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사랑의 묘약. 병사와 수녀. 해변에서. 잠수종과 나비]] (1,4,3,3,1)

카지모도 2020. 6. 1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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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죤 콜리어]] <사랑의 묘약>

[[찰스 쇼]] <병사와 수녀>

[[캐더린 맨스필드]] <해변에서>

 

 

<사랑의 묘약>

-존 콜리어 作-

 

***동우***

2017.07.02 04:25

'존 클리어 (John Henry Noyes Collier,1901~1980)'의 '사랑의 묘약'

 

이 소설을 읽자 서머셋 모옴'의 '레드'가 떠오릅니다. (꼭 읽어보시기를)

<"사랑의 비극은 결국 죽음도 이별도 아니란 말이오. 그 두 사람 중 어느 한쪽이 상대를 사랑하지 않게 되는 날이 언젠가 오리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있었을까요. 지난날에는 하루만 만나지 않아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사랑했던 여자를 지금은 다시 만나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다면 그야말로 그보다 무서운 비극은 없소. 사랑에 있어 진짜 비극은 무관심입니다.">

 

사랑을 갈구하던 젊은이.

아, 그리하여 평생 자기만 사랑하도록 묘술을 부리는 사랑의 묘약을 얻었습니다.

얼마나 환희로울까요.

 

그러나, 긴 세월.

시나브로 권태가 쌓이고 환멸이 찾아오고 증오의 염까지.

이윽고 늙어.

앗. 필경은 '독약'을 찾습니다.

 

세월과 무관심의 비극을 설파한 서머셋 모옴의 그것은 아련한 슬픔이지만.

세월과 증오의 비극, 존 클리어의 사랑의 묘약은 비수처럼 섬뜩합니다.

 

과잉의 알레고리일듯 싶습니다만...

그러나, 시간 간극의 처음과 끝장면만 은유하여 그렇지, 긴 세월 첩첩한 연속성 속에 점철된 숱한 회색빛 디테일들을 생각하면 그 당위로움 없지 아니합니다그려.

사랑의 묘약을 제공하는 노인은 이미 그걸 간파하고 있습니다.

 

아아, 세월은 슬프고 인간은 그로테스크합니다.

 

1달러, 그리고 5천달라...

이 소설, ‘추리소설'을 뛰어넘는 절창(絶唱)입니다.

 

좋은 휴일을.

 

***동우***

2017.07.02 04:36

전에 포스팅한 서머셋 모옴의 '레드'.

블로그 개비하면서 본문을 지워버렸네요.

내 P/C 어느 디렉토리에 그 파일이 숨어있는지, 이따 찾게되면 재차 올리겠습니다.

 

***┗射光***

2017.07.02 14:03

서머셋 모옴의 '레드'....

꼭 읽어 보고 싶네요, 동우 님~!!!!

 

***┗동우***

2017.07.03 00:36

레드, 파일 찾아 올렸습니다.

늘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광님.

 

 

<병사와 수녀>

-찰스 쇼오 作-

 

***동우***

2017.07.06 04:17

병사와 수녀.

소설을 각색한 연극인 것 같은데, 작가 '찰스 쇼(Charles Herbert Shaw 1900~1955)'를 검색하여 보니 오스트렐리아 소설가로군요.

그리고 (나는 보지 못했지만)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졌군요. (로버트 미첨과 데보라 카 주연)

사회와 제도와 관습과 법률로 부터 멀리 떨어진, 무인도에 단둘이 남겨진 혈기방장한 20대의 남녀.

여자는 수녀이고 남자는 군인입니다.

그러나 그곳에도 인간이 지켜야 할 마땅한 가치, 자기제어의 기제는 있어야할겝니다.

 

누구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걸까.

수녀는 신앙일터이고, 남자는 교양인가요.

 

인간의 품위라는 것....

 

 

<해변에서>

-캐더린 맨스필드 作-

 

***동우***

2017.08.26 04:14

'캐더린 맨스필드 (Katherine Mansfield, 1888~1923)'의 '해변에서 (At the Bay)'

해변에 사는 가족들의 일상에서 은유되는 삶과 관계에 대한 철학적 페이소스...

예리한 감수성, 정교하고 섬세하지만 강렬한, 자연과 상황과 심리묘사...

인상주의 그림처럼.

미묘하게 가슴을 적십니다.

 

초자연적으로 교감되는 의식의 흐름,..

고양이와 개와 숲과 바다가 의인화(擬人化)되어 느끼고 생각하고 말을 합니다.

어린아이까지 철학적 사유를 하지요.

 

내용이 그러한데, 번역이 생경(生硬)하여 참 아쉽습니다.

원작을 완벽하게 소화하여 좀 더 무르익은 번역이 되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을까?

의역(意譯)을 하더라도 말입니다.

 

<"이봐요, 나의 생활과 일반적인 죄수의 생활과는 뭐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내가 아는 유일한 차이는, 내가 스스로 감옥에 들어갔는데 아무도 설명해 줄 사람이 없다는 거야.">

 

백년도 아니되는, 삶 속에 내포한 죽음.

