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송병수]] <쑈리킴>
[[손창섭]] <잉여인간> <비오는 날>
<쑈리 킴>
-송병수 作-
***동우***
2013.01.15 05:45
휴전 직후, 전방의 미군부대.
1인칭 화자(話者)는 전쟁통에 고아가 된 열 살 남짓한 소년.
양갈보의 팸푸 노릇.
서울의 굴다리 왕초 밑에서 각설이꾼 할때에 비하면 사뭇 출세한 꼴이지만, 그러나 양깽깽이보다 ‘저 산너머 해님이 숨바꼭질 할 때’가 좋고 양갈보 따링 누나의 품 속에서 듣는 ‘백설공주’가 좋은 쑈리 킴.
포탄에 부모형제를 잃고 홀로 살아남은 아이들은 한 시절을 저와 같이 살아야 했다.
소악배(小惡輩)의 악행은 부끄러움이 아니었고 그것 자체가 그 애들의 삶이었다.
이 소설에 대하여 할 얘기 무에 있겠나.
딴 이바구.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가 있는데 바로 ‘이문희’(1933년생)다.
그가 쓴 소설들은 모두 나를 매혹시켰다.
소재나 구성이나 문장이나 등장인물의 캐릭터까지... 특히 그가 창조한 여성상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쇼리 킴’에 나오는 갖가지 곁말(隱語)은 이문희의 장편 흑맥(黑麥)에서도 귀에 익숙하다.
하우스보이 딱부리 찔뚝이 쑈톨 왕초 똘마니 깔치 넘석 찌라싱 뚜럭꾼..
몹씨나 ‘흑맥(黑麥)’을 다시 읽고 싶다. 몹씨나.
좀 전에 책장 이구석 저구석 찾아 보았으나 찾지 못하였다. 어딘가 짱박혀 있으련만.
서울역전을 나와바리로 한 깡패(양아치)세계의 리얼리티.
왕초 독수리,.. 외팔이, 키다리. 함지박, 깡쇠, 송충이...그리고 참한 처녀 미순이.
이만희 감독 (신성일, 문희 출연)의 영화도 있었는데.
요즘 젊은이들 그 소설 꼭 한번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전후의 그 척박한 정서를 들여다 보면 작금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50대 이상의 어른들(전쟁을 직접 겪지는 않았더라도)의 집단무의식 속에 남아 있을 풍경화, 그 에토스...
흑맥을 읽다보면 혹여 꼰대들의 '잘 살아보세'의 그 절절함(박정희)을 좀은 이해할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개발독재를 직수굿이 살아낸 그런...
'흑맥' 찾아 읽고 언제 그 얘기 할 기회 있을 터이지...
<잉여인간>
-손창섭 作-
***동우***
2013.03.08 05:27
어두운 영상언어, 영화 '오발탄'은 하나의 충격이었는데 오발탄과 같은 계열의 빛갈로 내 기억 속에 새겨져 있는, 역시 '유현목'감독의 영화, '잉여인간' (김진규, 신영균등 출연, 봉우 아내역 도금봉의 色氣...ㅎ)이 있다.
1959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손창섭(1922-2010)의 잉여인간을 포스팅한다.
잉여인간, 끔찍한 말이다.
잉여가치나 잉여생산물에서 계급적 不平等이 비롯된다는데, 어디에 소용되는 목숨의 가치이길래 잉여인간이란 말가.
그러나 오늘 아침 다시 읽는 '잉여인간'은 오발탄보다는 훨씬 밝았다.
戰後 어두운 시대의 프리즘을 통과하는 리얼리즘은 그 강렬함이 오발탄에 미치지 못하였던 것이다.
저 능동적 긍정적 인간상 서만기로 인하여.
<만기는 좀처럼 흥분하거나 격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렇다고 활동적인 타입도 아니지만 봉우처럼 유약한 존재는 물론 아니었다. 반대로 외유내강한 사내였다. 자기의 분수를 알고 함부로 부딪히지도 않고 꺾이지도 않고 자기의 능력과 노력과 성의로써 차근차근 자기의 길을 뚫고 나가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놀라운 일에 부닥치거나 비위에 거슬리는 사람을 대해서도 도리어 반감을 느낄 만큼 그는 침착하고 기품있는 태도를 잃지 않는다. 그것은 본시 천성의 탓이라고도 하지만 한편 그의 풍부한 교양의 힘이 뒷받침해 주는 일이기도 하였다. 문벌 있는 가문에 태어나서 화초 가꾸듯 정성어린 어른들의 손에서 구김살없이 곧게 자라난 만기는 예의범절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을 뿐 아니라 미술, 음악, 문학을 비롯해서 무용, 스포츠, 영화에 이르기까지 깊은 이해와 고급한 감상안을 갖추고 있었다. 크레졸 냄새만을 인생의 유일한 권위로 믿고 있는 그런 부류의 의사와는 달랐다.
