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박완서 3 (1,4,3,3,1)

카지모도 2020. 4. 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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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박완서]]

<그 여재네 집> <마른 꽃>

 

 

<그 여자네 집>

-박완서 作-

 

***동우***  

2014.08.07 04:24

 

사랑을 앗아간 시대의 아픔, 그와 같은 서사적 기억은 굳이 더듬어야 떠오릅니다.

그러나 정서적 기억은 마음 속에 각인되어 무시로 사무치는 그리운 것들입니다.

 

단정하고 음전한 선남선녀, 곱단이와 만득이.

행촌리의 축복으로 더욱 어여쁜 한 쌍의 사랑이야기.

그건 박완서의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는 그리운 색감의 것들일테지요.

박완서의 아름다운 고향 박적골에서 비롯된....

 

“삼천리 강산 방방곡곡에서 사랑의 기쁨, 그 향기로운 숨결을 모조리 질식시켜버리니 그 천인공노할 범죄를 잊어버린다면 우리는 사람도 아니죠. 당한 자의 한에다가 면한 자의 분노까지 보태고 싶은 내 마음 알겠어요?”

 

만득노인은 그 시대를 분노합니다.

그런데 그 분노가 내 가슴에는 그닥 와 닿지 않습니다.

좀 서사적인지라, 분노마저 내게는 그리움으로 읽힙니다. ㅎ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을 내 가슴에 있네..

곱단이의 이름과 얼굴은 잊혀졌더라도 어떤 그리움의 추상 덩어리가 만득노인의 가슴 속에서 넘실거리고 있을거라고..

 

내일은 박완서의 '마른 꽃' 올리려 하는데..

늙어, 마른 꽃이라니...아니라오. ㅎ

 

살구꽃 핀 그 여자네 집.

눈 내리는 그 여자네 집.

옛 것이 아니라 그 여자네 집에는 지금도 살구꽃 피고, 눈이 내리지요.

마르지 않았습니다.

그 여자네 집은 지금도 푸르르게 엄존(儼存)합니다.

 

미꾸라지 양식장에 메기 몇 마리 넣어두면 미꾸라지는 긴장하여 건강과 싱싱함이 유지된다고 합디다.

그리움과 설레임이 바로 '메기'랍니다. ㅎ

 

***eunbee***  

2014.08.07 09:00

 

문학청년 만학도 만득이, 함박눈이 내려앉아서 쉴 만큼 긴 속눈썹을 가진 곱단이.

사랑도 고왔네요. 시대의 희생물이 된 사랑, 박완서님은 어쩜 저리도 시냇물 흐르듯 졸졸졸 이야기를 잘도 풀어놓는지요. 단숨에 읽히는 재미난 옛날 이야기 같았어요. 김용택 시인의 시에서는 내가 잠시 살며 그 어떤 꿈을 꾸어보던 고향마을 오두막이 떠오르구요.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필 무렵엔 자운영과 오랑캐꽃이 들판과 둔덕을 뒤덮었다.

자운영은 고루 질펀하게 피고, 오랑캐꽃은 소복소복 무리를 지어가며 다문다문 피었다.

살구가 흙에 스며 거름이 될 무렵엔 분분히 지는 찔레꽃이 외진 길을 달밤처럼 숨가쁘고 그윽하게 만들었다.]

나도 저렇게 읊조리며 살고파서 오두막을 장만했건만.

 

순애할머니가 지겹도록 곱단이를 투기하는 말을 늘어놓아 이제는 만득이영감이 불쌍해지려할 때

그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말았다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나오던걸요.ㅎㅎ

박완서님은 감칠맛나는 이야기꾼이에요.ㅎ

 

각설하고,

동우님,

우리집은 오늘 아침 기뻤습니다.

책.

그중에 은비에게 은근히 부탁한 것이 있었지요. '고양이처럼 나는 혼자였다'에 부록처럼 붙어온 '노트' 그걸 내가 은비에게 선물 받았어요. ㅎ

은근히 책욕심 많은 은비엄니 당근 싱글벙글.

