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가난한 사람들, 금발의 에크펠트, 묘지로 가는 길]] (1,4,3,3,1)

카지모도 2020. 4. 7.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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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가난한 사람들> <금발의 에크펠트> <묘지로 가는 길>

 

 

<가난한 사람들>

-빅토르 위고 作-

 

***동우***  

2016.02.01 04:14

 

빅토르 위고.

'가난한 사람들'

 

<아, 인간의 마음보다 더 무시무시하고 복잡하고 신비로우며 무한한 것은 없다.>

인간성에 깃들어 있는 人情(휴머니즘)에 대한 무한한 신뢰.

작금 세상, 빅토르 위고는 너무나 나이브한가요

 

궁핍에 대하여.

체제와 제도와 부정의와 불공정과 불평등 같은건 일단 논하지 말기로 합시다.

밖에서는 폭풍우 으르렁거리는데, 저 두아이의 평화로운 숨결만으로 우선 따뜻합시다.

이 소설에서 한줄금 감동을 느낀다면 바로 그 마음이 구원의 씨앗이 아니겠습니까.

 

***野草***  

2016.02.02 00:56

 

빅토르 위고의 감동적인 단편.

마음이 따뜻해지고 정화되는 듯.

 

매일 올리시는 리딩북은 동우님의 積德이올시다.

언제나 감사~

 

***동우***  

2016.02.02 12:10

 

이처럼 따뜻한 소설을 읽으면, 그렇지요...

사람은 확실히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설레임***  

2016.02.19 04:17

 

척박한 땅에서 많은 일을 하며 자란 저는 한때 내 형제간 여섯인 것에 대하여 우리집도 아이들이 좀 적었으면 하던때가 가슴 아리게 생각납니다

어려운 시절이 추억으로 떠오르면서 가슴이 먹먹합니다

이 아침 동우님 올리신 글에서 카타르시스 제대로 느끼고 갑니다

 

***동우***  

2016.02.19 04:59

 

설레임님은 착한 사람.

이 소설을 읽고 가슴이 먹먹한 사람은 천품을 선하게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오. ㅎ

 

 

<금발의 에크벨트>

-루드비히 티이크 作-

 

***동우***  

2016.03.07 00:46

 

독일 낭만주의 작가, '루드비히 티이크' (Ludwig Tieck, 1773~1853)의 금발의 에크벨트(1797 발표).

비극적 동화입니다. (그림형제의 동화도 실은 잔혹한 이야기라는거 아시지요?)

 

독일동화에 자주 등장하는 숲의 메타포... 미지, 마법, 안온, 자궁, 두려움, 꿈, 무의식, 망상.

의식과 무의식이 혼재된 정신분석적 상징극으로도 읽힙니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도 연상되는)

 

잘못을 저지른 도망자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추적망상, 교훈적인 요소도 있을법 합니다.

 

 

<묘지로 가는 길>

-토마스 만 作-

 

***동우***  

2016.02.29 03:55

 

'묘지로 가는 길'

'토마스 만' (1875-1955), 역시 난해하다.

 

이 소설, 하나의 상징화(象徵畵)로 읽어야(보아야) 할런지.

 

어떤 정경(情景)을 그려본다.

하늘에는 동글동글 흰구름이 떠있고 들판에서는 부드러운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너도밤나무에서는 새들이 지저귀는 늦은 봄, 축복받은 계절의 아침녘이다.

반만 포장된 국도와 나란히 뻗은 자갈길(자갈길의 저 끝에는 묘지가 있을 것이다)이 있고, 두 길 사이에는 좁다란 도랑이 있다.

국도에는 두어대 마차가 천천히 달리고 있고, 병정들이 줄지어 행진하고, 몇몇 사람들도 한가하게 걷고 있다.

 

그리고 묘지로 가는 길에는 ‘피프삼’이라는 사나이가 걷고 있다.

창백한 얼굴, (알콜 중독인지) 붉은 코, 시뻘겋게 충혈된 두 눈..우스꽝스러운 몰골로 검은 남루(襤褸)를 걸치고(喪服인지) 고개를 푹 수그린채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걷고 있다.

피프삼은 반년전에 어린애를 낳다가 아내와 아이가 죽어버렸고 그 후 남은 두자식마저 병과 영양부족으로 죽었으며 직장마저 잃어버렸다.

그는 연이어 닥친 불운으로 삶의 모든 것이 총체적인 절망 상태다.

