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서정인]]
<광상> <강> <
<광상>
-서정인 作-
***동우***
2013.04.27 04:54
서정인(1936년생)의 광상(狂想의 뜻? 찾아봐도 분명치 않다..).
참 느닷없이 엄습하는 것들.
기억의 단편들은 제 멋대로 모였다가는 흩어진다.
그 작동하는 바의 근원적 심리가 이른바 의식의 흐름이란건지.
이 소설, 그러나 판소리조로 꼬리를 잇는 사설에는 감성의 결을 흔드는 어떤 일관된 정조(情調)가 있다.
젊은 날에 스며있었을 필경 작가의 고유정서(固有情緖)일 수 밖에 없을 그런 것들..
내게도 있고 뉘에게나 고유하게 간직하고 있을.
궁상스런 세상.. 시린 청춘... 쓰린 가족... 아픈 애정... 슬픈 객기...
그런... 것들 말이다.
<강>
-서정인 作-
***동우***
2015.08.08. 04:55
1968년 창비에 발표하여 최고의 호평을 얻었다는 서정인의 단편소설 '강'
이 소설은 황석영이 '한국 명단편 101'에 선정한 작품중 하나입니다.
죽기전 꼭 가보아야 할 곳 어디어디라던가, 꼭 읽어야 할 책 몇몇 권라던가, 보아야 할 영화 몇몇 편 따위..
그런 말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누가 무슨 권위루다 개별의 삶에다 대고 죽기전 꼭 요것 조것은 꼭 해야 하다고 강요한다는 말입니까?
그런게 어디 있습니까?
사람마다 나름대로의 역정과 환경과 기질과 취향이라는게 있는 법인데 말입니다.
배운값한다고 폽잡는 먹물들의 허세입니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작가가 권(勸)하는 것인지라, 호기심도 발동하고 무조건 치지도외(置之度外)하게 되지는 않는군요.
은비님 알려준 101편의 목록을 보니까 '우째 이런 것도 포함?' 이라거나 '그것은 왜 탈락?'... 이라고 생각되어지는 작품들 없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내 취향에 근거하여.
101편중 이미 포스팅한 것도 상당수 있고, 아직 올리지는 않았지만 가지고 있는 텍스트 파일도 여러편 있군요.
근간, 그것들을 올리려 합니다.
서정인(徐廷仁, 1936~ ) 의 '강'
소설 속에서 '강'이라는 메타포의 정체를 짐작할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눈'이라면 어떨까마는, 그에 대한 은유를 내포한 장황한 묘사가 있다거나 화려한 수사(修辭)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간결한 문체로 들려주는 줄거리와 등장인물의 관계는 매우 단편적입니다.
눈내리는 날, 시골 혼인잔치에 참례하기 위하여 세 사내가 시외버스를 탑니다.
늙은 대학생 김씨, 세무서 주사 이씨, 그리고 전직 선생이었던 박씨.
박씨는 집주인고 김씨와 이씨는 그 집에 하숙하고 있는 사이입니다.
그리고 한 여자가 등장하는데 그녀는 세사람이 가는 마을의 시골 술집 작부입니다.
혼인잔치집에서 술에 취하여 돌아오던중, 김씨는 시골학교 학생이 기거하는 여인숙의 한방에 옷을 입은채 잠이들고, 이씨와 박씨는 작부를 끼고 농탕치면서 술을 마십니다.
이씨의 심부름으로 김씨를 깨우러 간 여자는 옷을 입은채 아무렇게나 누워자는 김씨의 옷을 벗기고 반듯하게 눕혀 이불을 여며줍니다.
밖에서는 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있습니다.
가끔 짤막한 대화체로 등장인물의 심리를 들려주는데 그것 또한 느닷없습니다.
김씨는 자의식에 겨운.. 아마 가난 때문에 미래에 대하여 좌절한 이상주의자 같습니다.
이씨는 쾌락적인 인간으로, 멋내기와 농담을 즐기며 딴에는 스스로 멋있는 인생을 영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속물같습니다.
군대 기피자인 전직교원 이씨는 딴에는 영리한 현실주의자 같습니다.
신부(新婦)가 되어보는 꿈따위는 애시당초 강건너 가고, 대학생이라는 신분의 남자가 오로지 동경의 대상인 술집작부 여자는 딴에는 행복한것 같습니다.
김씨의 자의식은 짙은 열패감에 젖어있습니다.
