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터>>>
-안희정-
***동우***
2018.12.30 04:38
안희정의 '빈터'
'빈터'란 제목이 마음에 스며 좀 전 인터넷에서 읽고서 업어왔습니다.
처음 접하는 안희정이라는 작가 (도지사였다가 성추행으로 물러난 그 안희정은 아니겠지요. ㅎ)
불교적 세계관이 엿보이는 듯. (불교문학상인가 받은 작품인가본데, 과연)
<언제나 당신을 바라볼 때면 굳어버린 감정도 설렘으로 가득 했었는데. 그래서 당신과 인연이 되지 않은 일을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이제 내 마음은 당신이 어느 날 젊은 시절을 기억하지 못할 무렵, 꺼내 볼 수 있도록 땅 속 깊은 곳에 묻어둘게요. 예, 나는 이 편지를 마지막으로 여행을 시작할 거예요. 한 번은 당신이 내게 이렇게 말했었죠. 인간이 한 인간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거짓말이라고요. 그런데 이해라니요? 나는 당신이 이 세상에 있다는 걸 알게된 것뿐이에요. 당신이 살아있고 숨을 쉬고 존재하고 있다는 걸 나라는 사람이 알게 되었다는 것 말이에요.>
<바다의 심연처럼 그곳은 깊숙한 곳으로 갈수록 더 어두웠다. 이 땅은 오래 전 잠재워진 곳이다. 흙구덩이의 저 먼 어둠에는 과거의 시간들이 살아있을 것이다. 지금 루이를 처음 본 그 날을 떠올린다. 석상을 조각한 누군가는 여인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는 점퍼 안주머니에 있는 여인상을 조심스럽게 흙구덩이에 넣었다. 석상이 누군가에게 다시 발굴되기를 빌어본다. 인간은 타인의 시간을 통해서 살고 있었다. 내가 바라본 그 땅은 언제나 빈터로서 존재했다. 무엇을 해도 허전했던 나의 삶도 이유 없는 불안들도 모두 내 것이었으며 영원히 내 것은 아니었다. 나의 삶은 언제나 비어있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나는 경주로 갈 것이다. 백제에 살던 아사달이 탑을 짓기 위해 떠났던 것처럼 영원한 타인이자 나인 당신을 찾기 위해 떠날 것이다.>
한 존재의 진면목(眞面目).
그건 존재하였던 시공(時空)의 어느 지점에 있는 것일까요.
어느 지점에 고착된(?) 자아는, 발굴됨으로써 어느 시기 스스로의 진면목을 깨달을수 있는 것일까요.
하물며 타인임에랴.
그렇다고 반드시 자신을 알고 난 연후에야 다른 사람의 진면목을 알수 있는건가요.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그런건가요..
김춘수의 시가 떠오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또는 김성동의 만다라의 일절이..
<四大가 인연따라 왔다가 인연따라 흩어지며 본래 한물건(一物)도 없다 했거늘 화상은 어디로부터 왔으며 이제 어디를 향해 가시는가? 사는 것도 한마당 꿈이요 죽는 것도 또한 한마당 꿈이며, 山河大地. 日月星辰. 頭頭物物이 다 부처 아닌 것이 없고, 산따라 물따라 다 몸이요 풀마다 꽃마다 다 마음이라 했거늘, 무엇을 일러 화상의 本來面目이라 하겠는가?>
낫살 들어갈수록.
늙은이의 세밑은 빈터(폐허지)같은 느낌입니다.
다자이 오사무가 이런 말을 하였지요.
<옛날 축성의 대가는 성을 설계하면서, 그 성이 폐허가 되었을 때의 모습을 제일 고려하여 도면을 그렸다.폐허가 되고나서 모습이 훨씬 아름답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혹여.
내 삶의 美學.
그 어느 순간 어느 지점에 남아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ㅎ
세밑의 마지막 토요일.
좋은 주말을.
<<<고독을 빌려 드립니다>>>
-김경욱-
***동우***
2019.02.25 07:53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등을 수상한 중견작가 '김경욱(金勁旭,1971~ )'의 '고독을 빌려 드립니다'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함께 읽어요.
***동우***
2019.02.26 07:49
급성장하고 있는 렌탈시장.
자동차,정수기,안마의자등등.... 인생 빼고는 빌릴수 없는게 없다고 하지요.
1인 가구와 노년층의 증가로 그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거라고 합니다.
<회원 가입을 마치고 홈페이지 메인 화면으로 돌아가 '로열회원을 위한 스페셜 아이템' 을 클릭했다. 로열회원 인증 절차를 마치자 페이지가 바뀌면서 화면 중앙에 검색창이 떴다. 검색창 밑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특별한 당신, 당신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빌려 드립니다.
검색창에 '고독' 을 입력하고 엔터키를 누르자 군중 속의 고독에서부터 절대고독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고독의 목록이 눈앞에 망라되었다. 나는 '휴식 같은 고독' 을 선택했다. 월간 대여 횟수와 일회 대여료에 따라 다양한 상품이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일회 대여료 2만5천 원에 월 4회 분을 신청했다. 매주 일요일을 대여 날짜로 지정했다. 신규 회원에게 주어지는 할인 쿠폰을 사용해 9만 원에 대여할 수 있었다. 나 자신을 위해 뭔가를 빌리기는 처음이었다.>
추상성의 구체화.
사랑이라거나 외로움, 너그러움 자상함 용서처럼 추상의 것까지도 구체화된 형태로 만들지 못할 바도 없을겁니다.
그리하여 그런 것으로 렌탈사업을 하지 못할 바도 없을겁니다.
너그러움이라는 감정도 디테일하게 세분할수 있을테고 고독이라는 것도 군중 속의 고독, 절대고독, 휴식같은 고독으로 디파인(define)하여...
너그러움을 주문하면 런닝머쉰과 작은 정원을 배달해 주고, 휴식같은 고독을 주문하면 호젓한 장소를 제공해 준다던가...
스트레스 가득한 직업을 가진 주인공은 휴식같은 고독을 주문하였지만 아내의 등살에 두번으로 그치고 말았는데,
소설속 케이(k), 기러기아빠가 주문한 너그러움은 어떤 종류의 것이었을까.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쭈그리고 앉아서 라면을 먹다가 홀연 제 꼬라지가 서럽고 분하여 라면 냄비를 냅다 엎어버리는 기러기 아빠인 건달 송강호, (영화 '우아한 세계')
런닝머쉰의 페달을 죽자고 밟아야만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여 관상식물의 생명이 유지됩니다.
작용과 반작용, 급부와 반대급부,
그러니까 k가 필요로 하는 너그러움은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균형(세반고리관)에 관한 문제일듯 합니다.
필경은 현실로부터 증발해 버린 k.
그는 무엇을 빌렸을까요?
우주선이라도 빌려 지구별을 떠난건 아닐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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