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전성태]]
<태풍이오는계절> <젖동냥> <목란식당> <국화를안고> <이미테이션> <한국의그림>
<태풍이 오는 계절>
-전성태 作-
***동우***
2013.10.22 04:17
[말이 글로 되면서 만들어내는 한국어만의 느낌.. 가난하던 시절엔 지방마다 갖고 있던 정서가 말 속에 녹아있어 이런 소설도 나왔겠지만.. 요즘은 우리 소설에서 글맛을 느끼기가...점점 오락적인 개그콘서트식 말놀이만.. 소설에도 그리 이용되고 있는 것 같네요.]
홍애님이 김원일의 소설 '연'의 댓글에서 하신 말씀이다.
공감하는 바 적지 않다.
이 땅에 연연하였던 정서가 작가의 심성에 육화되고 체화되어 정제된 문장으로 작품 속에 스며드는 언어들.
지난 세기까지 우리의 부모와 이웃들 함께 공유하였던 정서.
현대화 산업화 전의 도시와 마을과 촌락들.. 우리의 유년과 부모와 이웃과 풍광의 기억들..
나이 든 이들에게는 아무래도 그런 의고적(擬古的) 감성은 매우 익숙한 향수가 아닐까 한다.
(전에도 언급하였는데) 내 어머니와 내 감수성은 거의 동일하였지만, 나와 내 자식들과는 어떨 때에는 한 세기쯤 차이가 나는듯 느껴질 적이 적지 않다. (이것도 일종의 무어의 법칙일 것. 요즘 20대들은 10대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다던가)
대를 이어 이어져 왔던 살이의 방법론, 그로부터 형성되었을 감수성.
가냘프게나마 이어져 오던 끈은 이제 끊어졌다.
완벽한 단절이고 완전한 새로움이다.
또 비약건대(ㅎㅎ), 새로운 삶은 새로움 죽음을 창조할터이지만, 옛 정서에 익숙한 옛정서짜리의 죽음은 갈수록 쓸쓸할 것이다.
전성태(1969~ )는 이채로우면서 기특한 작가이다. (내 딸 나이보다 불과 나이를 5,6년 더 먹었는데)
이처럼 촌락의 리얼리즘에 천착하는 작가는 흔치 않고, 골계와 해학을 솜씨좋게 버무린 이야기를 만들어낼줄 아는 작가는 더욱 드물다.
그리고 이 소설은 손쉽게 쓴 소설이 아니다.
구사하는 어휘의 선택, 정제된 문장도 그렇거니와 기층민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사유.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여 오랫동안 버무려온 작가의 정성이 진하게 느껴진다.
故 이문구 선생이 떠오른다.
한창훈, 공선옥도....
<젖동냥>
-전성태 作-
***동우***
2015.03.19 05:59
전성태의 소설, 전에 '태풍이 오는 계절'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한 세대전 우리 가난한 촌락의 모습이 고스란히 육화된 정서로 글을 쓰는 기특한 작가.
근데 이 작가가 글쎄 1969년생이랍니다.
내 딸아이보다 고작 대여섯살 쯤 앞 선 연배인데, 도회의 아이들에게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감성이에요.
검색하여보니 2010년에 첫 산문집을 내고 이런 말을 했더군요.
<“워낙 시골이라 제 또래보다 20년은 앞선 선배들이 경험했을 법한 일들을 겪었는데 그게 제 문학적 자산이 됐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즐거운 작업이었다. 고향에서 보낸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은 어머니의 자궁이 연장된 것처럼 저에게는 완벽한 시기였던 것 같다. 그 이후 밖으로 나와서는 외롭고 두려웠다.">
젖동냥.
왠지 퍽 슬픕니다.
왠지 퍽 따뜻합니다.
***동우***
2015.03.19 06:52
참, 백종선의 '푸른 돛배가 뜬다'
좀 전에야 완독하였습니다.
친구의 책인지라 아껴 음미하며 읽다가, 책을 딴 곳에 놓고 와 잃어버렸기 때문이지요.
소설집 '그 남자의 뱃속에는 개구리알이 들어있다'를 내놓은지 어언 10년, 그동안 이토록 절실한 문학적 열정과 욕구를 어떻게 다스려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아홉편 모두 한땀한땀 정성을 들인 노작(勞作)이었습니다.
읽으면서 박완서가 떠올려지기도 하였고..
일상 속에서 욕망과 체념과 사랑과 화해의 색감으로 잠복하여 있는 그 세미한 여성성....
여성작가가 아니고서는 무엇보다 진솔한 감성이 아니고서는 또한 우리 쯤의 연배가 아니고서는 직조해내지 못할 비단결같은 작품들이었습니다.
우리 연배의 여성작가의 작품이 많지 않은 우리 문단, 백종선은 주목받아 마땅한 소설가입니다.
독후감은 한번 더 읽은 후 천천히 써 올립지요..
<목란식당>
-전성태 作-
***동우***
2016.05.27 00:28
'전성태'(全成太, 1969~)의 '목란식당'
외국 곳곳에 있는 북한직영 식당들, 무슨 조짐인지 요즘 그곳 종업원들의 체제이탈이 이어지고 있더군요.
식당은 맛을 파는 곳일 터인데, 북한식당은 그저 식당이 아닙니다.
북으로서는 남한사람들을 상대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일종의 분단(分斷)장사를 하는 곳이고, 남한 사람들에게는 음식보다는 모종의 감정이 투사되고 호기심이 발동되는 요상한 대상입니다.
남쪽 사람들, 퇴락한 386세대는 유치한 감상에 젖어 계속 '아침이슬'을 불러달라고 진상짓을 합니다.
