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파리> -上-
***동우***
2012. 11. 7
오대양을 누비는 고래(鯨)의 유영은 무애(無碍)함이다.
망망대해에 산만한 덩치, 거칠 것 무에 있으랴. (아, 고래에게도 포경선이라는 천적이 있었겠구나.)
바닷속, 그 대척점에 해삼(海蔘)이라는 생물이 있다.
해삼은 평생동안 고작 몇 메타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나로 말하자면... 바로 해삼이다.
그 옛날 ‘김찬삼 여행기’, 근자에 읽었던 한비야 여행기.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는 그들의 여행담, 그건 해삼에게는 바야흐로 경이로움이 아닐수 없었다.
호기심은 남못지 않은듯 싶은데, 나는 싸돌아 다니는걸 썩 좋아하지 않는다.
도전적 기개도 없을뿐더러 돈도 없는 주제 꼴이라 여행이라는 것은 내게 서툴다.
출장이거나 이른바 패키지 관광이라는 것에 묻혀 어찌어찌 돌아다니기는 하였는데 게서 무에 쓸만한 것 건질수 있으랴.
죄다 주마간산(走馬看山), 스케줄에 쫓겨 예제로 몰려다니는 여정.
그저 피곤하거나 자주 술이 고프거나 어디 시원하거나 따순 곳 들어가 드러눕고 싶을 뿐이었다
적어도 김찬삼이나 한비야 정도는 되어야... 고답적(高踏的) 폼잡기가 아니라 그 수준이라야 모름지기 여행인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고급 여행가를 통한 간접여행(상상여행), 그로써 자족키로 하여 스스로 해삼적 기질(氣質)에 그냥 안돈키로 하였다.
내게는 매혹적인 여행가 세사람의 친구가 있다.
나의 분복(分福)이거니와 나는 그들을 사랑한다.
먼저 장만옥님. (실명은 말하지 않으련다. 젊은 시절 심상정 김문수등과 함께 노동운동에 헌신하신 분이라 아실 분은 아실 것이다)
장년 넘어 여행에 투신(投身)하신 분인데, 장만옥님이야말로 ‘한비야’에 버금가는 프로페셔널 여행가다.
그녀는 배낭을 꾸려 홀로 떠난다.
연간계획에 따라 목표를 정하여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는데, 한번 장도(壯途)에 오르면 보통 3개월~6개월의 여정이다.
시간단위의 타임스케줄과 동전 단위까지 고려한 예산, 그 치밀한 여행계획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중국어와 영어는 기본이고, 오로지 여행을 위하여 스페인어를 익힌다.
낯선 곳과 낯선 사람들을 사랑하는, 진짜배기 여행가가 바로 장만옥님이다.
올 초 부군을 여의셨다. (나증 사업가로 입신하셨지만 서울대 출신의 유명 노동운동가)
그래서 다소 뜨아하기는 한데 곧 장도에 올라 어느 지구촌 오지에서 내게 여행통신을 보내주실 것이다.
무릇 여행을 떠나려는 자는 장만옥님의 블로그 ‘보물찾기’를 들여다볼지어다.
그곳에는 <유용하기 그지없는> 세계여행에 관한 실질적으로 보물같은 팁이 널려 있을 것이다.
http://blog.daum.net/corrymagic
그 다음 냉이별꽃님.
냉이별꽃님은 진정으로 노래와 여행을 사랑하는 분이다.
음악교사의 신분으로 방학은 물론 틈만 나면 여행길에 오른다.
그런데 요즘에는 냉이별꽃님의 블로그 ‘꿈길 밖에 길이 없어’에서 음악만이 남고 여행기 카테고리는 비워 놓으셨다.
새로이 정리하신다고 하였는데 여태 게으름을 부리신다. ㅎ
음악과 여행이 어우러진, http://blog.daum.net/buddle0707
그리고 은비님.
장만옥님이나 냉이별꽃님은 나보다 연배가 다소 아래이지만, 은비님은 나와 같은(혹은 쬐끔 위?) 연배이신데, 감성나이는 나 따위의 딱 반절밖에는 되지 않는다.
감성 뿐이랴, 무용 스포츠등 취향에 이르기까지 그러하다.
지구촌 곳곳을 누비지만 은비님에게는 파리에 한정된 이미지를 부각할 수밖에 없다.
은비님처럼 구석구석 파리의 오의(奧義)를 꿰뚫고 파리를 사랑하는 분이 있을까?
그녀의 세련된 감성과 함께 글과 그림을 통하여 보여주는 파리는 상상여행가의 커다란 느꺼움일 것이다.
은비님은 일 년의 반은 어김없이, 으레 파리에 머무신다.
파리에서 공부한 두 따님이 파리에 정착하여 살고 있고, 더욱이 파리에는 외동손주(은비양)가 있다.
블로그 'cabin silver rain'
가득 정감이 스며있는 글들과 프로페셔널한 솜씨의 사진들.
거기에는 늘 촉촉한 감성과 사랑이 배어있다.
은빛 빗방울(銀雨)로 엮은 진주목걸이다.
파리.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 ‘길’이 말하였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도시는 없어.”
정말 파리와 같은 도시가 어디 또 있을까.
뭇 혁명과 온갖 정치적 실험. 그리고 예술과 사상.
근세사(近世史)의 서사(敍事)와 서정(抒情)은 파리에서 발아되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근간(近間)에 발자크와 위고의 파리를 읽었다.
그리고 근자에 내게 ‘파리’를 들려주는 3걸(三傑)이 있다.
첫째.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그 다음, <김현정 著 ‘설렘이 번지는 파리지성여행’>,
그리고 <‘은비님’의 블로그, 파리에 관한 300여편의 포스팅.>
***eunbee***
2012.11.07 09:21
며칠전 동우님의 말씀(위에 쓰신 3걸에 대한 언급)을 듣고 내가 포스팅해둔 '파리에서'라는 카테고리의 글을 심심풀이로 읽고 있습니다. 파리가 그리웁기도해서....
자기가 쓴 글은 자기 자식같다더니, 내글을 읽다가 문득 이런생각을 했어요.
'짧은이야기님 책보다, 그 어느누구의 파리기행문보다 내글이 나에겐 좋구나.
글을 쓰던 때의 추억이 그대로 생생하고....그날이, 그때가 한없이 그립고...' 그랬지요.
이 아침에도 눈뜨자 파리가족들의 이메일을 읽었습니다.
작은애는 은비이야기, 큰애는 공부이야기를 하면서 '엄마가 보고 싶어''엄마 얼른 와'
라는 말을 각자 끝머리에 썼네요. 딸들이 그립고, 파리도 그리운 나날입니다.
