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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이겨낸 사랑 -앨리스 워커- (1,4,3,3,1)

카지모도 2020. 8. 2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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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죽음을 이겨낸 사랑>

-앨리스 워커 作-

 

***동우***

2016.03.19 04:42

 

아메리카 소사이어티의 하이라키.

WASP를 정점으로 하위층에 '니거'(검둥이)가 있고 그 검둥이보다도 더 밑바닥에는 검둥이 여성이 있습니다.

 

흑인여성의 가치와 정체성에 대하여 천착하였던 흑인 여성작가의 계보.

'토니 모리슨' (1931~ ) '앨리스 워커' (Alice Malsenior Walker, 1944~ ) '글로리아 네일러' (1950~ ), 내가 알고있는 작가들입니다.

 

앨리스 워커는 영화 '컬러 퍼플'의 원작자로 잘 알려져 있지요.

‘컬러 퍼플’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하고 ‘우피 골드버그’가 출연하였던 흑인 자매의 슬프고 아름다운 영화였지요. 오프라 윈프리도 출연하였을겁니다.

 

앨리스 워커의 '죽음을 이겨낸 사랑' (To Hell with Dying)

이 소설의 배후에도 어딘가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페이소스가 흐릅니다만, 그보다 '죽음과 사랑의 충돌' 의 감동이 큽니다.

 

가족처럼 지내 온 늙은 흑인 스위트 아저씨.

스위트 아저씨의 죽음의 고비마다 아버지는 그의 귀에다 대고 소리칩니다.

 

<"죽음을 이겨내라! 내 아이들이 이토록 스위트 아저씨를 원하고 있지 않나">

 

우리들은 죽어가는 스위트 아저씨의 배를 구르며 키스세례를 퍼붓고 간지럼을 태웁니다.

 

<"아저씨 우리랑 놀지 않고 왜 누워있는거예요. 어서 일어 나세요!">

 

아저씨의 몸이나 옷에서 풍기는 죽음의 냄새 따위는 아랑곳 없습니다.

아저씨가 우리를 남겨 두고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은 더욱 두렵고 무서운 일이기 때문이지요.

 

이윽고 아저씨는 희미하게 눈을 뜹니다.

그리고 얼굴에는 웃음이 떠오릅니다.

 

어김없이 우리의 부활의식은 성공하고, 그렇게 부활한 아저씨는 또다시 힘겨운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이란 극복할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우리들은 많이 자랐고 아저씨는 많이 늙었습니다.

필경 우리의 부활의식은 실패할수 밖에 없는 것.

아저씨의 임종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사랑이 죽음에 굴복하는 것은 아닐겝니다.

 

<나는 아저씨 바로 옆 베개에 머리를 두고 누웠다. 우리는 오랫동안 그저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저씨는 말랐지만 부드러운 손가락을 움직여 특이하게 생긴 내 이마를 쓰다듬기 시작햇다. 아저씨의 손가락이 내 귀(아저씨는 내가 어렸을 때 귓속이 지저분한 것을 보며 웃곤 했다)에 멈추었을 때 나는 슬그머니 눈을 감았다. 그는 손을 오목한 컵 모양으로 만들어 내 볼을 감싸쥐었다.>

 

으흠, 내게도 부활의식을 베풀어 주는 아이들이 있답니다.

비니미니 녀석, 할비집에 오면 할비는 어둠으로부터 깨어나거든요.

 

새벽잠에 혼곤히 빠져 있는 할비는 비몽사몽, 언제나 <검은 꿈> 속을 헤매이고 있답니다.

 

새벽 다섯시도 아니되어 비니미니 두 녀석, 살며시 할비방 문을 열고 스미듯 들어옵니다.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쉿하며 숨을 죽였지만 마주 킥킥거리는 소리는 어쩔수없이 새어나옵니다.

조심스레 다가와 할비 입술에 세로로 붙어있는 반창고(이 반창고는 사연이 있는 것이지요.ㅎ)를 아주 조심스럽게 조금씩 떼어냅니다.

그 기척에 할비는 게슴츠레 눈을 뜨게 마련입니다.

잠에서 깨어난 할비를 보고 두 녀석은 비로소 까르르 웃음을 터뜨립니다.

