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이문구]] -4- (1,4,3,3,1)

카지모도 2020. 6. 16.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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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이문구]]

<여요주서> <해벽>

 

 

<여요주서(與謠註序) '관촌수필中'>

-이문구 作-

 

***동우***

2014.04.13 04:43

어리숙한 농사꾼이 친구 아들녀석이 잡은 꿩을 대신 팔아주려다 밀렵꾼으로 몰려서 재판 받는 이야기.

'여요주서'는 관촌수필중 비교적 소품입니다.

'여요주서'(줄與,노래謠,주해註,차례序)가 무슨 뜻인가 하여 찾아보아도 알수가 없는데, 풍자적으로 흥얼거리는 가벼운 추임새쯤으로 여기면 되려는지..

 

만연체 사설로 들려주는 역전(驛前)풍경, 시골다방, 촌에서 방귀깨나 뀌는 사람들..

그리고 무지하고 순박하기 짝이 없는 촌 사람들.

흔히 그들 심저(心底)에는 공권(公權)에 대한 외포(畏怖)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거리지요.

그 꿈틀거림이 충청도의 저 유장한 해학 속에 녹아 있는듯 합니다.

 

++++

- 이만원만 꿔 줘유.

- 원제 갚을껴?

- 곰방네 갚어유! 못 갚으믄 지를 묻어유 기냥.

- 미친겨? 날두 더운디 삽질허게? 돈 못받는것두 속상헌디 심까지 쓰라구?

- 지가 성님헌티 직접 삽들구 땅파라 허겄슈? 섭섭한디? 지를 그런 싸갈빼기 읎는 눔으루 봤슈?

- 그라믄 사램 불러줄라구?

- 미쳤슈? 사램 부를 돈이 있으믄 성님빚을 갚지?

- 그라믄 워쩐다는겨?

- 성님은 기냥 그늘에서 담배나 펴유. 지가 지 손으루 땅파구 들어 앉아서 대가리만 내 놓구 '성님 인자 됐슈!' 허믄 그때나 와설랑 나머지만 묻구 가믄 끝이유.

- 모르는 처지두 아닌디 워찌케 내 손으루다 동상을 묻는댜?

- 서루 눈 딱 감구 혀야지 워쩌겄슈!

그리하여 둘은 '서루 두 눈을 딱 감구' 돈 이만원을 빌려주고 빌렸던 것이다.

++++

 

충청도 사람 주고받는 눙침이 이와 같다고 합니다. ㅎ

 

 

<해벽>

-이문구 作-

 

***동우***

2015.08.18 20:37

황석영 선정 한국명단편 101

이문구의 해벽.

3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동우***

2015.08.21.

이문구의 '해벽(海壁)'

황석영이 이문구의 다른 숱한 단편들 놔두고 '해벽'을 대표작으로 꼽은 소이연(所以然)을 짐작 못할바 없겠다.

미군 미사일기지, 외세(外勢), 반식민주의, 권력, 개발독재, 정치적 술수, 민중의 침탈...

생각건대, 소설 속에서 어떤 프로파간다적 요소를 추출하여 평가한 황석영다운 편향성이지 싶다.

 

마누라는 미군에게 윤간 당하여 목매달아 죽고 아버지는 그 현장에서 미군들에게 맞아죽고 그 사품에 미처날뛰다가 죽는 황승태 일가, 돈 30불에 중인환시리에 암캐가 되는 위안부..

이문구는 충청도 느린 어투로 들려주지만 참혹한 현장이기는 하다.

권력에 빌붙어 온갖 권모술수로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신흥정치세력과 무분별한 개발로 메꿔지는 가난한 어민의 삶의 터전인 바다.. 기층민중의 고통이 이문구의 만연체 가락 속에서도 비참하기는 하다.

 

<"권세두 좋구 둔두 좋지마는, 아무리 드레 웂는 뱃눔이라더래두, 무슨 영금을 보건 눈썹 한 터럭 끼떡 안 헐 테닌께…… 조합장두 좋구 조직두 좋지마는 나 같은 사람헌티는 면상육갑(面上六甲)두 헐 중 알으얄 게 아니더냔 말여…… 숭악헌 놈들." (주- 드레:인격, 영금:따끔하게 당하는 곤욕, 면상육갑:얼굴만 보고 나이를 짐작함. 얼굴값을 제대로 못 하여 허튼짓을 할 때 하는 말.)>

 

사포곶의 몰락.

