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이문구]] -1- (1,4,3,3,1)

카지모도 2020. 6. 1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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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이문구]]

<장천리 소태나무> <일락서산>

 

 

<장천리 소태나무>

-이문구 作-

 

***동우***

2013.11.06 05:14

이문구(1942~2003)의 소설.

늘 염두(念頭)에는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인데 포스팅이 너무 늦었어요. (텍스트 파일 찾아다니느라..)

70~80년대 엄혹한 시절, 언제나 앞장 선 문인이었지만 그의 소설에 앙가주망의 경향성은 뵈이지 않습니다.

캐비어(강남) 좌파 따위들의 입치레만 요란한 소란 속에서도 묵묵 우직하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실천하는 사람. (갇힌 문인들 옥바라지 전담이었다지요)

나는 이런 사람이 좋습니다. (내게 그런 구석 없으니..)

 

장천리 소태나무.

이문구는 독특한 스타일리스트입니다.

골계(滑稽)와 해학(諧謔)이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그리고 사투리와 토속어의 미학.

박경리의 영남, 조정래의 호남, 김유정의 관동(關東)....

모두 나름나름 지독한 감칠맛 있지만 호서지방의 사투리나 토속어는 이문구가 있음으로 빛을 발합니다.

 

농촌이 배경이지만 이 소설은 농촌소설로 분류될수 없을 듯.

아엠에뿌(IMF) 시절의 세태가 풍자적으로 짙게 녹아있어요.

문장과 행간을 음미하면서 읽어 보시기를.

낄낄거리지 않을수 없을거에요. ㅎ

 

***홍애(虹厓)***

2013.11.06 13:50

중국 위화를 읽다가 이문구를 떠올리고

이문구를 읽다가 위화의 소설 한 구절이 떠오른곤 했습니다

이문구를 읽으면, 이건 우리만이 아는 말의 속살이란 느낌.

 

오늘도 리딩북을 읽을 눈이 안 되어( 아파요 ^^) ㅗ쪼르륵 보고 맙니다만..

그 몇 개 안 되는 줄에서도 글맛을 건집니다

 

***동우***

2013.11.07 04:25

이문구의 우리 글맛과 위화의 중국 글맛의 속살은 다르겠지요.

필경 홍애님은 어떤 대목의 해학과 풍자의 필치에서 두 작가가 연관되어 떠오르시는 듯.

 

아,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

페이소스 깃든 풍자, 정말 소설읽는 맛 진하였습니다.

 

읽으셨으리라 생각되지만, 오늘은 위화의 '왜 음악이 없는걸까'를 올립니다.

 

***jamie***

2014.04.03 23:06

제 외갓집이 충남 보령군, 바로 이문구님의 소설 배경인 곳이지요.

국민학교때 여름방학이면 장항선을 타고 대천역에 내려서 30릿 길을 시골 버스로 달려요.

온갖 남녀노소가 법썩댄 그 버스는 충청도 양민 생활의 요약본이었죠...

앞 쪽 승객괴 맨 뒷 칸 승객이 워디 댕겨오신대유~~~, 개갈 안나잠유~~~, 거시기 하구먼유,

욕봤슈, 등등 늘어지는 충청도 사투리들. 짚망태 속에는 씨암탉이나 새끼 돼지도 들어앉아 꽥꽥.

아, 정말 정겨운 풍경이었어요. 이문구님의 소설을 읽으면 그의 묘사가 제 핏 속에 녹아있는 정서를 그대로 눈 앞에 재생시켜요.

그리운 고향, 마음의 고향이예요.

늘 고마워요, 동우님.

 

***동우***

2014.04.06 05:30

제이미님의 외갓댁이 충남 보령군.

아아, 그러셨군요.

은비님과 더불어 제이미님의 충청도도 한층 가깝게 느껴집니다그려.ㅎ

 

문학적으로도 그러려니와 이문구는 충청도의 보배같은 작가입니다.

충청도의 정서와 언어를 그처럼 구사하여 들려주는 사람 참 드물어요.

옛날 작가중 내가 좋아하는 또 한사람의 충청도 작가, 이문구의 선배되는 이문희가 있었어요.

'흑맥'을 쓴.

충청도 어휘를 작품에 많이 쓰지는 않았지만 그 분의 작품에서도 짙은 충청도적(?) 감성을 읽을수 있지요.

 

체홉 마친후, 모레쯤부터 제이미님을 위하여 '이문구'의 소설을 올리겠습니다.

그 유명한 '관촌수필' 몇 편.