내일이 은비 생일이라서 은비엄니는 '맞춤이네, 생일 선물'하며 더 좋아해요.ㅎㅎ

그리고 내가 블로그에서 '김홍기님' 블로그를 즐겨찾기 해두고 자주 읽는 것을 어찌 아셨대요?

그분의 책 읽고 싶었는데, 얼마나 반가운지. 김중만 사진작가가 꾸민 김점선님의 책두요.

모두들 잘 읽고 감상문 제출하라고 할게요.ㅎㅎㅎ

 

***동우***  

2014.08.08 04:56

 

무신 감상문...운운 하시나이까. ㅎ

은비님을 비롯하여 따님과 은비아씨, 즐겁게 읽으신다니 내가 더욱 기쁩니다.

김점선님은 은비님 포스팅 어딘가에서 언급하였고, 패션큐레이터라는 김홍기님 책은 검색하다가 은비님의 '댄디'기질에 맞을듯하여... ㅎ

모자란 안목의 선책(選冊)인데 좋아하여 주시니 기분 좋아요.

내가 고맙습니다, 은비님.

 

***eunbee***  

2014.08.07 09:19

 

Je vous remercie pour vos livres, je les lirai avec joie!

eunbi

 

 

<마른 꽃>

-박완서 作-

 

***동우***  

2014.08.08 04:47

 

박완서의 '마른 꽃' 2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심리적 사회적 관계적으루다 세대별로 어떤 특징적 리얼리즘을 다룬 문학작품.

세대별로 구분할수 있다면 소년 청년 중년문학이랄 것은 그런대로 흔한듯 한데 노인문학 쪽은 좀 생경(生硬)할듯 싶습니다.

 

젊은 작가는 나이 들어보지 못하였으니 노인이란 피상(皮相)일 것이고 정작 나이 든 이들은 스스로 노인이라는 자의식을 헤집어 보기 싫지 않을까하는.....

 

'마른 꽃'은 박완서가 노년에 쓴 소설로, 비교적 솔직하게 자신의 노인을 드러내어 정치(精緻)하게 노인(특히 나이 든 여성의 심리)을 묘사합니다.

노인문학이라기에 손색이 없을듯 싶어요.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노인이게 하는가요?

예순 즈음의 나이 먹었으니 노인이라고 한다면 그건 상투적입니다.

100세 시대라는데 말입니다.

노인이라는 주제의 핵심은 오히려 마음의 문제나 생각의 문제(스스로 뿐 아니라 주변인을 포함한)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때 늙는 일밖에 안 남은 나이를 죽음보다 더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 노인들을 우리가 극도로 미화해 바라보는 것도 우리의 이런 허망감, 미구에 닥칠 노추의 공포를 달래기 위한 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고급스런 빠에서 멋진 한쌍의 노인을 바라보는 동경과 선망의 눈길..

 

저리도 건사하기 거추장스러운 여덟폭 비단한복을 어른 노릇하고자 떨쳐입게 하는 그 여심(女心)에 스며들어 설레이게 하는 중후하고 세련된 노신사의 트렌치코트..아콰마린 반지.

 

흐음, 로맨스.

 

후편에서 드러나지만 나중에 리얼리스트로서의 자각으로 저 여심은 그 로맨스와 결별하지요.

나는 작가의 그 생각이 좀 못마땅하였습니다만. ㅎ

 

***eunbee***  

2014.08.08 14:47

 

에잉~

스포일러.ㅠ

잔뜩 기대하고 싶은 마음인걸요.ㅋ

 

아쿠아마린 반지를 낀 노신사, 보석 반지를 낀 남자라....???

