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김포행 막차>>> -박철- (1,4,3,3,1)

카지모도 2020. 10. 28.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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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김포행 막차>

-박철 作-

 

***동우***

2018.04.05 07:35

 

시인 박철(1960~ )이 쓴 소설 '김포행 막차'

그는 같은 제목의 시도 썼습니다.

또 ‘김포행 막차’ 그 詩를 통기타 가수 신재창이 곡을 만들어 불렀지요.

유튜브에서 한번 찾아 들어보십시오.

 

++++

<김포행 막차>

-박철-

 

그대를 골목 끝 어둠 속으로 보내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의롭지 못한 만큼을 걷다가

기쁘지 아니한 시간만큼을 울다가

슬프지 아니한 시간만큼을 취하여

흔들거리며 가는 김포행 막차에는

손님이 없습니다

멀리 비행장 수은등만이 벌판 바람을 몰고 와

이렇게 얘기합니다

먼 훗날 아직도

그대 진정 사람이 그리웁거든

어둠 속 벌판을 달리는

김포행 막차의 운전수 양반

흔들리는 뒷모습을 생각하라고

+++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동우***

2018.04.06 00:18

 

클로즈 업된 한마리 벌레를 시작으로 점점 줌아웃하여 점점 점점 범위를 넓혀 이윽고는 우주 공간으로 끝없이 확장하는 영상을 본적 있습니다.

태양계를 넘어... 몇백 광년...

그런걸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살아 겪고 있는 이 현상계(現象界)라는 것이 너무나 하찮아 픽 웃음이 나올 정도입니다.

 

현실 속, 고통, 괴로움, 아픔, 무능력 가난 위축 미완 불안 두려움 비굴...

그래서 사람들은 고개를 위로 꺾어 밤하늘의 별들을 올려다 보는지도 모릅니다.

밤하늘 저너머 무한하게 펼쳐저있는 우주공간.

그 무한을 생각하면서 은하계의 주문을 외웁니다,

아무 것도 아니야... 지금 당하고 있는 이 따우 것들은...

왜소한 者의 자의식은 상승하여 우주의 드넓음으로 한줌 위무를 받는 것입니다.

<나는 그때도 하늘의 별을 생각했다. 내가 뭐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 그 기나긴 세월을 외롭게 달려와 저렇게 잠깐 빛나는 별도 있는데. 밤 하늘의 별은 내가 궁지에 몰렸을 때 늘 구석에서 쉽게 빠져나가는 길이었다.>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꿈일지라도.

보들레르의 미적 자의식. 그 호사스러운 날개가 아닐지라도.

++++

<상승>

-보들레르-

숱한 못을 넘고, 골짜기 넘고

산을, 숲을, 구름을, 바다를 넘어

태양도 지나고 창공도 지나

또다시 별 나라 끝도 지나

내 정신, 그대 민첩하게 움직여

파도 속에서 황홀한 능숙한 헤엄꾼처럼

말로 다할 수 없이 힘찬 쾌락을 맛보며

깊고깊은 무한을 즐겁게 누비누나.

이 역한 독기로부터 멀리 달아나

높은 대기 속에 그대 몸 씻어라.

그리고 마셔라 순수하고 신성한 술 마시듯,

맑은 공간을 채우는 저 밝은 불을

안개 낀 삶을 무겁게 짓누르는

권태와 끝없는 슬픔에 등을 돌리고,

고요한 빛의 들판을 향해 힘찬 날개로

날아갈 수 있는 자 행복하여라.

그의 생각은 종달새처럼 이른 아침

하늘을 향해 자유로이 날아올라

-삶 위를 떠돌며 꽃들과 말 없는 사물들의 언어를

힘들이지 않고 알아낸다.

++++

 

그리고 김포행 막차 차창 밖에도,

운전사 영규의 믿음직한 등짝에도 별이 흐릅니다.

하늘뿐 아니라 착한 우리세상, 처처(處處)에도 별이 흐릅니다.

가난한 시인들의 가슴 속에도 별이 흐릅니다..

후기 자본사회의 홍진(紅塵) 속에서 그나마 반짝거리면서 별이 흐릅니다.

아래는 박철 시인의 글입니다.

 

++++

동풍에 밀리듯 강화에 잠시 다녀왔다.

어느덧 길이 넓어져 더욱 지척이다. 머지 않으나 실상 유서 깊은 길이요, 몇몇 왕조가 몸을 숨기고 백운이나 서포의 체취가 서린 곳이다. 척살을 피해 만삭의 에미가 서포를 태중에 안고 길을 나서던 곳도 여기다. 아마 우리 집 앞을 지나거나 거룻배에 몸을 실어 염창이나 마포강으로 향했을 것이다.

