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신경숙 1 (1,4,3,3,1)

카지모도 2020. 4. 27.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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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신경숙]]

<풍금이 있던 자리><빈집> <새야 새야> <벌판 위의 빈집>

 

 

<풍금이 있던 자리>

-신경숙 作-

 

***eunbee*** 

2012.12.10. 06:17

 

이 아침에 나도향 읽고, 신경숙까지 읽었으니 오늘 동우님 방에서의 독서량은 만족.ㅎ

요즘 신경숙 장편소설 '바이올렛'읽고 있어요.'엄마를 부탁해' 이후에 잡은 그녀의 책이지요. 

김애란이라는 80년생 앳된 청춘이 쓴 '비행운'도 재밌게 읽고 있구요.

 

밖은 체감으로도 시각적으로도 매우 찹니다.

하얀눈이 수북히 쌓여있어요.

녹을 줄을 모르네요.

 

뱅쇼를 만들어 후후불어 마시며, 동우님께 녹아있는 그 화려한 문화를 귀로 시각으로 느껴보는 벽난롯가를 상상해 봅니다. ㅎㅎㅎㅎㅎ~

겨울날이면 늘 그렇게 해보고 싶은 나의 로망이지요.

 

설한풍에(부산은 아니려나? ㅋ) 감기 조심하시구요. 동우님!

 

***┗동우***

2012.12.11 07:07

 

익명으로 드나들면서 엿보는 은비님의 겨울. 

로킹체어와 이젤과 팔레트와 베란다 너머로 설경...

눈밭에 엉덩방아도 찧으셨다면서요? ㅎ

그리고 독서가 있는 은비님의 겨울은 더욱 부럽습니다.

책부족의 12월 숙제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1/10 못미쳐서 버벅거리고 있는 요즘 내 독서...

안나 카레니나는 자잘한 활자로 근 1200페이지에 이르는 분량.

12월 25일까지 독후감까지 써올려야 하는데, 세태의 계절 또한 세밑인지라 여~엉.ㅎ   

벗들 블로그에 자취도 남기지 않고서, 하루 하나씩 단편이나 올리면서 위무하고 있어요.

 

며칠전 부산에도 각박하기 짝이 없는 그 눈이 한 두어시간 펑펑 내렸답니다.

그런데 설경은 커녕 질척거리는 거리 풍광에 눈맛은 영 아니올시다였어요.

 

안그래도 목에 대롱거리는 감기기운.

은비님의 뱅쇼.

정다운 친구의 말씀만으로도 와인 향취가 코끝에 어리고 목구멍이 훈훈하여 감기기운 슬몃 잦아지는듯 합니다.

거기다 벽난롯가의 노변정담까지 상상하려니 가슴까지 따스....ㅎ.ㅎ

메르시 마담 아무개....님.

 

그리고 리딩북 독자님들.

신경숙의 이 소설, 저작권 문제로 삭제한 본문. 

댓글과 답글만 남겨 둔 것입니다.

앞으로 지난 리딩북의 본문은 중간부분만 삭제하고 모두와 말미 부분은 살려 놓겠습니다.

전문(全文)이 실리지 않았으니 저작권 침해는 아닐터이지요.

ㅎㅎ 잔머리.

전문이 필요하신분은 개별적으로 요청하시면 파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빈 집>

-신경숙 作-

-

***동우  ***

2013.06.01 05:52

 

신경숙(1963년생)의 빈집.

 

먼저, 모두(冒頭)의 '기형도'의 詩 '빈집'을 소리내어 읽어 보시기를.

(기형도 시인의 추모문집에 수록된, 이를테면 기형도의 詩를 산문오르써 패러디한 소설이라고도 합디다..)

 

기타리스트 남자와 귀머거리 여자의 사랑.

으흠, 사랑이란 무엇일까.

서로 기대어 보듬고 쓰다듬어서 따순 존재의 소통...존재의 공허한 우물을 채워주는 것.. . (들리지 않는 따위가 무슨 대수리까).

 

그러나 욕망 또한 사랑인걸 어쩌랴.

남자의 기타소리를 듣고자하는 욕망.