***┗동우***
2012.11.09 09:06
은비님의 파리,
스스로의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으로 만지작거리는 즐거움도 좋겠지만, 은비님.
그 글과 그림과 감성.
책으로 꾸며 낸다면 그 컨텐츠, 사람들에게 먹힐겁니다.
앞으로 책을 염두에 두시기를.
언젠가는 출판하실것이라 나는 믿습니다.
파리가 그토록 그립더라도 어쩌겠수?
말씀하신대로, 내년 2월 아드님 생일까지는.
조금 기다려 봄이 되면 쏘공원의 화향(花香)에 황홀해 하실 은비님일터인데. ㅎ
***┗eunbee***
2012.11.09 10:33
매일 매순간 오락가락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 매두려고 아예 항공권 예매를 결행했습니다. 그러고 와서 큰애에게 2월 25일 출발 티켓 사놨다했더니,"엄마가 온다고 하니 벌써 마음이 붕~뜨며 좋으네"라는 이메일, 그래서 그말 듣고는 다시 '그냥 이달말에 가 버릴까?'라는 흔들림이..... 이렇게 살고 있어요. ㅎㅎㅎ
매순간 파리로 날아가고픈 충동(?)에 흔들거립니다.
동우님이 멋진 소설을 한편 내시면, 그때 나도 출판이란 용기를....하하핫
***┗동우***
2012.11.10 23:48
은비님의 파리를 읽노라면, 은비님 파리 그리워 하는 그 당위의 마음 뉘 모르리오.
하하, 은비님.
내 글은 편편하지 않은 글, 죽었다 깨도 세간의 이목 탈 일 없으리이다.
은비님같은 여간내기나 읽어들 주시지.ㅎ
관리창을 들여다 보면 언제나 방문자 몇백 명, 천도 아니되는 페이지뷰...
언제나 들여다보아 주시는 은비님과 같은 벗들과 더불어 익명의 여러 님들....
그것만으로 나는 기쁘다오.
그러나 은비님의 컨텐츠는 많은 사람들에게 소구되는 매력이 있어요.
스스로는 모르시는가 본데, 은비님 문장 사진의 감각적인 매혹...
무작정 소녀적인 것도 아닌 나이 드신 여인의 감성이란 매우 유니크한 것이라우.
늘 책을 염두에 두시고 글을 쓰시고 사진을 찍으시우.
언젠가는 출판하리라, 하는 마음가짐.
설령 출판 아니하면 어떠리오.
스스로 생각하시는 것보다 은비님의 블로그는 상당히 고급스런 세련된 물건이라오.
***┗eunbee***
2012.11.11 06:37
고맙기도, 부끄럽기도, 춤추고 싶기도..해서
슬몃 웃고 가요.ㅎㅎㅎㅎㅎㅎ
***불루보트***
2012.11.07 19:34
정만옥 님은 잘 모르겠으나 김찬삼 님은 제가 조금 압니다....지금 막 잘라내야 할 손톱만큼 이지만 김찬삼님의 육성으로 듣는 이야기는 한편의 드라마보다 감동이었습니다.
한때 그분의 세계여행기는 여행의 교과서적 글들이었죠?
오늘 문득 동우님의 방을 노크해서 또다른 동우님의 모습을 보고 갑니다.
마치 막대기를 든 선생님이 몽둥이 대신 작은 회초리 들고 어르시는 것 같이 느껴져 참 편하게 글 읽었습니다.
그래서 동우님의 프로필/프로필이라해야 고작 13자지만^ㅎ/ 이상헌1947년생남자/....
왜 여기에 남자라고 붙여 놓았을까?...생각해보니 원래 어원이 이렇게 된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조 위의 귀염둥이 미녀에게 물어보려고도 생각했으나 세대차이가 느껴져 .........ㅎ
이상헌 1947년생 이상한 남자.ㅎㅎㅎㅎ
***┗동우***
2012.11.09 09:14
블루보트님.
우리 세대에 김찬삼 모르는 사람 없을걸요.
김찬삼, 그는 그 척박한 시대 홀로 세계를 누빈 영웅이었지요.
하하, 블루보트님.
내 돌아가신 어머니나 우리 손녀사진을 주로 대문에 걸어 놓는데, 그래서 나를 여자인줄 알까봐 프로필에 남자라고 명시하였다오. ㅎ
그리고 블루보트님, 어찌 아셨소? 그래.
이상한 남자.
맞아요. 한때 이름 빗대어 '이상한' 놈이라 불려지기도 하였어요.
스스로는 하나도 이상한 점 없었는데, 남들 보기에 이상하게 비추어 보인 구석이 있었던지. 하하하
***┗불루보트***
2012.11.09 09:28
ㅎ^
귀신은 소리없이 냄새 맡고 사람은 눈으로 냄새 맡는다 했습니다
저는 어느쪽인지 모르지만.....요^
날씨 흐립니다.
겨울 이벤트 하시지 마시구요....저처럼^
***┗동우***
2012.11.10 23:55
블루보트님의 겨울 이벤트.
나도 감기에 한번 걸리면 남보다 열배는 고생하는 처지랍니다.
빨리 끝내시기를.
하나 권하리다.
한 4개월전 인터넷으로 알게 된 디톡스요법.
오일 풀링.
기름으로 가글링 하기.
속는 셈치고 한번 해 보세요.
나는 약간의 고혈압, 약간의 콜레스테롤이었는데, 수치가 뚝 떨어졌어요.
답글로 장황하게 쓰는 것 보다.
검색창에 오일 풀링 처서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블루보트님.
나라는 사람 무슨 운수점이나 민간 속설같은거 도외시하는 사람이라는 거 아시지요? ㅎㅎ
***jamie***
2012.11.07 23:26
은비님과 냉이별꽃님은 (감히)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장만옥님의 블로그는 처음 듣네요.
은비님은 똑같은 사진에도 정감을 느낄 수 있어 좋구요,
(그 분의 글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은 것은 물론이구요!)
냉이별꽃님의 고운 음성의 노래는 가끔 가서 여러번씩 듣고 나와요.
(따뜻한 마음의 불씨를 되살리는 효과를 주거든요.)
저는 프랑스, 불어에 대한 동경이 있는 편이었는데, 오래 전에
프로방스 지역을 구경하고는, 그 고즈넉한 풍경에 또 반했거든요.
왜 프랑스에 인상파 화가들이 마구마구 탄생했는지...이유가 있어요.
