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진품>
-헨리 제임스 作-
***동우***
2017.02.15 04:32
19세기 후반, 마크 트웨인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헨리 제임스 (Henry James, 1843~1916)'
말년에 영국으로 귀화하였고, 죽어서는 미국 케임브리지에 묻혔다지요.
'진품 (The Real Thing)'
정치(情致)한 심리묘사, 흥미를 유발하는 테마와 플롯,,,
재미도 있으려니와 참으로 빼어난 소설입니다.
그리고 슬픈 소설입니다.
궁핍으로 한없이 비소(卑小)해지는 귀족계급 출신의 모니크 소령 부부.
그들을 모델로 고용한 화가인 '나'의 환멸과 연민이 교차되는 미묘한 감정.
손에 만져질듯 느껴집니다.
++++
<말하자면 그녀의 화장한 타원형 얼굴은 마치 노출된 표면처럼 마모된 흔적을 드러냈던 것이다. 시간의 손길이 그녀를 마음껏 주무르긴 했지만 결국 단순화하는 쪽을 택한 듯했다.
그녀는 날씬하고 꼿꼿했다. 주름과 주머니와 단추가 달린 감청색 옷을 근사하게 차려입은 것을 보면 그녀의 옷도 분명히 남편이 거래하는 재단사에게서 맞춘 것이었다.
이 부부에게는 뭐랄까 검소한 부자 같은 분위기가 풍겼는데, 돈을 별로 안 들이고 상당한 사치를 한 것이 분명했다.
초상화도 그들의 사치품 가운데 하나가 될 운명이라면 내 편에서 어떤 조건을 내걸지 숙고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부부의 방문목적은 초상화를 의뢰하려는 것이 아니고, 쪼달리는 살림을 면하려고 모델 일을 부탁하려는 것이었다. 자신들은 외모와 몸매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신사와 귀부인으로서의 모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가끔은 이런 사람을 쓰는 게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요? 이를테면 어 - 어 - "
그가 더듬거리며 자신이 하고픈 말을 내가 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나는 그럴수가 없었는데 무슨 말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는 어색하게 말을 끄집어냈다.
"<진품> 말입니다. 진짜 신사나 숙녀말이죠."
그녀는 한결같은 귀부인이 확실했고, 게다가 어김없이 똑같은 그 귀부인이었다. 그녀는 <진품>이긴 했지만 언제나 똑같은 것이었다.
자기가 정말 진품이라고 확신하는 그녀의 차분한 자신감 때문에 내가 압박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다.
....
부부모델에 대한 불만은 나의 예술관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다양한 유형을 창조할 수 있는 첨부인과 같은 모델의 유용성을 더욱 느끼게 된다.
그들은 <진품>이 <가짜>보다 훨씬 덜 중요해질 수 있는 괴팍하고도 잔인한 법칙 앞에서 당황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굶주리기를 원치는 않았다.
내 하인이 내 모델이 된다면 내 모델이 내 하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들은 기꺼이 역할을 뒤바꿀 수 있었다.
저들이 신사숙녀 역을 한다면 <그들 자신>은 하인 역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아직도 가지 않고 화실에 있었는데 그것은 자기들을 내치지 말라고 간구하는 무언의 호소였다.
"우리를 써주세요."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싶어했다.
"<무슨 일이건> 하겠어요."
++++
처지가 비참해졌더라도 천래적인 기품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길로틴에 목이 잘리는 순간의 앙투와네트. 단말마의 공포 속에 한줄기 기품이 서려있을거로 나는 상상하렵니다.)
아나스타샤...덕혜옹주...
아비투스.
벗어버릴수 없는 아우라,
몰락한, 고귀했던 자의 어깨에 드리워져 있는 고적한 기품은 나를 슬프게 합니다.
벼락 출세한 자, 명품으로 덕지덕지 치장하였지만 어딘가 드러나는 저속한 취향이 슬픈 것 처럼.
객설.
순전히 주관적 추상적 인상비평임을 전제로 하고.
나는 전두환과 이명박에게서 어떤 천박함을 봅니다만 박정희에게서는 어떤 기품을 봅니다.
그러나 아버지 이미지로 오버랩된 박근혜에게서의 인상은 거두어들입니다.
그간 대국민담화나 기자와의 간담회에서도 그랬지만, 얼마전 정규재 TV인가의 대담영상을 보고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완전히 절망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만의 하나, 설령 하늘을 우러러 자신으로서는 한줌 부끄럼 없는 입장이라 하더라도.
오로지 책임의 회피와 전가에 급급하는 모습,
한나라의 대통령으로서는 말할것도 없거니와, 적어도 박정희의 딸로서도 노블리스 오블리쥬 한조각 찾아볼수 없었습니다.
천박한 자의 그 슬픔이 나는 슬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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