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이호철]]
<닳아지는 살들> <판문점> <탈향>
<닳아지는 살들>
-이호철 作-
***동우***
2013.01.08
1950년대 이호철의 소설입니다.
이 냥반은 '서울은 만원이다'(개발시대의 서울..)로 대중성을 얻어 한때 인기를 누리기도 하였지요.
몰락해 가는 한 가정의 암울한 분위기.
무기력한 사람들..
오래 전 북으로 헤어진 큰 딸...
반백치 노인의 그 무망(無望)한 기다림에 동참하는 가족들.
밤의 외부에서 들려오는 꽝꽝하는 쇳소리.
그 소리는 어떤 생명력의 메타포일까.
어떤 상황극.
연극무대가 떠오릅니다.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
체홉의 ‘벚꽃동산’...
벚꽃나무를 찍는 도끼질 소리.
실존적 상황의 상징성도 없지 아니할 듯.. ㅎ
결코 오지 않는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나는 '영희'의 말투가 좋답니다.
어중간한 공경체의 여성말투.
"하우"체...
***성연***
2013.01.08
선생님.
제 부탁 들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은 많은 영감을 주신답니다.
좋은 하루 되셔요. 동우선생님.
<판문점>
-이호철 作-
***동우***
2016.09.21 04:33
엊그제 9월18일, 작가 이호철(李浩哲, 1932년生)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1961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판문점',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아래는 조선닷컴의 기사입니다.
++++
소설가 이호철(85·사진)씨가 18일 오후 7시 32분 서울 은평구의 병원에서 지병으로 타계했다. 함남 원산에서 태어난 이씨는 남북한 분단 시대에 실향민의 삶과 의식을 형상화한 작가로 활동해 왔다. 그는 "내 소설은 우리네 남북 분단 상황을 떠나서는 애당초 설 자리가 없다"고 말해왔다.
이씨는 6·25 때 인민군에 동원됐다가 국군 포로가 됐지만, 친척 도움으로 풀려나 귀향한 뒤 1·4 후퇴 때 홀로 월남했다. 그는 지난해 분단 70년을 맞아 조선일보에 발표한 글에서 "길어야 1주일이면 돌아오겠거니 철석같이 믿었는데 웬걸, 65년이 되어 버렸다"고 탄식했다.
이씨는 월남 이후 부두 노동자 등의 직업을 거치면서 습작한 끝에 1955년 '문학예술'에 단편 '탈향'을 발표해 작가가 됐다.
그는 1961년 단편 '판문점(板門店)'을 발표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판문점을 취재하러 간 남한 기자의 시선으로 분단 현실의 상징을 묘사했다.
판문점을 가리켜 '지금의 개성시 남단 문화회관이 그 자리'라며 '문자 그대로 남-북으로 난 두 개의 문이 판자문으로 되어 있어…'라고 그려냈다.
이 밖에 이씨의 대표작으론 장편 '서울은 만원이다' '문', 연작소설 '남녘 사람 북녁 사람'이 꼽힌다.
그는 1972년 유신헌법이 선포되자 문단의 반정부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가 1974년 '문인 간첩단 사건'으로 동료 문인 다섯명과 함께 구속됐다. 이씨를 비롯한 문인들이 일본에서 한글 잡지 '한양' 편집진을 만난 뒤 북한 공작원과 접선한 것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씨는 열 달 동안 수감됐다가 재판 끝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씨는 2011년 법원의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씨는 2000년대 이후 연작소설 '남녘 사람 북녁 사람'이 독일어 등 6개 국어로 번역된 뒤 독일 예나 대학에서 '프리드리히 쉴러' 메달을 받았다.
그는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대한민국 문학상 등을 받았고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민자 여사와 딸 윤정씨가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은 21일 5시, 장지는 국립 5·18 민주묘지. (02)2227-7580
++++
***동우***
2016.09.22 04:38
북한의 여기자는 사회를 총체적으로 포착해야 한다는 거시론을 설파합니다.
그리고 남자더러 앵무새처럼 북으로 가자고 꼬드깁니다.
남한의 기자는 (아마 다른 사람의 기자증을 빌려서 판문점에 간듯) 남북의 문제를 그런 식으로 접근하여서는 유형을 가르기만 할뿐 진실을 포착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여자를 다소 희롱하는듯 하고 여자 또한 말랑말랑한 감정에 젖는듯도 합니다.