여자는 극심한 두통을 앓는다.

너무나 아파서 이젠 사람('사람'을 '사랑'이라고도 읽자)이라고도 할수 없다는 여자.

여자는 남자를 떠난다. (여자가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남자는 스페인의 알함브라를 그리워하는 방랑자적 허무로운 이미지....)

 

<한번은 그쪽이 이 빈집에 올 것이기에 나도 한번은 내 마음이 그쪽에게 읽힐 기회를 만들어 봅니다... 기타 줄 위에서 춤추듯 움직이는 그쪽 손가락을 보고 있으면 내 귀는 그 손가락들이 내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지만 나는 그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그쪽 손가락이 가는 자리에서 새어나오는 진짜 소리를 듣고 싶은 욕망이 싹텄어요. 그 소리 속에 사랑하고 욕망하고 후회하며 살아가는 모든 것이 다 담겨 있을 것만 같았어요. 나는 그날부터 두통에 시달렸어요. 그쪽의 손가락이 튕기는 한 한번만 한번만 내귀로 듣고 싶어한 그 순간부터요. 울거나 웃으면 두통은 입 모양이 만들어지는 쪽으로 왈칵 쏠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답니다. 한번만 당신이 내는 소리를 듣고 싶어한 대가가 너무 슬퍼요. 너무 아파서 이젠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 안녕, 내 사랑. 차라리 이 빈집에 들어와 이 편지를 읽지 말길. 내가 집 정리를 하는 줄 알면서도 그쪽의 또 다른 마음이 모른 척하였듯 차라리 내가 두통 때문에 그쪽을 버리고 가는 걸 영원히 모르길. 그러면 뒷날 그쪽 마음에 내가 가엾을는지.>

 

不在하는 사랑의 현장 '빈집'.

빈집의 문을 따고 들어서는.. 사랑의 흔적은 귀소(歸巢)본능을 유발하는 무엇인가.

인기척이 끊긴 빈집.

무엇이 남아 있을까.

아, 사랑은 어느 구석 갇혀 신음하고 있을까.

 

거위의 소리, 망치소리, 고양이소리, 쥐 소리, 악다구니 부부싸움의 소리...비로소 남자의 귀에 들리는 현실의 소리들...

사랑은 하냥 빈집에 갇혀 침묵하는데.

 

애잔하도다.

예순넘도록 未知의 것인 내 사랑...

내 서늘한 빈집에 갇힌.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눈물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고향***  

2013.06.01 13:42

 

언젠가는 스페인으로 떠날 것을 꿈 꾸던 자가 막상 알함브라 성에 도착하였어도 그 곳에 떠도는

그 고대의 왕과 왕녀들의 보이지않는, 슬픈 영혼들을 느껴도 그 스페인은 결코 떠나지않으면서

언젠가는하고 꿈꾸던 때가, 더욱 그리워질것 같아요. 

빈 집에 갇힌 사랑, 이루어지지않은 것이 더 아름답다는 것이 역설이긴하지만.     

손에 잡히지않는 것에 대한 아득한, 안개와 같은 그리움이

슬프지만 아름다워요.

 

***동우***  

2013.06.02 07:09

 

알함브라 궁전, 그곳에 떠도는 고대의 왕과 왕녀들의보이지 않는 영혼..

고향님의 말씀 들으려니 타레가의 트레몰로 기타 선율이 들리는 듯합니다..

 

그리고.

빈집에 갇힌 사랑.

손에 잡히지 않는 것에 대한 아득한, 안개와 같은 그리움...슬프지만 아름다운..

 

고향님의 말씀으로 '빈집'이 은유하는 바가 새롭게 느껴집니다.

 

 

<새야 새야>

-신경숙 作-

 

***동우***  

2013.12.05 05:53

 

'새야 새야'

신경숙은 한편의 슬픈 설화(說話)를 詩처럼 썼구나.

 

벙어리 세 모자(母子).

어머니와 큰놈과 작은놈.

