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박완서 2 (1,4,3,3,1)

카지모도 2020. 4. 1.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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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박완서]]

<우황청심환> <나의웬수덩어리> <길고재미없는영화가끝나갈때> <참을수없는비밀>

 

 

<우황청심환>

-박완서 作-

 

***동우***

2013.06.20 06:26

 

박완서는 참으로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쇼비니즘과 사대주의, 운동권과 분단현실과 사회적 갈등, 사회주의 나라들의 개방 (당시 내 직장의 행사.. 오성홍기와 중국국가연주.. 달나라처럼 까마득한 금단의 나라였는데...얼마나 생경한 느낌의 감동이었던지..)

으스대는 자본주의, 가장 가까운 피붙이끼리의 미묘한 갈등과 끈끈한 정...    

 

그녀는 어떤 것을 꼭 집어 주제로 내세워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다.

평범하게 한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 일상적 의식의 눈으로써 그 시대를 묘사할 뿐이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는 더욱 친숙하게 재미롭다.

박완서의 리얼리티는 짙다.

 

***eunbee***  

2013.06.20 08:18

 

비오는 거리를 걸었어요. 저녁 열시 가까운 시각의 거리는 고요로웠지요.

쏘공원의 문이 닫혀있기에 주택가 가로수 아래에서 비를 피하며 걸었어요.

우거진 가로수엔 하얀꽃들이 펴서 향기를 내뿜고, 무성한 가지들은 우산이 되어줬어요.

닫힌 쏘공원 저편에 서 있는 그랑샤토가 먼 나라의 낯선 城처럼 아득했어요.

문이 잠겨 갈 수 없다는 별것 아닌 상황은 그런 느낌을 가져오더군요.

 

여자가 결혼을 해서 임신을 했을 적에 들을 수 있는 말에는 '나는 애 못낳는 여자랑 살고 싶어'도 있었답니다.

시시하기 그지없는 맹초같은 여자는 그말에 그냥 놀랐을 뿐, 크게 문제 삼지않고 살았더랍니다.

노란 가로등이 줄지어 서있는 거리에 서서 그 가로등들을 처량맞게도 바라보며, 그때 들었던 그 말을 다시 떠올려 보고는 '그런 마음을 갖는 남자도 있을 수 있겠구나.' 새삼 이해하는 마음을 어렴풋이 가져보았답니다. 이제서야... 그러나 용서할 수 없는.

 

애들 아버지 기일이 다가와요. 저녁을 먹다가 은비엄마에게 해마다 동생이랑 올케가 즤네끼리 애를 쓰니 올해엔 마음좀 보태라고 했다가 언짢은 말과 표정만 듣고 보게 되어, 착잡해진 마음에 빗속으로 산책을 나갔더랍니다. 

오늘 저녁엔 가로수로 비를 가리며 오랫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요나는 말에게 지껄였더랍니다. 더러는 울고 더러는 한숨 쉬며.....

이 나이되도록 그런것 아무에게도 풀어놓을 생각안하고, 모든 것은 전생이려니..하며 원망도 한도 갖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왔는데. 이제 그것조차 풀어내고 싶은. 해질녘의 초조함 같은 것인지,,들어주고 이해해줄 것 같은 사람을 만나서 말로라도 한풀이를 하려는 것인지....

요나의 말은 대답을 하지 않았겠죠? 그냥 듣고만 있었겠지요?

하하. 그냥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동우***  

2013.06.21 06:02

 

요나의 말(馬)은 말의 귀로서 듣습니다.

그리고 말(馬)의 말(言)로서 잠시 힝힝댑니다. 하하하

우리, 반백년 넘은 歷程에 점철된 사연들.

하냥 장미빛으로 가득한 사람 몇이나 되겠어요?

어머니와 나, 형과 누이와 나, 아내와 나, 딸과 아들과 나...

내 우물 두레박 내려 길어 올리면 관계관계 마다에 그 또한 아픔 서려 있을지니.

