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4,3,3,1)

카지모도 2020. 4. 2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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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조세희 作-

 

***동우***  

2015.08.24 04:36

 

황석영선정 한국명단편 101

조세희 (趙世熙, 1942~ )의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 뫼비우스의 띠

2. 칼날

3. 우주 여행

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5. 육교 위에서

6. 궤도 회전

7. 기계 도시

8. 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

9.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10. 클라인씨의 병

11. 내 그물로 오는 가시 고기

12. 에필로그

 

독립된 단편이면서 일관된 흐름을 가지고 있는 연작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겁니다.(全文의 파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요청하세요)

12편의 단편소설중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가 가장 명작인지는 모르겠는데, 여하튼 '난쏘공'을 빼고서 우리 문학을 얘기할수는 없겠지요.

 

나는 1970년대의 열악하고 참혹한 노동현장을 겪었고 (언제 얘기할 기회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내 일하던 조선소 현장은 난쏘공 정도를 넘어선 곳이었지요. 그 시절을 회상하면 정말 끔찍합니다. 6.27 선언이 있기까지..) 1980년내말부터 1990년대에 이르는 노동폭발과 노사분규의 현장도 정면으로 겪어서 나름 알고 있습니다.

이른바 화이트 칼라의 회색적 입장이 더 곤혹스런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기억 생생합니다.

노동귀족이라는 어휘가 회자되는 요즘에사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의 경계가 있을까요마는.

 

조세희의 ‘난쏘공’

70년대 도시빈민 근로자, 난장이네 다섯식구.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그러나 '난쏘공'을 사회과학적 시선으로만 읽으려 들지 마십시오.

문학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정서적 울림 또한 적지 않답니다.

 

잡설은 후편 올리고나서.

 

***射光***  

2015.08.26 13:53

 

조세희 님의 "난쏘공"을 처음 접했던 건 아직 이 사회구조의 음성적인 부분을 몰랐던 시절이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다만 나와는 거리가 먼 세상의 이야기,

그러나 이 사회구조로 봐서는 분명히 존재하는 일들....이런 정도의 감상이었습니다.

 

그 후 한국을 떠나게 되었고, 조세희 님의 저서를 대하는 일도 없었습니다만,

근래 들어 사회의 흐름을 보면서 새삼 그 시절에 뭣도 모르고 읽었던 책속의 세상을 절실하게 떠올리곤 합니다.

 

동우님 덕분에 잊고 지냈던 그 시절의 나를 다시 한 번 되돌이켜 생각하게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동우***  

2015.08.27 04:51

 

반갑습니다. 사광님.

70년대 개발독재시절.

내가 난쏘공을 접한건 그 당시가 아니라 80년대 들어서였습니다.

급진적 산업화 고도성장의 광풍 속에서 분배 문제에 신경 쓸 겨를도 엄두도 내지 못하였을겁니다.

경제 사회 구조적 모순의 인식에 있어서 나 역시 늦둥이였답니다.ㅎ

 

사광님.

진지하게 읽어주시니 내가 오히려 감사하지요.

사광님의 댓글, 보람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동우***

2015.08.17. 04:35

 

조세희 (趙世熙, 1942~ )의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12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연작소설중 첫번째 '뫼비우스의 띠'

직사각형 종이의 앞면과 뒷면.

두 면은 영원히 만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종이를 한번 꼬아서 양끝을 이어붙이면 안과 겉을 구별할수 없는, 한 면만을 갖는 이른바 뫼비우스의 띠가 된다.

 

굴뚝에서 나온 깨끗한 아이와 더러운 아이.

무엇의 알레고리일까.

 

대립과 소통이거나 단절과 연결이거나.. 

혹은 다의적이고 불가해한 인간과 세계인식에 관하여서일까.

 

난쏘공.(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조세희는 시적인 문체로 당시 현실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퐁요와 빈곤, 가진자와 못가진자, 착취와 피학, 자연과 공해, 집단과 개별....

이항 대립의 문제를.