제 남편...프랑스에 동경을 가진 저를, 좀 속물 취급했었는데,
ㅎㅎ, 지난 겨울에 어쩌다 샹송에 반해서 불어 열공 몇 개월에
지금은 프랑스 팬이 되었답니다. (마이 페어 레이디에...일라이자의
블루칼라 부친이 나중에 준 귀족처럼 차리고 돌변하는 장면이 연상되죠.^^)
프랑스의 매력, 파리의 매력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예요~
***┗동우***
2012.11.09 09:22
제이미님.
내게도 은비님의 글이나 사진에서 느껴지는 정감은 참 독특한 것입니다.
냉이별꽃님의 노래는 나도 즐겨 듣고 있거니와, 이 냥반의 고양이 사랑 또한 유별나지요. ㅎ
길냥이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시는 분.
프랑스, 프로방스의 햇볕은 그 색깔이 다르다지요.
제이미님.
부군께서 프랑스에 동경을 가진 아내를 좀 속물 취급하셨다는 대목에서 슬몃 웃었다가..
정작 자신이 샹송에 반해 불어공부에 열을 올리시고 급기야는 프랑스 팬이 되셨다는 대목에서 후후 웃습니다.
마이 페어 레이디의 일라이자 부친에 이르러서는 우스꽝스러운 장면 연상되어 떠올라 하하 웃습니다. 하하하
<파리> -中-
***동우***
‘미드나잇 인 파리’
유쾌한 영감쟁이 ‘우디 앨런’이 만든 낭만적인 영화, 한마디로 '파리'의 '파리'에 의한 '파리'를 위한 영화였다.
‘오웬 윌슨’과 ‘마리옹 꼬띠아르’ 출연.
‘오웬 윌슨’이 환상으로 ‘벨 에포크’를 겪었듯이, 나는 꿈결처럼 이 영화를 감상하였다.
은비님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리움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비에 젖은 알렉산드로 3세 다리의 풍광.
그 리얼리즘은 어떤 것이길래.
<파리는 비가 오는 날 더욱 아름답습니다. 고풍스런 파리의 거리는 더욱 그 오래된 아름다움이 짙어집니다... 알렉산드로 3세 교 위에 주인공이 서 있던 바로 그 자리에서 나는 늘 에펠탑을 바라보고 밤이면 싸인스타 순간을 기다리지요.>
으흠, 이 영화.
내 얘기는 부질없다.
‘다음’에서 업어 온 스틸(still) 사진들과 우리 책부족 ‘호호야’님의 리뷰로 땜빵하련다.
호호야님 <미드 나잇 인 파리>의 포스팅.
http://blog.daum.net/touchbytouch/16847773
다음, 이 책을 권하지 않을수 없다
<설렘이 번지는 파리지성여행>
잡지사 기자로 일하는, 은비님의 젊은 친구 ‘짧은 이야기(김현정)’님이 쓴 책이다.
파리의 곳곳, 개개(箇箇)에 스며있는 파리의 뒷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져 있는 알찬 쌈지주머니.
저자의 귀에는 <파리에는 어디를 가나 이야기가 들렸다.>고 한다.
역사적 현장들에서 들려오는 유장한 서사들.
책을 따라 파리를 걸으면서 저자처럼 보고 듣고 느낀다면 최상의 파리여행이 아닐까 싶다.
역사적 서사와 감성이 어우러져 만든 지성적인 여행...
노트르담 성당,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하여 들어오는 환상적인 빛, 10세기 이전 로마네스크 양식에서는 꿈도 못꿀 건축기술, 플라잉 버트레스 기술로 가능하게한 고딕양식이라는...
나폴레옹의 자기과시로 건축한 개선문... 저자는 해질녘의 돌이 연출한 '꿀색'의 그 색상에 활홀해 한다. 꿀색이 어떤 색감인지, 황금색보다 진한 색감으로 그려 보지만..
호사스러운 극장 오페라 가르니에 대목, 내게는 저자의 목소리에 오버랩되어 발자크의 목소리가 들렸다.
<센강 좌안의 생제르맹 구역은 귀족의 영역은 더없이 세련된 취향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고급 극장들은 열광하는 관중들로 넘치고, 인기절정의 이탈리아 극장이 로시니 오페라의 화려함과 활력으로 열광하는 딜레탕트들을 끌어 당긴다. 한편 센 강 우안 소세당탱 구역에서는 금융 부르주아 계층이 자본의 축적을 바탕으로 그 세력을 막강하게 늘려가는 중이다, 투자로 부가 증가하면서 그들의 욕심도 늘어난다. -고리오영감->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의 퐁네프 다리.
'비포 선라이즈'의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
생 라자르역의 모네.
몽마르뜨르의 로트렉.
몽수리공원, 뤽상부르 공원에서 만나는 마리 드 메디치.
아, 콩시에르주리에 갇혔다가 콩코르드광장의 길로틴에 목이 잘린 마리 앙투와네트.
파리 코뮌의 얘기도 들린다.
보주광장 빅토르 위고.
팡테온....
그리고 루부르를 비롯한 여러 미술관에 걸려있는 그림 얘기들.
수십만점의 파리소재 미술관의 소장 작품들을 죄 섭렵하기란 애시당초 무망한 노릇, 효율적인 감상을 원한다면 “짧은 이야기님‘을 따라갈 내기다.
책에 실린 '섬 네일(thumb nail)'의 작은 그림들은 일종의 아이콘들, 클릭하면 필경 서가에서 화집(畵集)을 꺼내어 펼치게 만드는.
(책을 활짝 펼치기에 저항이 완강한 좁은 판형의 제본은 좀 불만이다.ㅎ)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탄압을 규탄하는 시위 현장에서 경찰과 마주쳤다. 촛불을 든 참가자 중에 프랑스인도 보였다. 어떤 생각으로 나왔는지 물어볼겸, 그 쪽으로 다가가 사진을 찍는데 경찰이 제지했다. '어느 나라든 경찰은 사진 못찍게 하는게 직업이야?'하는 반발이 들었지만 남의 나라 일인지라 그저 이유를 물었다. '원칙적으로 시위현장은 촬영이 금지돼 있다' 정도의 뻔한 대답을 기대하면서. 그러나 경찰의 대답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이들 중에는 불법체류자도 있습니다. 당신이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그 사람에게 불이익이 닥칠수도 있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프랑스에도 바보는 많거든요." -책의 내용중->
일개 경찰의 생각에도 이와 같은 인권적인 배려의 마음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으흠, 대한민국이 그러하려면 몇십년의 세월이 필요할까.
혁명과 반혁명, 그런 피의 실험이 있은 연후에야 비로소 이르게 되는 생각들일까.
그리고.
'은비'님의 파리 이야기.