 

다른 인생을 꿈꾸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관계를 긍정하면서도 우리의 의식은 일탈을 꿈꾸고 욕망하는 것입니다.

 

나무가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말없는 나무입니다. 밤하늘에 가지를 뻗어, 우리 자신도 알 수 없는 그 무엇을 탄원하고 있습니다.'>

 

자신도 알수없는 그 무엇을 끊임없이 탄원하면서 한살이 살다가는 우리네 삶.

아, 서늘하고 쓸쓸합니다.

 

 

-독서 리뷰-

 

<잠수종과 나비>

-장 도미니크 보비 作-

 

***동우***

2018.01.10 03:58

'장 도미니크 도비'의 '잠수종과 나비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이 작품, 아마 '줄리안 슈나벨' 감독의 영화로 감동받으신 분도 있을겁니다.

 

잠수종(潛水鐘, diving bell)이라면 세월호때 옳니 그르니 사람 입에 오르내렸던. 다이버를 실은채 수심 깊은 곳까지 잠수하여 작업하는 좁다란 챔버(chamber)지요..

깊고 깊은 심해에 갇혀버린 의식, 그리고 푸른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

 

'장 도미니크 도비'.

로크드 인 신드롬(locked-in syndrome),'갇혀버린 증후군'이라 할까요.

의식은 또렷하지만 그의 사지는 완전 마비된 상태입니다.

움직일수 있는 건 오로지 왼 쪽 눈꺼풀 뿐.

그 눈꺼풀을 깜빡여 쓴 기록이 '잠수종과 나비'입니다.

 

차츰 지껄이기로 하고, 3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아래는 이 책의 간단한 소개문입니다.

 

++++

장 도미니크 보비는 1952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마오쩌둥주의 경향을 보였던 파리의 마르셀 푸르스트 고등학교에서 약간의 인본주의를 맛보고, 필리프테슨이라는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였다.

조르주 퐁피두가 사망한 그날 <일간 파리>에서 첫 기자생활을 시작하였다. 그후 <마탱>지와 <파리마치>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1991년 <엘르>지 편집장이 되었다.

저명한 저널리스트이며 자상한 아버지, 멋진 생활을 사랑했으며, 똑똑한 대식가, 좋은 말을 골라 쓰는 유머러스한 멋진 남자.

앞서가는 정신의 소유자로서 누구보다도 자유를 구가하던 그는, 1995년 12월 8일 금요일 오후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3주 후. 의식을 회복했으나,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직 외쪽 눈꺼풀뿐. 그로부터 그의 또 다른 인생, 비록 15개월 남짓에 불과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유일한 의사 소통 수단인 왼쪽 눈꺼풀을 깜박거려 써내려 간 글이 하루에 반쪽 분량, 15개월 동안 20만번 이상 깜박거려 완성한 책의 제목은 <잠수종과 나비>.

마지막 생명력을 쏟아부어 쓴 이 책은, 길지 않은 그의 삶에서 일어났던 일화들을 풍자와 유머로써 진솔하게 묘사하고 있다.

눈물겨우면서도 결코 평정을 잃지 않은 저자의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삶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해주며 무한한 감동의 세계로 인도한다.

<잠수종과 나비>는 불과 열흘 만에 17만 부가 판매되는, 프랑스 출판사상 그 유례가 없는 엄청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현재 전 세계 20개국에서 번역 중에 있으며, 출간 즉시 속속 베스트 셀러 대열에 올라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

 

***동우***

2018.01.11 04:42

'로크드 인 신드롬(locked-in syndrome)'

찾아보니 '자물쇠 증후군'이라고 하는군요.

인체의 모든 기능이 정지 당한 사람의 깨어있는 의식과 뚜렷한 자아인지(自我認知).

그러나 생동하는 저 유머감각, 나같은 사람은 어림없을겁니다.

 

잠수종과 나비, 그 영화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언어치료 간호사에게 장은 눈깜박임으로 '죽음'이라는 단어의 의사표시를 합니다.

간호사가 말합니다.

'죽는걸 도와 달라구요? 부끄러운줄 아세요. 선생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어떡하라구요'

너무나 매력적인 간호사 역의 그 프랑스 여배우... 이따 검색하여 찾아봐야겠습니다.

 

옆길로.

엘르의 편집장. '엘르'의 프랑스 어휘는 '그녀'라는 뜻이랍니다.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한 영화 '엘르', 폭력적인 남성중심사회에서 도발적 반발을 하는 여주인공.

참 인상적인 영상이었습니다.

영화 '잠수종과 나비'와 '엘르' 둘 다 골든글로브 상을 받았다지요.

 

참, 올해 골든 글로브 영화제에 여배우들은 모두 검은 의상을 입었더군요.

Me too 켐페인에 이은 Time's up 결성.

내 손녀들 성인이 된 세상에는 여성이 성적희롱의 대상이 되는 세상은 아닐테지요. ㅎ

 

***동우***

2018.01.11 04:51

버지니아로부터 올해도 어김없이 날아 온 카드와 새해 편지.