 

그물과 가시고기.

재벌 3세 경훈과 난장이의 큰아들 영수의 의식세계는 단절된 각자의 별세계다.

경훈에게 있어 노동자의 핏발 선 붉은 눈은 피해의식으로 잘못 심어진 적개심이다.

영수에게 있어 경훈은 인간을 떠난 거대한 빙벽이다.

 

나는 경험적 상상으로 난장이 아들의 의식구조를 충분히 이해할수 있고, 웬만한 권력과 (부동산을 하면서 부자를 몇번 겪어보았는데) 웬만한 부자 또한 이해 못할 바도 없다.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세상.

파산하면 누구라도 가난뱅이로 전락할수도 있고, 로또라도 맞으면 벼락부자가 될수도 있고 고시에 붙으면 판검사도 될수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나와 같은 성정(性情)을 가진 범인의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부자도 그레이드가 있고 권력에도 그레이드가 있다.

<절대부자>와 <절대권력>은 범인의 범주를 벗어난다.

절대부자와 절대권력.

그런 사람들과는 옷깃도 스친바가 없으므로 그들의 머릿속은 내 깜냥으로는 이해불가의 영역이다.

이정재의 그 오만한 섹스의 폼(영화 하녀)이나 윤여정의 거침없는 사고방식(영화 돈의 맛)을, 땅콩회항을 명령하는 조현아를 나는 이해할수가 없다.

이해가 가지 아니하니 그들을 비난할 근거가 내게 없다는 말이다.

 

요즘 일본 대하드라마 '군사 칸베에'를 보고있는데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나라 정복의 꿈을 과대망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는 꿈의 실현을 현실적 차원에서 확고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절대권력이 그러하거니와 절대부자도 그러하다.

우리가 자주 폄훼하는 '천민자본주의'를 넘어선 위치에 그들은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들 나름 생각의 당위를 내 수준으로서는 옳고 그르니하고 잣대를 들이댈수 없다는 말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부자라던가, 소박하고 착한 가난뱅이라던가.

얼마나 상투적인 레토릭인가.

다만 새암이 나서 내 가난한 인생에 한숨이 날 뿐이다.

욕망과 꿈을 쉽사리 이룰수 있는 사람들의 언어와 행위와 취향과 교양과.. 몸과 의식에 배어있는 그토록 고급스러운 색감들...

아비투스...

 

박완서의 소설에 ‘도둑맞은 가난’이라는 작품이 있다.

아래는 인터넷에서 주어온 글이다.

 

++++

<이젠 부자가 착함까지도 사들여 독점한다>

"부자가 착하기까지 하다"

 

- 박찬욱 감독, "쓰리몬스터" 찍고 인터뷰 -

 

"<컷(Cut)>은 착한 성격마저 부자들이 독점하는 세상이 슬퍼서 만든 영화입니다."

박찬욱은 그렇게 말했다. 눈물 나는 지적이다.

"예술가의 시선에서 보면 가난뱅이는 부러워하는 것이 많아 삐뚤어지는 경향이 지배적인데 반해, 부자는 아쉬울 게 없어 더욱 착해집니다."

 

Q : 이 영화는 프로렐타리아의 피를 빠는 부르조아의 이야이긴가? 선과 악의 문제를 다룬 것인가?

 

<박찬욱> 

이 스토리를 만들때 제일 처음 떠올랐던 경험이 있는데 가 흥행한 직후 여기 저기서 초청이 많았다. 그중에 거절할 수 없었던 조찬모임이 있었는데 '21세기를 준비하는 어쩌구 모임'이었다.

재벌2세나 교수, 의사등 나이가 나보다는 조금 어린 친구들이 모여 있는 모임이라 가긴 가면서도 밥맛이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다들 매너좋고 겸손하고 지적이고 ..선입견이 완전히 무너졌다.