'짧은이야기님'의 책이 ‘파리지성여행’이라면 ‘은비님’의 300여쪽에 이르는 파리에 관한 블로그 포스팅은 ‘파리감성산책’이라고 하는게 좋겠다.
이 이를 고무(鼓舞)하는바, 언젠가는 파리이야기 뿐 아니라 천쪽이 넘는 여러 나라에 관한 컨텐츠, 그 글과 사진들을 책으로 출판하시라.
은비님은 엄밀한 의미에서 파리지엔느가 아니지만 그러나 두 따님네와 외동손주가 살고 있거니와, 파리는 이 이의 고향이나 진배없다.
은비님도 파리가 자신의 제2의 고향이라고 서슴없이 얘기한다.
이 이가 들려주는 파리얘기는 파리의 속살을 체득(體得) 심득(心得) 감득(感得)한 사람이 자신의 감성을 실어 조곤조곤 들려주는 결이 고운 속삭임이다.
특히 손수 찍어 올린 사진들은 그림으로서도 훌륭하다. (파리의 가로등만을 찍은 페이지도 있다)
폐기된 고가 철로를 단장하여 만든 파리12구의 라벤더 꽃무리 화사한 산책로는 세느강변보다 더 좋다고 하는데.. 그 아래 몰려있는 예술가들의 공방과 엔티크 가게와 부띠끄..
그곳에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노숙자도 있나 보다.
<귀엽고 앙징스럽게, 그러나 그 누구도 범접치 못하는 근엄하고 자신감 있는 자세>
외동손주 ‘은비’양 (은비님의 닉네임은 손주로부터 차용)의 승마자세는 할머니에게는 얼마나 근사한 모습일까. (하하, 마상에 높이 앉은 내 손주 비니를 그려 보았다)
그런데 삐까번쩍한 부르주아가 아닌 꼬마 아가씨의 승마라니.
프랑스는 그것이 가능한 나라인가 보다.
<적은 돈으로 그처럼 좋은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는 그 나라의 기회의 풍요로움이 참으로 부럽다. 그들의 생활 모습은 철저하리만큼 근검하며, 소박하고 건전하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남에게 쓸데없이 신경쓰지 않고 자기 삶의 철학대로, 깊이있고 품위있게 인생의 진정한 가치로움이 무엇인지를 알고 살아가는 그들에겐 국가에서도 그렇게 많은 기회를 주어, 질 높은 생활을 영유할수 있게 하고 있다, 부럽기 그지없는 것은 그 기회가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것이다.>
노트르담 성당은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서 느낌이 그렇게 다른가 보다,
‘생 미셀’ 메트로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 부근의 작은 공원에서 바라보는 노트르담.
그리고 노트르담의 종소리는...
<메트로역 계단을 올라 노트르담성당 앞에 섰습니다. 종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노래를 불러다오..댕그렁-댕그렁- 그 종소리는 단순한 울림이 아닙니다. 한꺼번에 수십개의 종이 와그르르르 소리를 쏟아내며 이리저리 몸을 뒤채이는 종들의 움직임이 보이는 듯 합니다. 열명의 콰지모도가 한꺼번에 종에 매달려 종소리의 대합창을 연주하는듯.>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소리 또한 이 이에게는 사랑이고 그리움이다.
<노트르담 성당의 종소리. 그 종은 나의 친구 내 연인들. 이 마음 전해다오 큰소리로 울려다오. 그녀가 살아있다면, 오, 나의 에스메랄다! (은비님에게서 베껴 쓴 뮤지컬 ost의 가사)>
은비님은 알렉산더 3세교의 단골이다.
알렉산더 3세 다리 가에 줄지어 늘어선 로코코풍의 예술적인 가로등들.
<매일 해질녁이면 다리 위로 갔지요. 다리 위의 아름다운 가로등에 언제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지 매일 체크를 하면서, 느리게 불빛이 점점 밝아오는 모습을 보고 또 보았답니다.>
<어린 왕자가 떠난 별에서 점등하는 사람을 상상하며, 다리위 양 쪽에 한줄로 늘어선 예쁜 가로등에 점등되는 불빛을 바라보는 순간은 내겐 참으로 행복하고 동화적인 시간들이었습니다,>
마롱(마롱은 일종의 밤(栗)나무인지)의 계절에는 그 열매로 손주와 공기놀이를 한다.
눈이 귀하다는 파리의 설경 그림들은 파리지앵 아닌 눈이 귀한 부산사는 내 눈맛에도 싱그럽다.
에펠탑.
<사진으로 담아낼수 없는 아름다운 불빛, 매시 정각부터 10분 동안 에펠탑은 수만개의 별들에 휩싸여 꿈결 속을 나릅니다.>
<에펠탑과 앵발리드 사이의 파리 7구에서 우리 큰 따님이 파리 유학생활을 시작했다우. 에펠탑은 제게는 그리움입니다.>
세느강.
<세느강은 언제나 그렇게 구정물 빛깔로 느릿느릿 흐르고, 바토무슈는 휘황한 불빛을 보석처럼 매달고 파리의 밤을 간지럽힙니다.>
세느강에는 갈매기도 나른다.
<애처롭다. 고향을 놔두고 온 연변사람 조선인들 같아...>
밤의 세느는 강안의 콩시에르주리의 지붕이 예쁘다. (콩시에르주리는 무시무시한 감옥이었다는데.)
계절 따라 다양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쏘 공원(Le parc de sceaux).
뤽상부르그 공원... 몽빠르나스 묘지의 묘석 사이를 걷는 고즈넉함.
마로니에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4월.
고양이의 천국 파리.
개똥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안토니거리.
생 루이섬의 아이스크림....
새것이 들어서도 파리는 언제나 같은 모습의 파리라고 한다.
<그런데 그들 새것과 오래된 것들은 여간해서 구별하기가 어렵습니다.>
은비님의 큰 따님(남편은 프랑스인)은 백년쯤 묵은 고색창연한 프랑스풍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
하, 백년 묵은 아파트라니.
고작 20년쯤만 지나면 상전벽해, 옛날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는 철거재개발로 점철되는 대한민국의 도시 풍경이 떠올랐다.
게다가 아파트 7층에서 창너머 집집마다 지붕위의 굴뚝들이 바라 보인단다.
굴뚝, 한반도에 굴뚝있는 집 몇이나 되려나.
언감생심 이 나라의 어느 지붕에서 ‘메리 포핀스’를 꿈꿀수 있으랴.
나부터 나를 들여다 보니, 이 한심함이라니.
아파트 철문을 닫아걸면 그대로 고립된 섬이다.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 옛날처럼 동네친구라는게 있을까.
거기에들 틀어박혀 구가하는 행복이란 어떤 모습들인지.