 

리딩북 애독자 미쿡(ㅎ)의 제이미님께 거듭 탱큐~

 

 

<일락서산>

-이문구 作-

 

***동우***

2014.01.16 05:49

'이문구'(1941~2003)의 소설 포스팅은 두번째인 것 같다. (이 작가를 소홀히 하여서는 아니되는데.)

 

'관촌수필'(冠村隨筆)은 회고적(回顧的) 자전(自傳)소설로서 이문구의 대표작이라 할 만 하다.

관촌수필은 여덟의 중단편으로 엮어진 연작소설이지만 모두 독립된 소설들이다.

 

이문구.

우직하였고 성실하였던 사내.

그리고 그의 문학은 정직하였다.

 

만연체의 흐드러진, 의고적(擬古的) 입담으로 능청스레 구사하는 충청도 토속어. (충청도 사투리의 이 진한 맛이라니, 충청도를 고향으로 갖고 있는 분에게는 얼마나 정겹겠는지)

 

들녘과 산과 바다와 옛집,.. 그토록 골기(骨氣) 꼿꼿하였던 할아버지, 몽상의 실천가로서 비명(非命)에 스러져간 아버지 (이문구의 초기소설 '장한몽'에서의 그 비극), 저 넉넉하였던 이조(李朝)의 잔영같은 어머니,..애환과 희로에 부대꼈던 고향 사람들, 품 따수었던 옹점이..

 

해는 서산마루에 기울어...

일락서산(日落西山).

 

몰락한 것들.

가뭇하게 사라진 것들.

또한.

아아, 가슴 저리게 그립고, 아프게 맺혀 있는 나의 것들이여.

(어디선가 줏어들은) 원융무애(圓融無礙)라는 어휘.

이만큼 살았으면 내 모든 것들 고루 융통하여 막히는 것 없어야 할진대, 이 늙음 이르도록 여적 아득하도다.

 

또 마르케스를 뇌인다.

[삶이란 사람이 살았던 것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며, 그 삶을 얘기하기 위해 어떻게 기억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문구처럼 언젠가 나도 쓰리라.

절절한 기억 속 나를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 내가 쓰는 그들의 자서전을.

그러므로 올곧게 내 것인 이야기를.

그리하여.

토(吐)하여 이르리라, 원융무애의 경지.

 

관촌수필. 8편중 첫번째소설인 '일락서산'을 전후(前後)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동우***

2014.01.17 04:44

[앞서 내가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는 이미 팔순의 고령이었음을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앞에서 말한 것들은 철부지의 어린 눈에 잠깐 동안 스친, 인생에서 은퇴하다시피 왕조의 유민으로 은둔 자적한 한 노인의 조그마한 편모에 그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그분은 내가 살아가면서 잠시도 잊을 수 없도록, 내 심신(心身)의 통치자로서 변함이 없으리라 믿어지는 것은 무엇에 연유하는지 모르고 있다. 할아버지의 가훈(家訓)을 받들고자 노력하다 만 유일한 손자였기 때문일까. 그 고색 창연했던 가훈들은, 내가 태어나기 그 훨씬 전부터 아버지가 이미 앞장서서 깨뜨리고 어겨, 전혀 반대 방향의 풍물을 받아들이고 있었음이 사실이었다]

 

좌익(左翼) 아버지의 횡사... 그리고 연좌제라는 사슬...

이문구는 이런 것으로 나처럼 징징거리지 않는다.

 

[받은 사랑이며 가는 정으로야 어찌 어머니 위에 다시 있다 감히 장담할 수 있을까마는, 그럼에도 삼가 할아버지 한 분만으로 조상의 넋을 가늠하되, 당신 생전에 받은 가르침이야말로 진실로 받들고 싶도록 값지게 여겨지는 터임에, 거듭 할아버지의 존재와 추억의 조각들을 모든 것의 으뜸으로 믿을 수밖에 없던 것이다.]

 

어머니를 빗대어 생각하면서 할아버지를 그리는 이문구.

음전하고 조신스러운 저 마음가짐...

 

요즘에사 진보 물 든 일부 젊은 것들은 대놓고 늙은 것들을 폄하는 세태.

 

늙은이들, 감히 어른 되어 언사에 꾸중이 담기기를 바라는가.

어른의 꾸중 앞에 무릎 꿇어 조아리는 젊은 마음들은 어디에도 없을뿐더러, 스스로 예속하여 스스로 엄숙하여 스스로 아름다우려는 늙은 기품도 없다.

 

그야말로 백수풍진(白首風塵)의 세태로다.

그래서 슬픈가.

형식없어 행복하지 않은 이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