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정숙일순 -최정희- (1,4,3,3,1)

카지모도 2020. 10. 5.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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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정숙일순(靜寂一瞬)>

-최정희 作-

 

***동우***

2017.02.28 05:00

 

'최정희(崔貞熙, 1906~1990)'의 '정숙일순(靜寂一瞬)'

 

한 노파가 겪는 우리 근세사의 비극.

 

靜寂一瞬.

고요하고 엄숙한 한 순간.

죽음의 그 한순간을 의미하는 것일테지요,

 

최정희의 프로필

그녀의 남편은 파인(巴人) 김동환 (金東煥, 1901~1958)

산넘어 남촌, 국경의 밤, 북청 물장수등의 시를 쓴 시인이지요.

부부 사이에 소설가인 김지원 김채원 두 딸이 있구요.

 

(사진으로 보았을 뿐이지만) 최정희는 상당한 미인입니다.

한때 시인 백석도 이상도 최정희에게 반하였다던가요

 

그런데 김동환과 최정희 모두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친일파 云云으로 규정하기, (길게 얘기 못할바 없지만) 나는 웃기는 짬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최정희의 정적일순,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내일 다시 지껄이기로.

 

***동우***

***2017.03.01 04:30

 

1.4 후퇴.

국방군이 물러가고 인민군은 아직 진주하기 전의 서울은 한동안 적군도 아군도 없는 적막강산의 진공지대였습니다.

 

박경리의 소설 (전장과 시장)에서 여주인공 지영은 언 땅에 엎드려 소리쳐 통곡합니다.

 

<아무도 오지말라! 이 땅에. 아무도 오지말라! 이 땅에. 내 혼자 내 자식들하고 얼음을 깨어 한강의 붕어나 잡아먹고 살란다, 북쪽의 백곰처럼 자식들 데리고 살란다! 아무도 오지말라! 아무도! 영원히 영원히 이 밤이 가지 말구.>

 

최정희의 靜寂一瞬. (정적일순이 아닌가 하여 검색해 봐도 정숙일순입니다.)

 

전 재산을 빼앗기고 자살한 남편, 작은 아들은 인민군에 끌려가고 외동딸은 공산당 남편을 따라 월북하였습니다,

움 속에 숨어있다 불구가 된 큰아들은 부산으로 피난가 버리고 성북동 30간 짜리 2층 양옥을 지키면서 홀로 남은 노파.

 

靜寂一瞬.

노파는 사방천지 눈으로 가득한 그 정적이 무섭습니다.

외로움이 무섭고, 가진 것들이 많아 그걸 뻬앗길까 두렵습니다.

오로지 남으로 북으로 헤어진 자식들 손주들과 다시 만나려는 염원과 의지로 외로움과 두려움을 참으면서 빈집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적막강산 동네의 빈집을 터는 사람들, 박완서도 그러했지요.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탐욕 때문이 아니라 굶어죽지 않으려고.

 

종장.

노파는 여기저기 숨겨두었던 물건들을 처분해버립니다.

그리고 자식들이 좋아하는 강낭콩과 완두콩을 심으려고 호미를 쥔 채 다사로운 흙 위에 누워 버립니다.

진짜배기 靜寂一瞬을 맞아, 숨을 거둡니다.

 

<노파는 낙화가 마구 흩날리는 길에 마차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꽃잎이 깔린 길엔 말발굽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것은 어머니랑 같이 살던 집에서 내다 보이는 앞산 중턱에 우뚝 올라 앉은 학교와 통하는 길인 것이다. 꽃이 질 무렵이면 바람이 불지 않아도 이 길엔 꽃잎이 마구 흩날렸던 것이다. 마차는 노파가 시집 올 때 탄 보교와 비슷했다.>

 

6.25

전쟁은 나남 가리지 않고 몰아치는 미친 광풍이지만 제가끔 치뤄내는 전쟁은 제가끔 다를터겠지요.

 

내 어머니의 것, 아버지의 것. 유년의 내 것. 윤흥길(기억 속의 들꽃)의 것. 박경리의 것, 박완서의 것. 세이타와 세츠코의 것(반딧불의 무덤), 김원일의 것, 이문구의 것. 폴레트의 것(금지된 장난).....

 

왈가왈부 어쨌거나, 6.25는 이념전쟁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살아가는 것을 위하여 살아가는 겁니다.

살아가는 것을 위한 이념에 있어서 南은 北따위 보다는 몇배나 우월합니다.

좀 시끄럽더라도.

 

북녘땅 한줌 권력을 겨우 지탱하는 저 엉터리 저 어거지 이념따위, 개나 잡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