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신경숙]] -4- (1,4,3,3,1)

카지모도 2020. 4. 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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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오래전 집을 떠날 때>

-신경숙 作-

 

***동우***  

2014.05.02 05:01

  

'빈집'이란 이미지는 신경숙에게 있어서 감성을 유발하는 굉장한 모티프인가 봅니다.

젊은시절 나도 '관계'의 원천을 방(房)이라는 메타포에다 담아 희곡을 쓴답시고 끙끙댄적 있습니다만, 신경숙의 '빈집'이란 정녕 무엇일까요.

사랑과 그리움과 고독, 상실감과 회한...

 

고향집과 아버지, 폐가와 백조.

떠나 온 빈집과 리마와 마추픽추와 티티카카와 안데스와 쿠스코..

저 이미저리의 비약은 언뜻 헤깔리는데, 다시 차근하게 읽어보면 좀 만져질랑가.

 

로맹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 신경숙의 단서가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소설 속 그 사나이는 마흔일곱에 삶에서 알아야 할 것은 모두 알아버렸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에서나 좀 위안을 느낄뿐, 어떤 명분도 어떤 여자에게서도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니힐리스트..

먼바다의 섬으로부터 새들은 사나이의 카페가 있는 해변으로 날아와서 죽습니다.

무언가 이유는 있을터이나 왜 그러한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죽기 위하여 사람들이 찾아가는 인도의 신성한 강 갠지스의 바라나쉬.

새들도 그러한지.

 

[그는 자신의 삶이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에 성공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를 가슴에 꼭 안고 그는 이따금 자신의 두 손 안에 묻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살포시 들어올렸다. 불현듯 수십 년간의 고독이 한꺼번에 몰려와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아홉 번째 물결이 그를 쓰러뜨리고는 그녀와 함께 먼 바다로 그를 휩쓸어갔다.]

 

아, 사라진 나라 안데스의 잉카, 나스카 평원의 거대한 지상화.

아무도 모릅니다.

그들이 모여 살았던 관계들의 이룸과 어떤 당위로도 설명할수 없는, 거대한 지상화를 그렸던 사연을.

 

여행을 사랑하여 지구촌 곳곳을 누비는 벗.

그에게 라틴 아메리카 여러 곳, 기중 페루와 쿠바는 연인처럼 그리움으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이의 아바나는 좀 밝았고, 그이의 페루는 좀 슬픈 느낌이었습니다.

그 옛날 학살자 약탈자(피사로)가 자신이 파괴한 도시를 '매우 고상하고 위대한 도시'라고 하였다는데.

그 뻔뻔한 야만으로 인하여 퇴락한 구스코에 배어있었던 슬픔이 전염된 탓일까.    

1997년쯤 신경숙의 페루, 2007년쯤 벗님의 페루..

 

지금도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을까.

 

***eunbee***  

2014.05.02 17:24

 

큰딸네가 모두 출근한 빈집에 누워

폰을 통해 이 글 읽기를 마쳤습니다

 

빈집

2주 쯤의 남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나의 빈집엔

도둑이 현관문을 비틀고 들어가

평생동안 누구누군가들이 무슨무슨 것을 기념하기 위함이라며 선물한

그닥 값나가지 않는, 기념할 의미만 무진장한,

보석들을 몽땅 들고 가버린 현장이 나를 무심히

맞이해 주더랍니다 ㅠㅠ

 

그중 젤루 아까운 선물은 작은딸이 첫 봉급으로

선물한 보석박힌 반지.

딸의 애틋함이 새겨져있으니.

 

새는 페루에서 죽다

이해가 잘 안돼 두 번 내리 거푸 읽은 책

신경숙님의 이 소설은 잘 읽히고 있어요 ㅎㅎㅎ

 

고마워요.

나의 벗, 동우님 ^^

 

***동우***  

2014.05.03 04:52

 

하하, 은비님.

라틴 아메리카를 10년 시차로 다녀온 신경숙과 은비님.

신경숙이 들어선 빈집은 기괴한 판타지였지만, 은비님이 들어선 빈집은 도둑님 다녀가신 리얼리스틱 현장이었군요.

그닥 값나가지 않는다하더라도 명색 보석인데, 아까워라. (기념 의미물의 상실도 아깝지만 나와 같은 속물은 경제적 손실이 더욱)

 

새들 페루에서 죽다.

