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레마르크 作-
***동우***
2017.09.04 04:37
'레마르크 (Erich Maria Remarque, 1898~1970)'의 장편소설 '사랑할 때와 죽을 떄'
1차 세계대전(독일의 서부전선)을 배경으로 한 그의 前作 '서부전선 이상없다'.
2차 세계대전의 동부전선을 배경으로 한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두 작품은 레마르크가 쓴 가장 유명한 反戰소설일겁니다.
목숨이 헛되이 소모되는 병사들의 현장.
전장(戰場)과 사랑.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소설은 읽지 않았더라도 영화로 보신 분도 많을듯 합니다.(소설은 1954년 발표, 영화는 1958년 제작)
언젠가 TV의 명화극장에서 방영하여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었지요. ‘존 캐빈’ 주연의.(영화는 소설과 다소 다른 내용입니다만)
어떤 이는 이 영화를 세상에서 가장 슬픈 영화라고 하더군요.
레마르크의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열번 남짓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함께 읽어요.
***野草***
2017.09.04 08:02
동우님.
거의 매일 새벽 4시 무렵 나오셔서 소설 올려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 열정에 또한 존경을 드립니다.
건강 잘 유지하시고 복된 날들 이어가시기를 언제나 기원합니다.
***┗동우***
2017.09.05 04:29
반갑습니다, 야초님.
새벽 4시의 소설 포스팅.
열정이라니요.
하하, 잠에 잘 길들여지지 않는 늙은이 청승이지요, 무어.
블로그 해금은 되셨나요?
비공개인걸 보면 혹여 아직도...
KBS MBC 방송 사태.
언로에 계셨던, 그들의 대선배 야초님으로서는 감회가 남다르시겠습니다.ㅎ
야초님께서도 건승을.
***동우***
2017.09.05 04:22
소련을 침공하여 승승장구하던 독일군.
겨울이 닥치자 차츰 패퇴(敗退)하기 시작합니다.
나폴레옹이 그러하였듯이.
처처(處處)에 널려있는 시체들.
설층(雪層)마다 시기와 전황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적아(敵我)의 주검들.
그 주검들 켜켜이 묻혀 있는 동토(凍土)의 전선(戰線)
죽음에 길들여지고 죽음에 무감각해진 병사들.
죽이는 것에도 죽는 것에도.
'서부전선 이상없다'에서 어린 병사 포울 바이머는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우리가 삶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죽음 밖에 없어."
주인공 그레버는 그 지옥으로부터 벗어나, 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휴가를 가는군요.
아래는 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Erich Maria Remarque)'의 年譜입니다.
++++
1898 독일 베스트팔렌의 오스나브뤼크에서 출생.
1916 (18세) 제1차 세계대전에 출전해 다섯 번이나 사선을 넘김.
1929 (31세) 처녀작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발표, 일약 세계적 인기 작가로 발돋움.
1931 (33세) 전후의 양상을 그린 제2작 '귀로' 발표.
1932 (34세) 반전 작가로 나치스의 박해를 받고 스위스로 이주.
1933 (35세) 정권을 잡은 나치스에 의해 작품에 판금 분서 처분이 내려지고 독일 시민권을 박탈당함.
1937 (39세) '세 사람의 전우' 발표.
1939 (41세) 미국으로 망명함.
1940 (42세) 외국을 방랑하는 난민의 비운을 엮은 '너의 이웃을 사랑하라' 발표.
1946 (48세) 파리를 무대로 한 '개선문'을 발표해 발행부수가 200 만이 넘는 성공을 거두고 영화화 됨.
1947 (49세) 미국 시민권을 얻음.
1952 (54세) 망명가 소설 '사랑의 불꽃' 발표.
1954 (56세)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소련의 대평원을 배경으로 한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발표.
1956 (58세) '검은 오벨리스크' 발표.
1963 (65세) '리스본의 밤' 발표.
1970 (72세)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면서 72세를 일기로 사망.
++++
***동우***
2017.09.06 04:16
군인들의 '이잡기'는 동서막론인가 봅니다.
입대하고 석달가량 지난 갓 일등병 즈음, 청와대를 까부수러 김신조일당이 내려 왔습니다. (1968.1.21사태)
그때부터 군대생활이 고달퍼졌지요.
졸지에 복무기간 6개월 연장, 제대특명을 받은 말년 병장들도 제대취소.
내무반에서는 밤마다 신경 날카로운 고참들이 휘두르는 빳다소리 요란하여지고.
그 때 오분대기조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명령이 떨어지면 오분만에 출동하여야 하는 분대.