거기에 트렌치코뜨꺼정. 상큼보다는 빠다냄새 풍겨올 것 같아서 좀....ㅋㅋ

청색 셔츠, 와인빛 브이 넥 스웨터, 녹두색 머플러, 베이지색이 아닌 카키색 버버리, 배도 안나오고. ㅎㅎㅎ

내게 그려지는 폼은 기생 오래비? ㅋ 의상 색상메치가 완벽하네요. ㅎㅎ 배가 좀 나와줬으면 기생오래비 면제.ㅋ

게다가 마음에 스며들 듯한 미소를 보내고. 히야~ 기대되네요.

 

여덟폭 비단 치마를 깃발처럼 펄럭이는 여인 앞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려는지. 사뭇 기대만발이옵니다.

그녀의 리얼리스트로서의 자각은 무에기에... 어떤 것이기에.

 

이곳 파리나 쏘 거리에는 온통 연인같은 노부부들이 손 꼬옥잡고 산책하고 시장보고 벤치에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고... 그러고들 있어요.

그 자연스러움과 세월 쌓인 사랑의 모습이 참으로 좋아 보이지요.

 

***동우***  

2014.08.09 04:42

 

하하, 은비님.

저 조박사의 패션이 기생오라비 스타일입니까?

후진 패션감각 나로서는 저 정도라면 헐리웃 스타 로맨스그레이, 헐리웃 스타급으로 보이는데..

내게 저와같은 입성으로 성장(盛裝)시키더라도 똥배가 나왔으니 기생오라비는 언감생심...ㅎ

 

후편 올렸는데, 어때요? 은비님.

좀 서글프지요.....

 

***eunbee***  

2014.08.09 07:55

 

오늘 올려주신 후편 잘 읽었어요.

많이 서글프네요.

 

언젠가 읽은 박완서님의 '그리움을 위하여'라는 소설이 자꾸 눈에 밟혀요.

그 글이 참 매끄럽고 좋았던가 보아요. 그 글을 읽을 적의 내게.

포스팅한 것 찾아보니 있네요.

동우님이 이번엔 예전?^^에 써둔 내 포스팅 읽어주세요.ㅎㅎㅎ

http://blog.daum.net/eunbeekc/11793357 ..... 하하핫.

 

***동우***  

2014.08.10 04:41

 

느낌이 실제보다 더 확실해지는, 육신이 아무것도 아니게 가벼워지는, 경지에 이른 자유의 예감...

 

그리움이란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윤기나게 만드는가.

이 가을은 그리움의 시간들.

가슴 저미도록 그리운 것을 그리워하자.

그리운 모든 대상들을 가슴 미어지도록 안아보자.

이 가을엔 그리움을 위해 축배를 높이 들 일이다.

 

處處에 時時에, 그리움이 배어있는 세상 그리고 인생.        

은비님은 젊어서도 그러셨을 것.

은비님은 당디(Dandy)라오.

 

소설, '그리움을 위하여' 찾아 읽어야지...

 

***돌거래***

2015.12.04 06:25

 

안녕하세요 동우님.

저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박완서님의 마른 꽃을 읽고 싶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을 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전문을 좀 전해 받을 수 있을까요.

 

답변 부탁드립니다.

수고하세요~

 

***동우***  

2016.01.09 04:40

 

돌거래님.

댓글을 이제서야 보았네요.

 

드릴 곳을 알려주시면..

 

***강홍열***

2016.01.08 09:12

 

이 소설에 대한 내용이 신문에 났네요.... 원문(전문) 좀 얻어 볼수 있을까요 ???

 

***동우***  

2016.01.09 04:39

 

전문은 친구공개 ‘리딩북’ 카테고리에 있는데...

전문을 드리고 싶어도 어떻게 보내면 될런지?

드릴 곳을 알아야..

 

***동우***  

2014.08.09 04:35

 

노신사 조박사.

수려한 골상, 군살이 붙지 않은 몸매, 따뜻한 눈빛, 친절한 마음씨, 세련된 옷차림, 말씨와 몸에 배인 교양과 매너..