<허옇게 색이 바랜 짧은 바지를 입고 읍내까지 몇십 리를 걸어서 통학하는 중학생. 많은 동정과 약간의 찬탄. 이모집이나 고모집이 아니면 삼촌이나 사촌네 집을 전전하면서 고픈 배를 졸라매고 낡고 무거운 구식의 커다란 가죽 가방을 옆구리에다 끼고 다가오는 학기의 등록금을 골똘히 생각하며 밤늦게 도서관으로부터 돌아오는 핏기없는 대학생. 그러다 보면 천재는 간 곳이 없고, 비굴하고 피곤하고 오만한 낙오자가 남는다. 그는 출세할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준비가 되어있다. 어떠한 것도 주임교수의 인정을 받는 일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 외국에 가는 기회는 단 하나도 그의 시도를 받지 않고 지나치는 법이 없다. 따라서 그가 성공할 확률은 대단히 높다. 많은 것들 중에서 어느 하나만 적중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적중하느냐 않느냐가 아니라 적중하건 안하건간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데에 있다. 적중하건 안하건간에 그는 그가 처음 출발할 때에 도달하게 되리라고 생각했던 곳으로 부터 사뭇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와 있음을 깨닫는다. 아―, 되찾을 수 없는 것의 상실임이여!>
그렇지만 작부여자는 스스로 모멸스러워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고 동경할 뿐.
<아, 신부는 좋겠네. 첫날밤에 눈이 쌓이면 부자가 된다는데. 복두많지>
혹 그녀에게서 황석영은 '삼포 가는 길'의 '백화'나 '몰개월의 새'의 '미자'를 떠올렸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꼬마야, 꼬마야」
아무 대답이 없다. 문을 흔들어 본다. 역시 반응이 없다. 그녀는 다시 불 켜진 방 앞으로 간다. 그리고 방문을 연다.
김씨는 네 다리를 이불 밑에 쑤셔 넣은 채 새우처럼 등을 굽히고 옆으로 누워 곤히 자고 있다. 여자는 그 얼굴을 들여다본다. 낮에 본 사람이 분명하다. 대학생! 그녀는 살풋이 김씨의 어깨를 밀어서 바로 눕힌다. 넥타이가 목에 켕기는지 턱을 좌우로 흔든다. 츳, 츳, 옷두 벗지 않구. 가엾어라. 그녀는 누나가 되고 어머니가 된다. 넥타이를 풀고, 이불을 젖혀서 바지를 벗기고 와이샤츠를 벗기고 요를 바로펴고 김씨가 꿈틀하더니 일어날 듯하다가 다시 요 밑으로 파고든다. 여자는 화가 난다. 그의 팔다리를 요 밑에서 빼어내고 그를 안아서 간신히 요 위에 눕힌다. 그리고 이불을 끌어다가 덮어준다. 베개를 바로 베 주고 그대로 엎드려서 그 얼굴을 들여다본다. 대학생!
남포불이 피시식 소리를 낸다. 그녀는 일어나서 방바닥에 널려 있는 옷들을 주섬주섬 벽에다 건다. 남포는 호야가 시커멓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위에서부터 남포 호야 속으로 살며시 바람을 불어넣는다.
밖에서는 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있다. 그녀가 남겨 논 발자국을 하얗게 지우면서.>
비루한 현실.
소외되고 결여된 인간의 페이소스.
그런데 그 페이소스에는 이상스레 아름다운 서정이 배어있습니다.
서정인의 '강'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제임스 조이스의 '죽은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어떤 정조(情操)로서 말입니다.
[가브리엘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그는 어떤 여자에게서도 그런 느낌을 가져본 일이 없다. 그러나 그는 이 느낌이 사랑이란 걸 알았다. 눈물이 더욱 글썽여지고 어두컴컴한 방에 비에 젖은 나무 아래 선 소년의 형상이 보이는 듯했다. 다른 형상들도 보였다. 그의 영혼은 많은 다른 죽은 사람들이 사는 그 세상에 가까이 온 느낌이다. 그들이 헤매며 명멸하는 것이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으나 의식할 수는 있었다. 자신도 같이 형체 없는 회색의 세상으로 사라져가며 죽은 사람들이 살아 있을 때의 현실 세계가 허물어지고 사라져갔다.]
나 또한 느닷없이, 8월의 크리스마스...
눈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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