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이인성, 유금호]] (1,4,3,3,1)

카지모도 2020. 7. 2. 21:47
728x90

 

-독서 리뷰-

 

[[이인성]] <가을빛>

[[유금호]] <상사화 꽃 다 지고>

 

 

<가을빛>

-이인성 作-

 

***동우***

2013.01.22 05:03

여름 햇살이 기쁜 나의 젊은 벗들이여.

가을빛 조락(凋落)이 쓸쓸한 나의 늙은 벗들이여.

이 소설 한번 읽어 보시기를.

 

메멘토 모리...

살아서 설던 주검 죽었으매 이내 안 서럽고 언제 무덤 속 화안히 비춰 줄 그런 태양만이 그리우리. -박두진-

 

***성연***

2013.01.22 18:45

오래전 읽었던 소설입니다. 그런데 이리도 새롭게 읽혀지는건 뭐랍니까. 동우님.

제 아버지와 저의 얘기.

왜 그 때는 이 소설이 겉으로만 읽혔을까요.

 

동우님은 환생을 믿으시는지.

참, 동우님은 크리스찬이신데 제가...

 

좋은글 늘 고맙습니다. 동우선생님.

 

***동우***

2013.01.23 06:14

환생을 믿느냐고 물으셨습니까?

모르겠습니다.

이인성의 가을빛.

환생 얘기를 하고는 있지만 작가는 환생을 주제 삼아 얘기하는건 아닐겝니다.

 

크리스찬...

나 나이롱이에요, 성연님.

 

새롭게 읽혀지는 所以..

문학뿐이리까, 무릇 인간의 감성에 소구하는 것들.

하다못해 뽕짝의 노래라 하더라도. 그를 접하는 사람의 역정과 추억과 오버랩되는 그 때의 기분상태에 따라 늘 새롭게 느껴지는듯.

그런 의미에서도 지난 문학쪼가리들 더듬어 보는 맛이 없지 않습니다.

 

'가을빛'

이윽고 아버지가 이르르는 죽음.

그 죽음을 겪는 딸, 그 진솔한 마음을 쓰다듬으면서 나는 읽었습니다.

감상도 과장도 감정과잉도 없는 진솔함.. 죽음에 대한,

성연님도 그러하셨을 법한데, 나도 어머니 주검을 쓰다듬으면서 저런 종류의 기원이 있었겠지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향하여 '좋은데 가셔요'하는 마음은 누구나..

 

나도 한때 칼 융 때문에 저'티벳 사자의 서'를 사서 탐독하였더랩니다. (지금도 내 곁에 있는 책이지요.)

융은 분명하게 어떤 식으로든 '환생'을 믿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사람들 집단무의식 속에 그 기억이 연연하게 흐른다고 생각했지 싶습니다.

 

'나(자아)'란 과연 무엇인지.

윗 소설에서도 나옵니다만 '티벳 사자의 서',

죽음의 경로.

죽은 자의 의식에 떠오르는.

 

밝은 빛을 따라가라.

밝은 빛을 따라가라...

 

그리하여 세세년년의 인연,

그 윤회.

카르마..

 

어이구, 이런 얘기들.

내 주제에 어떤 논리로 지껄일수 있겠습니까? ㅎ

 

진지하게 읽어 주셔서 나야말로 감사.

 

***저녁산책***

2013.01.24 23:46

보진 않았지만 '엔딩노트'라는 일본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죽음을 등 뒤에서 공격당하듯이 속수무책으로 맞이 하지 않았으면,,,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준비하고, 기원하고, 사랑한다는 말도 남기고.

어느날..문득 생각해보니

제 나이가 이제 바로 죽어도 조금 아까울진 몰라도

그리 서러울 정도로 많이 아까운 나이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ㅎ

죽음에 대한 각성을 충분히 지니고 살아야 겠다는 ..

 

동우님의 좋은 글 좋은 생각들.

늘 감사합니다.

 

***동우***

2013.01.25 05:59

준비하고 기원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는...

저녁산책님께서는 등 뒤에서 공격 당하듯 죽음을 속수무책으로 맞지 않았으면 하고 짐짓 말씀하십니다.

저녁산책님다운 아름다운 마음의 꿈입니다.

 

그러나, 죽음이야 말로 '속수무책' 맞을수 밖에 없는.