파리에서는 아파트의 이웃끼리 축제를 벌인다.
<핑계만 있으면 뭔날 뭔날 만들어서 놀아요...어머니날 아버지날 음악축제의 날 영화의 날..아파트 일층에 마련된, 평소에는 회의실이나 그런 장소..어른 애 할 것 없이 먹고 마시고 얘기하고...삶의 가치를 높이며 항상 멋진 일상을 만들어 내는..자기의 생을 빛낼줄 알고 타인을 사랑하고 소중스럽게 대하는..인종 국적 상관없이..>
봄이 무르익으면 잔다르크 거리의 쥐똥나무 향기에 취한다.
새소리에 잠이 깨는, 파리의 아침을 맞는 은비님은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음메, 행복한거.>
흐음, ‘저녁이 있는 삶’이 대통령 출마의 캐치프레이즈가 되어야 하는 우리 대.한.민.국.
저 분주한 걸음들, 핏발 선 눈망울들, 쉰 목소리의 구호들.
행복하려고들 그러는가.
무엇이 행복인가.
대한민국의 행복은 어떤 모습일까.
나에게 내가 자꾸만 묻고 싶다.
그러나.
은비님 얘기를 들어보면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의 기둥 아래에는 행려병자가 누워 있다고 한다.
노숙자와 도둑도 만만치 않게 있는 모양이다.
68혁명은 ‘모든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라는 모토로 프랑스에 극도의 개인주의를 정착시켰다.
그리고 그것은 극심한 혼돈을 가져 오기도 하였다고 한다.
교권은 무너지고,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가지각색의 이슈를 들고 수시로 파업과 태업과 시위를 벌인다.
시민으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을 터이다.
그러나 1789년을 기점으로 하여 인간정신이 드높게 고양(高揚)된 그 현장이 바로 파리이다.
파리의 대기에는 자유와 평등과 박애의 정신이 배어 있다.
그 대기는 결코 부패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파리지엔느는 아니지만, 파리의 대기를 익숙하게 숨쉴 줄 아는 은비님은 이렇게 말 할줄을 안다.
<나는 이 나라의 노동자를 철저히 보호하는 법과 그것을 시행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프랑스의 수준높은 국가의 실체를 존경합니다.>
빅토르 위고.
위고는 파리의 골목골목과 술집들과 지하수도 심지어 건달패와 부랑아들까지도 혁명의 숨결로써 사랑하였다.
<파리의 부랑아는, 여기서 강조해 두거니와 표면상으로는 확실히 마멸되고 상처 입고 있지만 그 내부에는 거의 아무런 상처도 없다.
프랑스 민중혁명의 찬란한 성실성 속에 빛을 떨치는, 생각만 해도 멋진 사실은 바닷 속에 포함된 염분과 마찬가지로 파리의 공기속에 포함된 관념이 만들어 내는 일종의 비부패성 때문이다. -레미제라블->
<파리에는 비상한 쾌활함이 있다....
파리는 당당한 위용을 지니고 있다.
파리는 세계를 해방하는 훌륭한 7월14일을 가지고 있고, 모든 국민에게 테니스코트의 선서(헌법제정일의 맹세)를 하게 하고, 8월4일 밤(1789년 이날 밤 귀족의 특권폐지가 결의되었다)에는 불과 세 시간 만에 천년의 봉건 제도를 허물어뜨렸다....
파리는 그 빛으로 각국의 독립투사를 가득 고무하여 준다.
워싱턴을, 코스큐스코(러시아에 대한 반란을 일으킨 폴란드 장군)를, 볼리바르(스페인의 지배를 물리치고 볼리비아를 세운 장군)를, 보싸리스(그리스 독립전쟁의 영웅)를, 리에고(스페인 장군이며 애국자)를, 벰을, 마닌(오스트리아 지배에 저항한 이탈리아 애국자)을, 로페츠를, 존 브라운(미국의 노예 폐지론자, 교수형에 의한 그의 죽음으로 인해 남북전쟁이 촉발되었음)을, 그리고 가리발디(오스트리아 및 나폴리 왕국과 투쟁한 이탈리아 애국자)를. -레미제라블->
<파리는 미래의 불이 켜지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에든 존재한다.
1779년에는 보스턴(1773년에 일어난 미국 독립전쟁에 관한 사건)에, 1820년에는 레옹섬(1839년 니카라과 공화국 독립에 앞서는 사건)에, 1848년에는 뻬스트(항가리 독립)에, 1860년에는 빨레르모(이탈리아의 통일)에 빠리는 존재했다.
피리는 지상의 위대한 것을 빛나게 한다.
바이런이 미쏠롱기에서 죽고, 마제트(페스트를 연구한 프랑스 의사)가 바르셀로나에서 죽은 것은 파리의 입김에 불려간 것이다.
파리는 미라보의 발 아래서는 연단이 되고, 로베스삐에르의 발 아래서는 분화구가 된다.
파리의 책과 연극과 예술과 과학과 문학와 철학은 인류의 지도서이다.
파리는 빠스깔, 레니에, 꼬르네이유, 데까르트, 장 자끄 루소를 가지고 있고, 매 순간을 통해서 볼떼르를, 각 세기를 통해서 몰리에르를 가지고 있다.
파리의 지붕 위로 올라오는 연기는 세계의 사상이다....
단호하게 행동할 것, 진보는 이것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웅대한 정복은 많든 적든 모두 대담성의 대가이다.
혁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몽떼스끼외가 혁명을 예감하고, 디드로가 그것을 설명하고, 보마르셰가 선전하고, 꽁도르세가 계획하고, 아루에(볼테르)가 준비하고 루소가 깊이 검토하는 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하다.
당똥이 그것을 단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과감하게!”라는 이 부르짖음은 이른바 성서의 “빛이 있으라”이다.
파리는 행동하였다. -레미제라블->
파리 사람들의 꿈과 피로써 이루어 낸 자유와 낭만, 그리고 삶의 품질에 대한 생각들.
파리라는 도시.
우물안 개구리, 보잘 것 없는 지성과 감성이 근자에 파리를 좀 느꼈는가..
두서없이 지껄였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감상과 여행기 <파리지성여행>의 일독을 권한다.
'은비'님의 블로그 'cabin silver rail'의 카테고리 <파리에서>를 강추한다.
***eunbee***
2012.11.09 12:27
우와~ 오래 블로깅을 하다보니 이런 친구(내게는 넘치는)를 만나게 되었고
그런 귀한 친구에게(고매한 문화취향과 예리한 독서감성을 가진)이런 극찬을
받는 날도 있네요.
내가 만일(만일!!!) 책을 낸다면 서평이나 추천글을 동우님께 부탁합니다.
