辨明 僞裝 呻吟 혹은 眞實/部分

1987. 8

카지모도 2016. 6. 2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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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85 1987. 8. 1 (토)


실로 오랜만에 새벽의 정결함 속에서 기도드리다.

요한1서의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을 읽고 사랑을 느낀다.

사랑의 의미를 천착하여 깨달은 것이 아니고, 가슴으로 그저 느낀다.

사랑의 부족, 아니 사랑이 없음을, 이기주의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랑없는 마음을 통회하다.

오직 나를 버리지 마시기를.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그 갈보리의 의미를 이 돌같이 사랑없는 가슴이 깨닫게 되기를.

많이 울다. 콧물은 왜 따라나서는지.


"사랑하는 자들아 영을 다 믿지 말고 오직 영들이 하나님께 속하였나 시험하라 많은 거짓 선지자가 세상에 나왔음이니라

하나님의 영은 이것으로 알지니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체로 오신 것을 시인하는 영마다 하나님께 속한 것이요 예수를 시인하지 아니하는 영마다 하나님께 속한 것이 아니니 이것이 곧 적그리스도의 영이니라 오리라 한 말을 너희가 들었거니와 이제 벌써 세상에 있느니라

자녀들아 너희는 하나님께 속하였고 또 저희를 이기었나니 이는 너희 안에 계신 이가 세상에 있는 이보다 크심이라

저희는 세상에 속한 고로 세상에 속한 말을 하매 세상이 저희 말을 듣느니라

우리는 하나님께 속하였으니 하나님을 아는 자는 우리의 말을 듣고 하나님께 속하지 아니한 자는 우리의 말을 듣지 아니하나니 진리의 영과 미혹의 영을 이로써 아느니라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께로 나서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 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저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니라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오직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위하여 화목제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니라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

어느 때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느니라

그의 성령을 우리에게 주시므로 우리가 그 안에 거하고 그가 우리 안에 거하시는 줄을 아느니라

아버지가 아들을 세상의 구주로 보내신 것을 우리가 보았고 또 증거하노니 누구든지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라 시인하면 하나님이 저 안에 거하시고 저도 하나님 안에 거하느니라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사랑을 우리가 알고 믿었노니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사랑 안에 거하는 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도 그 안에 거하시느니라

이로써 사랑이 우리에게 온전히 이룬 것은 우리로 심판 날에 담대함을 가지게 하려 함이니 주의 어떠하심과 같이 우리도 세상에서 그러하니라.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 쫓나니 두려움에는 형벌이 있음이라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느니라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

누구든지 하나님을 사랑하노라 하고 그 형제를 미워하면 이는 거짓말하는 자니 보는 바 그 형제를 사랑치 아니하는 자가 보지 못하는 바 하나님을 사랑할 수가 없느니라

우리가 이 계명을 주께 받았나니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는 또한 그 형제를 사랑할지니라" -요1서 4장-


하나님의 크신 役事- 歷史를 주관하시며, 우주를 조화시키시며, 인간의 전쟁을 일으키시고 하는 거시적인 하나님의 役事.

디테일한 하나님의 役事- 인간 개개인에 대한 섭리, 구원의 역사, 심리에의 작용, 육체 속의 극미한 박테리아의 작용등 미시적인 하나님의 役事.

그 둘 사이에는 우리 피조물이 도저히 감득할수 없는 어떤 놀라운 통일성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도저히 파악할수 없는 상호작용이 있을 것이다.

어떤 미래의 컴퓨터도 풀어내지 못할.

뉘라도 한사람에 침투된 독감바이러스가 이 세계의 역사진행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해서는 안된다.

일견 피조물의 인지범위내에서는 논리의 모순으로 보이기 십상이지만, 어떤 놀라운 섭리의 질서가 모든 현상세계에 작용하고 있을 것임을 나는 이제 알 수 있다.

수천억의 생명, 그 개체의 실존 하나하나마다 그토록 자상한 役事가 하나의 뜻에 의하여 작용하고, 세계 나아가 우주를 창조하신 뜻대로 조화롭게 이끌어 가시는 섭리를 막연히나마 느껴보라.

하나님께는 우주가 의미있는 대상이라면 한 생명의 실존 또한 의미있는 대상이라는 것.


14786 1987. 8. 2 (日)


인사이동.

조선부 선각1과장.

지금의 나로서는 최악의 轉補이다.

P이사란 양반, 지독한 면이 있다.

승진없는 평행이동, 게다가 현장부서라니!


서울서 원 네 내려오다.