벼르던 차에 함민복이 하는 인삼가게를 찾아나섰다. 늦장가에 가보지도 못하고 늙은 새색시가 궁금하기도 했다. 나는 그래도 번듯한 상점이려니 했으나 남대문 시장 옷가게처럼 두세 평 좁은 공간이다. 초지인삼센터라는 콘크리트 건물에 상점들이 틈틈이 줄지어 있고 내외가 마치 인삼처럼 나란히 앉아 있었다. 고향 친구라는데 정말 겉모습만 늙어버린 두 아이가 나란히 툇마루에 앉아 있는 모양이었다.

자리를 내주어 나는 앉고 함시인은 서서 이야기를 나눴다. 신경림선생의 어느 시에 나오는 것처럼 못난 것들은 얼굴만 봐도 반갑다는 그런 형국이었다. 인삼센터는 매우 썰렁했는데 이야기 도중 누가 앞으로 지나가자 함시인이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구경하세요"하며 어색한 한 마디를 던졌다. 손은 그저 지나치고 나는 순간 감전되듯 가슴이 아려왔다.

어느 글에선가 함민복과 나를 한데 묶어 가난에 대해, 청빈에 대해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어제도 얘기했지만, 거기서 내가 너보다 한 수 위로 써있더라고 얘기하자 크게 웃었다. 어떤 이는 그렇게 가난을 어거지로 미화시키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게으르고 무책임한 생활태도로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다고 다 성실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함시인과 내가 조금 다르긴 하다. 나는 처자식이 있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롭게 살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그게 잘 되지 않은 경우이다. 아마 둘다 책 읽고 글 쓰는 일에 집중하였으나 그게 바로 돈이 되지 않은 탓도 트다. 아니면 돈 버는 능력이 없어 글만 쓰게 되었거나.

함시인의 어색한 몸짓에서 가슴이 저린 것은 그나 나나 청빈이라기 보다 강팍한 이 세월에서 무능한 사내들의 막막한 부자유를 보았기 때문이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90년대 초 나는 한 견실한 출판사의 편집장으로 잠시 일한 적이 있다. <배짱으로 삽시다 >등의 처세술에 관한 책으로 지가를 올리던 출판사의 편집장을 이행할 배짱이 없어 좌불안석이던 시절이었다. 당시 그 용산의 길 건너 또 한 출판사에 김영승시인이 주간직으로 있어 점심시간이면 만나 서로 장터에 끌려나온 소처럼 뻐끔거리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런데 그때 역시 말은 안해도 우리 서로 느낀 바지만 일에 있어 너무 무능하다는 점이었다. 열심히 일해 하루가 다르게 사장에게 듬북듬북 돈을 안겨주고 싶으나 그게 잘 안되는 것이다. 기자 만나 고스톱 치며 돈 잃어주라는 활동비도 싫었고 가갸거겨 따지지 않고 유명세만 짜집기해 선배 동료들의 이름을 팔아먹는 것도 영 내키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그런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나 문제는 개인적인 연고로 그런 책을 내도 이상하게 당최 팔리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얼마 전 술 끊은 얘기로 김영승시인과 통화하며 그때를 회고했지만 아직도 서로 씁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함민복도 간이 안좋아 새해들어 술을 못마신다고 했다. 내가 우리 평생 먹을 술에 대해 숙제는 한 입장이니 이제 맛난 거나 좀 먹자 하니 곁에 섰던 늙은 새색시가 얼굴이 환해지며 맞아요, 맞아 하며 반색을 하는 것이다.

오늘 저녁엔 김영승시인에게 전화해 조만간 강화로 밴댕이회나 먹으러 가자해야겠다. 헤어지며 곧 밴댕이회 먹으러 온다하자 함시인은 지금 웅어가 좋다고 했다. 돈으로 치지면 꼭 밴댕이 같은 인간 서이 모여 사이다에 밴댕이회 먹는 꼴을 백운이나 서포가 내려다본다면 얼마나 처량할꼬!

인삼가게에 가 인삼은 못팔아주고 도라지가루 한 봉지 사가지고 왔다.

돌아오는 길엔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가게가 번듯하지 않아 좋았고 함민복의 서툰 상술도 곧 무르익을 것이다.

그러면 뭐하나, 인삼가게 여주인은 감기가 걸려 팔이 저리다고 하고 시인의 몸짓은 느려터지기만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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