이해 안되기는 은비님과 동일.

느낌으로 책읽기, 우리는 동과(同科)의 사람들이라오.

 

오늘 새벽 사티 잘 들었어요.

고마워요.

나의 벗, 은비님 ^^

 

***eunbee***  

2014.05.03 05:04

 

ㅎㅎㅎ~

움베르토 에코

 

나는 마른 오징어 챙겨 들고 여행 갈래요

컴퓨터없는 인도 시골로 ㅎㅎㅎ

여긴 황금연휴 아니니 심심풀이를 얼른 먼저 읽었어요

이제 신경숙 님의 나머지 이야기 ㅋ

굿바이 소년 이야기 하면 우리 큰딸 울어요 ㅠㅠ

 

***동우***  

2014.05.04 06:25

 

굿바이 소년의 얘기, 큰 따님 왜 우실까?

 

베르시 공원.

웃음소리, 새소리, 브라스 밴드까지...

 

오월의 신록.

바야흐로 구가하는 초록기쁨, 은비님의 홍소(哄笑) 예까지 들립니다. ㅎ

 

***동우***  

2014.05.03 04:25

  

전세대(全世代)의 60%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우리나라. (한국의 아파트 문화를 경멸해 마지않는 어떤 프랑스 識者의 칼럼을 읽은 적 있다.)

신규 아파트 분양계약이란 현재 실체도 없는 미래의 어느 공간을 두고 계약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나마 실존을 견디게 하여주는 '관계'마저도 실체가 몽롱한 무엇이 되어버렸는지.

이제 '집'이 근원적으로 간직하여 은유하였던 그 '관계"란 시나브로 맘몬(Mammon)의 노예로 전락하려는지.

'방(房)'이 근원적으로 간직하여 은유하였던 그 '관계'란 시나브로 헤도니즘(Hedonism), 한낱 러브호텔 일실의 공간으로 변모하려는지.

'관계'들은 이제 무엇이 되려는가.

시시때때로 나는 가슴이 아프다.

 

아침밥을 지으러 아궁이에 불을 때러 부시럭거리는 어머니.

아버지는 눈 쌓인 마당에 길을 내려고 마당을 쓸고, 창호지문 밖 마루엔 밤새 들이친 눈이 수북이 쌓여 있는 겨울날 새벽.

싹악싸악 눈이 쓸리는 소리와 타닥타닥 아궁이에 불쏘시개 타는 소리를 듣는 어슴푸레한 새벽이면 그 집의 어린것들은 서로 아랫목으로 가려고 광목을 댄 검정 이불 밑을 수풀 속의 물고기들같이 헤치고 들어간다.

집을 나설 아버지의 신발은 부뚜막 위에서 따뜻해지고, 돌아올 아버지의 밥그릇은 아랫목 구둘장에서 덮혀진다.

그 겨울 새벽은 어디로 갔는가.

겨우 다섯해 동안 목숨을 붙이고 있다가 저 세상으로 가버린 동생, 품으로 파고들던 갓 낳은 계란 같은 온기를 지닌 어린아이의 입에서 싸아하게 뿜어 나오던 자두 냄새는 여적 남아있는데..

 

<그녀 손의 따뜻한 알이 낭자하게 깨어지던 그 순간 몸에 투명한 붉은 피를 지니고 겨우 다섯 해를 채워가던 목숨이 기차에 치여 산산조각이 나버렸다는데도, 그녀는 새벽이면 그애가 따뜻한 온기를 목덜미 밑에 숨기고서 그녀에게 파고들 것만 같았다. 그때껏 그녀의 피도 그애만큼은 따뜻했을 것이나, 그녀 몸속의 피의 반이 미처 성장하기도 전에, 차갑게 얼어붙었던 돌이킬 수 없는 순간.>

 

필경 떠나고 흩어진다, 우리는.

이제 아이 울음소리 같은 건 없다. 사방은 빗소리뿐. (머나먼 베토벤을 들으려면 가차운 어린애의 울음은 그쳐야 하지..)

 

빈집.

페루, 아마존 유역의 아키토스 저지대.

그곳의 빈집들에는 종(縱)과 횡(橫)으로 얽힌 그 '관계'.

사랑과 눈물들이 어려 있는지.

