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이문구]]
<암소> <으악새 우는 사연>
<암소>
-이문구 作-
***동우***
2016.01.26 00:34
어제는 안드레이 쁠라또노프의 ‘암소’, 1930년대 즈음 소련 촌동네의 암소 한마리.
오늘은 이문구, 1960년대 한국땅 충청도 어느 농촌의 암소 한마리입니다.ㅎ
가난한 농사꾼들 소를 귀애(貴愛)하는 마음은 고금동서(古今東西)가 크게 다르지 않는것 같습니다.
소 한마리가 그리도 큰 재산인 까닭인지, 소야말로 상머슴 안부러운 듬직한 일꾼인 때문인지..
그리고 영화 '워낭소리'가 떠오릅니다.
함께 땅에 엎디어 평생 흙냄새가 서로 정겨운 친구.. 구유에 가득 부어준 막걸리에 기분좋게 얼근히 취하여 갈짓자 걸음을 걷는 소등에 올라앉아 만고강산을 흥얼거리는 노인...
고리채니 재건이니 개발이니 민생고니 부정축재니 기피자니 축첩이니.. 초가집도 고치고 마을길도 넓히고..도시화니 산업화니....
5.16 일어난 다음부터 사람들 귀에 익은 단어들이었지요.
고리채(高利債) 신고라는 것도 기억나는데, 저런 일도 벌어졌음직 합니다.
암소 한마리는 황씨로서는 채무변제 수단이었고 선출이에게는 이촌향도(離村向都)를 위한 유일한 밑천이었는데.
저를 어쩌나요.
술을 퍼마신 암소는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암담하고 답답한 이야기인데, 소설의 분위기는 그닥 암울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황씨도 그리 나쁜 사람처럼 여겨지지도 않구요.
그건 순전히 이문구의 저 토속적이고 해학적인 입담 덕분인듯 합니다.
전라도니 경상도니 해쌓도 영호남의 사투리는 겉으로만 껄쩍찌근할뿐, 속으로 찰진 사투리의 맛은 충청도를 당할수 없을겁니다.
깊은 해학적 은유를 감추고 있는 사투리는 단연 충청도가 아닌가 합니다.
바로 거기 이문구의 유니크한 문학적 에스프리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고..
<"저녀리 자슥은…… 구구매두 처먹어 쌓더라, 자그매 궈라, 화루 식는개비다. 화루 쥑이먼 콩너물시루 언단 말여." "잠이 안 오니께 입만 굴품허잖유." "업쎄, 니까장 것이사 뭣 때미 잼이 안 오네? 주먹만헌 게 싸가지 띴는 쇠리만 더럭더럭 헌단 말여." "아버지넌 그럼 워째서 잠이 안 오유.">
<"쬐끔만 더 참구 지달려 보너, 내 오늘 중에는 볼장을 볼 테니께." "내가 왜 참지름 종지간디 참구 참게 흥."
..."업세, 뎁세 나버러 소르 끄서오라네…… 꾁울살이 못 허니께 가막살이 갔다더라게? 남덜은 군대 갔다 오면 똑똑해진다더먼, 워디 가 비럭질허구 온 사람두 자기보다는 낫을껴.">
<황씨는 염치 불고하고 계속 지껄였다."그러니께 말여 일테먼 자네는 감자를 쪄먹다가 감자 속에 벌러지가 들었으면 그 벌러지두 감자 파먹고 굵어졌으니께 감자나 매한가지라구 먹을 텐가, 먹겠어?" 선출이 늙어 가는 사람이 말하는 것이 저렇게 흉물스러울 수가 없다고 여겨 비위 상해 도저히 상대할 수 없고, 또 성질 같게 주먹으로 한번 갈겼으면 시원할 속인데도 "그 새끼는 그럼 말젖이래두 먹구 큰다담유? 다 내 소 골 빨어먹구 크는 중이지, 보슈 가령 저 감나무는 내 집것인디 열리는 족족 감은 남의 것이 된다구 해 보슈, 울안게 감나무 심을 필요가 있겄나, 그 소용띴는 소리 우연만침 했거들랑 고삐나 풀어 봅시다.">
충청도 사람들 상황에 따라 넌즈시 눙치며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에 내포되어 있는 은유법과 반어법, 메타포와 패러독스의 문학성.
영호남의 목청 큰 사투리의 구사驅使)로서는 못 미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ㅎ
***華山***
2016.01.26 03:39
동우님 안녕하신지요.
페북 하다보니 오래간만에 블로그 들어왔네요.
좋은 텍스트와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틈틈히 들어와 찬찬히 보겠습니다.
새해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일 늘 함께 하시길 빕니다.
***동우***
2016.01.27 04:43
절말 오래간만입니다, 화산님.
나도 SNS 들여다보면서 어쩌다 이용도 합니다만 의도적으로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합니다.
블로그만 해도 버거운 판에 또 SNS에 중독될까봐..ㅎ
냉이별꽃님의 근황도 페북에서 자주 접하지요, 그곳 댓글에서 화산님도 한번 보았어요.
그러니까 SNS는 이른바 눈팅만 즐길뿐이지요.
화산님 블로그는 친구공개로 닫혀있어 그마저 격조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째 여적 화산님과 친구 설정이 아니 되어 있을까... 새삼, 친구신청하겠습니다. ㅎ)
여전하시리라 믿습니다만, 아직 공직에 계시는지요?
국장급 인사동정란(신문)에서 화산님 성함을 접하고 반가웠던 적 있었는데, 그것도 오래전 일인지라.
