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인형의 집>
-헨릭 입센 作-
***동우***
2013.09.28 04:48
‘빈처(貧妻)'에 이어서, 아내(또는 여성)라는 정체성에 관한 주제.
입센 (Henrik Johan Ibsen,1828~1906)의 '인형의 집'(1879년 발표).
3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인형의 집'은 근대극 운동의 기원을 이룬 희곡.
작품성으로도 인정을 받거니와 이 작품처럼 세기적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품도 드물겁니다.
19세기 서구(西歐)의 여권(女權)의식.
더불어 한 주체적 인격으로서의 주인공 ‘노라’의 각성.
저 ‘헬메르’의 여성관의 흔적이 지금 우리에게서 완전히 사라진 것일런지.
또는 무조건적으루다 남녀평등을 부르짖는 우리의 기형적 페미니즘의 발흥(發興)은 과연 올바른 것일는지.
이러한 담론.
흐음, 함께 생각해 보아요. <이문열의 장편 '선택'도 올리려 합니다. 부분적으로.>
130여년전 이야기인지라 좀 진부하게 느껴질수도 있겠으나 (번역이 좀 매끄럽지 않은 점도 있고)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복선 깔린 대사를 음미하면서 읽으시면 희곡읽는 맛이 날듯 싶어요. (나름 무대를 그려보면서.. 소리내어 대사를 읽으면 더욱)
노라의 대사. (내 나름으로 축약한)
<나는 늘 명랑하고 행복한척, 남편에게는 애교스러운 한마리 새처럼 살고있지만, 나도 세상살이의 신고(辛苦)를 모르는바 아니고 지금도 빚갚느라 허리가 휘어진다구.. 그렇지만 나는 남편의 생명을 구했다는 자부심과 자랑스러움이 있지.. 땡보 구두쇠 우리 남편은 아무것도 모르고 나를 그저 인형 취급하지만 말이야...아버지가 내게 그러했듯이.. 그렇지만 그런 남편을 사랑하고 나는 그게 그저 행복해....>
***저녁산책***
2013.09.30 10:46
아..이 작품 연달아 읽고 싶은데..ㅠㅠ
밖으로 나갸야 하네요.
‘인형의 집’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읽고 싶었던 것이거든요.
이따가 들리겠어요~~
***동우***
2013.10.01 06:24
하하, 저녁산책님. 천천히 읽으세요.
인형의 집.
노라의 저 정도 가출이 당시 그토록 선풍적 논쟁꺼리였다니.
요즘으로서는 정말 우습지도 않지요. ㅎㅎ
***동우***
2013.09.29 04:55
노라의 대사 (내 나름 축약한).
<아 무서워.
남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돈을 빌리면서 임종 가까운 아버지의 근심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아버지의 서명을 도용한 것이 큰 죄가 되다니.
법률은 동기를 묻지 않는다고?
만일 이 사실이 남편에게 알려진다면?
나를 지극히 사랑하는 남편.
아아, 남편은 파멸이다.
기꺼이 남편은 나를 대신하여 그 비난을 짊어질 것인데, 자신의 명예나 지위따위는 초개처럼 버리고. 은행장이라는 지위는 물론 많은 수입이고 무엇이고 몽땅 날아가...
아, 남편이 불쌍하고 아이들이 불쌍해서 어쩌나.
오랜 친구 랑크의사에게 이 괴로움을 토로하고 도움을 구할꺼나.
근데 어라? 친구로만 여겼던 랑크의사가 나를 그토록이나 사랑하였던 것이구나.
이제 죽음에 이른 저 절절한 고백,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받아들일수 없어.
사랑과 우정은 다른거야, 사랑하는 남편을 두고서 어떻게..
이제 어떻거나.
어쩔수 없어, 남편과의 연좌를 끊으려면 내가 모든 걸 짊어지고 가야 해.
모든건 내 책임이니까.