온유한 눈빛으로 무언가 갈구하는, 눈물 그렁한 한마리 백조 살고 있으려는지.

 

그러나 어림없으려는가.

우리의 백조.

재건축으로 철거된 콘크리트 무더기 속에 압사 당하여 핏자욱만 낭자하려는가.

 

빈집.

그리움과 아픔과 회한.

마음 속의 마추픽추. 늙은 산.

그 도시에 이제 잉카인은 돌아오지 않는다.

 

어디 있을까, 내 아버지는 내 어머니는 내 형제들은

아, 마음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이제 어디로 가려할까.

 

<앞은 첩첩이 산이고 아래쪽에서는 위가 보이지도 않고 반대쪽은 깎아지른 절벽이었다. 공중에서만 도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어서 공중도시라고도 칭해지고 있었다. 태양빛이 얼마나 강렬하던지 내내 목에 걸어두고만 다녔던 썬글라스에 저절로 손이 갔다. 하늘은 또 얼마나 가깝고 파랗던지 앉았다가 일어서면 검은머리가 그 하늘에 닿아 파랗게 물이 들 듯했다. 우리가 늙은 산이라고 부르든 공중도시라고 하는 잃어버린 도시라고 칭하든 상관없이 산정의 그 텅 빈 석조도시는 앞으로도 몇 천년은 꿈쩍 않고 그 자릴 서 있을 것 같았다. 산봉우리의 지붕이 없는 빈집들 사이를 두어 시간을 걸어다니고 나니 노출 부위가 빨갛게 부풀어올랐다. 그녀는 무슨 까닭으론지 그 빈집들 사이에서 가슴이 쓰라려왔다. 여기에 정말 그들이 살았을까? 이 요새처럼 느껴지는 산정의 석조도시에 숨어서? 그들은 어떻게 죽었을까? 그들의 시체는 어떻게 처리되었을까?>

 

인디오 소년이 쫓아오면서 소리지른다.

굿바이, 굿바이.....

 

***동우***  

2014.05.03 04:44

  

http://blog.daum.net/eunbeekc/11794002

아까부터 내 방에는 에릭 샤티가 울리고 있습니다.

이름은 익지만 샤티의 음악은 낯설어, 음악 좋아한다는 명색이 무색합니다.

음악 조예 빈약한 내 귀에는 드비시와 흡사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감성이 잔잔하게 채색되는 듯한 기분, 썩 좋습니다.

짐노페티는 좀 아련하게 쓸쓸하고, 나 역시 그느시엔느 좋습니다. (동영상의 그림도, - 쉬잔 발라동도 들여다 보았지요.)

 

황금연휴 라지요.

신경숙만 읽으면 자칫 무거울까 싶어 아래에다 심심풀이 땅콩 '움베르토 에코' 한편 올립니다.

오해없으시기, 움베르트 에코는 절대로 '심심풀이 땅콩'이 아닙니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으로 이런 글을 쓴 것이지요.

읽으시면서, 에코가 웃는것과 같이 바보처럼 한번 히죽 웃어주면 되지요.ㅎ

 

++++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中) -움베르토 에코-

 

신문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두 가지 중대한 문제가 우리 시대를 동요시키고 있다.

컴퓨터 사용의 만연과 제3세계 인구의 가공할 대이동이 바로 그것이다. 맞는 말이다. 나는 경험을 통해 그것이 사실임을 알고 있다.

최근에 짧은 일정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하루는 스톡홀름에서, 나머지 사흘은 런던에서 보냈다.

스톡홀름에서 빈 시간을 틈 타 훈제 연어를 한 마리 샀다. 엄청난 크기에 비해서 값은 아주 헐하였다. 게다가 비닐로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어서 가지고 다니는 데에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일행 중의 한 사람이 이렇게 이르는 거였다. 그것을 가지고 여행할 거라면 찬 곳에 잘 보관해야 한다고.

말이 쉽지, 그게 어디 뜻대로 될 일인가!

다행히도 다음 목적지인 런던에 나의 출판인이 예약해 둔 숙소는 객실마다 미니 바가 마련되어 있는 특급 호텔이었다.

그 호텔에 다다랐을 때, 나는 마치 의화단의 난이 벌어지는 동안 북경에서 농성하던 서구 열강의 공사관원들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야영을 하듯이 호텔 로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족들, 짐가방을 베고 누워 담요를 두른 채 자고 있는 여행자들.....