게다가 만기는 서양사람처럼 후리후리한 키와 알맞은 몸집에 귀공자다운 해사한 면모를 빛내고 있었다.
또한 넓고 반듯한 이마와 맑고 잔잔한 눈은 그의 총명성과 기품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누구를 대해서나 입을 열 때는 기사가 바둑돌을 적소에 골라 놓듯이 정확하고 품 있는 말을 한 마디 신중히 골라 썼다. 언제나 부드러운 미소와 침착한 언동으로 남에게 친절히 대할 것을 잊지 않았다. 좋은 의미에서 그는 영국풍의 신사였다. 자연 많은 사람들 틈에 섞이면 군계일학격으로 그의 품격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치과의사 서만기, 그는 그 시대 비현실적인 인격이었던가.
아, 아니다.
어찌 서만기가 그 시대 잉여인간일수 있겠는가. (채익준, 천봉우, 봉우의 처등의 저 절실한 리얼리즘이 그 시대 잉여일수 없듯이)
서만기는 그 시대에 있었다.
카뮈의 프로메테우스적 영웅은 못될지라도, 저 연약해 빠진 휴머니티를 지닌 외롭고 나약한 영웅은 있었다.
오히려 작금의 세상 저와 같이 나약한 영웅은 대접을 못받는 느낌 없지 아니하다.
현대의 삶은 나남없이 쿨하고 반지빠르고 여간내기가 아니어야 한다.
그런 것들이 미덕인 시대, 잉여가 되어버린 저 순박한 휴머니즘...
***teapot***
2013.03.09 02:41
가슴이 답답하지 않고 인간의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소설인데요~
제가 제일 부러워하는 외유내강~저는 외강내유라서~ㅋㅋ
그래서 큰 인물이 못 됐답니다, 저는 그리 생각합니다~믿거나 말거나요~ㅎㅎㅎ
***동우***
2013.03.09 05:49
하하, 티팟님.
여복많은 치과의사 서만기의 저 꿋꿋한 젠틀맨 쉽.
바람둥이 봉우 처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굳센 남자. ㅎㅎ
<비오는 날>
-손창섭 作-
***동우***
2015.08.11 04:35
황석영 선정 한국명단편 101, 손창섭(孫昌涉 1922- )의 '비오는 날'
어둡다, 암담하다, 어렵다.
상황이, 인간성이, 관계가.
"가자! 가자!" <이범석 '오발탄'>
철호의 노모가 콜록대면서 외마디 주문을 부르짖는다.
그런데 어디로 갈 것인가.
노웨이 아웃. 노웨이 아웃.
나갈 곳이 없다.
동욱과 동옥 남매.
생활은 분열되고 애정은 마비되었다.
더럽고 어두운 폐쇄된 골방에 갇혀, 허무와 절망의 자의식에 잠긴채 자학(自虐)하고 피학(被虐)할 뿐이다.
밖에는 눅눅하고 음산하게 비가 내리는데, 목숨만이 동물의 눈빛으로 반짝인다.
개별적 삶에 돌발(突發)하여 실존을 기습하는 저 사건들은 또 무어란 말인가.
노파의 횡령, 구원이 될수도 있는 동옥의 주요한 편지가 아이들의 장난으로 찢어 없어지는등..
실존의 양태를 더욱 황폐하게 만드는 저 상황의 우연성은.
우리의 삶, 부조리함으로 점철된 인생이로다.
인간성은 상황에 전적으로 투항한다.
알량한 휴머니즘은 닝글닝글한 웃음일 따름이다.
냉소와 자조(自嘲)와 무기력의.
"네가 동옥을 팔아먹었구나, 아니 바로 내가 팔아먹었구나"
원구는 허걱거리는 걸음으로 돌아선다.
비오는 날이라야 동욱남매를 생각할 뿐이다.
손창섭의 '비오는 날'.
그곳에는 그가 쓴 '잉여인간'(기 포스팅)에서의 저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인간상 '서만기'는 없구나.
상황, 실존과 관계의 존재양식.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성과 관계는 상황으로 인하여 스스로 모멸스럽다.
존재는 실존을 초월할수 없는가.
당위(當爲)없이 존재는 존재하는가.
이유없이 관계는 관계하는가.
으흠, 어렵도다.
한살이 살아내는 의식(意識)이여.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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