새까만 쫄병인 나는 별수없이 5분대기조 차출될 밖에.
취침 때도 군복 군화를 벗지 못하는 생활.
동내의 속에서 창궐하는 이.
목덜미 손을 넣어 드윽 긁으면 살진 이가 손톱에 박혀 나왔지요.
그걸 난로에 던지면 고기굽는 냄새가 나서 불쌍한 쫄병의 회를 동하게 하였습니다그려.
전쟁과는 거리가 먼 (지원했는데 십자성이 아니라 맹호에 걸려서 어맛 뜨거라하고 월남파병도 돈써서 빠진 주제랍니다.) 후방의 군대생활도 그러할진대..
남자들이 공통적으로 꾸는 악몽이 있다지요.
무언가 행정처리가 잘못되어 또다시 군대를 가야 한다는.
탱자탱자한 후방의 꿀보직일지라도 군대란 지긋지긋하게 싫은 곳이지요.
하물며 저들.
지옥의 전장으로부터 벗어나 목메게 그리는 고향땅으로 가는 도정.
특별 휴가병이거나 후송중인 부상병.
행여 휴가취소라거나 경상(輕傷)으로 판정되어 다시 전선으로 끌려가지나 않을까하는.
저 노심초사는 저들에게는 그야말로 生과 死가 걸린 문제가 아닐수 없습니다.
***동우***
2017.09.07 04:18
그레버는 꿈에 그리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남아있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동네는 폐허가 되고, 무너져 널부러진 잔해 덩어리 뿐.
보모님의 생사마저도 알수가 없습니다.
저 심정, 상상만으로도 써늘합니다.
병사에게는 이제 무엇이 남아있을까요.
<지금까지의 생활은 그가 살았던 집과 마찬가지로 붕괴되었고 그는 또다시 전선으로 떠나야 하는 것이다. 위험하다는 사실만이 변함이 없이.>
이 소설의 제목은 '사랑할 때와 죽을 때' (A Time To Love And A Time To Die) 입니다.
그래요, 사랑이 있었군요.
죽음이 명료한 것처럼 삶 속의 사랑 또한 선연합니다.
우리네 한살이, 그리하여 슬픈...
***동우***
2017.09.08 04:22
폐허 속에서, 깜깜한 암울함 속에서, 절망적 외로움 속에서 싹트는 사랑.
작열하는 불꽃...그러나 애잔한....
오른 쪽 아래 어금니 발치한지 두달여..
늙어 부실한 곳이 어디 이빨 뿐이리까마는.
오늘 오전 치과 예약, 임플란트 수술.
잇몸 절개하고 치골에다 무얼 심는 모양인데.
마취하여 그닥 아프지 않다지만 치골을 파는 드르륵 드르륵 골을 울리는, 드릴의 천공(穿孔) 소리.
상상만으로도 싫습니다그려.
은근히 긴장되는 새벽입니다. ㅎ
생사를 넘나드는 전장의 현장을 보면서도 고작 이빨따위에 긴장하는...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아, 인간 삶의 모습이 그러합니다그려.
***동우***
2017.09.13 04:29
전방 후방을 막론하고 참혹한 戰場입니다.
1차 대전은 주로 적군과 아군이 대치하여 벌이는 참호전, 사망자의 95% 이상이 군인들이었습니다.
그러나 2차 대전에 이르러서는 민간인 사망 비율이 70%로 군인보다 더 많이 희생되었다지요.
현대전의 양상은 또 다를겁니다.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북한의 핵도발로 긴장이 고조되는 동북아.
아, 전쟁...
일어나선 아니됩니다.
***동우***
2017.09.16 04:24
사랑과 죽음.
이 컨트라스트는 극명한 배리(背理)입니까.
사랑이 혼화(混和)된 죽음, 어불성설인지요.
++++
<그레버는 깜짝 놀라 잠을 깼다. 포탄은 이미 마을 위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는 창고를 바라보았다. 쇠창살로 소련인들이 꿈틀꿈틀 움직이는 게 보였다. 멀리서 슈타인브레너가 달려오고 있었다.
"후퇴다!"
슈타인브레너가 고함을 질렀다.
"소련군이 방어선을 돌파했다. 전원 마을에 집합! 모두 소지품을 휴대하고."
그는 그레버에게로 달려왔다.
"저 안에 있는 놈들을 즉시 처치해야지."
그레버는 자신이 긴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명령서는?"
"명령서?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냐! 넌 적군이 공격해 오는 소리도 안 들려?"
"들린다."
"그럼, 잘 알겠군. 놈들을 끌고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대로 처치하자구."
