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최일남]]
<쑥이야기> <멀리가버렸네> <무화과꽃은언제피는가> <노새두마리> <우리나라입> <흐르는북>
<쑥 이야기>
-최일남 作-
***동우***
2013.04.23 05:01
최일남(1932년生) 1953년 발표한 첫 추천단편.
우리 동네 산자락.
정작 남녘의 봄은 쑥 캐는 여인네의 남산만한 엉덩이에만 머물고 있는지.
봄나물의 향취 쑥, 한때는 빈자(貧者)의 식량.
아, 굶주림에게 먹거리는 하나님이었다.
스산한 부산의 4월.
저 모녀, 배는 곯더라도 그들의 봄은 따스워 좋도다.
***teapot***
2013.04.23 11:44
배고픈데 따스하기라도 해야지요~
4월의 부산은 스산한가요?
오늘 낮에는 차에 에어컨 키고 다녔는데
저녁인 지금은 기온이 좀 내려 갔네요.
***동우***
2013.04.24 05:13
벌써 에어컨입니까, 캘리포니아는?
대체로, 항구도시 부산의 봄은 봄답지 않답니다.
특히 나 사는 곳 영도는 바닷바람 거세고..
올 봄은 더 스산한 것 같아요.
어제도 추적추적 비 내리더니, 새벽 창밖을 보니 가로수가 산발을 하고 춤을 추고 있네요.
***송현***
2013.04.23 16:02
ㅎㅎㅎ 쑥이라 읽어 보았습니다 ^^
역시 구황식물입니다
쑥의 효능 그 뿐 아니지요.
저는 쑥 신봉자~~
***동우***
2013.04.24 05:15
쑥 신봉자, 송현님,
쑥은 정말 고마운 식물인가 봅니다.
약이 되고 먹거리가 되고 봄의 미각이 되고...
<멀리 가버렸네>
-최일남 作-
***동우***
2016.04.02 04:33
최일남(1932~ )은 언론인으로도 활동한 소설가이지요.
그도 어느새 팔순을 훌쩍 넘은 연배가 되었군요.
야초님 댁에서 업어 온 소설, '멀리 가버렸네'
시대정신이 별거리까.
자신의 시대를 '살아내는' 사람들 편만한 생각의 모습이 시대정신이 아닐까요.
역사가 별거리까.
그 생각으로 일어난 사건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부단하게 해석되고 변용되어.. 그런게 역사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역사책 들여다보아도 심장 펄떡이며 살아낸 그 시절 사람들의 시대살이의 구체적 모습은 만져지지 않습니다.
기록 밖에서 혼자 떠돌다 소멸하는 무수한 것들....
그러니까 예술 기능의 한 축이 거기 있을듯도 싶습니다.
하총재는 친구에게 토로합니다.
자신의 기록(일기)이 남을 비판하거나 세상을 꾸짖게 되는 글이 될까봐...
친구는 말합니다.
<"한 시대의 삶을 거시적으로 짚어내기 위해서는 술집 구석에서 과년한 딸의 혼사를 걱정하는 지아비의 모습까지 그릴 수 있어야 한댔어. 그만한 정신으로 큰 줄기를 도모하라는 얘기겠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다른 친구의 곤욕스러운 사연을 기록하였다면 그건 지워버리라고 말합니다.
세상사 무릇 인연들 훌훌 털어버리고 가고자하는 간결한 의지는 하나의 엄정한 용기이기도 할 터입니다.
기록 속에 떠도는 나의 사적인 것들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ㅎ
당대(當代)가 짊어진 곤욕과 수치.
젊어 겪은 세대의 6.25의 상흔(傷痕)은 유년으로 겪었던 나의 그것과는 다른 색감이고 다른 무게일겁니다.
주제는 다소 무겁지만, 장년(중늙은이) 남자들의 정서가 담겨있는 최일남의 문체는 구성지게 흐드러집니다.
불알친구들끼리의 저 현학적 속물스러움이 밉지 않고, 변화하는 세상에 허덕이며 나이 들어가는 애환도 느껴집니다.
소설의 도입부.
남자의 등(背)에 관하여 풀어놓는 저 만연체의 사설.. 공감이 가시나요?
좋은 주말을.
