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1,4,3,3,1)

카지모도 2020. 3. 1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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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J. M. 바스콘셀로스-

 

***동우***

2018.04.09 00:19

 

섬광처럼 번뜩 떠오르는 어느 순간의 영상.

철들기 전 가난하고 거친 환경 속, 슬프고도 아름다웠던 단상들.

기억속 그 색감 건조할런지 모르겠지만 아아, 이제 늙어 포옥 안아주고 싶은 따순 옛것들.

 

조제 마우루 지 바스콘셀로스(Jose Mauro de Vasconcelos: 1920~1984)의 자전적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My Sweet Orange Tree).

대여섯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동우***

2018.04.12 22:33

 

<"그런데 밍기뉴는 처음 듣는데, 누구지?”

“밍기뉴가 슈르르까예요. 그러니까 슈르르까가 밍기뉴고, 밍기뉴가 슈르르까예요.”

나는 말을 되풀이했다.

“밍기뉴는 제 라임오렌지나무예요. 제가 굉장히 그 앨 사랑할 때는 슈르르까라고 불러요.”

“그러니까 넌 밍기뉴란 이름의 라임오렌지나무를 갖고 있다. 이거군.”>

 

라임 오렌지 나무.

난 처음에 '라임'이라는게 오렌지 나무의 품종인줄 알았습니다.

검색해 보았더니, 이 소설의 영어 제목은 ' My Sweet Orange Tree' (포르투갈어 原題는 'Meu Pede Laranja Lima)이더군요.

그러니까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내 향기로운 오렌지 나무'쯤 되겠군요.

 

브라질의 어느 시골 척박한 마을, 가난한 집안, 많은 형제들과 폭력적인 가족.

다섯살 짜리 장난꾸러기 '제제'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이 넘치고 상상력이 뛰어난, 스스로 글을 깨우친 영특한 아이...

 

제제는 사랑스럽지만 슬픈 아이입니다.

 

***동우***

2018.04.14 04:16

 

<그래요. 전 이미 시작했는데요. 죽인다고 꼭 벅 존스의 권총을 빌려 빵 쏘아 죽이는게 아녜요. 그게 아니란 말예요. 제 생각 속에서 죽이는 거예요. 사랑하기를 그만두는 거죠. 그렇게 되면 언젠가 완전히 죽게 되는 거예요.”>

 

피투성이가 되도록 자기를 두드려 팬 아버지와 누나를 제제는 생각으로 복수를 완성합니다.

그리고 달리는 기차(망가라치바)에 뛰어들어 죽어버리려고 합니다.

고작 다섯살 짜리가.

그런 제제를 심각하게 걱정하는 뽀르뚜까는 늦은 밤까지 달리는 기차를 지킵니다.

 

다섯살 짜리 제제의 내면의 모습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저 실업자 아버지의 절망적 행위를 무작정 욕만 할수는 없을터입니다.

 

마르크스의 명제,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지배한다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내일 마지막분입니다.

 

좋은 주말을.

 

***동우***

2018.04.15 04:51

 

몇년전 이 소설의 영화도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되었다고..)

 

제제와 또르뚜가 아저씨.

영화 시네마 천국, 소년 토토와 영사기사 알프레도 할아버지와의 우정과 색감은 다를지라도 가슴에이는 그리움은 동일합니다.

시방 내 방에는 '시네마 천국'의 주제음악(유튜브)이 흐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학대가 자신 내부의 악마 때문이라는 자의식, 더불어 자신의 환경으로서는 희망도 미래도 가질수 없다는 판단.

그러나 여섯살 짜리 제제는 애어른입니다.

 

<삶의 아름다움이란 꽃과 같이 화려한 것이 아니라 나무에서 떨어져 바다 위를 떠돌아다니는 낙엽과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강물도, 이런 강물도 역시 바다로 흘러 들어가니 역시 아름다움이 아닐까?>

 

예리한 현실인식과 예민한 감수성과 무한한 상상력을 가지고, 어두운 현실로부터의 자가치유력까지 가지고 있는.

밍기뉴는 상상 속에서 투사한 자신이었고, 기적처럼 나타난 뽀르뚜가는 정신적인 아버지였습니다.

그것이 여섯살짜리가 터득한 슬픈 삶의 기술이었던 것입니다.

 

기차에 치어 뽀르뚜가 아저씨가 죽자 절망한 아이는 혼절하고, 그리고 몹시 앓습니다.

 

<어떤 사람에겐 죽는다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이람? 몹쓸 기차가 한번 지나가면 그만이잖아. 그런데 왜 내가 하늘 나라에 가는 것은 이다지 어렵지? 모두들 내가 가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나 봐.>

 

밍기뉴가 베어질거라는 사실 때문에 그런줄 아는 식구들.

그러나 제제의 마음 속에서 라임 오렌지나무는 이미 버혀지고 없습니다.

 

<"이다음에 많이 가질 수 있어. 그리고 네 라임오렌지나무도 그렇게 빨리 잘리진 않을 거야. 그게 잘릴 때 쯤에 우린 멀리 이사가 있을 테고, 그러면 그 아픔도 그다지 느낄 수도 없게 돼.” 나는 아빠의 무릎을 잡고 흐느꼈다. "필요없어요, 아빠. 소용없어요.” 나는, 나와 마찬가지로 눈물이 한없이 흘러내리는 아빠 얼굴울 쳐다보며 슬프게 속삭였다. "전 이미 잘랐어요, 아빠. 내 라임오렌지나무를 자른 지 일주일이 훨씬 지났어요.”>

 

작가 '바스콘셀로스'은 이렇게 이 책의 헌사(獻辭)를 이렇게 썼습니다.

 

<내 동생 루이스는 20살 때 삶을 포기했고 내 누나 글로리아는 24살때 삶이 가치가 없다는걸 깨달았다. 루이스와 글로리아를 그리워하는 나의 눈물들. 아, 내가 여섯살때 내게 사랑을 새겨준 마누엘 발라다러스 아저씨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 그들 죽은 이들에게.>

 

부자든 가난뱅이든, 이 세상에 완벽한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어떤 형태로든 알게모르게 아이들에게 슬픔을 안겨주는 경우 없지 않을겝니다.

아주 사소한 언행 하나가 아이들의 내면아이로 하여금 불안과 슬픔으로 흐느끼게 하고 있을런지 모릅니다.

 

왜 아이들이 철이 들어야만 합니까?

 

내 손주 비니미니를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그냥 사랑합시다.

 

함께 읽어주어 고맙습니다.

 

***최미경***

2018.04.15 20:25

 

수십 년 전 어린 딸아이와 함께 읽었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같이 눈물 글썽이며 읽던 딸아이는 공부하느라 제 옆에 없지만 함께 읽은 리딩북이라 슬프지만은 않네요. 

먹먹한 아픔 한편으로 맑아지는 마음이 있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동우***

2018.04.17 03:58

 

따님과 수십년전 함께 읽었던 소설이라시니, 그 회억 얼마나 촉촉하실까.

리딩북의 진정한 애독자 최미경님에게 나 역시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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