그제서야 할비 침대에 올라 할비 배를 구르고 삐대면서 소리칩니다.

"할아버지! 일어나요! 우리랑 놀아줘요!"

그 때, 할비는 부활하는 것이지요.

검은 꿈으로부터

 

아래는 앨리스 워커의 프로필입니다.

 

++++

 

앨리스 워커는 1944년 조지아에서 8남매를 낳은 가난한 흑인 소작농 부부의 막내로 태어났다. 가족 중 앨리스 워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은 고조할머니 메리 풀과 외증조할머니 탈루하였다. 19세기 내내 미국 남부에서 노예였던 메리 풀에게는 메리 풀이 갖고 있던 근면함과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그리고 체로키 인디언이었던 탈루하에게는 인디언들의 문화적 전통과 샤머니즘 등에 영향을 받았다. 그녀의 이름인 워커(Walker), 즉 걷는 사람이라는 뜻도 버지니아에서 조지아까지 걸어서 이주했던 메리 풀을 기억하고자 지은 이름이다.

 

앨리스 워커의 유년기 중 가장 중요한 사건은 그녀의 한쪽 눈이 실명한 사건일 것이다. 5살 때 오빠와 ‘인디언 놀이’를 하던 중, 오빠가 쏜 장난감 총에 맞아 그녀의 한 쪽눈은 시력을 잃었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고독한 독서의 세계에 빠져들었으며, 그녀의 눈에 남은 흉터에 대한 자의식을 갖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앨리스 워커는 스펠만 칼리지, 사라 로렌스 칼리지에서 공부하게 된다. 급진적인 역사가 하워드 진 등의 영향을 받아 대학시절 킹 목사가 주도한 ‘흑인 민권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했으며 유명한 워싱턴 평화행진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또한 낙태를 하게 되는 아픈 경험을 겪게 되며, 이로 인한 슬픔과 공포, 분노 등을 표현하기 위해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문학적 재능에 눈뜨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잠깐 뉴욕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녀는 미국 남부에서의 인권 운동에 열정적으로 일했다. 그녀는 미시시피 주에서 시골의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집들을 찾아다니며 유권자에 등록하도록 권유하는 운동에 투신하였다. 그녀는 이 인권운동을 하면서 그녀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으며, 남편의 권유와 격려를 통해 본격적으로 문학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60년, 그녀는 첫 장편소설 「그랜드 코플리지의 제3의 삶」을 출판하였다. 그녀는 처녀작에서 백인들의 억압과 멸시 아래 남편들이 아무렇게나 터뜨리는 극도의 분노와 화를 전부 참고 받아주며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되는 마거릿과 그녀의 며느리 멤을 보여준다. 워커는 소설에서 백인과 흑인, 남편과 부인의 이중적인 억압 기제 속에서 순종, 고난의 감수, 맹종을 통해 끝까지 ‘현모양처’의 삶을 노력했던 흑인 여성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나타낸다. 이 때문에 그녀는 문학적인 찬사들을 얻기도 했지만 여러 흑인단체들로부터 흑인 여성들의 모습을 거칠게 표현했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앨리스 워커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을 꼽으라면 「컬러 퍼플」과 「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 일 것이다. 스필버그에 의해 영화화 되었으며 퓰리처상을 받은 「컬러 퍼플」은 앨리스 워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녀를 ‘아무것도 내 맘대로 할 수 없도록’ 유명하게 만들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셸리는 의붓아버지에게 겁탈을 당해 두 아이를 낳은 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혼하게 된다. 새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착한 성품으로 순종하며 살아가나 남편이 과거에 연모했던 여자 슈그와 만나게 되면서 그녀로부터 새로운 삶을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전통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남성에 종속되지 않은 스스로의 삶에 대해 깨우쳐 나가는 흑인 여성의 삶을 그리고 있다.

