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전쟁 2권 '로도스 섬 공방전'>
-시오노 나나미 作-
***동우***
2020.09.17 05:22
‘시오노 나나미’의 전쟁 3부작中 제2권 ‘로도스 섬 공방전'
연재 시작합니다.
대략 수무번 남짓으로 나뉘어질 듯 합니다.
에게 해의 작은 섬, 로도스 (면적을 보니 제주도 보다 작습디다)
섬을 방어하는 기독교 세력(성 요한 기사단)과 공격하는 이슬람 세력(오스만 제국의 쉴레이만 1세)의 격돌.
1만명도 안되는 병력으로 10만의 대군을 맞아 반년동안 용맹하게 싸우다가 필경은 패퇴 당하고 마는 ‘성 요한 기사단’.
그 역사적 현장을 시오노 나나미는 소설처럼 재미있게 들려줍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도스 섬 공방전'
함께 읽어요.
본격적으로 읽기전 아래글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로도스섬 공방전’
이 책을 옮긴이의 글입니다.
내용을 이해하는데 굉장한 도움을 주는 글입니다.
++++
<몰락하는 계급의 마지막 생존자들>
옮긴이 : 최은석
기사 한 명을 무장시키는 데 드는 비용은 어느 정도였을까?
독일의 군사사학자 델브뤼크는 중세 초기를 기준으로 암소 45마리 혹은 암말 15마리라는 수치를 내놓은 바 있다. 지금으로 따지면 전투기 한 대에 드는 비용과 맞먹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기사이지만 이렇게 비싼 전투력인 것이다. 중세 유럽의 전장은 이런 비싼 전투력들이 활보하던 곳이었다.
그러면 그들 기사들이 발휘하는 위력은 어느 정도였을까?
역시 군사사학자인 두피는 당시의 화승총을 10으로 산정했을 때 창이나 검을 쓴 육박전의 위력을 23이라 보았다.
총보다 세다고 감탄할 문제는 아니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도 나오는 잉글랜드군 장궁의 위력은 36, 석궁은 33으로 산정되어 있다.
물론 이 표에 따르면 총의 위력은 18세기에 들어서야 육박전의 위력을 넘어서고 있지만, 대신에 소총수 한 명에게 드는 비용은 기사에게 드는 비용과 비교가 안될 만치 적다.
총이 쓰이기 전인 1415년의 아젱쿠르 전투에서만도 평민으로 구성된 영국 장궁병들은 프랑스 기사들을 압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415년 이후 100년 간 기사들은 살아남았다.
콘스탄티노플 함락과 레판토 해전 사이의 118년을 설명하는 막간극으로 설정된 이 책은 끈질기게 유럽의 전장을 지배해왔으며 동지중해 지역에서 투르크에 맞서는 거의 유일한 상비군으로 존재해 왔던 이들 기사가 마침내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드러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것은 때로는 저자의 펜을 통해, 때로는 주인공 오르시니의 입을 통해 우리에게 말해지고 있다.
그 사정이란 무엇인가?
영토형 대국이 등장함으로써 한때 이탈리아를 풍미한 자립적인 귀족들이 모두 왕의 휘하로 들어가는 시기였다.
그러기에 머나먼 동지중해의 섬에 틀어박혀 500년 전의 제1차 십자군 때처럼 이교도에 대한 증오심을 불태우는 `무사`로 존재하는 기사단의 기사들이 “몰락하는 계급의 마지막 생존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탈리아만의 사정은 아니었다. 이 책의 주인공 오르시니와 안토니오가 20대 젊음을 투르크군과의 가망없는 싸움에 걸고 있던 그 순간, 유럽은 이미 대격변의 와중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던 그해에 유럽의 심장부에서는 자그마치 116년 간이나 계속된 전쟁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유명한 백년 전쟁이다.
애초에 지금의 프랑스의 가스코뉴 지방에 대한 영유권과 스코틀랜드 및 를랑드르를 둘러싼 영국(잉글랜드)과 프랑스의 반목, 게다가 프랑스 왕과 영국 왕의 봉건적 위계를 놓고 벌어진 갈등 따위가 도화선이 되어 1337년에 발발한 전쟁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생각 외로 길어지면서 양국간의 봉건적 위계, 즉 프랑스 왕이 영국 왕의 주군이던 관계는 실질적으로 파탄을 맞았고 가스코뉴 지방은 원래 영국 왕의 소유였다가 프랑스 영토로 귀결되었으며, 양국 안에서 왕의 권력이 강해지게 되었다.
