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헨리 슬레서 ‘시험날’外> <하이덴펠트 ‘달빛’> <아이작 로먼 ‘상자’> <잭 샤키 ‘벌레와의 대화’>
<시험날>
-헨리 슬레서 作-
***동우***
2011.09.21 04:19
‘헨리 슬레서(Henry Slesar, 1927~2002)’의 ‘시험날’
등줄기가 서늘합니다.
<조던 부부는 거실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생각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마음속은 비어 있었다. 4시가 되자 전화가 울렸다. 부인이 손을 뻗었으나 남편이 더 빨랐다.
"조던 씨입니까?" 억양이 없는 사무적인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렇습니다."
"여기는 국가교육부입니다. 당신 아들 리처드 조던, 분류번호 600-155의 시험이 끝났습니다. 유감스럽지만 아들의 지능지수는 법규 84조 5항에 정해진 수치를 넘었습니다."
남편의 표정을 보고 부인이 울기 시작했다.
"아들의 유체 문제인데... 매장을 국가에 맡기겠습니까, 안수해 가겠습니까? 전화로 말해도 상관없습니다. 국가에 맡기면 매장료는 10달러입니다.">
독재 체제는 국민이 평균보다 뛰어남을 두려워 합니다.
체제 유지를 위하여.
북한이라는 나라, 인민은 절대로 김일성보다 뛰어나서는 아니됩니다.
그랬다가는 죄 종파분자로 정치범 수용소 행이지요.
***뜨락***
2011.09.21 11:01
조지오웰의 빅부라더가 떠올라 오싹.
의외성으로 드러나는 짧막한 추리소설의 매력, 동우님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동우***
2011.09.25 14:18
뜨락님, 느끼신바 대로 이와 같이 짧은 추리소설의 매력은 추리가 없다는 점입니다.
의외성의 서늘함 하나만 남기고 가지치기.
이모저모 연상되는바 없지 않지요.
뛰어난 개성은 싹이 나기 전에 제도적으로 죽여버리는 나라.
김동리 소설,... 황토기인가의 소설, 역발산기개세의 힘을 가진 두 장사의 얘기도 그러하고. (두 장사는 서로 피터지게 싸우며 삶을 소모할 뿐이지요.
***송현***
2011.09.24 14:41
인식이 아닌 세계의 개연성 ..... 추리소설이지만 충격 경악을 .....
***┗동우***
2011.09.25 14:23
송현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의 서늘함은 스탈린주의에서 그대로 차용한 것.
말씀처럼 어느 시대에나 꿈틀거리며 내재된 개연성의 무엇입니다.
집단에 어쩔수없이 순치된 인간성은 저와 같이 체제에 직수굿할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흐음.
***후니마미***
2011.09.25 15:12
이름은 민주적으로 기회의 평준화라고 하지만
그것들의 파행은 하향평준화로 가는 것이죠?
두 번 읽고서야, 점수가 높아서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이해 하였습니다.
섬 기질이라고도 해서 섬에는 장수가 날 수 없다는 말도 생각나고
우리 나라 말에 모난 정이란 표현은 경고이기에 앞서 두려움인 것도 같습니다
***┗동우***
2011.09.29 07:22
후니마미님.
섬기질이라니 참.
옛날 왕조시대에는 동네에 어린 장사가 출현하면 발꿈치 심줄(아킬레스건)을 끊었다지요?
참, 멜론님이 안부 전해 달랍니다.
마미님도 동경서 멜론님과 함께 한지가 꽤 되지요?
정말 반갑고 그리운 사람인데...
멜론님 한국 나오시면 어디에서든지 한번 함께 만납시다.
우리가 동경 처들어가던지.. ㅎ
<<<최후의 미소>>>
-헨리 슬레서 作-
***동우***
2015.03.15 04:37
신의 손길, 구원의 추상성을 실질적 희망으로 환치하여 사형수로 하여금 마지막 순간을 맞게 하는 목사.
최후의 미소.
짤막한 이야기이지만 의미심장합니다.
딴 얘기.
생각건대, 예정된 시간에 맞는 결정적 죽음은 사형집행 밖에는 없을겁니다.
운명론적(運命論的) 인식이 개입된 다른 죽음, 이를테면 병사(病死)나 노사(老死)나 사고사(事故死)나 전사(戰死)같은 것들은 그처럼 확고하게 계획된 순간에 맞는 죽음은 아닙니다.