나는 이게 대체 어찌된 사단인가 하고 호텔 직원들에게 물어보았다. 직원들은 말레이시아 사람 몇을 빼고는 모두 인도 사람이었다.

그들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바로 전날 그 큰 호텔에 전산 시스템을 설치하여 결함을 찾아 제거하는 시운전 과정을 거칠 새도 없이 운영을 했는데, 두 시간 전에 그만 고장이 나고 말았다. 그 때문에 어떤 객실이 비고 어떤 객실이 찼는지를 알 수 없어서 기다려야 한다는 거였다.

전산 시스템을 수리하는 일은 저녁 무렵에 끝났고, 그제야 나는 내 방을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연어가 상할까 저어되어 그놈을 가방에서 꺼내 들고 미니바를 찾았다. 보통 호텔에서 미니 바라고 부르는 작은 냉장고에는 맥주 두 병과 생수 두병, 독주가 든 작은 견본병 몇 개, 과일 주스 캔 서너 개, 땅콩 봉지 두 개가 들어 있는 것이 상례이다.

그런데, 그날 내가 투숙한 호텔의 거대한 냉장고에는 위스키, 진, 드램비, 쿠르부아지에, 그랑 마르니에, 칼바도스 따위가 든 작은 견본병 50개, 페리에 생수 4분의 1리터들이 여덟병, 비텔로아제 두병, 에비앙 두병, 샴페인 세 병, 스타우트, 페일 에일, 네덜란드 맥주, 독일 맥주 여러 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백포도주, 땅콩, 칵테일 크래커, 아몬드, 초콜릿, 앨커 셀처 등이 들어 있었다.

연어를 넣어 둘 자리가 전혀 없었다. 마침 경대의 널찍한 서랍들이 눈에 띄었다. 나는 냉장고를 비워 그 내용물을 모두 서랍 두 개에 옮겨 담고, 냉장고에는 연어를 집어 넣었다. 그러고는 그것에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음날 외출했다가 오후 4시에 돌아와 보니, 연어는 탁자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고, 냉장고에는 갖가지 고급 제품이 다시 꽉 들어차 있었다. 서랍을 열어보니, 전날 내가 넣어 둔 것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나는 데스크에 전화를 걸어, 냉장고가 비더라도 그건 내가 다 먹고 마셔서가 아니라 연어 넣을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것임을 객실 담당자에게 알려 주라고 당부했다.

데스크의 답변은 이러했다.

그 정보는 중앙 컴퓨터에 입력해야 한다. 영어를 모르는 종업원들에게는 구두 명령이 통하지 않고, 간단한 컴퓨터 언어로만 지시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서랍 두 개를 열어 냉장고의 새 내용물을 거기에 옮겨 담고, 연어를 다시 냉장고에 넣었다.

이튿날 오후 4시에 연어는 다시 탁자 위에 놓인 채 약간 상한 듯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냉장고는 다시 크고 작은 병들로 가득 채워졌다. 큰 서랍 네 개는 그야말로 금주법 시절의 밀주집 금고를 연상케 했다.

데스크에 전화를 걸었더니, 컴퓨터가 다시 고장을 일으켰다고 했다.

벨을 눌러 객실 담당자를 부르자 뒷머리를 묶은 사내가 나타났다. 나는 그에게 내 사정을 설명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는 내가 일찍이 들어 본 적이 없는 방언을 쓰고 있었다.

나중에 인류학을 전공하는 한 동료가 설명해 준 바에 따르면, 그 방언은 알렉산더 대왕이 록사나와의 혼례를 축하하던 시절에 케피리스탄에서나 통용되었음직한 말이었다.

다음날 아침 숙박비를 계산하려 내려갔더니, 천문학적인 금액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이틀 반 만에 뵈브클리코 수백리터, 아주 희귀한 몰트 위스키를 포함한 갖가지 위스키 10리터, 진 8리터, 페리에외 에비앙 생수 25리터에다 산 펠레그리노 탄산수 몇 병을 마시고, 그것도 모자라서 유니세프의 보호를 받는 모든 어린이를 괴혈병으로부터 지켜 줄 만큼 많은 과일 주스, 영화 '대식'에 나오는 인물들의 부검을 맡았던 의사가 구토를 할 정도로 많은 아몬드와 호두와 땅콩을 삼켜 버린 것으로 되어 있었다.