슈타인브레너의 눈이 파랗게 타오르고 있었다.
"안돼. 여기 책임자는 나야. 명령서가 없으면 어서 꺼져!"
슈타인브레너는 웃었다.
"알겠어. 그럼, 네가 놈들을 쏘아라."
"싫다!"
"너나 나, 한 사람은 놈들을 처치해야 돼. 함께 끌고 갈 수는 없어. 이 병신아, 빨리 하란 말야. 자, 나도 협력하지."
"안돼. 쏘지 마."
"안된다고?"
슈타인브레너는 눈을 치떠보았다.
"안돼?"
그는 천천히 되뇌었다.
"넌 네가 한 말을 알고 있나?"
"알고 있어."
슈타인브레너의 안색이 변했다.
슈타인브레너가 권총을 잡는 순간, 그레버는 총을 들고 그를 쏘았다. 슈타인브레너가 비틀거리다가 앞으로 쓰러졌다.
그는 아이처럼 한숨을 쉬었다. 그의 손에서 권총이 미끄러졌다.
그레버는 물끄러미 시체를 바라다보았다. 포탄이 정원 위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창고로 걸어갔다. 이윽고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활짝 열었다.
"가라!" 그레버는 말했다.
소련인들은 그를 웅시했다. 그들은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총을 떨어뜨렸다.
"가. 어서 나가란 말야!"
그는 손가락을 펴 보이면서 말했다.
젊은 남자가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 밖으로 내딛었다.
그레버는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슈타인브레너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왔다.
"살인자."
그는 말했다. 그러나 누구를 향한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슈타인브레너를 들여다보았지만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살인자!"
그는 다시 되풀이해서 말했다.
그것은 슈타인브레너와 자기 자신과 그밖에 전쟁을 일으키고 그 전쟁의 희생자가 된 숱한 사람들을 향한 병사의 절규였다.
그때 여러 가지 상념이 서로 충돌하기 시작했다. 그의 안에서 돌멩이가 하나 튀어나간 것 같았다. 무엇인가가 영구히 결정되고 말았다. 이미 아무런 실체도 느낄 수 없었다. 무슨 일이든지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탈진한 몸이 허공으로 날아 오르지 않도록 꼭 붙들고 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 머리가 빙빙 돌았다. 그는 한걸음 한걸음 걷고 있었다. 그 무엇인가 중대한 일을 저질러야 한다!
그는 소련인들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젊은 여자를 앞세우고 한 덩어리가 되어 허겁지겁 달아나고 있었다.
젊은 사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다보았다. 사내는 뜻밖에도 총을 들고 있었다. 그는 총을 치켜들고 겨누었다. 그레버는 검은 총구를 보고 있었는데, 그것이 차츰 확대되었다.
그는 크게 부르짖고 싶었다. 급히 소리를 질러야 할 것들이 무수히 많았다.
그레버는 총에 맞은 것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그의 시야에 잡초가 들어왔을 뿐이다. 밟혀서 짓이겨진 한 포기의 풀이 점점 키가 커지고 있었다.
그는 전에도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그것이 언제였을까? 그는 도저히 기억해 낼 수 가 없었다.
마침내 풀이 무럭무럭 자라나 온 하늘을 가리게 되었다 그는 눈을 뜨지 않았다.>
++++
영화에서, 숨을 거두면서 냇물에 떠내려가는 엘리자베스의 편지를 잡으려는 안타까운 그레버(존 캐빈)의 손.
레마르크의 '개선문'은 젊은 날 내 정서에 깊은 영향을 끼쳤던 소설입니다.
에뜨랑제... 라비크는 조앙 마듀를 그리면서 칼바도스를 마십니다.
<당신은 나의 생명이었어. 조앙, 당신은 내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어. 나는 돌멩이에 지나지 않았었어. 그런 나를 당신이 다시 살아나게 해줬던 거야. 조앙, 사랑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거야. 말로는 부족해. 말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아. 말은 한 방울의 물, 하나의 잎새에 불과해. 내 사랑은 훨씬 더 깊은 것이었어.>
세기말적인 암울한 분위기의 파리.
종장, 조앙마듀는 죽었고 무국적자 라비크는 수용소로 끌려갑니다.
에뜨와르 광장에는 어둠만이 짙게 깔려 있었습니다.
너무 어두워서 개선문조차 볼 수 없었습니다.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죽은 사람에게는 누가 전쟁에 이기느냐 하는 건 쥐뿔만 한 의미도 없습니다. (캐치22)
그레버는 나치를 위하여 싸운 것도 아니고, 당근 나치의 공범도 아닙
다.
좋은 주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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