 

「컬러 퍼플」이 앨리스 워커의 대표적인 소설이라면, 「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는 그녀의 대표적인 수필집이다. 그녀가 ‘우머니스트’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드러낸 것도 이 책에서이다. 그녀는 여성에 대한 일방적인 강압을 주장하는 백인 중심의 페미니즘에서 벗어나, 흑인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일상들(예컨대 흑인 여성의 정체성, 글쓰기, 정치 참여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솔직히 밝히고 있다. 그 뒤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함께 편집장으로 있던 잡지 「미즈」에 우머니스트에 관련된 글들을 여럿 기고하였으며 제3세계 여성들의 권리를 찾아주는 운동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그녀는 아프리카에서 강압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여성 할례에 대한 반대운동에 매우 적극적이다. 그녀가 쓴 소설 「은밀한 기쁨을 간직하며」는 어릴 때 여성 할례를 받았으나 성장해 가면서 여성 할례의 부당함을 주장하다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여성에 대한 작품이다.

 

혹시 ‘우머니스트’라는 말을 아는가? ‘페미니스트’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어도, 우머니스트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한 이가 많을 것이다. ‘우머니스트(Womanist)’를 만든 이는 그것을 ‘흑인 또는 유색인종의 페미니스트를 의미하며 용기있고 과감하며 자기의지를 갖고 행동하는 여성’ 이라고 스스로 정의한다. 이 용어는 이번 인물열전에서 소개하려 하는 인물, 앨리스 워커가 작품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말이다. 저명한 소설가이자, 동시에 ‘우머니스트’로서 모든 여성들의 평등과 자유를 위해 운동하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자기 앎을 통해 삶의 목적을 이루려 하는’ 사람이었다.

 

‘우머니스트’ 앨리스 워커는 자신의 작품세계에서 그 영역을 더욱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흑인을 비롯한 제3세계 여성들의 해방을 위해 글을 쓰고 시위를 해왔던 그녀는, 이제 현대인들이 겪는 정신적인 고통들을 치유하는 데에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바로 작년에 나왔던 소설 「새로운 나여, 안녕」에서는 50대 여성이 아마존 등을 여행하면서 삶의 상처들을 만나는 끝에 불교식의 명상과 인디언들이 사용하는 주술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의 상처들을 치유한다는 내용이다. 이제 그녀는 새로운 대상, 백인들로부터 ‘미신’으로 억압받아오던 불교나 샤머니즘을 해방시키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작년에 한국에 왔을 때, 앨리스 워커는 강연에서 “땅은 살아 숨쉬고 있다. 모든 것이 살아있지 않은가. 인간은 위대한 그 자연에 영육을 활짝 열어놓아야 한다”고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밝혔다. 새로운 지향을 찾아 나서는 앨리스 워커. 그녀가 어떤 결과물로 다시 우리에게 나타날지 기대해 본다.

 

++++

 

***eunbee***

2016.03.20 05:58

 

엘리스 워커 원작의 '컬러 퍼플,

자매의 마주보고 손장단 맞추기 놀이 장면은

지금도 아련해요. 매우 좋게 본 영화. 새삼 반갑네요

이소설은 또 어찌나 아름다운지...

여운... 마음에 깃들어 오래 남습니다.

눈감고 한참을 음미할만큼.

 

비니미니

할아버지의 행복한 부활을 시시때때 가져오는...

그 정경은 더욱 마음에 깃듭니다.

 

방금읽은 오페라 택시

동우님 아랫글 없어 여기에 적어요.ㅎ

참 재밌는 소설이어요.

파리, 사랑의 도시

이태리 어느 곳, 도둑의 도시

소문처럼...

그걸, 그 소문을 빌린걸까요?

내가 잘못 읽었는지도 몰라요.

동우님 밑글 안내 없으면 영~ 자신 없거든요.ㅎㅎ

 

***동우***

2016.03.20 06:08

 

은비님

쏘의 밤 슬슬 깊어갈텐데 안주무시고 뭐하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착한 새나라의 어린이는 티티새 자취없어도 찬란한 아침 맞으셔야지.. ㅎ

 

컬러 퍼플, 은비님 말씀으로 자매의 손장단 그 장면 나도 화악 기억에 떠오릅니다.

 

오페라 택시...

파리택시, 에피소드 한둘 아닐텐데 은비님도 좀 풀어놓으시지.

누구보다 파리에 익숙한 은비님은 주로 메트로를 이용하시니 파리 택시 풍속도는 잘 모르실지 모르겠지만.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