운명(神)이 아니라 인문(人文)이 행하는 죽임의 현장.
사형집행을 묘사한 것들(픽션이나 넌픽션)을 접할 적마다 나는 이상야릇한 떨림으로 언제나 가슴 속에 서늘한 바람이입니다.
캐포티의 르포소설 '냉혈', '전기의자'라는 사형집행관의 회고록 (옛날 헌책방에서 산 책, 죽음을 맞는 여러 사형수의 모습을 정말 실감있게 묘사한 책, 잃어버렸는데 어디에서도 구할수 없네요), 영화 데드맨 워킹, 나는 살고 싶다, 우리들의 아름다운 시간, 집행자, 어둠 속의 댄서 등등의 영화...
사형제의 찬반에 대하여 나는 유보적 입장입니다.
내 이성은 사형제에 반대할지라도 내 감정(상상으로 나를 어떤 경우에 대입할적의 그 복수심)의 억제를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집을 사러 돌아온 사나이>
-헨리 슬레서 作-
***동우***
2017.05.28. 05:06
휴일, 헨리 슬레서 (Henry Slesar, 1927~2002)의 추리소설 한편.
고작 1만달러 가치의 집을 물경 7만 5천달러에 팔겠다고 매물(賣物)로 내 놓은 할머니.
그 가격이라도 덥석 사겠다고 하는 원매자(願買者)가 있으니, 필경 이유가...
드디어 아들을 죽인 범인이 정체를 드러냈고, 할머니는 아들의 복수를 하는군요.
가치(value)가 곧 가격(price)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기의 가치는 절대적이만 공기는 가격이 없는 자유재(自由材)입니다.
감추어진 보물이라는 내재적 가치가 반영된 부동산 가격.
금광이나 침몰한 보물선 인양에 투자하는 것이나 다름없겠지요.
한석규 나오는 '이층의 악당'도 이런 소재로 코미디 영화를 만들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참, 최순실이 삼성동 2층 방에 돈이 숨겨져 있으니 그걸 찾아 자신의 딸을 보살펴 달라고 말했다지요.
박근혜 전대통령이 삼성동 집을 팔고 내곡동에 새집을 샀다는데, 삼성동 저택의 매입자는 혹여 그런 기대로... ㅎㅎ
얼마전까지 이 나라 대통령이었던 이의 끝없이 몰락한 그 모습. 연민과 함께 한없는 슬픔이 밀려옵디다.
<<<세상에서 가장 상냥한 사나이>>>
-헨리 슬레서 作-
***동우***
2017.08.20 04:12
휴일, 헨리 슬레서 (Henry Slesar, 1927~2002)의 추리소설 한편.
세상에서 가장 상냥한 사나이 (The kindest man in the world)
네 사나이가 타고있는, 전속력으로 물위를 질주하는 모터보트.
거친 물결때문에 요동치는 요트위에서 물속으로 추락하여 익사한 여성.
단순과실치사였습니다만, 아내를 잃은 남편 코비는 복수를 결심합니다.
친절한 복수.
술꾼에게는 고급술을 공급하여 죽게 하고, 호색한에게는 이쁜 여자를 보내어 망하게 하고,노름꾼에게는 노름돈을 대주어 살해 당하게 합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남은 사나이 데니슨, 그가 몰입하는게 무엇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습니다.
아, 데니슨의 약점은 이것이었군요.
흥분하면 울컥하여 눈에 뵈는게 없다는.
공연히 앞의 복수한 과정을 얘기해주어, 코비 자신이 데니슨 눈에 뵈이지 않는 대상이 되어버렸군요.
자신이 무얼하는줄 모를만큼 흥분 속에 몰입되어 조 데니슨은 코비의 목뼈를 부러뜨립니다.
진작 알았어야지, 흥분하면 자기 아버지도 두들겨 패는 데니슨인데...
누구에게나 약점은 있습니다. ㅎ
확연하게 염천은 그 기세를 꺾었습니다.
좋은 휴일을.
<<<달빛>>>
-하이덴펠트 作-
***동우***
2015.02.23 05:13
단순한 언어트릭의 단편소설(추리소설로 분류되는)
유럽어에서 독일어만이 달을 남성명사, 해를 여성명사로 취급한답니다.