인간은 근원적으로 무력한 존재입니다그려. ㅎ (짐짓 웃지만)

 

늘 생각하는 바이지만, 인간은 타살되는 것입니다. (자살자까지도)

인간은 죽고 싶지 않습니다.

어떤 미지의 불가항력에 직수굿이 죽임을 당하는 것.(동물에게도 본능적인 죽음의 공포가 있을 터이나 인간과 같은 그 실존적 단절(적멸)의식의 그 아득함은 없을겁니다).

 

이른바 유물론적으로 우리의 문명화가 가속할수록, 도회화 기계화 자동화...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에 둘러쌓여 있더라도 농경사회적 부족주의나 가족주의의 그 연대감 속에 의식하는 죽음과는 천양지차가 있을 것으로 나는 생각합니다.

어떤 환생의 소망이 아니라, 완벽한 정서적 안정감으로 맞을수 있는 평화로움.. 섭리에 감사하면서 순응하는...어쩌면 그것은 죽음의 오의를 터득하고 있는 지혜로움..

 

지는 해 바라보는 노년..전에 포스팅 한 적 있는데 .'애브리 맨'이라는 소설에 적나라하게 묘사되어있지요.

 

참, 저녁산책님.

영화 '아무르'를 보았습니다...

죽어가는 사랑하는 아내.

그 무력한 절망감....

 

흐음, 저녁산책님. 다음에 얘기하지요.

 

그 영화 포스팅 할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쩔까, 마음이 쓰라려서...

 

***저녁산책***

2013.01.29 22:35

아무르...저도 이 영화 찜해놓고는 아직 못 보고 있었는데요..

동우님 마음이 쓰라리셨다니..ㅜ

정말 꼭 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인간은 타살되는 것이다'는 말씀..

가슴에 비수처럼 박힙니다.

 

***동우***

2013.02.02 06:22

아무르.

'내 사랑 히로시마'의 그 아름다웠던 여배우, 여든 넘었다는데 아직 어여쁜 모습이었어요. 연기도 너무 좋았고.

늙은 역은 늙은이가 맡아야 하다는걸 새삼 느꼈지요.

그 늙음의 디테일한 감정표현, 아무리 명배우라도 젊은이로서는 도저히.

왜 은교에서 박해일이 연기하였던 늙은이..영 아니올시다였지요.ㅎ

 

이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더군요.

 

***저녁산책***

2013.02.02 11:09

동우님의 언급으로, 어제 아무르 보고 왔습니다.

어쩜!... 저도 동우님과 같은 생각을 했어요.ㅎ

이 영화 보면서 은교의 박해일이 한 노인의 연기를 떠올렸는데요.

아무리 연기 신공이 있다해도 ...

동우님 의견에 백퍼센트 공감합니다.

 

영화 초반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이

'오늘 당신 무척 에뻐 보였다'고 하는 말..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주글주글한 아내를 보고 이런말을 할수 있는 그 마음이..

 

영화 슬프지만 참 좋은 연기, 감독의 작품이었네요.

저는 처음 보는 여배우인데..그 나이에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사화 꽃 다 지고>

-유금호 作-

 

***동우***

2016.08.29 04:31

'유금호' (1942~ )의 '상사화 꽃 다 지고'

 

꽃무릇(상사화)뿐이리까. 세상사 무릇 그렇지요.

잎이 있을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때는 잎이 없고...

죽은 벙어리 아내를 향한 회한과 그리움.

사랑타령 들려주는 육자배기 가락 질펀합니다.

 

<참말 이번 여름 징글징글하게 더웠지라...>

여름 저물고 곧 전어철입니다.

가을철 전어 대가리에는 깨가 서 말이고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지요.

 

그리운 것들.

살고 죽어 만나지 못하는 것들.

 

포장마차 낯선 주객과 이런저런 시름 나누는 그것도 인생 한자락 촉촉한 힐링이리라.

전어회 썰어 말좆곱부에다 마알간 소주 가득 채워. ㅎ

 

어제 부산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남도땅 어름, 각시얼굴 웃음같은 꽃무릇 무성하겠지요.

 

++++

<상사화>

-이해인-

 

아직 한 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기다려 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 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침묵 속에서

나는 당신께 말하는 법을 배웠고

어둠 속에서

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 익혀 왔습니다

 

죽어서라도 꼭

당신을 만나야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믿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