반항하고 새로운 주장을 내세울 수 있단 말인가. 일선에선 동족끼리 서로 죽이고, 도시에선 식욕과 성욕과 그리고는 허영밖엔 남지 않았어. 오줌이라도 이런 데 누지 않는다면 다른 축들과 다른 점이 무엇이 있나.>

 

살기 위한 목적이 없다고 하여 그것이 죽어야 할 이유는 될수 없겠지요.

시퍼런 청춘이 말입니다..

자살은 미수에 그치고, 주인공은 애인을 찾아 걸음을 재촉합니다.

<상희야, 너한테 가서 내가 지닌 모든것을 털어놓는다. 너의 뚫어진 허파에서 마지막 핏덩이가 쏟아져 나오기 전에 모든 것을 얘기해 준다. 음식점과 창가가 꽉 들어찬 이 거대한 도시 위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얼굴을 하늘에 쳐들고 혓바닥으로 빗방울을 받아 마셔가며 걸음걸이를 재촉하는 것이었다.>

 

배리(背理)되는 것들.

폐병을 앓는 애인과 자살을 꿈꾸는 창녀, 죽음이 연기된 전사(戰死)...

전방(戰場)과 후방(市場), 生과 死, 널부러진 주검과 산것들의 욕동, 창녀와 처녀...

이중노출로 오버랩 되는 그것들, 암울한 시대 암담한 청춘의 알레고리.

유예된 죽음.

 

애인을 만나 주인공은 무엇을 얘기 할까요.

성숙한 밤, 청춘의 힘.

성숙한 밤의 포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