그럴날이 올까만은.....ㅎ
엄마, 그림 열심히 그리셔, 그러면 70이 되는 때 근사한 전시장 빌려서
전시회 열어드릴게~
이것이 그림을 시작한 엄마에게 한 아들 말이었지요.
그러나 게으름쟁이 나는 아무것도 하는것이 없어요.
그나저나 저 눈물나도록 벅찬 칭찬의 글에 부끄러움과 감사함을 표하고 싶네요.
아까는 와서 눈물 조르르르 흘리며 읽고(파리가 그리워서, 딸들과 은비가 보고
싶어서이기도 하겠지만요) 다시 이렇게 와서 차분한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이제 밥 한술 뜨고, 산에 오를 참입니다. 요즘 부쩍 산이 오르고 싶어지네요.
먹어도 먹어도 배도 고프고요. 아무래도 욕구불만인가 봐요. 심각한 정신병증세.ㅋㅋ
아드님이랑 따스하고 행복한 날 되세요. 동우님!
***┗동우***
2012.11.11 00:01
하하, 은비님 웃습니다.
스스로 욕구불만을 느끼시는 은비님,
얘기했잖아요?
나보다는 적어도 반절쯤 접어야 하는 젊은이라고.
그게 바로 은비님의 에너지, 리비도의 역동이라오. ㅎ
***eunbee***
2012.11.10 21:16
스크랩합니다. 큰 기쁨과,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을
이곳에 남겨두고....^*^
***┗동우***
2012.11.11 00:03
천 쪽이 넘는 은비님댁 회랑 나는 다 돌아보지 못하였지만.
쥔장께서 한번 느긋하게 돌아 보면서 반추해 보시우.
스스로도 느끼실터, 썩 괜찮게 지어진 로코코 궁전일터이니.. ㅎ
***┗eunbee***
2012.11.11 06:43
녜~ ^^
***jamie***
2012.11.14 01:14
은비님의 스크랩에서 한 번 읽고,
오리지날로 다시 한 번 읽고 갑니다.
은비님의 블로그도 엄청 멋지지만,
그녀를 소개하는 동우님의 힘있고 명료한 문체도 참 멋지십니다.^^
***┗동우***
2012.11.15 06:04
기분좋게 하시지만, 제이미님의 말씀,
간지럽고 쑥스러워요.
그만하세요. ㅎ
한반도 남녘도 날씨가 부쩍 차워졌습니다.
뉴욕에는 폭설이 내렸다는데, 버지니아 제이미님의 숲에도 눈이 내렸다면 그 또한 장관이겠어요.
어린 시절 정능의 우리집 세퍼드 존은 하늘에서 눈이 내리면 그렇게 좋아 날뛰던데.
눈을 대하는 까밀의 표정은 어떨까.
고양이는 눈을 썩 좋아하지는 않을듯. ㅎ
***저녁산책***
2012.11.16 08:36
동우님 권유에 은비님 블로그에 다녀왔는데.ㅎㅎ
또 입장료 안내고 다닐수 있는 완전 멋진 대박 블로그 발견.ㅎ
감사합니다. 동우님^^
은비님의 알뜰살뜰한 애정과 곰삭은 내공이 깃든 블로그에 반했습니다^^
***┗동우***
2012.11.17 04:57
저녁산책님.
지금 내 방에는 윈도우 이중창을 열어, 저녁산책님댁 정원의 피아졸라의 망각이 울리고 있다오.
인터넷이란 발명품은 젊은이들에게는 공기와 같은 필수재일 법 하지만, 늙은 내게는 하나의 축복입니다.
이리도 손쉽게 접하는 판타지....
좋은 사람들, 아름다운 것들과의 커무니케이션.....
그 옛날, (으흠, 생각해 보면 그렇게 옛날도 아니로군요. 내게는 불과 10~20여년 남짓의 지난날) 꿈도 꾸지 못하였던 현실 속의 판타지가 아닐수 없어요.
저녁산책님댁이나 은비님댁이나...
지금은 드보르작 신세계 4악장..
여명의 주말입니다.
저녁산책님의 좋은 날.....
***베로니카***
2012.11.16 21:11
참 멋진 블로그친구님들이십니다
멋진 소개 감사하구요..
아유 파리가 배경인 영화하면 많고도 많지만
퐁네프의 연인들..이란영화 너무 생각나요..
그녀 그리고 그..그 둘이 말입니다..
여기도 비가 옵니다
비오는 낙엽진 거리..영화라도 찍으면 좋을까나싶습니다 ..
***┗동우***
2012.11.17 05:08
몰래 엿보곤 하는 베로니카님 댁.
모처럼 새로운 포스팅 올라왔더군요.
잠시 슬쩍 고풍 그윽한 정원의 그림 엿 보았습니다.
베로니카님도 참 멋진 블로그 벗이시지요.
퐁네프의 연인들..
여자가 떠나자 퐁네프의 거렁뱅이 남자는 손가락에다 권총을 쏘지요.
그 때의 대사가 기억납니다.
"아무도 내게 잊는걸 가르쳐 주지 않았어!"
라스트 시퀜스.
불꽃놀이, 잔치가 벌어진 파리의 하늘...환호하는 알렉과 여자(이름은 기억나지 않아..ㅎㅎ)
은비님은 비오는 파리를 그토록 좋아하시는데, 내 기억 속 전주라는 도시도 가을비가 썩 어울리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비오는 낙엽진 거리... 영화도 좋겠지만 베로니카님은 그림을 그리시지요.
주말의 부산.
저 海原에도 비 내리면 가을 정취가 진하려나...ㅎㅎㅎ
좋은 주말을, 베로니카님.
<파리> -下-
***동우***
2014. 6. 20
'PARIS MON AMOUR'
내 사랑 파리.
어제 프랑스로부터 우송되어 온 벽돌처럼 묵직한 책을 받았습니다.
프랑스에 체류하고 있는 친구가 보내주신 선물입니다.
포장봉투를 뜯기 전부터 느껴지는 내용물의 그 부피감은 우정의 달콤함이었고 그 무게감은 묵직한 기쁨이었지요.
25cm X 33cm 짜리 큰 판형의 240 페이지 짜리 사진집.
'PARIS MON AMOUR'
그 친구는 몹시 '파리'를 사랑하는 분이지요.
떠났다가도 그이가 회귀하는 곳은 언제나 파리더군요.
연어처럼.
친구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파리 이야기.
그 색감은 여태 눈과 귀와 감성에 조금도 지루한 바 없었지만, 또 이토록 내게 파리의 속살을 보여주면서 파리 자랑질(?)이 낭자하십니다그려. ㅎ
내 사랑 파리.