'조등만'은 바르지 않은 세태에 밀려 도태되는 올곧은 인간상이다.

소설에는 물질가치 권력가치에 침식 당하여 시나브로 사라져가는 전통적 윤리적 정신적 가치들의 안타까움이 서려있다.

 

<허지만 조그만 어선에서 쓰던 돛대였던 점만은 장담할 수가 있었다. 대들보를 뽑아내자 무당이 말했다. “그 대들보가 돛대였으니 여북했을 겨…… 만경창파가 요게냐구 호령허던 돛대가 두메산골 옴팡간에 갇혀 있었으니…… 오죽이나 답답다 못했으면 어린것헌티 해꿎이를 다 했을 거여……” 조는 지그시 감고 있던 눈을 뜨며 한마디 웅얼거렸다. “돛대가 모처럼 노 젓는 소리럴 들었으니 월매나 신이 솟었으까, 바다가 그립구 파도 소리처럼 못 잊어허던 판인디 워찌 울잖구 배겼을 거여……” 하며 고개를 드니, 동창은 이미 부엿하게 벗어져가는 중이었다.>

 

만경창파가 그리워 우짓는, 대들보가 되어버린 돛대의 한(恨).

메꾸어져 뭍으로 바뀌는 포구.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살다가, 이제는 그 바다를 잃고 몰락해야하는 자의 슬픔.

 

그러나 나는 이 소설을 이문구의 소설중 대표로 내세우는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미친 세월의 부침에 희생되어 몰락하는 아름답고 소박하여, 어쩌면 그래서 장엄한 인간상.

이문구의 여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이 소설의 조등만이라는 캐릭터에게서는 솔직히 그다지 애정이 돋지 않는다.

 

'더더대를 찾아서'의 언년이와 반벙어리 거지 더더대, 그리고 까끄메.

우직하고 정직하고 성실한 인간 '공산토월'의 석공과 옹점이.

'일락서산'에서 그토록 골기 꼿꼿하였던 할아버지.

그런 인물들이 이문구 적(的)인 인물들이다.

 

이문구에게서 어떤 경향성이나 관념적 사변이 만져지지 않는다.

만연체의 흐드러진 입담으로 사람이 도리를 찾아가며 살아가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을 미욱하게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글처럼 우직하고 한결같은 삶을 살다 간 이문구.

타고 난 성정도 그러하였겠지만, 드난한 환경과 세월이 그렇게 만든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이문구는 충청남도 보령군 대천읍 반농반어(半農半漁)의 관촌마을에서 사대부가(士大夫家)인 한산(韓山) 이씨집안의 4남1녀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남로당 보령군 총책으로 둘째 형과 함께 총살 당하였고, 큰형은 일제 때 끌려가 행방불명, 셋째형 역시 치안대에 끌려가 가마니에 쌓인채 대천 앞바다에 빠뜨려져 죽었다.

 

그 한많은 고향 관촌을 그래도 이문구는 사랑하고 있다.

나 같으면 그 쪽으로는 오줌도 누지 않을것 같은데

그 옛날에 읽었던 이문구의 초기작 '장한몽'에서도 나는 소설 속 내용을 작가 자신의 것으로 읽혀지지 않았다.

그만큼 이문구는 자기를 드러내어, 나처럼 징징거리는 사람이 아니다.

 

옛날 내 할머니는 사람으로부터 비롯된 끔찍한 사연을 접할적마다 '수악한 놈들' (흉악한 놈들)이라고 자주 내뱉으셨다.

그 숭악한 놈들을 향하여 이빨을 드러내고 노골적으로 으르렁거리는 사람이 아니다.

이문구는.

 

***eunbee***

2015.08.21 16:35

삭제

 

***┗동우***

2015.08.22 04:34

은비님 취향의 문학을 내 모르리요, 어찌. ㅎㅎ

황석영이 선정했다는 명단편 101.

나도 볼부은 소리합니다.

전혀 아니올시다하는 작품들이 들어 있는가하면 꼭 있어야 할 작품들은 빠지고....

독자들이 황석영 자신에 대하여 가지고 있을법한 그런 선입견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자의식이 작용한바도 있었을듯 합니다.

