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젊은자식들이..> <그날 저녁 그는..> <격렬한 삶>
<젊은 자식들이 아버지를 어떻게 망쳐놓는가?>
-이재웅 作-
***동우***
2016.12.27 04:05
DAUM측의 접속장애로 리딩북 하루 걸렀습니다.
'젊은 자식들이 아버지를 어떻게 망쳐놓는가?'
나로서는 처음 접하는, 이재웅(1974~ )이라는 작가의 소설입니다.
좀 세련되지 못한 듯 하지만, 아버지라는 존재가치를 반추케하는 서늘함 있어 좀 전 업어왔습니다.
父子有親은 맹자의 유가적 덕성보다 근원적인 인간의 성정에서 비롯된 倫理意識이 아닐까요?
품격이라는 걸 생각합니다.
자식과 마치 친구처럼 아무런 스스럼없이 터놓고 놀아주는 아비짜리.
반대로 엄한 훈육만으로 자식을 윤리의 틀에 속박하려는 아비짜리.
생각건데 둘 다 그 부자관계에 있어 格이 없습니다.
아픈 아비에게 진정 걱정하는 낯빛으로 문안을 여쭙고 아픈 자식에게 수심 가득한 손길로 어루만지는.
내용과 형식의 합일.
그런건 자유방임적 사랑으로서도, 엄격한 訓導로서도 우러나오지 않지 싶습니다.
알게 모르게 자연스럽게 아비 자식 간에 스미는 품격.
그 格이라는 것이 관계에 대하여 도리에 대하여 하나의 윤리적 개념을 정신 속에 심어주는 게 아닐까하는...
내가 말하는 格이라는 그 추상적인 개념을 무어라 할까...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격이라거나 품격 쯤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게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없었습니다.
두 자식은 있습니다만.
부모자식 간에 있어서 격외(格外)는 비천하고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하늘의소리***
2016.12.28 14:33
부모와 자식간, 여전히 좁힐 수 없는 간격이 존재합니다.
세대간의 간격.
신념간의 간격
생각간의 간격.
부요와 빈곤간의 간격.
열심히 달려온 자와 그것을 누리면서만 살아온 자간의 간격
이 모든 것들, 어느정도 간격을 좁힐 수는 있어도 완전히 합칠 수는 없는것이겠지요.
***┗동우***
2016.12.29 10:31
父子가 有親하지 아니하게 하는 이유.
세대 간격, 생각의 간격, 경험의 간격, 훈육과 교육등..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좋은 부자관계의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형성된 어떤 아우라같은걸 느끼게 됩니다.
채찍이거나 당근으로는 형성할수 없는.
나는 그걸 格이라 말하는 것, 참 애매하기 짝이 없는 표현이지요만. ㅎ
<그날 저녁, 그는 어디로 갔을까>
-노재희 作-
***동우***
2017.04.06 04:24
노재희(1972~ )'의 '그날 저녁, 그는 어디로 갔을까'
장자(莊子)의 호접지몽(胡蝶之夢).
자신이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자신이 된 것인지.
물을 내리지 마시오.
물은 모든 것을 다 쓸어가 버립니다,
마치 세월처럼.
급히 용변을 보고 물을 내렸더니 익숙하였던 세상은 사라지고 전혀 낯선 세상이 펼쳐집니다.
그 곳에서 '나'는 완벽한 타자(他者)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무엇으로 일상을 영위해 가는걸까요..
아마 사소한 습관으로 축적된 인지(認知)의 힘으로 일상을 살아가는게 아닐런지.
나와 세계를 연결하여 주는 관계라는 것 또한 그런 인지에서 비롯된게 아닐런지.
<그것은 모두 몸에 밴 습관의 힘이었다. 어떻게 해야겠다는 의식이 가기 전에 몸이 알아서 먼저 간다. 지나온 시간이 고스란히 몸에 남아 있었다.>
생각건대, 그런 사소하고 익숙한 것들을 제외하고나면 나는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건지.
<자기를 증거 해 주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자기 아내였고 아이였으며, 직장 동료들이었던 것이다.…모든 것이 사라지자 자기를 증거 해 줄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어쩌면 내가 분실당한 것은 아닐까. 이 세상에서 내가 사라져버린 것은 아닐까.>
서늘합니다.
내게서 타인의 것을 빼고나면 내세는 과연 무엇이 남는건가요.
'그날 저녁, 그는 어디로 갔을까'
매우 철학적 사변을 요하는 제목입니다.
세상이 그로부터 사라진게 아니라 그 자신이 분실 당한 것이라는...
검색하여보니 작가는 여성이고, 고려대에서 철학을 공부하였군요.
<격렬한 삶>
-최수철 作-
***동우***
2018.09.11 23:14
'최수철(1958~ )'의 '격렬한 삶'
작가 최수철의 소설은 처음 올리는 것 같습니다.