<무화과꽃은 언제 피는가>
-최일남 作-
***동우***
2017.04.14 04:18
최일남 (崔一男.1932∼ )'의 '무화과꽃은 언제 피는가'
이 소설, 생각건대 여성 심리소설로 읽혀도 무방할 듯 합니다.
가장 절친하였던 동향의 여고동창인 두 친구.
유신(維新) 무렵, 남편이 야당인사인 현희와 남편이 여당의 고위간부인 순혜.
현희 남편이 어느날 갑자기 붙들려가고 현희는 남편의 구명을 청하려고 순혜를 만납니다.
그러나 순혜는 현희의 다급한 처지에 대하여 적극적인 관심은 커녕, ‘짐짓’ 자신의 일상의 느긋함에서 한줌 흐트러짐 없습니다.
그런 순혜의 태도에 현희도 남편 일은 ‘짐짓’ 뻥긋하지도 않은채 자신도 수영하러 가야한다면서 범상하게 헤어집니다.
<바깥으로 나오자 현희는 오래 참았던 축축한 감정을 한꺼번에 토해 내듯 순혜 몰래 큰 한숨을 쉬었다.
“수영장이 어딘지 모르지만 내 차로 데려다줄까? 옆 주차장에서 기사가 기다리고 있거든. 지금부터는 바쁜 일도 없으니까.”
“고맙지만 괜찮아. 시간 다투는 일도 아닌데 뭘.”
“그렇다면 나 그냥 갈게. 무슨 일 있으면 또 연락해라. 요 다음 곗방에 나올 거지?”
“그럼.”
“그때 또 만나.”
“잘 가자. 참…….”
“……”
현희와는 반대 방향으로 한 발자국을 떼려던 순혜는, 고개를 젖혀 현희의 얼굴을 빠꼼히 들여다보았다.
“아냐, 어서 가.”
현희는 니 남편한테 나 만난 얘기를 할 거냐고 물으려다가 그만 두었다. 순혜는 더는 말을 걸어 오지 않고 천천히 등을 돌렸다. 순혜의 그 등에서 현희는 간밤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덮어씌우고 있던, 또는 갈피를 잡기 힘든 공포와 긴장감이 힘없이 풀리는 한편으로, 대상이 뚜렷지 않은 분노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것을 겨우 참아 내고 있었다.>
친구로부터 도움받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과 골치 아픈 사안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
서로간 그런 갈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양.
수면 위 우아한 모습의 백조는 물밑으로는 열심히 물갈퀴질을 해야합니다.
<“노상 그렇지 뭐. 정치하는 사람답지 않게 꼬장꼬장한 게 탈이지. 자기 깐에는 신념을 가지고 일한다나 어쩐다나. 그러다 보니까 공과 사를 엄격히 구별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애. 남자들이 바깥에서 하는 일을 내가 뭐 아니. 짐작이 그렇다는 것뿐이고, 나야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그만이지.”>
여자팔자 뒤웅박이라고 했나요?
아무리 절친이라도 어쩌겠어요.
그렇지만 그 시절, 남자라고 어디 별수 있었겠습니까?
마누라 친구의 남편이 아니라 자신의 불알친구였더라도..
<노새 두 마리>
-최일남 作-
***동우***
2018.03.05 00:37
최일남(1932~ ) 의 '노새 두 마리'
나도 기억합니다.
저 무렵 마차가 나르는 연탄 마차(말이었던지 노새였던지), 구멍가게에서 파는 연탄, 양 손에 연탄구멍에 새끼줄을 끼어서 들고가는 후줄그레한 가장들...
문화주택이 야금야금 들어서고 아파트가 세워지고...
그리하여 낡은 것들 옛것들은 시나브로 물러가야지요.
슬픈 동물 노새처럼.
노새와 같이 무거운 짐을 직수굿하게 등에 지고 뚜벅뚜벅 걸었던 삶, 내 인생에 있었던가.
혹여 부끄럽지 아니한가.
그걸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 입>
-최일남 作-
***동우***
2018.10.24 05:01
'최일남(1932~ )'의 '우리나라 입'
작가 최일남은 한겨레신문 논설고문등을 역임한 언론인이기도 하였지요.