목숨을 버릴수 밖에는 다른 길이 없어.
그래 죽는거야.
나하나 죽고나면 내 사랑하는 남편도 아이들도 이 구렁텅이에서 벗어날수 있을거야.>
***동우***
2013.09.30 05:18
내 나름 창작하여 대독(代讀)하는 노라의 대사
<"노라, 당신은 목숨을 걸고 춤추는것 같아"라구?
내 타란텔라 춤사위가 얼마나 절망적인 몸짓이었는데, 그런 절망을 조금도 감득하지 못하는 남편짜리야.
차라리 오랜 친구 랑크의사의 나를 향한 순수하고 감각적인 사랑이 더 진실했던게야.
크로그스타드의 편지를 읽고나서는 날더러 뭐라구?
용서할수 없는 거짓말쟁이니 위선자니 더러운 근성이니 죄인이니, 사회체면때문에 표면상 부부관계는 유지하지만 집안일이나 자식들 양육을 맡길수 없다느니..
아, 너란 새끼는 고작 이런 사람이었구나.
네가 늘 말하던 "당신에게 어떤 위험한 일이 생겨서 내 생명과 모든 것을 던져서 당신을 구원할수 있는 일이 일어나면 좋겠어."는 어디로 갔단 말이냐.
아아! 이런 멋진 기적을 바란 내가 미친년이지.
그리고 저건 또 뭐야? 차용증이 돌아오고 이 사안이 없었걸로 되자 돌변하는 저 태도는?
"아아 노라! 이젠 살았어 이렇게 되었으니 당신의 과실도 다 용서해 주지"라구?
에라이! 나쁜 새끼야.
차라리 크로그스타드와 크리스티네의 절실함으로 이루어진 저 사랑의 결합이 훨씬 더 진실하구나..
이 경박하고 이기적이고 비겁한 개새끼야.
사랑이란 가식이었어.
그 가식에 속았던거야.
아, 8년여 결혼생활이란 무엇이었던 거지?
동거? 사육? 나는 인형이었던거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존재, 가정.
아아! 그렇지만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지.
남편도 새끼들도 다 소용없어.
이제라도 내 자아가 주인이 되어 내 진짜배기 삶을 살아야겠다.
나는 너깟 자식의 종달새로, 너 따위 새끼의 기준에 맞추어 꼭두각시처럼 살림을 꾸리고 네 입맛에 맞추어 아이들 키우면서 사느니 백번 천번 뛰쳐나가 인간 노라로 살련다.
잘 먹고 잘 살아라. 이 개새끼야.>
이런 류, 작금의 풍토에서 얼마나 진부한 드라마입니까.
그러나 19세기말 '인형의 집'이 발표 공연되자 일어난 센세이셔널한 반응.
그건 정말 대단하였다고 합니다.
'인형의 집'에 대한 비난과 모작과 개작이 범람하였고 곳곳에서 노라에 대한 모의 재판이 벌어졌답니다.
당시 사교계에서는 '인형의 집'에 관한 것은 금지된 화제였답니다.
남편과 자식을 버리고 가출한 노라가 옳으니 그르니 갑론을박으로 분위기가 깽판이 되어 버리니까..
파티의 초대장에는 '노라에 대해서는 일체 말을 하지 말 것'이라는 경고문이 부연되었고, 모임에서는 '인형의 집'에 대해서는 논쟁을 금함'이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고 하네요. ㅎ
그런데 정작 입센은 페미니스트가 아니었으며 이런 반응은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는데..
(나중 입센은 "나는 의식적인 여성해방 운동을 한 것이 아니다. 나는 시인이지 사회 철학자가 아니며, 내 작품을 주의 깊게 읽어 본다면 폭넓은 인생의 묘사에 주력했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어요),
이로 말미암아 입센은 극작가로서 부동의 자리를 잡게 되었으니 아이러니하지요.