 

<카사노바도 늙은 연인들도 세월과 함께 사라졌다 해도 환상은 남아 있는 것, 나는 그와 함께 어느 고급스럽고도 이국적인 술집에서 아름다운 크리스털 잔을 부딪치기를 꿈꾸고 있었다.>

 

울렁거리는 여심.

강아지를 핑계로 남자의 가슴에 기대어 감미로운 울음을 흐느끼는 여인.

 

고령이라고 없을손가, 이성을 향한 성적인 것에 대한 설레이는 기대.

그런데 뜻밖에 그녀는 조박사에게서는 그런 류의 정열(정욕)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달뜨는건 소녀적 감성, 정서적 충족뿐인가 봐요.

 

사별한 남편의 무덤찾기.

그것을 그녀는 보장된 평화라고 하는군요. (이 대목 박두진의 詩 '묘지송'이 떠올랐어요.)

거기다 대면 일상의 기쁨과 슬픔같은 것은 그 위를 스치는 잔물결에 지나지 않는다네요.

 

한 남자와 살을 부비면서 지지고 볶으면서 견뎌온 기나긴 세월.

같이 아이를 만들고 낳고 기르는 그 짐승스러운 시간들...

 

긴 세월 함께 한 삶의 리얼리즘에서 우러나오는 정열(정욕)이란 어떤 것일까요.

생각건대, 전투를 함께 치루어낸 전우애 같은 것일까요, 혹은 어떤 연민의 색감일까요.

어쨌거나 무덤가, 그 깊은 평화는 어떤 윤리적 만족감에서 우러나는 단순한것은 아닐것입니다.

긴 세월 한 사내와 함께 살아낸 연조(年條)가 깨달아 감정모체에 자리잡은 그것은....

 

그 정욕이 눈을 가리지 않으니까, 로맨티시즘 너머에 너무도 빠안히 보이는 것들.

그건 바야흐로 노추함으로 급전직하로 추락하는 몰골들입니다.

으흠, 로맨티시즘의 찬연한 불꽃은 리얼리즘의 참혹한 재로 뒤덮이고 맙니다.

 

기름기 없이 처진 속살, 우수수 떨굴 비듬, 자지러지는 코곪, 함부로 터는 담뱃재, 목을 빼고 끌어올리는 진한 가래, 엉덩이를 들고 뀌는 줄방귀, 위액 냄새만 나는 트림, 게걸스러운 식욕, 끝없는 잔소리와 인색함....

 

<"배고픈 게 왜 나빠? 무시하지 마, 너. 자원봉사보다 훨씬 거룩한 거다, 그거">

조박사와의 재혼처로는, 자신보다 궁핍한 다른 여인이 더 적합하다는 저 현실적 사회적 당위론이 나는 몹시 서글픕니다.

 

<정서로 충족된 연애는 겉멋에 불과하다>?

박완서, 정열(정욕)은 치열한 리얼리즘, 정서는 가벼운 로맨티시즘으로 치부하는겐가요?

동의할수 없습니다.

정서, 감성의 충일함은 로맨티시즘이 아닙니다,

나이 들수록 더욱 절절한 리얼리즘입니다.

 

그러나 이 점은 분명한듯 하군요.

젊음은 늙음을 몰라요.

아는채 하고는 있으나 일방적 자기중심적입니다. (예전 내가 그러하였듯이)

딸도 조박사의 며느리도 노인들의 행복에 대한 진정한 염려가 아니라 엄마와 시아버지를 타자화하여 자신들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군거적(群居的) 삶의 아름다움.

개체화하여 그 형식마저 사라져 버렸으니 세태가 갈수록 그러합니다.

이제 젊음은 더욱 늙음을 모릅니다.

 

주어온 漢詩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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澹掃蛾眉白苧衫

訴衷情話燕姜

佳人莫問郞年歲

五十年前二十三

 

눈썹 곱게 단장한 흰 모시 적삼

마음 속 정염을 재잘대며 얘기하네.

님이여 내 나이를 묻지를 마오

오십년 전에는 스물 셋이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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