나는 사정을 해명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데스크의 인도인 직원은 구장 잎을 많이 씹어서 시커멓게 된 이빨을 다 드러내고 벌쭉벌쭉 웃으면서 그 모든 것이 컴퓨터에 기록되어 있음을 내게 확인시켰다.

내가 변호사를 불러 달라고 하자, 한 종업원이 망고 한 개를 가져다 주었다.

호텔을 잡아 준 나의 출판인은 몹시 화가 나 있고, 나를 기생충 같은 존재로 여기고 있다.

문제의 연어는 상해서 먹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우리 집 아이들은 내가 술을 좀 적게 마셔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1986년>

++++

 

***eunbee***  

2014.05.04 10:23

 

세상의 나그네들이 마추픽추 그 높은 곳을 올라 잉카의 마을을 보고 내려 올 때

'굿바이 소년'들은 버스마다 희망을 담지요. 버스보다 먼저 달려 내려오며 굽이굽이마다에서

손을 흔들어 주면 맨 아래 종점에서는 돈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들이 달려오는 길은 지름길,

(한구비 돌면 소년과 버스가 만나는 지점이 있게 되지요. 그러면 굿바이를 외치고...또 다시 구비마다 그렇게..)

결국 굽이굽이 휘돌아오는 버스보다 먼저 올 수 있지요. 그러자면 얼마나 힘겹게 달려야 할까요.

입성도 바르지 못하고, 신발도 제대로 된 것이 아닌데 그 험한 산길을 숨차게 달려 내려오는 소년들.

굿바이 소년이 되는 것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네가 아무나 몫좋은 자리 맡아서

장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그렇게 어렵게 맡은 그 굿바이 보이 라는 직업(?)

어린 소년들의 그 모습은 너무도 애잔합니다.

 

내가 보았던 그 이야기를, 쿠바여행 때 큰딸에게 들려주었더니 그리도 울더이다.

쿠바의 어린아이들이 손내미는 것에 대해 엄마는 빈손을 안쓰러워 하고, 딸은 그들에게 그런 의식을

심어주면 안된다는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하던 끝에 나온 이야기는,

인도의 박시스 어린이들, 톤레샵에서 바가지 타고 흘러와 원달러를 외치며 손내미는 어린이들,

그리고 마추픽추의 '굿바이 소년' 이야기까지 듣더니 큰딸은 주루루룩 얼마나 눈물을 흘리는지.

 

산구비를 그토록 온 힘을 다해 뛰어내려오며 굿바이를 외치던 소년은

산아래 주차장에 버스가 당도하면 버스에 오르지요. 땀에 범벅이 되고,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며.

그러면 버스의 여행자들은 몇푼의 돈을 건냅니다.

 

숨찬 모습으로 발그레 웃던 굿바이 보이들이 지금도 눈에 어른거려요.

내 곁은 스치며 꼭대기를 오르던 모자쓴 인디오 소년의 한숨같은 휘파람소리도 귀에 쟁쟁하여요.

 

페루.

삶이 참으로 고달픈 나라였어요. 내 눈에는.

굿바이 소년들은 지금도 그렇게 가파른 산길을 내달리고 있을테죠. 에혀~

 

***동우***  

2014.05.05 07:17

 

페루의 굿바이소년.

필리핀, 관광객들이 바다 속으로 동전을 던지고 아이들은 물속에 잠수하여 그걸 줍는 아이들.

슬픈 얘기이고, 삶이 고달픈 나라 삶의 모습은 애잔합니다.

불과 몇십년전 우리나라도 그러하였지요.

 

그렇지만 그런 곳에 오히려 낙천이 살아있음은 어인 까닭인지.

에혀~

 

오늘은 어린이 날.

우리도 푸르릅시다. 은비님.

 

***동우***  

2014.05.04 05:18

  

빈집에는 멈춰버린 시간이 갇혀있다.

시간이 멈추어버린 그곳에 환영(幻影)으로 배회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랑일 것이다.

아버지, 고향집, 당신, 페루, 구스코, 마추픽주, 티티카카..

 

빈집에 깃들어 살고있는 환영(幻影).