 

수로부인과 경주에서 간릉에 이르는 바닷길, <길에 끝이 어디 있으랴. 혹은, 가다 말고 아무 데서나 천막 하나 치면 되지. 너를 어디 가서 만나랴. 거기 천막에 혼자 들어가 문을 닫고 앉아야겠지. 허리를 곧게 펴고 눈을 감으면 보이겠지, 마침내 푸른 사랑도 바다도. 목에서 염주들이 우수수 떨어질 때쯤이면.>

 

전에 은비님과 함께 푸르고 애련한 감수성으로 읽었던 윤대녕의 '신라의 푸른길'

기억하시나요?

 

101편 가운데 윤대녕의 '지나가는 자의 초상'이 들어있습니다.

윤대녕의 대표작으로 꼽기에는 다소 갸웃한바 있지만, 읽고나니 애린한 먹먹함 없지 않습니다.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황석영선정 단편 101, 상당부분 이미 내 블로그에 포스팅 되어 있으려니와 한두편 더 올리고 말렵니다.

조세희와 이제하는 빠뜨릴수 없을 듯.

 

***eunbee***

2015.08.23 04:48

삭제

 

***┗동우***

2015.08.23 05:53

은비님의 독백에는 사무친바 있습니다.

복합적인 의미가 깃들어.

 

"아, 다시 가을."

행여 그 감성중 슬픈 쪽이 있거들랑.

윤대녕의 세리프를 기억합시다.

사람은 슬픔의 힘으로 살아간답니다. ㅎㅎ

 

***홍애(虹厓)***

2015.08.23 04:10

동우님 블로그 올 때마다 한국문학에서 멀어지고 있는 제 자신을 ㅗ봅니다.

같은 주제라 하더라도 요새는 다른 나라 글자로 살피고 있으니까요

 

어제는 한국인이 일본어로 쓴 한국전쟁 관련 책을 읽었어요. 하얀 전쟁이니, 분지, 같은 소설 제목을 읽게 되었는데. 전쟁에 관한 이야기, 우리나라에도 읽히길 바라는 책이 있는데 모른 척한 느낌이 듭니다

제목은 들었어도 그 즈음에는 도통 읽을 마음마저 내지 못했으니까요.

 

오늘은 이번 두 달 동안 열심히 일한 남편의 휴가 겸 해서 여행을 갑니다.

산 속의 여관, ㅎㅎ 계곡이 아름다운 니꼬 여행입니다.

깊은 마을 까지는 안 가고, 도조궁 까지만 보고 오렵니다.

1박 하는 여관에서 호사스런 음식 사진 다녀와 올리게 될 겁니다.

 

소풍 가는 날이라 일찍 일어난 김에 ㅡ블로그 나들이 하였습니다

동우님도 밝은 하루를.

 

***┗동우***

2015.08.23 05:48

일본의 홍애님에게서 더욱 활력을 느낍니다.

번역과 독서와 교제등 활동 모두...

 

전쟁에 관한 이야기.

남정현의 '분지' 언급하시는걸 보고 문득, 아, 남정현이라는 작가가 있었지.

한때 그리도 센세이셔널한 화제를 일으켰던.

 

요즘 황석영 선정 한국 명단편 101을 포스팅하는데, 일방으로 선정하는 그 대표작이라는게 얼마나 자의적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한국문학의 두께도 예사롭지 않을거라는 생각과 더불어..

 

뜻이 일면 책부족 행사 언제라도 가동하십시다.

나는 언제라도 '무전건 무조건이야' 입니다. ㅎ

 

참, 요즘 일본 대하드라마 '軍師 쿠로타 칸베에'를 포옥 빠져서 보고 있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옛날 읽었던 대망이 떠오르면서 전국시대의 일본의 풍광과 역사적 모습을 엿보는 재미.

그러나 '아베일족'의 그 순사라는 건 아직까지 내 의식 속에는 미스터리로 앙금처럼 남아있습니다.

일본의 불가사의하고 그로테스크한 충격으로.

 

8월에 귀국하시는걸로 알고 있는데, 귀국하시기전의 부부여행 '니꼬'일텐데 얼마나 깨가 쏟아지실지.

더 나이 들기전, 잉꼬부부의 즐거움 한껏 즐기십시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