그들은 언어(言語) 이전, 관계의 원형질(原形質)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단 한 번 세상의 공기 속에 섞어 놓을 수 있다면......그렇다면 그 집의 한시절에게 주고 가고 싶다. 어머니와 큰놈과 셋이서 살던 그 시절에게로.>

 

세사람중 유일하게 글을 읽고 쓸줄아는 작은놈이지만, 그 언어(言語)로서의 소통(疏通)에는 작은놈의 사랑은 있지 아니하다.

어머니가 삶을 슬퍼하지 말라고, 작은놈의 등을 미래(未來) 쪽으로 떠밀었지만 그 미래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여자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헤아리는 일은 어머니가 말한 슬퍼하지 말라는 말을 가늠해 보는 일만큼이나 시리고 자욱한데도 가슴이 저렸다....미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햇빛이 가물거리는 끝에 걸려 있는 것일까? 여름 밤하늘의 은하 같은 것? 오는 것인지? 찾아가야 하는 것인지? 그도 저도 아니면?>

 

언어의 관계는 허위이고, 언어의 삶은 슬픔이고, 언어의 미래는 공포이다.

언어의 소통에 사랑은 무망(無望)하였다.

 

<'어머니, 열어 주세요.' '작은놈이에요. 사, 삼켜 주세요.' 조금, 조금 무덤의 아가리가 벌어진다....그들의 몸은 이미 안에 들어와 있다. 밑으로 밑으로 한없이 아늑한 웅덩이다. 어딜 그렇게 헤매고 다녔던 것인지.>

 

잉태한 미친 여자와 언어이전 맹목(盲目)의 관계인 개와 함께, 작은놈은 어떤 주검에 동참하는 순장(殉葬)일까.

여자와 개와 작은놈은 밑으로 밑으로 한없이 아늑한 웅덩이에 잠긴다.

 

무덤 속에는 원초적 따뜻함이 있다.

아, 어머니의 자궁(子宮).

 

으흠, 신경숙의 실존의식은 저토록 염세적이고 비관적이었던가.

어떤 구원(救援)의 은유를 내가 읽어내지 못한 것인지 모르겠다.

 

어쩄거나 이 아침, 신경숙의 ‘새야 새야’로 인하여 내 허무주의 짙도다. ㅎ

 

***eunbee***  

2013.12.05 20:57

 

아침에 이 소설 읽다가 가곡공부시간에 늦어서 그만 안가버리고 말았어요.ㅎ

조금은 몽환스럽게 쓰여진, 너무나도 슬픈.. 그리고 신경숙님의 그 고운사랑(요란떨지 않고 깊은 사랑)이

이글에도 배어있어, 내겐 딱 맞는 식성의 글. 다 읽자 끝내는 한숨을 가늘게 쉬고, 눈을 살며시 감았지요.

 

기러기 날아가는 소리 '그리운 소리'

물 소리 '헤어지는 소리'

뱀 '눈이 감기는 소리'

때까치 '대문 여는 소리'

바람은? '잠 깨우는 소리'

아, 저런 생각들은 누가 해내는 걸까요. 그래서 소설가? 소설가도 소설가 나름이지만요.ㅎㅎ

신경숙님의 강의(?)를 한 번 들은 적 있어요. 그리고 며칠전 티비 프로에서 신경숙님 봤구요.

살이 너무쩠어요. 쪘어도 너~무 쪘어.ㅎㅎㅎ

 

그림공부는 제대로 하고 왔어요. 아침 가곡공부 결강한 벌칙으로 그림은 열~공하고 왔지롱요.

좀 전에 와서 커피 내려 마시고, 아침 감상문 이제서야 쓰는 거예요.

 

***동우***  

2013.12.06 05:46

 

나는 신경숙이 이런 소설을 쓴줄 몰랐는데 (며칠전 처음 읽었어요), 은비님의 입맛, 아니 감성밭에는 다소 절절하게 스며들줄 짐작하였지요.

은비님께 한줄기 슬픔 깃든 몽환적 詩心 있는줄 알고 있거덩요.ㅎ

 

무덤,고요,기차,광녀,잉태,이름,언어...

신경숙은 저 이야기의 모티프를 무엇에서 얻었을까요?

 

신경숙.