사실적 대화와 치밀한 무대 기교와 아울러 19세기 이래 근대 극운동에 선명한 선을 그은 역사적 명작이라는 평가는 따랐지만 말입니다. (입센이후 스트린드베리, 베크, 메테를링크, 하우프트만, 슈니츨러, 버나드 쇼, 체홉등이 이러한 근대극의 개념을 보다 확고하게 정립시키고 확산시켰다지요)
여성적 자아, 아내라는 입장의 정체성에 관한 주제. (내일 이문열의 '선택'을 얘기하려 합니다)
그와 함께 (백년도 전의 이야기지만) 무대를 상정(想定)하면서 대사(休止와 침묵까지)와 무대적 앙상블을 음미하면 '인형의 집'의 드라마적 재미도 만만치 않아요.
월요일이고, 내일이면 시월입니다.
좋은 출발을.
***고향***
2013.09.30 17:16
목숨을 끊어서까지 남편의 입지를 살리려 결심한 아내에 비해 체면은 유지하되 아이양육권은 뺏겠다며, 달면 삼키고 쓰면 밷어버리려는 남편의 이기가 무척 돋보이는데요.
요즈음은 안 통할 이야기나 남성의 이기가 체질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뻔뻔스럽군요.
결혼생활에 대한 정의가 남녀가 너무나 차이가 나 비극감이...^^^
그러나 정말 아름다운 결혼생활을 하는 커플들도 많을거예요.
***동우***
2013.10.01 06:32
고향님.
암수라는 젠더의 차이를 뺴고, 인간이라는 동물로서 이기적 유전자야 그리 다르겠습니까만.
제도와 환경이 만들어 놓은 남성의 이기심은 여자보다야 더 할테지요.
그도 그렇고, 잉태와 출산과 양육이라는 모성에서 비롯된 이기주의의 극복은 어쩌면 여성성의 본래적 특징은 아닐런지..
좀 전에 이문열의 '선택'을 포스팅하였습니다.
풀 텍스트는 아니지만, 옛 현모양처의 귀감 장씨부인의 면모는 어느 정도 엿보실수 있을듯.
그 포스팅 읽고난 고향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나는.. ㅎㅎ
***고향***
2013.10.03 19:24
아이가 셋이나 있는데 집을 나가버리는 노라가 곧 돌아왔으리라 여겨집니다.
두 사람을 아빠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가 일단 생기면
둘 사이에 그 무엇들은 이차선으로 물러간다고 믿는,
저는 옛날 여자이기 때문인가봐요.
***달리는말***
2013.09.30 17:27
지난 주말을 잘 보내셨나요?
저는 불갑산 산자락에 위치한 청량리 성당 묘지에
모셔져 계시는 제 부모님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다가 늦게야 다녀왔답니다.
밤나무 밑에 떨어져 있는 밤도 줍고
불갑산 산장에서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면서 산장의 주인이 쩌주는 밤도 먹고
뿐만 아니라 산장의 주인이 선물로
주는 밤을 받아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벌써 10월이 뒤쫓아 왔네요.
9월의 마지막 날을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동우***
2013.10.01 06:35
가을의 성묘, 계절에 따른 감회가 좀 다르실듯.
달리는 말님의 부부동반 세계여행.
입센의 인형의 집.
저 부부 '노라'와 '트로발트'의 오도된 부부의 모습은 전혀 뵈지 않는 다복하신.ㅎ
'내 것 > 잡설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음을 이겨낸 사랑 -앨리스 워커- (1,4,3,3,1) (0) | 2020.08.20 |
---|---|
[[염상섭]] (1,4,3,3,1) (0) | 2020.08.19 |
[[최명희]] (1,4,3,3,1) (0) | 2020.08.17 |
[[스티븐 킹]] (1,4,3,3,1) (0) | 2020.08.16 |
[[무서운 소년. 여체의 단위에서 무너지는 사나이. 인간의자]] (1,4,3,3,1) (0) | 2020.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