나도 요나가 되오리까? ㅎ

기억의 아픔 있거들랑, 그걸 요리조리 粉飾하면서 사는 게지요.

나는 인생이란 결국 밖으로는 위선이고 안으로는 자기기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이해하지만 용서할수 없다는 은비님은 순수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에요.

내 경우, 용서는 가능하나 이해할수 없다는 쪽이거든요. 그 용서까지도 어쩌면 자기기만일수도...

비오는 고요로운 거리를 걸으면서 쓸쓸한 사념에 젖는..

글과 이미지들로 보는 은비님은 본격적으로 예술을 공부하셨더라면 장식적 기교적으로 빼어난 예술가가 되셨을... 스스로 삶의 리얼리즘을 장식할줄 아시듯 말입니다.

그렇게 감성으로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unbee***  

2013.06.22 22:38

 

올려주신 고리키의 노인과 뇨니카를 읽고 마음이 사뭇 아리고..슬픕니다.

우리는 위장전입자로 살았지요. 행복에로의 위장전입. 나는 우리가족(세 애들과 나)이 타인의 눈에나 또한 우리스스로의 생각에 행복하고 따스하게 살아온 생활이라 여기며 살았었거든요.

어제도 은비엄마의 말 속에는

'나는 살아온 날들이 참 즐거웠고 해볼것 다해보고 누릴 것 거의 누리고 후회없이 산것 같아. 다만 공부를 더 열심히해서 지금보다 나은 직장을 가졌다면..하는 것 빼놓고.'라는 밝음과 만족이 자리하고 있엇지요.

우리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도 위장하여 행복하다며 살았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타인의 시선속에나 우리스스로의 표정에서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로 살아왔습니다.

 

내 속에는 저 노인같은 절실함이 있었지요. 내가 이애들을 밝게해 주지않으면 나의 존재가치는 없으며 나는 이애들에게 이중삼중으로 죄를 짓는 것이된다라는 죄의식과 어머니라는 위치로서의 절실함.

애들도 그런것을 알았는지 천성이 그런건지, 나의 '위장전입=행복에로의='에 한가닥 흔들림과 주저함과 망설임과 회의함도 없이 그냥 그렇게 살았답니다. 그건 순전히 내 스스로의 위무적인 판단일런지도 모르지요.

(심하게 부끄러운 부분 이제와서 지웁니다. 기록으로 오래오래 남아있을 블로그라서)

 

요나의 푸념을 말은 듣기만하더랍니다. 그래야 요나가 자기속의 이야기를 몽땅 털어놓을 수 있으니까요.

내가 푸념을 하는동안 동우님은 내아버지고 내오빠며 요나의 말이랍니다.ㅎㅎ

 

***동우***  

2013.06.24 05:42

 

세 자녀분들의 아버지.

곧 기일이라고 들었는데, 은비님의 어떤 회한과 어두운 감회가 조심스럽게 만져집니다.

으흠, 부부라는건 전혀 다른 종류의 생경한 관계라는 것.

ㅎㅎ 요나의 모노로그..

나는 블로그에다 좀 뱉어 놓았을거에요.

다분히 은유와 분식으로 주춤거리면서 말입니다.

'밤으로의 긴 여로' 독후감이라던가, '갈매빛 그늘'이라는 어쭙잖은 포스팅으로.

요나의 말(馬).

말의 귀에도 은비님의 푸념이 좀 쓰리게 들립니다.

짐짓 웃습니다만. ㅎ

 

 

<나의 웬수덩어리>

-박완서 作-

 

***동우***  

2013.07.10 05:30

 

박완서의 오래 전 꽁트입니다.

 

어제밤 술한잔 얼근하여 블로그 글쓰기 화면을 띄어놓고 모처럼 자판을 두드렸지요.

애창곡잡설을 늘어 놓으려고.

그런데 아뿔사!

몽땅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오.