넓데데한 얼굴에 좀 비대한 모습이지만 웃거나 말할적에 어딘지 모르게 귀엽게 느껴지더군요.

 

노래와 그림과.. 뿐이리까. 입는것 보는것 먹는것 느끼는것 두루두루 내게 감히 미치지 못하는..

하루쯤 노래 부르지 않아도 얼마던지 바라이어티한 은비님 일상의 색채감. ㅎ

 

***jamie***  

2014.04.18 22:14

 

작은놈 큰놈...이름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못 한 사람들.

말 못 하고 귀 안 들리는, 가난한 청년들은 생에서 이렇게 떨어져 나갔군요.

슬픔의 미학과 청승맞음의 차이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우물에 들어가 앉아있는 여인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엽감는 새 연대기의 우물을 떠롤리게 하고,

배가 불러오는 거렁뱅이 여인은 어려서 읽었던 분례기의 똥례를 기억하게 하네요.

처절한 이야기에...제 마음은 지금 처절한 페리 뉴스로 얼룩지고,

이래저래 어수선한 회색으로 회칠한듯한 마음이예요.

 

***동우***  

2014.04.19 05:56

 

청승맞음과 슬픔의 미학.

생각건대, 그 차이는 없을듯 싶습니다.

 

우리가 흔히 청승맞다고 하는 표현이 영어의 뉘앙스로 가능할런지 노루 교수님께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슬픔이 데포르마숑되어 변용된 이미저리가 청승...

 

귀곡성(鬼哭聲)은 슬픔의 액기스로 뭉쳐진 울음.

연두 분홍의 한국의 샤머니즘적 색감의 청승스러움에도 진한 슬픔이 묻어 있다고 느껴집니다.

 

아, 그리고 제이미님도 기억하고 있군요.

방영웅의 '분례기'

그래요, 그리고보니 저 거렁뱅이 여인에게서 똥례가 떠오릅니다.

분례기, 정말 인상깊게 읽었던 소설, 청승맞은 소설이었지요.

 

***권 풀***  

2014.12.10 13:46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동우***  

2014.12.11 03:35

 

반갑습니다, 권풀님.

읽어주셔 고맙습니다.

 

 

<벌판 위의 빈집>

-신경숙 作-

 

***동우***  

2014.04.18 05:10

  

당분간 '신경숙'을 올리려 합니다.

우선 짧은 소설, '벌판 위의 빈집'

 

<'엄마 나 이뻐?, 그런데 그때 왜 나 밀었어?'>

 

등골 서늘한 납량소설로 읽어도 좋겠지요. (논리로 읽었다간 머리에 쥐납니다. ㅎㅎ)

 

빈집, 빈방, 외딴방...

'비어있음'은 신경숙에게는 무슨 주술적 모티프인가 보아요.

으흠, 근데 무덤은 비어있음일까요, 채워져 있음일까요?

 

<피는 한방울도 흘리지 않고 아이는 하얗게 죽었다. 아이는 숨이 끊어지는 순간에도 여자를 향해 물었다. 엄마, 나 이뻐?>

 

'엄마 나 이뻐?'

반복되는 주술, 샤머니즘의 선뜻함.

허망, 악몽, 전율...

서늘하지만 어딘가 아름답고 무언가 슬픕니다.

 

어느날 혹시 그 들판을 지나가다가 그 빈집을 보게 돼도 그냥 지나가십시오.

행복과 노래는 그 한때였습니다.

 

뜬금없이 신경숙의 다른 소설 '새야 새야'가 떠오르기도 합니다그려. 

 

***jamie***  

2014.04.18 21:57

 

여고괴담...같은 이야기네요.

 

***동우***  

2014.04.19 05:49

 

달걀귀신이나 여고괴담처럼 이런 종류의 공포스런 세간의 얘기가 없지 않았을겁니다.

그 소재를 문학적 창작으로 변용하여 독자의 감성에다 소구하는 솜씨, 소설가는 씨가 따로 있나 봅니다.ㅎ

 

***natasha***  

2014.04.20 16:09

 

감사하게 읽고 갑니다..

 

***동우***  

2014.04.21 05:03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