<전직 대통령들을 비롯한 고위층들이 줄줄이 감옥으로 가는...>
여기의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를 일컫는 말일 터.
이 소설은 20회 이상문학상 추천작이므로 시점이 1996년 어름이니까요.
작가자신, 인터뷰어로서의 경험과 소회가 녹아있는 소설.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동우***
2018.10.24 23:15
언론인 최일남의 소설은 현실비판을 함축하지만 소설가 최일남의 문체는 사뭇 해학적입니다.
우리나라의 입.
특히 위정자의 입술에 발린 루즈는 대체로 위선으로 새빨간 색이지요.
표방하는 명분이야 추상적으로 화려하지만, 사안은 적당주의로 얼버무리고 여론은 자기 좋은 방향으로 호도합니다.
무슨무슨 통계를 끌어오고 수치를 제시하여도 내 귀에는 그들의 언어가 자주 몽롱합니다그려.
인터뷰어는 인터뷰이의 언어와 함께 그들의 표정이나 몸짓이나 정황 같은 것에 더욱 예민해야 할테지요.
텍스트(text)는 컨텍스트(context)에 구속되는거니까요.
<흐르는 북>
-최일남 作-
***동우***
2018.12.19 04:34
'최일남 (崔一男,1932~ )'의 '흐르는 북'
1986년 발표한, 10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입니다.
늙마에 아들집(고학으로 입신한)에 얹혀사는, 가족을 등한시하고 평생 북치는 예인(鼓手)으로 세상을 떠돌았던 민 노인.
<저놈의 소리, 민 노인은 어제 오늘 겪은 일이 아니면서도, 벽의 한 부분인 양 자기를 축출하고는 숨소리조차 들여보내지 않을 완강한 거부의 몸짓을 보이고 있는 쇠문을 향해, 소리없이 혀를 끌끌거렸다.>
철컥 찰칵.
문 걸어 잠그는 소리.
현관을 나서기가 무섭게 등 뒤에서 가차없이 들리는 그 소리는 언제나 심장이 섬뜩하도록 차갑습니다.
남의 집을 방문하였다가 나설 적에도 그러한데 내 집에서는 오죽하겠습니까?
하물며 노인임에랴.
최일남의 '흐르는 북'
두 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동우***
2018.12.20 06:54
허랑(虛浪)하였던 노인의 방랑벽, 그리고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예술적 열정.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아들은 가족적이고 실리적이고 현실주의적입니다.
아버지의 '북'에 대한 아들의 모멸감.
'북'에 스며있는 아버지의 추상성과 아들의 현실성이라는 이중적 페티시즘, 그리고 손자(孫子)의 이상주의까지.
<그것도 맞지 않는 말이에요. 도대체 할아버지와 저와의 갈등이 있었어야 말이죠. 처음부터 갈등이 없었는데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고 말고가 어디 있습니까. 할아버지와의 갈등이 있었다면, 그건 아버지의 몫이지 저와는 상관이 없는 겁니다. 오히려 전세대끼리의 갈등이 다음 세대에서 쾌적한 만남으로 이어진다면, 그건 환영할 만한 일이고, 그게 또 역사의 의미 아니겠습니까?">
삶의 추상성과 구상성, 현실과 이상, 안정과 변혁.
흐르는 북.
조손(祖孫)으로 이어지는 ‘유전(遺傳)하는 북’인가, 아니면 끊임없이 변천하는 ‘유전(流轉)하는 북’을 은유함일까.
생뚱맞게, 당세(當世)를 지배하는 시대정신이란 것도 없지 않을터이나 개별적 삶을 결정하는 것은 개별적 세계관이란 생각이 문득 듭니다그려.
'내 것 > 잡설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요섭 (1,4,3,3,1) (0) | 2020.06.03 |
---|---|
[[허먼 멜빌]] (1,4,3,3,1) (0) | 2020.06.02 |
[[그레이엄 그린]] (1,4,3,3,1) (0) | 2020.05.31 |
[[송병수. 손창섭]] (1,4,3,3,1) (0) | 2020.05.31 |
[[국화. 퇴짜 맞은 제인. 어떤 문에 대한 이야기]] (1,4,3,3,1) (0) | 2020.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