술에 취하여 접대원들에게 "김신조 알아요? 실미도는요?" 라는 소리를 해 댑니다.
극우찌꺼기 목사는 음식값이 핵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지 않는다는 답을 듣고서 식사를 하다가 공훈요리사가 아직 안 왔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오, 주여! 이게 저들의 방식입니다"하더니만 신도들을 거느리고 식당을 뛰쳐나갑니다.
음식 잘 먹어 놓고 그 따위가 무슨 소용인가 싶어 '삼촌'이 여긴 그저 밥 먹는 식당이라고 하지만 소용없습니다.
"식당이니까 내 하는 말이오. 성도 여러분, 우리는 오늘 불경한 음식을 먹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입니까 그래. 우습지도 않습니다.
남측의 화가가 예술적 영감으로 약속하지 않은 그림 한점을 그렸다고 그와 관련된 북측의 화가를 처벌하는, 스탈린주의 국가 북한의 경직성은 익히 알고 있는 바이지만.
'왠지 기업이 국가를 능가하는 이념체제로 바뀌고 있다는 인상, 글로벌 경영이라는 개념이 막연한 구호가 아니라 자본의 의지에 의해 낡은 구조를 깨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는 대목은 왠지 뜨끔합니다.
어쨌거나.
곧 닥칠 한더위 속 시원한 옥류관 냉면(상상의 맛으로) 한그릇 떠올리며 절로 입맛을 다시는 한밤중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중 여름철 냉면 싫어하는 사람 별로 없을겁니다만 정작 이북내기들은 한겨울에 동치미국물에 말아먹는 동냉면을 일미로 치기도 합디다.
그런데 부산서는 오히려 냉면보다 밀면이 더 인기가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한여름철 점심때, 부산진구 개금에 있는 거대한 역 대합실같은 가야밀면 본점에 가면 밀면 한그릇 먹겠다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돛대기시장..
장관이랍니다. ㅎㅎ
***하늘의소리***
2016.05.27 09:17
사53:5-6. 잘 읽고 갑니다.
<국화를 안고>
-전성태 作-
***동우***
2018.09.16 23:35
'전성태 (全成太, 1969~)'의 '국화를 안고'
2011년도 이상문학상 후보작입니다.
아직 50도 되지 않았는데 돋보이는 작가의 원숙미.
이런 고즈넉한 정취의 소설이 나는 좋습니다.
아주 善하고 아주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천성이 몹시 외로움을 타는 처녀 교사.
채 여물지 않은 순결한 소녀처럼 여자가 사랑하는 건 추상의 그리움.
어느 만큼 역사에 대한 미안함이 배어있고 그래서 어느 만큼 슬픔이 배어있는.
실연으로 약을 먹고 죽은 (광주를 모욕하는) 늙은 원장의 딸, 광주에서 총맞아 죽은 청년.
그 둘의 영혼 결혼식.
국화를 안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처럼.
80년 광주, 이마에 핏대 세우고 입에 게거품 물고 노한 고함 내지르던 시절이 있었을텝니다만.
죽음의 한가운데서 살아왔거나, 죽음을 피해서 살아왔거나.
아, 삶은 哀想합니다그려.
<이미테이션>
-전성태 作-
***동우***
2018.11.26 04:26
'전성태(全成太,1969~)'의 '이미테이션'
며칠전 영국에서 한인 유학여학생에 대한 인종차별 폭행이 있었습니다만 우리나라도 못지 않습니다.
동남아인에 대한 유치한 쇼비니즘의 발호, 나는 그런걸 접할때마다 몹시 노엽고 매우 부끄럽습니다.
그런 치들일수록 유럽인이나 미국인 앞에서는 빌빌댑디다그려.
이 소설 주인공 게리의 패러독스.
토종 한국인인데 외모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기로 하고 짝퉁(혼혈인)의 삶을 선택합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편견 가득한 이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을수 있기 때문이지요.
게리가 선택한 '게리 워커 존슨'의 짝퉁의 삶.
스스로 포기할수 밖에 없는 자기만의 고유한 브랜드(자아)....
게리가 납품하는 가방은 명품의 짝퉁이고, 소설 속 신도시는 서울 강남의 짝퉁입니다.
이 나라 도처에 횡행하는 짝퉁들.
엊그제 성추행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어느 늙은이의 목사짓은 짝퉁이고, 어느 정치가는 거짓을 양심으로 위장하는 짝퉁 정의가입디다.
으흠, 이 나라에 오리지널만 오고 모든 가리지날은 가라.
<한국의 그림>
-전성태 作-
***동우***
2019.06.11 22:39
로마인 이야기 3권 올리기 전, 인터벌.
전성태(全成太,1969~ )의 '한국의 그림'
걸개그림.
어두운 시대, 집단의 함성과 함께 펄럭였던 걸개그림.
민중을 선동하여 격앙시키고자하는 프로파간다.
한열이를 살려내라.
뒤의 동료 대학생에게 허리를 안겨 축 늘어진채 피를 흘리는 이한열.
작가는 먹물 들지 않은 목수 최병수.
검색해보니 그는 지금 국제적으로 유명한 환경미술가라고 하는군요.
'한국의 그림'
한국적 예술성을 운위할 문제가 아니라 어지러운 시대의 애상(哀想)한 기억, 이를테면 한 시대의 풍속화...
걸개그림은 기본출(기본계급출신)만이 창작할수 있는 원초적 재능...
그건 관념적 예술성이 아니라, 밑바닥에서 온 몸으로 부딪쳐 부대끼며 살아 온 플로레타리아의 힘이라는...
세상은 반드시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것도 아니리다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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