이상론이냐 현실론이냐...집단이냐 개별이냐...통제적 인간성이냐 말랑말랑한 인간성이냐...이데올로기냐 리얼리즘이냐 따위..
그러나 작가는 남북교류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도 전혀 진지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통일이슈는 언감생심)
희화화(戱畵化)한 가벼운 스케치로 판문점을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분단현실의 상징적인 장소 板門店- 뜻 그대로 판자문의 점포.
그 가게에서- 회담장 안의 밀당들은 진지함도 절실함도 없는 흥정같기도 하고 회담장 밖 역시 느긋한 농담따먹기 같아 보입니다.
<다시 해가 뜨고 지고, 뜨고 지고, 서울은 이리저리 뒤채면서 들끓었다. 바야흐로 장면정부는 정국 안정의 사명을 짊어지고 가파른 언덕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신민당의 분열이 신문지상에 클로즈업되고, 개각을 둘러싼 여론이 분분했다. 정부는 온 신경을 국회의 의원 분포에 소모했다. 정치 자금의 염출로 민주당과 신민당의 실업계를 위요한 이면 공작이 불을 뿜었다. 이 틈서리로 혁신계가 머리를 내밀었으나 그것도 벌써 이리저리 갈라졌다 붙었다 요동질을 할 뿐이었다.>
이 소설이 발표된 1961년 즈음의 남한 사회는 미완의 혁명 4.19이후 불과 1년 남짓 존속하였던 장면 정권의 제2공화국 시절이었습니다.
갈등은 중구난방 노정되어 곳곳에 열망은 넘쳐났지만 정국은 말할수 없이 혼란하였지요.
반면 당시 북한은 남한보다 GDP도 높았을 뿐더러 사회 경제적 (그 사회에서야 정치적인 것은 운위할 나위가 없고)으로는 남한보다 매우 안정된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만나러 갑니다'란 프로를 보니까 북한에서는 그 시절 이야기들이 태평성대의 신화처럼 떠돌고 있다고 하더군요)
주인공의 형 내외등의 위선적이고 진부하고 상투적이고 구질구질한 일상의 편린들...
외세와 국제적 정황과 지정학적 현실, 그리고 내부문제...
그리고 분단 고착적인 상황인식.
종전후 불과 8년여가 흐른 시점일 뿐인데 그때 벌써 판문점은 하나의 클리세가 되어 있음이 나는 놀랍습니다.
시니컬하게.. 작가의 의식이 암담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작가는 비몽사몽간에 이렇게 생각이 비약합니다.
<2백 년쯤 뒤 판문점이란 고어로 '판문점'이 될 것이다. 그때 백과사전에는 이렇게 쓰일 것이다. 1953년 생겼다가 19xx년에 없어졌다.>
19xx년에 없어졌다는 판문점.
아마 이호철도 21세기로 넘어 가기전까지는 통일이 되리라고 생각했겠지요만.
도대체 지금, 세기를 넘겨 몇년도입니까?
작가 이호철의 명복을 빕니다.
<탈향>
-이호철 作-
***동우***
2018.11.19 04:24
'이호철(李浩哲, 1932~2016)'의 '탈향'
고향 원산을 떠나(1.4 후퇴, 흥남부두) 혈혈단신 남녘으로 온 작가의 체험적 사실이 묻어난 이호철의 등단작 (24살 때)입니다.
한주일 정도면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죽기까지(재작년 사망) 돌아가지 못한 고향땅.
그의 고향상실은 그러나 실향(失鄕)이 아니라 탈향(脫鄕)입니다.
실향은 어쩔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만 탈향은 실존적 결단의 능동태입니다.
향수, 情, 우정....감상주의
그런 것들로부터 벗어나지 않고서는 현실을 살아낼수 없습니다.
동향(同鄕) 출신의 네 젊은이(둘은 스물도 아니 된)
"우리 넷이 헤어지는 날은 죽는 날이다."
애처롭게 징징대는 하원이, 허지만 '나'의 마음으로는 이미 하원이를 버리고 있습니다.
6.25.
이런 류 소설의 리얼리즘의 절실함은 이제 내 세대 정도까지일겝니다.
곧 호랑이 담배피던 추상적인 옛날 이바구가 될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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