珍이,基.

媛이남편 대표이사 취임.

그 냥반 처세 능력은 우리 따위와는 다른 차원일 것.

서울바람, 서울냄새.

사촌들 여섯명, 뛰어노는 풍경은 정말 보기 좋지 아니한가.

맥주에 얼근히 취하다.


일요일 한낮.

어제 음주로 맹렬하게 아픈 뒷꽁무니 견디어내며,

어떤 곤혹스럽고 불안한 감정을 자꾸만 반추하는데.

사직서를 내어던질 날이 가까이 온 것은 아닐까?

그 후의 방도는?

그러나 모레까지는 휴가다.

생각지 말자.


오늘 경건은 없구나.


14787 1987. 8. 3 (月)


가슴 답답.

직장의 문제 또는 현실적인 방도에 대하여 J와 얘기라도 나누고 싶지만.

남편의 고민따위는 자신과는 전혀 아랑곳없다는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

이 또한 한없는 절망감을 부추긴다.

음악도, 한편의 영화도 그다지 나를 위무치는 못하고.

하나님꼐서 내게 주신 계기?

무기미하고 의미없고 저급한 생활의 방도를 전환하라는 어떤 뜻이 계시는건 아닐까?

지금의 기분, 승진누락의 모욕감과 현장부서로의 이동이라는 이 사실을 도저히 승복할수 없다.

하나님께서 지금 내게 자유를 주시려는가?


英이 캠핑 떠나고.


"허물의 사함을 얻고 그 죄의 가리움을 받은 자는 복이 있도다

마음에 간사가 없고 여호와께 정죄를 당치 않은 자는 복이 있도다

내가 토설치 아니할 때에 종일 신음하므로 내 뼈가 쇠하였도다

주의 손이 주야로 나를 누르시오니 내 진액이 화하여 여름 가물에 마름같이 되었나이다(셀라)

내가 이르기를 내 허물을 여호와께 자복하리라 하고 주께 내 죄를 아뢰고 내 죄악을 숨기지 아니하였더니 곧 주께서 내 죄의 악을 사하셨나이다(셀라)

이로 인하여 무릇 경건한 자는 주를 만날 기회를 타서 주께 기도할지라 진실로 홍수가 범람할지라도 저에게 미치지 못하리이다

주는 나의 은신처이오니 환난에서 나를 보호하시고 구원의 노래로 나를 에우시리이다(셀라)

내가 너의 갈 길을 가르쳐 보이고 너를 주목하여 훈계하리로다

너희는 무지한 말이나 노새같이 되지 말지어다 그것들은 자갈과 굴레로 단속하지 아니하면 너희에게 가까이 오지 아니하리로다

악인에게는 많은 슬픔이 있으나 여호와를 신뢰하는 자에게는 인자하심이 두르리로다

너희 의인들아 여호와를 기뻐하며 즐거워할지어다 마음이 정직한 너희들아 다 즐거이 외칠지어다 " -시편 32-


14788 1987. 8. 4 (화)


어제밤 아티반 신세를 진 나약함을 주님은 봐주시리라.

어린 俊이와 손 마주잡고 기도.

마음의 공포,불안,초조등 온갖 심리적인 귀신들을 아버지의 강한 손으로 진멸하여 주소서.

내가 기도하는 이것은 타락한 품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나의 나약함에 그 원인이 있는 것.

멀리 가있는 英이를 보호해주시고 俊이에게 의연하게 자랄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직장의 일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좋은 쪽으로 인도하여 주소서.

이 아이의 어미에게 신앙을 주소서.


안개 자욱한 아침바다.

안개 속에서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꿈틀대며 일어나고 있다.

모든 목숨들은 아침 식탁을 위하여 부스럭거리고 깃을치고 구구거리면서.


14789 1987. 8. 5 (수)


媛네 올라가다.

마냥 쓸쓸한 마음. 담석증이라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媛이가 있음으로 무언가 어머니를 중심으로 피붙이끼리의 구심점이 생긴다.

이런 역할을 큰아들은 도무지 꺠달을 염도 먹지 않거니와 작은 아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아들짜리들아. 형수나 J의 기능 역시 미약하긴 마찬가지.

어머니를 생각하고, 媛이는 떠나가고.... 가슴엔 서늘한 바람 한줄기 일고.


출근.

사장의 부재로 발령은 내일로 미루어지다.