명확지는 않지만 전쟁 후반기에 들어서는 포가 채용되기도 했다. 전쟁이 마무리될 즈음, 원래부터 장궁병에 크게 의존하던 영국은 물론이거니와 전쟁 전반기에는 기사를 주력으로 했던 프랑스도 상당한 군사적 변화상을 보이게 된다.
이탈리아가 그 영향을 체감하게 되는 것은 1494년의 일이었다. 이해에 3만 병사를 이끌고 알프스를 넘어온 프랑스의 샤를 8세는 나폴리에 대한 영유권을 내세우며 포를 동원한 전쟁을 벌였다.
당시 북이탈리아인들을 진정으로 놀라게 한 것은 그 군대의 행동양식이었다.
원래 북이탈리아는 콘도티에리라 불리던 용병이 전장의 주력이었던 것이다. 용병이 주력인 만큼 개별 전투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되면 전투는 대체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이해의 프랑스군은 전혀 달랐다. 그들은 마치 적을 죽이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은 것 같았다.
프랑스군에 역병이 돌아 철군을 시작한 1495년, 몸값을 들고 프랑스 진영을 찾은 만토바 후작은 포로가 되었으리라 믿고 있던 이탈리아 기사들이 전투 과정에서 전멸당한 것을 알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한다.
섬멸전이 전장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지려면 아직 300년은 더 있어야 했지만, 전쟁의 양상은 확실히 변하고 있었다.
질 높은 개별 기사들보다는 왕의 이름으로 직접 부릴 수 있는 징병군과 용병 쪽으로 전장의 주력은 이동하고 있었다.
이들을 부리는 왕도 더 이상 중세의 왕 같은 존재, 여러 영주들 중 제일가는 자가 아니었다. 자기가 다스리는 영토의 대변자, 그 지배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성 요한 기사단이 로도스를 떠난 지 5년 뒤인 1527년, 명목상 기독교 세계의 왕인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5세(카롤루스) 휘하의 스페인, 독일군이 교황청이 있는 로마를 점령, 약탈함으로써 속권의 존재는 확실하게 부각된다.
진심으로 종교를 위해 목숨을 거는 기사단 같은 존재는 이 면에서도 “몰락하는 계급의 마지막 생존자”일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것은 물론 이런 유럽 국가들과 기사단의 쟁패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콘스탄티노플 함락>에서처럼 투르크와의 대결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레 프랑스와 영국, 스페인 등지의 기사들이 등장하는 이면에는, 이탈리아 이북 지방에서 약진을 거듭하던 신흥 국가의 이와 같은 변모가 가로놓여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투르크만 저지된다면 유럽이라는 무대의 주인공은 언제든 대륙국가들로 옮겨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 중심점 이동의 마지막 계기는 이 전쟁 이야기의 마지막 책인 <레판토 해전>에서 묘사된다. 즉 베네치아 등의 이탈리아 국가가 아직은 위세를 떨칠 수 있었던 1453년의 결과를 이어받아 최종적으로 스페인 등의 신흥 유럽 국가로 중심이 옮겨가기까지의 시기를 다룬 것이 바로 이 <로도스 섬 공방전>이고, 1522년 로도스는 고립된 구시대의 잔광이 어떻게 신흥 대국과 맞서 싸웠고 마침내 패했는가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콘스탄티노플 함락>과 <레판토 해전>의 118년 간격을 메우기에 절호인 막간극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도 역시 한길사 편집부 여러분들의 많은 수고가 따랐다. 원고를 담당하신 김경희 차장과 강규순 씨께, 그리고 <콘스탄티노플 함락>에서 감사를 표한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다.
-1998년 1월-
++++
***동우***
2020.10.14 06:04
시오노 나나미의 책들은 로마를 시작으로 중세 유럽의 흥망성쇠(興亡盛衰) 지정학적 판도(版圖), 종교사 풍속사 지리사는 물론 중세인의 세계관과 인간성까지 들여다 볼수 있는, 훌륭한 역사외적 (歷史外的)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유럽 중동 아시아를 포괄하는 근세 태동의 원형질을 느끼게도 합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역작 ‘전쟁 3부작’
‘1권 콘스탄티노플 함락 (1453년)’,‘2권 로도스 섬 공방전 (1522년)’,‘3권 레판토 해전 (1571년)’.
그중 제2권 로도스섬 공방전, 연재를 마칩니다.
내 어줍잖은 잡설은 길게 늘어놓지 않기로하고 ㅎㅎ
시오노 나나미의 전쟁 3부작중 제3권 ‘레판토 해전’은 며칠 인터벌을 두고 올리겠습니다.
함께 읽어주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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