내가 키보드 단추를 어찌어찌 했는지, 컴퓨터가 시스템적으루다 저찌저찌 했는지...

잃어버린 내 글자들이 아까와 죽겠습니다.ㅎ

 

***eunbee***  

2013.07.10 14:38

 

댓글은 4000자 이상은 등록되지 않는다는 말에 그 글 드래그하려고 커서를 갖다대는 순간 후루루룩 날아가 버리는 경우도 참 황당스럽더군요. 

그렇다면 내가 누군가의 댓글을 4000자 이상을 써댔단 말?

400자를 내가 잘못읽었을까요?

인생도 날아가고 사랑도 날아가고 어렵게 쌓아둔 재물도 날아가는데..

써놓은 댓글쯤이야 뭐~~~ㅎㅎㅎㅎㅎ

 

그나저나 박완서님의 웬수덩어리가 집어삼킨 불후의 명작 버금가는 동우님의 '애창곡잡설' 아깝습니다.

다시 옹골지게 잉태시켜 시원하게 순산하시어요. ㅋㅋ

 

***동우***  

2013.07.11 06:30

 

바로 그거예요.

은비님의 포스팅 '비 오락가락하는 날 공동묘지 가기'에 단 내 댓글.

좀 고치려다가 바로 4000자 운운 메시지가 뜨면서 휘리릭 없어지더군요.

마침 워드에 보관한 것 있어서 올리긴 올렸지만 여엉 매끄럽지 않게 올라가더군요.

 

버릇 들입시다.

블로그 글쓰기 화면에다 곧바로 글자들 집어넣지 않기. ㅎ

 

***teapot***  

2013.07.11 01:32

 

내 이야기를 쓰신 것 같아요? 30장까지는 쓰지 않았지만....

 

다시 한번 오늘 술한잔 얼근히 걸치시면 그 이야기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싶은데요~ㅎㅎㅎㅎ

 

***동우***  

2013.07.11 06:25

 

하하, 티팟님.

티팟님도 경험하셨다니 자알 아실테지만, 애 써 집어 넣은 글조각들 휘익 증발해 버렸을 적의 그 허탈함.

분한 것은 나중이고 우선은 맥이 좌악 빠져버리는 그 기분.

 

티팟님 말씀처럼 술 한잔 걸치는 날 머릿속 마음 속 있는 것들 한번 더듬어 다시 끄집어 내 봐야지요. ㅎ

 

***저녁산책***  

2013.07.14 00:18

 

ㅎㅎ 너무 안타깝지만 웃음을 유발하는 콩트네요.

기계의 협조로 작업을 한다는 것이 참 답답한 이야기이죠.

얘네들은 너무 각박하고 얄짤없어요.ㅎ

근데 이 꽁트에선 기계도 기계지만 청년의 무지함(?)도 만만치 않은듯 합니다.ㅎ

 

아마 과학자들이 미래엔 인공지능을 개발해 내지 않을까..

그것이 진정한 진보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나저나..동우님, 사라진 글들..너무 궁금합니다^^

 

***동우***  

2013.07.14 05:21

 

한심하였지만, 우리 아들 손으로 쓴 글씨를 보면 삐뚤빼뚤. (볼때마다 내 친구 서예가 송현님의 가치가 돋보입니다. ㅎ)

예전처럼 습자라던가 펜맨쉽같은 교육은 할수 없겠지만, 서예나 회화같은 과목에는 좀 중점교육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P/C연조가 짧지 않으니, 저녁산책님도 디지털의 그 강력한 휘발성 제법 경험하셨을 법.

옛날 직장에서 386 겨우 벗어난 구식 컴퓨터시절, 아찔한 기억 생생합니다.

아찔, 허망, 뒤이어 치솟아 오르는 부아... ㅎ

 

날라가 버린 글조각들.