<무심코 내뱉는 말이 해로울 때가 있는데, 대부분 병사들이 그걸 깨닫지 못한다. 스파이들은 엉겁결에 튀어나온 한마디나 눈짓 등에서 조금씩 정보를 모으는 것이다.'라고요.>
자신이 이렇게 말하고서는 그 함정에 자기가 빠져버려 독일 스파이라는게 뽀록나고 말았군요.
달을 보고서 '그(남성 대명사)는 정말 근사하지 않습니까?'함으로.
'Guter Monde, de gehet so stille'
이 독일민요 참 좋아요. 한번 들어보십시오. (유튜브 검색하면 쉽게 들을수 있습니다)
얘기 난 김에.
우리말 어휘에는 남성명사 여성명사라는 개념이 없지만, 정서상으로는 있지 싶습니다.
햇님은 남성 달님은 여성, 나무라고 하면 남성 꽃이라고 하면 여성의 느낌...
다자이 오사무는 모든 어휘를 비극명사 희극명사로 구분하여 언어유희를 하면서 놀았습니다.
설 연휴 끝났습니다.
묻건대, '설'은 희극명사입니까? 비극명사입니까?ㅎ
***eunbee***
2015.02.23 15:58
첫사랑의 남자, 몇시간을 머리나 손목을 쓰다듬으며 함께 있어주는 남자. 달빛 아래 앉아 어깨에 팔을 두르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연인. 그를 조국에 바칠수 있는 그녀는 진정한 비밀부대 상사 자격있네요. 전쟁속, 전쟁중에 엄존하는 현실이겠지요.
달빛처럼 어슴프레한 슬픈 여운이 휘도는
뭔가 쓸쓸하고, 뭔가 서늘하며,
애달프면서도 상큼하게 찬듯 슬프게 읽히네요.
여긴 삼성동 코엑스
지하철에서 읽으며 오기 딱 알맞는 분량의 소설. 감사!!
대답컨데 -설-은 희비복합명사. ㅎ
***동우***
2015.02.24 04:45
은비님은 소설의 정조를 감성으로 캐치할줄 아는 사람.
추리소설 범주로부터 업어온 소설이지만, 단순하게 언어 트릭 하나의 재미로 읽어버린다면 작가가 얼마나 서운해 할까요.
작가는 은비님처럼 그렇게 읽어주기를 바라고 그를 기뻐하리다.
'설'
희비 복합명사, 맞소이다.
어떤 이에게는 즐겁고 어떤이에게는 서러웁고.
<<<상자>>>
-아이작 로먼 作-
***동우***
2015.03.07 08:40
주말의 짤막한 추리소설.
김건모가 노래합니다.
입장 바꿔 생각을 해 봐...
함께살기의 출발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인식입니다. ㅎ
***야초***
2015.03.07 09:04
가져갑니다 감사~~
***동우***
2015.03.08 04:40
얼마든지.
감사~~
***설레임***
2015.03.13 06:08
자리의 무거움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것 이것 또한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언제나 나의 불만만 이야기하고 있으니 ㅎ ㅎ
***동우***
2015.03.14 04:49
역지사지.
너나없이 에고를 극복하기가 그리 쉬운건 아니겠지요.
<<<벌레와의 대화>>>
-잭 샤키 作-
***동우***
2015.05.17 04:46
휴일의 엔터테인먼트, 추리소설 한편.
<거미줄 한모퉁이에는 거미 한 마리가 도사리고 있었다. 유리알처럼 반들거리는 눈에는 온갖 착잡한 감정이 서려 있는 듯싶었다.>
헨리 아저씨는 거미의 저 착잡한 감정을 진작 알아챘어야 하는데 정작 때려잡아야 할 말벌대신 거미를 때려잡고 말았네요.
가엾어라 거미요정.
딱해라 헨리 아저씨.
행운 덩어리를 제 손으로 죽여버렸으니, 게다가 먹이를 빼앗긴 말벌에게 쏘여 손가락은 퉁퉁붓고...
미남시절의 '록 허드슨'이 등장하는걸 보니까 옛날 소설인것 같습니다.
80년대 중반인가, 해외토픽 사진에 서 본 동성애자 록 허드슨.
에이즈에 걸려 사망하기 직전의 피골이 상접한 모습.....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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