사람이 삐딱하다 보니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텐데 좋은 사람이라는 호감 보다는 다 가진 놈들이 착하기까지 하구나 싶어 화가나고 슬펐다. 이 사람들은 맨손으로 뭘한게 아니라 이미 다 부자들이고 부를 세습한 이들이라 뭐하나 부족함이 없어서 성격이 나빠질 일이 뭐있냐, 이전엔 천민자본주의가 있었지만 그들의 2,3세는 상류사회 환경속에서 성장해서 나쁜것을 할 필요가 없다.

그와 반대로 가난뱅이들은 욕망이 많은데 채워지지 않으니 삐뚤어질 수 밖에 없다. 미덕이 세습된다는 것. 그런식으로 계급이 정착되고 벗어나기 어려워 지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나듯이 그래봐야 상류사회의 매너나 교양을 얻을 수는 없다.  그건 나중에 다뤄봐야 겠다, '너무 착해 미움받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동우***

2018.04.17 21:33

 

++++

<<<우리는 모두 몰랐다>>>

-조세희-

 

우리는 모두 몰랐다.

은강 방직의 여근로자들이 단식 농성을 했다. 아는 사람은 알았고 모르는 사람은 몰랐다.

안 사람들 중의 얼마는 그들을 도울 수 없어 안타까와했고, 안 사람들 중의 얼마는 그냥 알고만 있었다. 모른 사람은 계속 몰랐기 때문에 계속 모르고만 있었다. 모른 사람이 알았더라도 아무 일 없었을 것이다. 왜나하면 안 사람들 중의 얼마가 속을 태운 것과 상관없이 은강 방직에는 아무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고, 안 사람들 중에서도 얼마는 그냥 알고만 있었으니깐.

안다는 것도 모른다는 것과 똑같이 의미가 없었다. 결국 우리는 다 몰랐다.

 

은강 방직은 괴물이다.

우리는 모두 바쁘다.

은강방직은 통뼈다.

우리는 모두 몰랐다.

 

여섯 밤 일곱 낮 동안 은강 방직의 여근로자들은 밥을 안 먹고 굶었다. 보리차는 마셨다. 소금도 먹었다. 아주 묽게 쑨 흰죽 조금, 그리고 사과 몇 알을 먹었다. 견디지 못하고 실신한 사람은 바깥 사람들에게 인계해 병원으로 보냈다.

 

그녀들은 여섯 밤 일곱 낮을 보내고 단식을 풀기로 했다. 여성 근로자들은 단식을 풀면서 갖고 있는 생각, 느꼈던 점들을 말해 정리했다. 다음이 그 기록이다.

 

1. 몸이 쇠약해져 단식을 푼 뒤의 건강 관리가 문제이다.

2. 반대측 근로자들을 멀리하지 말고 가까이하자.

3. 현장에 들어가 관리자들이 심하게 굴더라도 꾹 참고 상냥하게 받아넘기자.

4. 미워하는 사람에게 더 큰 친절을 베푸자.

5. 돈을 모아 똑같이 영양 섭취를 했으면 좋겠다.

6. 관리자가 부르면 반드시 옆 동료에게 알리자.

7. 비인격적인 대우를 해 주는 사람들을 우리는 인격적으로 대해 주자.

8. 외면해도 인사하자.

9. 배고픈 사람을 이해할 수 있었다.

10. 참을성을 기를 수 있었다.

11. 수제비 생각이 간절했다.

12. 물이 생명수라는 것을 알았다.

13. 소금맛이 설탕맛 같았다.

14. 힘이 없어 누워 있으니까 천정에 붙어 있는 나무 무늬가 깨과자로 보였다.

15. 옷에 달린 단추는 고구마 과자로 보였다.

16. 부서가 다른 친구를 사귈 수 있어서 좋았다.

17. 모두 한식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

18. 근로자의 날 기념식장에서 받은 노동자빵을 안 먹고 누구 주었는데 그 빵 생각이 자꾸만 났다.

19. 텔레비전에서 본 원도우먼의 힘이 부러웠다.

20. 어려선 남자로 태어났었으면 했는데 이제는 여자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다.