서울대 불문학과, 박사, 교수...
그의 필모그라피는 자못 화려하고 그의 소설은 무척 난해하고 관념적입니다.
이 소설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지금 나는 다분히 관념적인 말을 늘어놓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내게 있어서 관념적인 것은 이를테면 지극히 격렬한 것이야. 관념이 추상적인 말놀음이라고 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야. 왜냐하면 관념은 우리 정신 속의 어떤 움직임을 노골적이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니까.>
관념은 정신 속의 어떤 움직임을 노골적이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라... 그런가요?
어쨌거나 한 인간의 <격렬한 삶>의 정신적 역정을 함께 들여다봅시다그려.
세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동우***
2018.09.14 07:50
최수철의 '격렬한 삶'
'격렬'이라는 의미, 알듯 모를듯 모호합니다.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 그 시대를 읽게 되어 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이 시대에서 아버지로 대표되는 모습과 더불어 어머니로 대표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비명횡사한 아버지는 내 속에 격렬함으로 자리 잡았다...조용하고 냉정한 겉모습과는 달리 어머니는 한창 신명이 오른 무당이었던 거야.>
어머니의 로고스와 아버지의 파토스.
주인공의 저 분열적 의식은 그가 지니고있는 '내면아이'의 발호(跋扈)인지요.
거대한 물고기는 그러니까 그 내면아이의 분노가 형상화된 것인지요.
<행여 타인과의 관계에서 섣불리 상처를 입게 되면, 그 상처의 충격이 내 깊은 속에 가라앉아 있는 그 심해 물고기를 깨우거나 잊혀져가고 있는 하반신 마비 증세를 되살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단 어쩔 수 없이 남들로부터 사소하게라도 상처를 입게 되면 나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격렬한 반응을 보이곤 하였는데, 그 또한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럼 세상과의 소통문제, 타인들을 대할때의 저 과도한 스트레스는?
<이를테면 앞으로 나는 현실에서도 그런 조정 행위를 부단히 이루어나가게 되리라는 것, 타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조심스레 맛을 보고는 슬쩍 뒤로 물러나면서 입맛을 다시는 행위를 반복하게 되리라는 것, 그리고 그렇듯 미세하고 섬세한 조정 행위와 더불어, 밀물 속에서 그러했듯이 격렬한 감각을 필요로 하며 살아가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격렬함은 카오스이면서 디오니서스의 힘, 그런 얘기인지....
<이 시대에는 새로운 디자인의 시도가 행복한 세상에 대한 낙관론으로 이어진다. 그 낙관론이 광기를 몰아낸다.
우리가 이 시대의 문제에 저항하는 것이 광기다. 그들은 또한 내게 나를 둘러싼 이 세상에 대한 분노를 가르쳤다. 나는 두려움 속에서 분노한다. 언젠가 그 심해 물고기의 등판이, 그 하체 마비 증세가 다시 나타나리라는 두려움 속에서 분노하고, 그 두려움에 분노한다.>
그럼 이 소소한 감각에서 비롯된 감정의 파토스는?
<그때 조금 열린 창을 통해 쓰레기 같은 것이 타는 매캐한 냄새가 흘러들었고, 순간 나는 재채기를 터뜨렸다. 얼마나 크게 재채기를 했는지 허리가 끊어질 듯한 통증이 한동안 몸을 떠나지 않았다. 이윽고 안정을 되찾기는 했지만, 그 재채기 한 번으로 방 안의 풍경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방금 전에 맡았던 그 불쾌한 냄새가 평소에 그녀에게서 나던 향수 냄새를 떠올리게 했고, 그 순간 그 향수는 싸구려가 되어버렸다.방금 전에 말했듯이, 평소에 나는 상처를 입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나를 공격하는 자들에게 즉각적으로 역습을 가했다....내 마음속은 번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이렇다 하게 화가 날 이유가 없는데 화를 내고 있었고, 슬퍼할 이유가 없는데 슬퍼하고 있었으니, 필요 없이 고통받고 있었다...때문에 나는 격렬한 것을, 격렬함 그 자체를 찾고 있었다.>
과잉된 자의식...
소설이 난삽하여 가리사니 잡기가 어렵습니다그려.
문득 '기분'이라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기분에 속지 말자'고 다짐을 하지만 그 '기분'이란 놈에 종속된 의식을 어쩌지 못합니다.
내 기분이 나쁘면 세상이 우울하고 내 기분이 좋으면 세상이 밝습니다.
내가 아프면 세상이 아픕니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 (프로타고스의 말이던가요, 절대적 진리란 없고 인간에 따라 진리는 상대적인 것이다라는 뜻으로 알고있습니다만)
그러니까 '만물의 척도는 기분'이다라고 해서 지독한 망언은 아닐테지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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