연약하고 작아서 한줌도 안되는 여자애와 그 애의 오빠.

꾸물꾸물 어미의 젖에 새빨간 혓바닥을 들이미는 아직 눈도 못뜬 강아지새끼.

연민에 겨워 어깨를 쓸어주고 싶은 두마리 어린 백조.

 

[여자애는 문득 지금 세상에서 자기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남자애뿐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이 남자애의 백조를 낳아야지.]

근친상간의 암시는 어떤 근원적 슬픔이고 외로움을 은유하는걸까.

 

[우주선을 기착시키기 위해 내 허름한 육체는 쿠스코의 그 아침에 툭툭, 터지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의 가장 높은 산정의 맑은 물 기슭에 백조 두 마리가 살았다고. 거울 같은 물속을, 고산식물들의 드높은 향기 속을 헤엄치며 살았다고.

어느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 백조들은 폭우에 쓸려 산 밑으로 쓸려내려갔다고. 백조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네가 서른이 될 때 얘기해주겠다고... 그녀는 백조 이야기를 마음속에 품고 곧 돌아오리라고. 돌아와서 다시 부친과 동생들과 모친과 함께 살리라고...]

 

사랑이 폐허(廢墟)로 명맥(命脈)하는 집은 죄다 빈집이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라지만, 사람이니까 사랑이 있어야지.

타인의 사랑이 부재함이 아니라 스스로 지녀야 할 사랑의 부재..

자신의 깊은 곳에 사랑이 남아있으면 죽음이 허무하여 삶이 환(幻)일지라도 스스로 삶을 치유하여 사람은 살아진다는...

 

얘기가 그러한가.

분명치는 않으나 느낌의 맥락으로 기형도를 다시 뇌인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기형도 '빈집'-

 

***동우***

2014.05.04 06:04

 

++++

<수입이 많은 직업을 선택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세상에는 매우 인기가 높고 수입이 아주 많은 직업들이 있다.

그런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직업에 종사하기 위해 준비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고속도로 진입로를 가리키는 표지판들을 도시 지역에 설치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예로 들어보자.

그 표지판들은 도심과 고속 도로의 차량 정체를 해소하는 것을 그 기능으로 삼고 있다.

그 표지판들을 따라 갔다가 녹초가 된 채 변두리 공장 지대의 위험하기 짝이 없는 막다른 길에 들어서고 보면, 그 점을 이내 깨닫게 된다.

사실 표지판을 세워야 할 자리에 제대로 세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둔한 사람이라면 표지판을 이런 곳에 세우려 할지도 모른다.

즉 어디로 가야 할지 판단을 내리기 힘든 여러 갈래로 길이 갈라지는 분기점 같은 곳, 따라서 도움을 받지 못할 경우에는 길을 잃기 딱 알맞은 지점 말이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표지판 세우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표지판은 가야 할 길이 눈에 빤히 보이는 곳, 모든 운전자들이 직감으로 제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곳에 세워야 한다.

운전자를 반대 방향으로 보낼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일을 제대로 해내려면 도시 계획, 심리학, 게임 이론 따위에 상당한 조예가 있어야 한다.

매우 유망한 직업이 또 있다.

가정용 전기 제품이나 전자 제품에 첨부되는 사용 설명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이 설명서의 목적은 제품의 설치를 불가능하게 하는 데에 있다.

컴퓨터를 살 때 따라오는 두꺼운 매뉴얼 같은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그런 매뉴얼도 제품의 설치를 방해하는 기능을 어느 정도 수행하긴 하지만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드는 것이 흠이다.

이런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델로 삼아야 할 것은 약품의 사용 설명서이다.

약품은 우선 학술적인 이름을 지니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이름은 약의 성격을 분명하게 알려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약을 사려는 사람들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예컨대, '프로스타탄 prostatan' , '메노파우진 menopausine' , ' 피아톨락스 piattolax' 같은 이름의 약이 그러하다.

약품의 사용 설명서는 그와 달리 우리의 목숨이 달려 있는 경고문을 난해한 문장으로 작성한다는 데에 그 특징이 있다.

가령 이런 식이다.

' 부작용 없음. 다만 어떤 성분에 대해서는 예기치 않은 치명적인 반응이 나타날 수 있음.'