21. 우리를 때린 남자들의 주먹이 무섭지 않다.

22. 부끄러운 마음으로 고백한다. 나는 쌀을 훔쳐먹고 또 김치도 훔쳐먹었다.

23. 도둑의 심리를 알 수 있었다.

24. 내가 생각한 것은 도둑의 심리가 아니라 불우한 사람들이었다. 나는 나의 일생을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바칠 생각이다.

25. 층계를 올라갈 때 다리가 후들사들 떨렸다.

26. 밥 먹는 꿈을 꾸고 일어나 아무도 모르게 울었다.

27. 동료가 수건을 가지고 들어오는데 과자봉지로 보여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28. 낮이 돌아오는 것이 두려워 밤만 계속되었으면 했다.

29. 우리 모두의 약점도 알았다.

30.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았다.

31. 서로 아끼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32. 죽그릇을 받아 허겁지겁 마시는 모습들을 보고 눈물이 왈칵 솟았다.

33. 우리들의 상황을 살피려고 가짜의사가 왔을 때 참기 힘든 분노를 느꼈다.

34. 문소리가 날 때 마다 공포를 느꼈다.

35. 나는 내내 2층에 누워 있었다. 매일 새벽 같은 시간에 창 밑을 지나가는 자전거 벨 소리의 주인이 어떤 사람일까 몹시 알고 싶었다.

36. 우리가 죽으면 누가 울까 생각했다.

37. 시집을 가고 싶은 생각도 났다.

38. 모두들 너무 날씬해졌다.

39. 누워만 있으니까 무거운 병을 앓는 중환자 같았다.

40. 신부나 수녀, 또는 외부에서 오는 손님들이 들어설 때마다 혹시 먹을 것이나 안 가져왔나 손부터 보았다.

41. 먹을 것이 생기면 행동이 부끄러워졌다.

42. 굶는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다.

43. 희망은 너무 희미했고 절망은 너무 뚜렸했다.

44. 작은 사람이 들어오면 먹을 것으로 보였다.

45. 죽기는 정말 어렵구나 느꼈다.

46. 나는 사람의 목숨이 별거 아니구나 생각했다.

47. 배가 고파 죽겠는데 나쁜 소식만 들려와 3층 아래로 뛰어내리고 싶었다.

48. 해고당할 각오로 단식에 참여했으나 속마음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버는 사람은 나 혼잔데 먹는 입은 여럿이다.

49. 굶주리며 단체 생활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50. 공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편안했다.

51. 우리를 때리고 감시한 남자들이 입에 못 담을 욕을 할 때 미칠 것만 같았다.

52. 그들은 말 끝마다 저 시발년들, 저 시발년들 했다.

53. 그것은 아주 점잖은 편이다. 옮길 수 없는 욕설을 너무 많이 들었다.

54. 나는 참을 수 없어 너희들은 먹고 할 일도 참 없구나 해줬다.

55. 반대편이 비웃어도 웃음으로 대해 주자.

56. 현장에 돌아갔을 때 누가 무어라 해도 거기에 절대로 신경쓰지 말고 우리 목표를 밀고나가자.

57. 관리자들을 무서워하지 말자.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도록 각자 노력하자. 일을 열심히 하자.

 

그리고 은강 방직 여근로자들은 단식 농성을 풀었다.

은강 방직 여근로자들이 여섯 낮 일곱 밤 동안 농성을 하게된 동기를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리고 단식에 참가했던 근로자들이 해고를 당해 지방 노동위원회 위원들이 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도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모르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모를 것이다. 해고를 당한 근로자들이 몇 달 동안 수입 한푼 없이 고생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공장에 들어가려고 해도 도저히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도 사실은 모르고 있다.

 

은강 방직은 괴물이다.

우리는 모두 바쁘다.

은강방직은 통뼈다.

우리는 모두 몰랐다.

++++

 

나, 이 명제에 대하여 입을 닫으련다.

다만 내 두 손주의 미래를 묵상한다.

이런 따위 패러다임을 벗어난 그 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