레이먼드와 민정과 도연 세 가족.

도연네는 이사를 하였고, 부쩍 자란 도연이는 올해 학교에 들어갔답니다. (초등학교에 속한 유치원)

세가족의 모습.

정초 늙은이의 기쁨입니다.

해피 뉴 이어.

레이 민정 도연.

 

***동우***

2018.01.12 04:21

깊은 바닷속, 완벽한 침묵 속으로 빠져버린 육체를 극복하고 영혼의 자유로운 비상을 꿈꾸었던 '장 도(장 도미니크 보비)'.

1995년 12월, BMW 차 안에서 갑자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그는 20일 후 의식이 돌아옵니다.

그때 그가 인지하는, '로크드 인 신드롬(locked-in syndrome)'에 빠져버린 '자아'.

움직일수 있는건 오직 왼쪽 눈의 깜빡임 뿐 시각 청각 후각등 미미한 수동적 감각만을 지닌채 그의 육체는 완벽한 침묵 속으로 빠져 든 것입니다.

심해에 잠긴 잠수종(Diving Bell)처럼.

그러나 잠수종에 갇힌 의식은 나비가 되어 기억과 상상력의 힘으로 시공을 납니다.

그 나비의 도약은 1년 3개월이라는 시간과 20만번 이상의 눈깜박임으로 '잠수종과 나비'라는 얇은 책을 만들어 냈습니다.

출판된 책을 보고 '장 도'는 크게 감격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책의 출판 3일 후 그는 숨을 거두었다지요.

 

<열쇠로 가득 찬 이 세상에 내 잠수종을 열어 줄 열쇠는 없는 것일까? 종점 없는 지하철 노선은 없을까? 나의 자유를 되찾아 줄 만큼 막강한 화폐는 없을까? 다른 곳에서 구해 보아야겠다. 나는 그곳으로 간다.>

 

우리는 입으로 글로 표정과 몸짓으로 세상에다 나를 표현할수 있다는 행복에 전율해야 합니다.

눈을 깜박이지 않고도.

 

그러나 한켠 생각합니다.

세상 속에서 우리의 자아는 어쩌면 잠수종에 갇힌 것인지도.

누구나 진실한 자아를 맘껏 세상에다 휘날리고 있는지.

자아와 세상과의 소통은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페데리코 페리니'의 영화 '길(젤소미나)'에 이런 대사가 나오지요.

“잠파노 그 놈은 마음을 말할수 없으니까 짖는거야. 불쌍한 놈이지”

 

아, 그러나 말없는 것들의 말을 알아듣는 귀가 내게는 없습니다.

나 역시 불쌍한 놈이지요.

 

***홍애***

2018.01.12 10:14

동우님

올 한 해도 지금까지처럼 늙지 않는 문학소년으로 살아가실 거라고 믿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문장들이 모두 소년의 눈길을 받은 것이지요?

 

가고시마도 일본 전역에 몰려온 한파에 예년과는 다른 추위라고 떠들석합니다

원래 눈의 나라에서라면 보통의 일이었을 일들이 이곳은 뉴스가 되고, 사고가 나지 않도록 주의를 주는 방송이 계속 됩니다

가고시마 시내에서 배를 타고 가면 15분 쯤 건너에 있는 사쿠라지마에도 눈이 쌓였습니다

활화산이라 뜨거운 산일텐데요.

그제부터 하얗게 묻더니 어제는 더 진하고 깊은 하얀 눈이 산을 덮었습니다

오늘 아침엔 어제의 흐린 기운이 걷히고 맑아졌습니다만

추위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곳은 제주도보다는 바람이 적고 온화합니다.

그러니 일본 본토 보다 따뜻하고, 한국보다는 더, 겨울이 겨울답지 않은 곳이이에요.

 

올해는 동우님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8월에 부산에서 조선생의 일이 있다 하니까요

부산에 가서 동우님과 만나는 일, 거의 8년 만에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난 번 2010년에 만났었죠?)

 

그 사이 건강히 지내시고요.

드문드문 블로그 찾아뵙겠습니다

 

***┗동우***

2018.01.14 04:19

문학소년이라고 하시니 늙어 청승이 좀 위로를 받습니다그려.ㅎ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는데, 가고시마의 추위가 제주보다 덜하다하니 추위 타시는 홍애님으로는 다행이올시다.

내게는 올해도 어김없이 날아온 카드와 편지, 버지니아 레이몬드네 세식구 소식은 늙어 시린 가슴에 따스함이었고.

 

서울 동숭동에서의 그 날이 엊그제 같건만, 벌써 8년이나 되었어요?

그러니까 조박사님 뵌 건 10년도 넘었군요.

 

아, 세월.

유수가 아니라 쏜화살입니다.

올 8월. 나 역시 기쁜 마음으로 기약합니다.

 

조교수님 가고시마에서의 연구와 세미나등 바쁜 일정.

늘 아내가 곁에 있으니 얼마나 든든하고 좋으실까.

언제나 나의 부러움이랍니다.

건강하고 즐겁고 보람있게 보내시고 돌아오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