아마 아내와 자식들이 묻힌 묘지에 가서 병에 든 약을 삼켜 자살하기 위해서 묘지로 가고있는 것인 듯도 싶다.

 

그리고 묘지로 가는 길에는 한 청년이 경쾌하고 활기차게 자전거를 몰고 피프삼을 추월한다.

그리고나서 벌어지는 사건은 매우 단순하다.

청년에게 시비를 건 피프삼은 청년에게 가슴을 걷어채이고 쓰러진다.

자전거를 타고 멀어져가는 청년의 등뒤에다 욕설을 퍼붓는 피프삼.

이윽고는 입에 게거품을 물고 세상에다 대고 욕지거리와 함께 엉뚱한 얘기들을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그의 얼굴은 사납게 부어올랐다. 실크햇은 목덜미에 걸리고, 샤쓰 앞자락은 조끼에서 삐져나와 있었다. 그는 이젠 사건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까지 들추어내어 엉뚱한 말을 내뱉기까지 했다. 즉, 자기의 부도덕한 생활에 대하여 암시하는가 하면, 전혀 당치도 않은 신앙 이야기를 끄집어 내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욕지거리는 입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자, 어서들 와요! 모두 모이란 말이야!” 하고 그는 큰소리로 외쳤다. “너희들만이 아니야. 다른 놈들,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번개 같은 푸른 눈을 가진 놈들은 다 오란 말이야! 내가 너희들의 귓구멍에 진짜 이야기를 불어넣을 테니까... 너희 놈들이 언제나 전신에 소름이 끼치도록 말이다! 이 얼치기들아... 뭘 히히거리는 거야? 왜 어깨를 들먹거리는 거야? 그래 난 술을 마신다... 암, 마시구 말구! 듣고 싶어 하면 말하련다. 난 폭음도 한다. 그게 어쨌다는 거야? 아직도 마음 놓기는 이르거든. 하나님이 언젠가는 우리를 모두 심판하실 날이 올 거야. 이 쓸개 빠진 식충들아... 아, 인자(人子)가 구름 속으로 오실 날이 있을 것이다. 이 무지한 악당들아. 그분의 공의(公義)는 세상 것이 아니야. 그분이 너희 놈들을 천길 암흑 속에 던지실 게다. 이 무지한 애송이들아. 거기서 울고불고한들...”>

 

그러다 피프삼은 제 분에 못이겨 혼절하여 쓰러진다.

구급마차가 와서 그를 싣고 떠난다.

 

그것 뿐이다.

그러나 작가가 묘사하는 상황적 그림의 인상은 강렬하다.

그림에서 부각되는 것은 절망하는 한 인간의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밝음을 구가하는 평화로운 풍경을 깽판놓는 하나의 완벽한 절망적인 객체.

 

'토마스 만'은 이 소설에서 무엇을 말하려 하였을까.

한 존재의 절망을 타인과 나누어가질수 없는가하는, 그런 문제제기일까.

 

실존적 소외...소통불능....

그런 것일까.

 

으흠, 그러나 절망하는 한 인간이 오로지 자신의 언어로 씨부려대는 그 언어의 의미를 뉘라서 알아 듣겠는가.

 

그때 그 사람.

되지도 않는 말을 지껄이면서 내게 찍자(시비)를 놓던 그 주정뱅이.

그때 나는 말은 못알아 먹었더라도 그의 절망은 좀 알아챘을까.

 

아래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한편 덧붙인다. (이 소설과 무슨 연관 있는지 분명치 않은채로)

첨단의, 이른바 '쿨'한 기질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정이 안가는 인간이다.

나와 닮은듯 하여. ㅎ

 

++++

<첫째가 건강, 둘째는 재능>

-무라카미 하루키-

 

'첫째가 건강, 둘째는 재능'이란 게 나의 좌우명이다. 조만간 안자이 미즈마루 화백에게 족자에 그렇게 써달라고 해서 거실에 걸어 두려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글씨 밑에 철제 아령 그림 같은 게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어째서 '첫째가 건강'이고 '둘째는 재능'이냐 하면, 단순하게 생각해서 건강이 재능을 불러들이는 일은 있어도, 재능이 건강을 불러들일 가능성은 일단 없기 때문이다. 물론 건강하다고 해서 재능이 부쩍부쩍 늘어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노력과 집중력을 유지하려면 아무래도 체력이 필요하고, 노력과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재능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첫째가 건강, 둘째는 재능'인 것이다.