근세 역사의 현장과 파리의 픙광과 사람들과 살이의 모습들.
어떤 작품들은 현장성으로 어떤 작품들은 예술성으로 두루두루 포스가 넘치는 책입니다.
오늘 새벽 두시간여 세세히 감상하였습니다.
품격있는 그 영상들이 머릿속 가슴속에 아련하고도 깊이 남아 있습니다.
열네 부분으로 편집되어 있는데. 불어와 영어와 독일어로 씌여진 해설파트야 까막눈에게는 돼지발의 진주.
전부 유명작가들의 흑백 사진들입니다.
1. 파리의 거리,
2. 파리의 공원과 정원,
3. 파리의 연인들,
4. 선술집 (bistros) 풍경,
5. 파리의 풍경, 공연, 전시,
6. 파리지엔느 ,
7. 파리의 아이들,
8. 움직임들,
9. 저항 (레지스탕스),
10. 파리 코뮨,
11. The front Populaire,
12. 나치점령 과 해방,
13. 68년 5월의 저항운동
그 이의 파리를 사랑하는 마음 전하고 싶고 오늘 새벽 감상한 내 느낌 또한 맛뵈기로라도 나누고 싶어서 몇 장면 찍어 올립니다.
고급 사진 작품을 스마트폰 따위 저급한 기계로 전등불 밑에서 찍어 올린다는게 원본을 훼한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닙니다만, 해량하여 주십시오.
+사진+
작가 이름 생략 '1860~1970' 즈음 촬영 '로얄 루'
+사진+
1929년 촬영, '거리의 아크로바트'
이 사진을 보니 영화 '라비앙 로즈'가 생각납니다.
길거리에서 아크로바트 하는 아버지곁에 서서 노래하는 꼬마 에디뜨 삐아프.
+사진+
1963년 "빵과 사내'
파리 노동자 풍의 저 사나이, 왼손에 쥔 바케뜨는 그의 조반일까.
+사진+
1988년, '에펠'
아중 노출로 촬영한 건가, 에펠탑이 앙코르와트의 천년묵은 유적같네.
+사진+
1951년, 목마타는 소녀.
옛날 서양인형 같다는 모습이 이러하였지요, 1951년 내가 4살 때 우리나라는 전쟁중.
+사진+
1949년, '줄리엣 그레코와 마일즈 데이비스'
줄리엣 그레코, 상당한 미인은 아니지만 그녀의 분위기는 천상 파리지엔느.
+사진+
1910년, 성장한 파리지엔느
+사진+
1918년, '거리의 소년'
이보다 한세기 쯤 전, 레미제라블의 '기브로슈'도 이런 소년이었을 것.
+사진+
1955년, 입성은 가난해 보이지만 아, 이뻐라 표정.
+사진+
1980년.
아무도 없는 지하도에서 연주하는 바이얼린.
어떤 선율일까.
+사진+
1977년.
메트로 안의 저 전등 스탠드는 웬 것?
+사진+
1936년, 이 사진은 작가를 말해야지요. 그 유명한 로버트 카파 작품이로군요.
삼색기를 든 소년, 아버지를 목마탄 것일까요.
+사진+
1940년, 나치의 파리 점령.
+사진+
1944년, 부부 레지스탕스.
+사진+
1944년, 드디어 파리 해방.
+사진+
1968년, 기성에 저항하는 파리 학생운동.
대단하였다지요, 60년대 말의 세계적인 학생운동.
체 게바라와 마오쩌둥이 저들의 영웅.
+사진+
1968년.
파리는 언제나 정신사적 역사의 현장.
+사진+
1968년.
기성을 향한 조롱, 젊은이들의 마음이 바로 이러했을겁니다.
+사진+
1935 년.
은비님과 은비님의 작은 따님이 좋아하는 사진.
내 감성이 미치지 못하는 파리지엔느 모녀의 감성...
+사진+
1982 년.
연인들.
+사진+
1950년
이제 우리나라에서 이런 장면 연출한다고 잡아가지는 않겟지요?
++++
***우이동***
2014.06.20 08:46
동우님
스마트폰으로 옮긴 사진이지만 작품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언젠가 다른 곳에서 본듯한 눈에 익은 사진도 있어요.
동우님께 사진집 보내주신 절친분이 누구신지 독자들은 알아요. 바로 eunbee님. ^^
***┗동우***
2014.06.21 04:57
우이동님이 눈에 익은 사진도 역시 서사적 기록사진일 것.
이 사진집.
리얼리틱한 서정이 물씬 풍겨나는 사진도 많답니다.
흑백사진의 깊이는 칼라와는 다른 맛이 있어요. 확실히.
***송현***
2014.06.20 14:37
그간 뜸 하였다가 모처럼 동우님께 들려 눈이 횡재를 합니다 ㅎㅎ
동우님 좋아하시는 환하신 모습 그려봅니다 ^^
사진은 허구지만 영원한 실제 같아서 좋습니다
***┗동우***
2014.06.21 05:01
오랜만, 송현님.
저 저화질의 사진에 눈이 횡재하신다니.
치레의 말씀이라도 기분 좋습니다.
뜸하기는 내가 더하였지요?
근래 통 이웃 블로그 마실을 안하고 있거든요.
스마트 폰으로 가끔 들여다보기는 하지만.
내 마음이 근자에 좀 어수선한가 봅니다.ㅎㅎ
송현님의 인사동도 여일하시고, 동경 멜론님도 여전하시겠지요?
조만간 마실 다니겠습니다.
좋은 주말을.
***eunbee***
2014.06.20 18:03
동우님.
변명 늘어 놓아야겠어요. 동우님이 저리도
보내드린 허름한 인쇄본의 책에 대해 좋게 말씀하시니 변명을 아니할 수 없답니다.
우선 그 책은 인쇄가 다소 떨어집니다. 우리네들이 여행지 뮈제에서 흔히 살 수 있는 그 명화들 사진집처럼요.
사진을 공부하시고 좋아하시는 동우님 눈에는 얼른 들어오는 그 허름한 상태의 책.
그래도 나는 파리에 대한 사진이 모여있고,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파리의 이런저런 기록들을 한권의 책으로 책장을 넘기며 만날 수 있어, 동우님께 보내드리고자 했답니다.