화산님께서도 사모님 따님 함께, 더욱 건강하시고 좋은 일 두루 가득하시를 빕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동우***
2016.01.27 04:45
화산님.
방금 친구신청하려니까 이런 메시지가 뜨는군요.
<친구가 끊어진 상태 입니다. 상대방이 친구 블로그 목록에서 삭제해야 다시 친구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華山***
2016.01.28 03:21
동우 선배님은 당근(하하) 친구.
왜그런지 저도 이해되지 않으나 일단 제 친구목록에서 삭제하고 동우님께 새로 친구신청했습니다.
좋은 하루...
***동우***
2016.01.28 04:38
오케이, 화산님.
이제 화산님댁 열립니다.
탱큐.
들여다보니 화산님, 한동안 블로그 소홀하셨군요.
찬찬히 둘러보겠습니다.
<우리 동네 황씨 -으악새 우는 사연->
-이문구 作-
***동우***
2017.10.14 04:13
소박하지만 뚜렷하였던 소설가 이문구(李文求, 1941~2003)
앙가주망의 폼을 잡지 않고서도 구차하고 핍곤한 서민의 현실을 구수한 입담으로 들려주었던.
충청도 토속어로 그가 구사하는 서사에는 해학과 골계의 재미가 가득합니다.
한여름철 모기가 상여메는 소리 들어보셨나요?
김씨가 김치 주전자를 들고 가는 이런 정경도 한번 그려보시지요.
<국물이 질름거리지 말라고 주전자에 김치를 담고 그 안에 고추장 보시기를 띄워, 걸음을 옮길 적마다 보시기가 주전자를 징삼고, 시어꼬부라진 냄새가 진동하며 주전자 주둥이에 꽂힌 젓가락이 장구를 쳤다.>
이문구의 '우리 동네 황씨 -으악새 우는 사연' 3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함께 읽어요.
***동우***
2017.10.15 04:26
눈 뜨면 논에가 엎어지고, 별 뜨면 마누라 배(腹) 위에 엎어져 젖는 농투성이...
그러나 시나브로 변모해가는 농촌 풍정(風情)으로 눈치는 갈수록 빤해집니다.
오나마다 째지면 솔이구 맥히면 공산 껍데기인줄 너끈히 알아채지요.
백색가전들이 농가에 잠입하고, 관료주의가 인심을 춤추게 하고, 정치성향이 틈입한건 벌써 언제적인데요.
그나저나, 황씨의 남댑문표 빤쓰.
얄밉기 그지없는 황씨 모가지 효수하듯, 바지랑대에 깃발처럼 펄럭이는 꼬라지 가슴이 후련합니다그려. ㅎ
<김은 남들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 느끼해 하는 사이, 집에 들어가 밑둥 부러져 쓰다 치웠던 바지랑대를 내갔다. 김은 손수 밭이랑에 바지랑대를 꽂고 남댑문표를 바람 안 탈만하게 단단히 비끄러매었다. 그러고 나니 그는 모처럼 남의 제사에 생일 채려 먹은 듯한 풍덩한 기분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동우***
2017.10.16 04:20
1977년~1981년에 걸쳐 발표한 이문구의 '우리 동네' 시리즈.
산업화 도시화의 거센 물결에 부대끼던 농촌의 소외와 변모.
이씨 김씨 황씨 최씨등 정씨등, 그야말로 장삼이사의 평범한 농투성이들.
[내가 헐라는 말은 저기여. 벨 것이 아니라, 하늘을 쳐다보구 땅만 믿고 사는 우리찌리는 여전히 경우가 있고, 이웃두 있구, 우정두 있구, 이런 것 저런것 다 분별이 있는디, .....직업을 권세루 알기루 말헐 것 같으면 하늘을 입구 흙을 먹는 우리를 올라슬 것이 웂을 텐디두… 그러나 우리를 업신 여긴 것치구 오래 안 가데. 나는 배움이 웂어 지난 역사를 저기헐 수는 웂지만 아마 사람 위에 올라스려고 버둥댄 것 치고 저기헌 적이 웂을 겨. 그렀으니께 오늘날의 우리가 잇는 게구. 우리는 또 자식들이 사는 걸 저기허면서 저기허는 게구…]
그들의 현장을 구수한 입담으로 들려주는 이문구의 서사에는 암담함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관계의 본질적 끈끈함, 공동체의식의 따뜻함 같은게 풍자와 해학으로 녹아 있습니다.
느티울 마을.
너른 땅을 소유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고리대금을 놓고 조합을 이용하여 자기 가게 새우젓을 비싸게 팔아먹는 우리 동네
황씨.
저토록 쫑코를 먹었으니 이제 좀 정신을 차렸겠지요.
[애기 대충 끝났으면 일어나지 뭘 그려. 우리 여편네 눈빠지겠구먼. 이왕 해줄 거 저녁에 해줘야지, 새벽에 해보니께 아침이 늦어서 못쓰겄어]
여편네에게 이왕 해 줄거 저녁에 해줘야지?
무얼 해준다는겐지 좀 <저기>, 좀 <거시기>합니다만 가시버시 사랑이 <저기>한게지요.ㅎ
[복셍아버지는 말 속에 그 저기 소리좀 저기 하슈]
말의 틈새를 모종의 은유로 메우는 어휘, <저기>, <거시기>...
알아들을 사람은 죄 알아듣지요.
영어의 블라블라(blah blah)나 잇세드라(etc.)도 좀 그런 필이 있을랑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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