하기야 이런 사고 방식은 천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천재란 아무리 허약하더라도, 그리고 특별히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훌륭한 작품을 창출해 내는 존재다. 의식적인 자기 훈련이란 천재에게는 인연 없는 작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나는 천재가 아니고, 나름대로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건강이 소중하다. 대단한 재능도 없는 주제에 병을 달고 다니는 거야말로 작가로서는 가장 불행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좌우명을 족자로 만들 것까지도 없이, 나는 상당히 건강한 인간이라 한 번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없고, 10년 동안 의사를 찾아갔던 적도 없다. 약도 먹지 않고, 몸 어딘가에 신경 쓰이는 증상이 나타난 적도 없다. 어깨 결림, 두통, 숙취로 애먹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불면증은 20대 초반쯤에 몇 번인가 경험했었던 같은데, 지금은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그러니까 나는 두통이나 숙취, 어깨 결림이 실제로 어느 정도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전혀 짐작할 수 없다. 짐작이 가지 않으니 동정심도 별로 일지 않는다. 때때로 집사람이 "오늘은 머리가 아파요"라고 말하지만, 그런 소리를 들어도 "어어, 그래?" 하고 대답하는 게 고작이다. 그런 건 반어인(半魚人이)이 "오늘은 아가미와 비늘이 스쳐서 아파요"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안됐다고는 생각하지만, 내가 경험한 적이 없는 육체적 아픔, 고통이란 건 정확하게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종종 사람들에게 "넌 동정심이 부족해" 라고 비난받는데, 그건 당치도 않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동정심이 부족한' 게 아니라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다. 그 증거로 치통이나 뱃멀미로 고생하는 사람이나, 의자에 정강이를 세게 부딪힌 사람에 대해서 나는 항상 진지하게 동정하고 있다.

숙취라는 것도 이해가 잘 안 가는 고통 중의 하나다. 나는 그렇게 많이 마시지는 않지만 매일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이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처럼 술에 만취되는 일도 있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숙취라는 건 단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 아무리 형편없이 취했어도 아침 햇살이 비치면 말짱하게 깨어나는 것이다.

잘 이해가 안 가서 친구에게 가끔 "숙취란 게 어떤 건데?" 하고 물어 보지만, 누구 한 사람 정확하게 묘사하고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다. "아무튼 머리가 무겁고, 띵하고, 좌우지간 아무것도 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 거야"라는 정도의 대답밖에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 소릴 해도 '머리가 무겁다'라는게 어떤 상태인지 도무지 알 수 없으니 포기하고 만다. 그 이상 자세한 설명을 요구해 봤자 "그것 참 귀찮구먼, 숙취를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이 숙취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 턱이나 있겠어?"라는 푸념만을 듣기 일쑤다. 사람들은 모두들 숙취 얘기만 나오면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말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일전에 어느 곳에서 맥주를 몇 병인가 마신 뒤에 다른 곳으로 옮겨 와인을 집중적으로 마시고, 상당히 만취하여 집으로 돌아와 그대로 쓰러져 잠을 잔 적이 있다. 이튿날 아침 일곱 시경에 눈을 뜨자 엷은 안개가 낀 듯 머리가 멍했다. 그래서 문득 '이것이 가벼운 숙취란 걸까' 하고 생각했지만, 밥을 먹고 나서 12킬로미터쯤 달리고 돌아오니 그런 흐리멍덩한 증상이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이 얘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이 친구야, 그런 건 숙취도 아냐. 숙취일 때는 식욕 같은 건 눈꼽만큼도 생기지 않을 뿐더러 애당초 달리겠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거라구"라고 했다. 그러니 숙취라는 건 나에게 있어서는 영원한 수수께끼다.

변비, 치질, 꽃가루 알레르기, 신경통, 생리통(물론 당연하지만), 현기증, 식욕 부진 같은 종류도 나는 잘 이해할 수 없다. 구역질, 설사, 치통, 피로감, 감기, 고소 공포증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해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끼리 아픈 데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옆에서 듣고 있는 건, 당사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무척 재미있는 일이다. 적어도 건강한 사람들끼리 건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 듣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다. 그건 분명히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지닌 공감대의 질이 높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재미있는 것은 치질이나 변비 이야기로, 본인은 굉장히 힘겨워하는 듯싶지만 목숨과 직접 상관이 있는 병이 아닌 만큼, 이야기가 자세하면 자세할수록 비통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비통하긴 하지만 우습고, 우습긴 하지만 비통하다는 느낌은 건강한 몸으로선 경험하기 어려운 감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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