포장상태와 책 인쇄상태는 어쩜 그리도 닮았는지요. ㅎㅎㅎ
그래도 무더운 날 땀 뻘뻘흘리며(이곳에서 그러기도 쉽지 않은 날씨와 상황) 4kg을 채울만한 두 권의 책을 들고와 한 권은 나중으로 미루고(왜? 우체국에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부칠 때의 행복함을 두 곱으로 느끼려고 ㅋㅋ)
내 나라의 그 편리하고 다양한 포장 또는 배달의 수준을 못따르는 이곳의 여건을 한탄하며, 프랑스 마담 미미의 도움으로 그렇게 흥부네집 누더기 모양새의 우편물을 보낼 수 있었지요. 그래도 얼마나 즐거웠던지요.ㅎㅎㅎ
덕분에 미미라는 매우 상냥하고 친절한 아티스트와 친구가 된 행운도 얻었고요.^^
동우님은 늘 나를 감동케 합니다.
그러한 책을 저렇게 포스팅해 주시다니...
그리고 동우님의 시선으로 다시 저 책을 펼쳐보았답니다. 방금 전.ㅎ
은비엄니와 나는 178페이지의 그림이 좋다는 둥,1950년의 노동절 은방울꽃 가판대와 1968년의 그것을 비교하며
(34페이지) 어쩜 지금이랑 똑같애,,하는 둥, 파리를 잘 알고 있는 눈으로 보니 넘넘 좋은 사진첩이네,라는 둥,
전혀 동우님의 시선과는 다른 각도로 보고 있던 우리를 떠올립니다.ㅋㅋㅋ
함께 안고 온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사진집은 동우님의 만류에도 우송할 거예요.
내가 동우님의 [리딩 북]을 공짜로 읽고 있는 것에 대한 답례입니다.
사양말고 받아 주세요. 닷새만에 간다는 우편물이 이리도 느리게 가고 있지만 길 찾아 잘 간것만도 다행이에요.ㅎ
조잡한 인쇄 상태의 사진집을 보내드렸음을 해명하며,(아참 그 내사랑 파리의 가격은 9유로 90상띰ㅎㅎ 값하지요?)
동우님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를 줄 모르는 어리벙벙 절친을 탓해 주소서.하핫
***┗동우***
2014.06.21 05:15
은비님.
파리 내사랑, 이 사진집이 허접하다니.
무슨 그런 상스런(?ㅎㅎ) 말씀을.
소장본으로 만든 책, 화집을 만드는 종이의 무게 자체가 틀리거니와 필경 네거 필름으로 인쇄하였을 흑백 영상의 인쇄도 손색없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면서 파리의 다양한 그림을 담은 컨텐츠야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은비님.
은비님의 '파리사랑'을 이 책에서 더욱 가차이 느낄수 있어 참으로 좋았다오.
178 페이지 그림과 파리의 연인들 추가하였지요.
늙어 무뚝뚝한 감성이 간과하는 한 파리의 속살, 읽으시는 분들 은비님의 파리 느끼시라고..
하하, 저질의 퀄리티로라도 말입니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오늘 아침 인터넷 검색하여 공부 좀 하였습니다.
대단한 작가로군요.
굳이 보내 주신다니 어떡해요?
받을 밖에.
설레입니다.
파리 내사랑이 10유로 정도라면 책값이 의외로 저렴하군요.
우리나라, 이 정도 화집이라면 5~6 만원 이상은 할껄요.
그런데 문제는 배보다 몇배나 큰 배꼽이 문제.
이만한 무게의 책이라면...
좌우당간 원수는 나중에 갚기로 하고, 설레임으로 은비님의 선물 기다리기로 합니다.
미미라는 아티스트 친구에게 내 인사도 전해주시기를.
***┗eunbee***
2014.06.21 06:00
동우님,
이곳은 책을 우송할 땐 다른 것보다 저렴해요.
그 책 우송비도 17유로. 괜찮지요? 여기는 사람들을 문화적으로 만들어 주는 국가인가 봐요.ㅎㅎㅎ
학생들은 거의 공짜에 가까운 버스비에 미술관 관람료(공짜던가?)에... 참 바람직하지요. 책 우송비까지 저렴하니..
아니? 우리나라도 그러하던가요? 뭘 몰르는 것이 이리도 많은지.ㅠㅠ
근데 있잖아요. 동우님, 내 큰사위가 아런저런 화집이며 사진집 내게 선물 자주 하거든요.
그 책들은 인쇄 상태가 매우 훌륭해요. 그리고 물론 흑백이 아니고 컬러로된 것이 많지만.
그래도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 사진집도 얇은 것 한권 있는데, 내사랑 파리보다 훨~ 낫거든요.
아까부터 한시간 넘게 Demis Roussos노래 골라 듣고 있어요.ㅎㅎㅎ
***┗동우***
2014.06.22 04:38
문화비는 확실히 프랑스가 저렴하군요.
여기의 절반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
몇십만원짜리 일급공연을 관람한지 얼마나 되었는지. (너무 비싸요, 우리나라 티켓값..)
지자체 지원이 있는 소규모 공연으로 그나마 해갈하지만.
데미 루소, 좋아하세요?
육중한 몸에서 뽑아나오는 간드러진 바이브레이션... 나는 좀 간지럽던데. ㅎㅎ
***신***
2014.06.20 21:55
동우님.
리딩북 읽다가 동우님 친필 포스팅 올라오면 왠지방가방가. ^^
부러워요. 두분의 우정.
***┗동우***
2014.06.21 05:16
하하, 모두모두 절친이지요.
내 글은 댓글 정도로 충만하오리다.
***eunbee***
2014.06.22 06:11
울적한 나날들, 그냥 그의 노래 중에 my reason, adios amor adios, rain and tears 등을
반복 들었지요. 이사람 노래를 듣고자 한것이 아니고,레인 앤 티얼스를 예전에 부르던 생각이 나기에
찾아 보니 데미 루소의 노래로 듣게 되었어요. 마이 리즌이 참 좋아요. 아디오스 아모르도....
목소리는 매력없지만 노래가.... 다른 사람 버젼 찾으니 더 나은 사람 못 찾아서.ㅋㅋㅋ 그냥...
파리의 우울...
보들레르였던가요?
***┗동우***
2014.06.23 04:23
울적하지 말아요, 은비님.
++++
이방인 (파리의 우울 中)
-보들레르-
말해보게 이상한 사람이여.
그대는 누그를 가장 좋아하는가.
아버진가 어머닌가 누인가 동생인가.
내게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이도 동생도 없다네.
친구들은?
나는 이제까지 친구라는 의미를 모른다네.
조국은?
그게 어느 위도에 있는지도 나는 모르네.
아름다움은?
그게 불사의 여신이라면.
황금은?
나는 황금을 미워하지, 하나님을 미워하듯이.
그러면 무엇이 좋단 말인가, 이상한 사람이여.
구름을 좋아하지, 저기 흘러가는 구름을.
저기 저 신기한 구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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