궁금해 하시는 분 없지 않으니 오늘 쯤 머릿 속 남아 있는 것들 쥐어 짜 볼꺼나.. (하하, 머릿 속 믿을 바 바이 없고, 가슴 속 남아있는게 더 믿음직 할듯.ㅎ)

오늘 결혼식 참예하고 돌아 와 한번 쥐어 짜 보겠습니다.

 

 

<길고 재미없는 영화가 끝나갈 때>

-박완서 作-

 

***동우***  

2013.09.20 06:31

 

박완서의 소설들은 재미도 있거니와 생각도 깊게 한다.

 

오로지 내색하지 않기 위해 살아온 일생이라도 빵꾸난 육신은 내색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끝자락의 모습이 무신 공덕이나 인품같은 것에 비례하는 것이겠는가.

어려운 숙제이지만 어떻거나.

팔자이거니.

 

저무는 즈음.

필경, 핏줄에게 나 또한 '길고 재미없는 영화'이거나, 그도 아니라면 '난해하여 골치아픈 영화'일 것이다.

나의 그것.

요망스러울지라도, 아! 치욕은 없었으면 좋겠다.

 

***고향***  

2013.09.23 07:55

 

한경직 목사님이 마지막 몇 해도 자신의 인격이란 그림자도 감춘 어둠이었다고 하지요.

육신을 가진 자의 슬픈 이야기지만 정말 피해가고 싶은 소망이 누구에게나 절실하겠습니다.

 

요즘 재산을 미리 물려준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재산을 다시 압류할 수 있는 법안이 상정 중이란 뉴스를 보고 참 씁씁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부모에게는 자식복이 자식에게는 부모복이 따르는 모양인지,

그 복이 있고 없고는 처해지기까지 누구도 알 수 없는일인가 봅니다.

 

***동우***  

2013.09.24 05:52

 

아하, 그런 법안이 상정되었나요?

우리나라 얘기겠지요? 나는 처음 듣는데.

그런데, 걱정스러운게 있습니다.

효도를 어떻게 계량할 것인지.

 

갈수록 느끼지만, 요즘 세태 풍속은 너무 살벌합니다.

황금만능주의, 돈만이 장땡.

자본주의의 논리가 종교 윤리 정치 도덕 예술등 아니 미치는데가 없으니.

 

***teapot***  

2013.09.30 13:59

 

박완서의 소설은 아주 친근합니다.

내 이야기요 네 이야기 입니다.

오랜간만에 잘 읽고 갑니다.

 

***동우***  

2013.10.01 06:26

 

말씀처럼 박완서의 소설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 우리 이웃의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들려주는듯.

그러면서도 곳곳에서 서늘하고 슬프고 안타깝게 만들지요.

 

티팟님의 새직장.

한결 더 활력 넘치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참을 수 없는 비밀>

-박완서 作-

 

***동우***  

2014.08.06 00:54

 

박완서가 이런 소설도 썼구나.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지독한 기억은 마술적 주술이다.

세월이 복개(覆蓋)해 버렸을지라도 그 주술은 암시로써 살아있다.

 

과거의 기억과 한여름의 풍경화가 뒤서ㄲ여 혼미한 의식.

박완서, 필경 어떤 내면적 리얼리즘으로 느꼈으리라.

기억과 혼재된 현실의 묘사가 정치(精緻)하다, (쐬주맛도 아는구나)

 

죽은이와의 첫 입맞춤.

남자를 죽게하고 대를 끊이게 한 재수없는 년....

 

우리가 대체로 그러하다.

神(운명)이 없으니 암시에 따라 그저 고통스럽다.

그리스 비극보다 더욱 불안한 실존이다.

소시민 일상을 넘어선 그곳..

아지못할 그 아득한 영토에서 비롯된 추상의 그 불안.

 

패러독스.

아니 닥치면 불안한 그 느닷없는 불행한 상황..

싫도다.

 

여성은 직관한다.

무릇 여성은 무당이다.

남자는 추론하는가.

아니다, 남자도 역시 무당이다.

 

작두날.

울긋불긋 철릭 걸치고 밟아라, 춤추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