한편 가전 제품의 사용 설명서는 하나마나 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너무 뻔한 이야기다 싶어 건너뛰며 읽다 보면 진짜 필요한 정보를 놓치기가 십상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PZ40'을 설치하려면 우선 상자를 뜯어 제품을 꺼내야 합니다. 상자를 열어야만 PZ40을 꺼낼 수 있습니다. 상자는 뚜껑의 두 날개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젖히면 열립니다(아래 그림 참조). 개봉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뚜껑이 위를 향하도록 하여 상자를 개봉하는 과정에서 PZ40이 바닥으로 빠질 염려가 있습니다. 상자의 위쪽은 '위'라는 표시가 나타나 있는 부분입니다. 첫 번째 시도에서 뚜껑이 열리지 않을 때는 다시 한번 시도 하십시오. 상자가 열리면 안에 있는 알루미늄 뚜껑을 제거하기 전에 빨간 띠를 뜯어내십시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용기가 파열됩니다. 주의! PZ40을 꺼낸 뒤에는 상자를 버리셔도 됩니다.'

괜찮은 직업을 또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여름에 시사주간지나 교양 주간지에 실리는 심리 테스트를 입안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의 테스트를 만드는 것이다.

1. 다음 두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을 고르시겠습니까?

1) 사리염 한잔 2) 오래 묵은 코냑 한잔

2. 다음 두 사람 주에서 누구와 휴가를 보내고 싶으십니까?

1) 나병에 걸린 팔순 노파 2) 이자벨 아자니

3. 다음 두 가지 중에서 어느쪽이 더 마음에 드십니까?

1) 살을 따끔거리게 하는 불개미로 온몸이 뒤덮이는 것

2) 오르넬라 무티와 하룻밤을 보내는 것

위의 질문에 대해서 모두 1)번을 고르셨다면, 당신은 기발한 착상을 잘 하고 발명의 재주가 있으며, 독창적인 사람입니다.

하지만 성적으로는 약간의 불감증이 있는 것 같군요.

위의 질문에 대해서 모두 2)번을 고르셨다면 당신은 악당입니다.

어떤 일간지의 건강 난에서 선탠에 관한 테스트를 본 적이 있다.

그 테스트는 모든 질문에 대해서 A, B, C 세가지의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 A 번에 나온 대답들이 걸작이다.

1. 햇볕에 노출되면 피부가 어느 정도로 빨개집니까?

A. 심하게

2. 당신은 얼마나 자주 일광욕을 하십니까?

A. 햇볕에 노출될 때마다

3. 홍반이 생긴 지 48시간이 지나면 피부가 어떤 색깔이 됩니까?

A. 아주 빨갛다

진단. 만일 여러 차례 A라고 대답했다면, 당신의 피부는 극도로 예민하여 일광에 의한 홍반이 생길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런 식의 테스트도 생각해 봅직하다.

1. 당신은 여러 번 창 밖으로 떨어진 적이 있습니까?

2. 만일 그렇다면, 그 때문에 여러 차례 골절을 경험했습니까?

3. 골절의 결과로 매번 영구적인 장애가 생겼습니까?

위 질문들에 대해서 만일 당신이 두 번 이상 ' 예' 라고 답했다면, 당신은 바보이거나 청각에 장애가 있어서 질문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입니다.

만일 아래쪽에서 장난치기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 어서 내려오라고 하거든, 창 밖을 내다보지 않도록 하십시오.   

<1991년>

 

++++

 

***동우***  

2014.05.04 06:19

  

카카오스토리.

은비님 홍애님 초담님, 서병수님, 박후근님, 송현님등을 비롯하여 여러 지인들의 이모저모 최신(?) 모습을 엿보는 것은 즐거움입니다. (서툰 엄지족 핑계, 댓글 인색함을 용납들 해 주시기를.)

 

그런데 좀 전 친구 옥영재, 모친상 치루었다는 소식을 그곳에서 접하였습니다.

고교친구 녀석 아무도 내게 연통하지 않았는데 이럴수가.

문상은 나중으로 미루고, 예다가 우선 애도(哀悼)의 말씀 눕힙니다.

그리도 극진한 효자 아드님의 애통함 오죽하리오마는, 수를 누리시고 자손들의 끔찍한 받듦 끝에 가셨으니 복받으신 분...

삼가 말하건데 호상일세.

슬픔 차츰 거두시게, 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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