서류 정리하고 책상서랍 정리. 부서를 옮길때마다 잔잔하게 이는 어떤 짠한 느낌.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 -요한복음 14-27-

"무릇 사람이 할수 없는 것을 하나님은 할수 있느니라." -누가복음 18-27-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거" -시편51-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 11-28-

"무엇이든지 기도하고 구하는 것은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 -마가 11-24-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의지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잠언 3-5-

"만일 하나님이 우리를 원하시면 누가 우리를 대적하리로" 롬 8-31-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누가 17-21-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근신하는 마음이니라" -뎀후 1-7-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오 힘이시니 환난중에 만난 큰 도움이시라"-시편 46-

"어떠한 형편에든지 내가 자족하기를 배웠노라" 빌 4-11-

"마음을 강하게 하고 담대히 하라 두려워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여호수와 1-9-

"내게 능력주시는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수 있느니라" 빌립보 4-13-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고후 5-17-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의 날개치며 올라감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피곤하지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치 아니하리로다" -이사야 40-31-


이러한 말씀들은 얼마나 커다란 위안과 힘이 되는가.

이것만 있으면 무엇이 두려우며 무엇이 불안하겠는가.

새기고 새기고 되새김질하는 것은 나는 빛의 아들이라는 확신감 뿐이다.

요즈음 다시 찾아 온 불면의 악한 영.

그 배후는 불안, 초조, 분노,음란함, 술취함의 귀신들이다.

오늘밤 이놈들은 깨끗이 사라져야 한다.

내일부터는 새벽 뜀박질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육체를 건전한 쪽으로 혹사시키자.

4시 기상하여 경건한 시간은 좀 줄여서 5시30분까지 성경공부와 기도하기, 5시30분부터 6시까지 뜀박질, 그리고 찬물 뒤집어쓰고.

그동안 J는 명랑한 아침의 가정을 장만하고.


14790 1987. 8. 6 (목)


3시기상.

요한복음 공부, 기도.

좀 울다.

아내에게는 어떤 식으로 믿음의 씨앗을 심어줘야 할까?

저급한 고집스러움, 상식적인 고정관념에 잡혀있는 그 완고한 정신에 어떤 색깔로 파고들어가야 할까?

아내 주변에도 있을 법한데, 사교 범위안에 크리스찬이 제법 있을법한데, 그녀들은 다만 우물가의 아낙네일 뿐인가?

나는 아내에게 진리를 가르칠 자격이 없지만 아내를 향한 어프로치를 계속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쨌던 그녀는 내 아내가 아닌가?

지금 5시30분.

어둠 속을 달음질 할 시간이다.


<밤>

생산부 1층 현장사무실로 옮기다.

여름- 더위,샌드 블라스팅의 소음과 먼지, 매캐한 용접연기, 잔소리들,큰소리들의 Order.. 그리고 뒷꽁무니 아픔과 간헐적으로 터져나오는 기침, 게다가 불면으로 인한 머릿속 괴로움이라니!

본격적인 업무 시작 전에 아예 질려버린다.


송별 회식- 5년간 나를 도와주었던 관리과 직원들과.

과장을 나름대로들 평가해주어 기쁘다.

그러나 술은 무섭다. 2차에서 극구 사양하고 도망온다.


돌아오니 J의 남편을 맞는 첫대사 "코펠은?"

그리고 뒤를 이어 퍼붓는 비난의 쇳소리.

절망이여! 파괴여! 온갖 부덕한 귀신 춤이여!

英이 캠핑때 가져가려고 빌려오라는 코펠, 이대리가 내일이면 가져 올 그눔의 코펠.

그것이 그 지옥 속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던지는 아내짜리의 금과옥조 대사인 것이다.

백치에게는 아름다움이 있다.

의도적인 바보에게는 추악한 자기 고집만이 있는 것이다.

백치의 어여쁨은 내 팔자에는 없는 것이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운명이다.


14791 1987. 8. 7 (금)


새벽 달리기중 어둑신한 미니공원 벤치에 앉아서 기도드린다.


현장- 내 밑으로는 대리,기사,직장,반장 그리고 현도반.기본공작반.선각반.전접반.운반반등 5개 직종의 수백명의 공원 그리고 4개 외주업체의 또 몇백명.

내 위로는 조선부장 그리고 그위 생산이사.

현장사람들- 그들은 단순할지 모르지만 몇십년 현장을 구른 교활함이 있고 위로는 유치함과 독선이 가득하다.

나는 이제 이 곳에 순치되어야 한다. 10여년전의 현장과는 너무나 다른 풍토이다.

그들을 내게 순치시킬 자신도 의욕도 방법도 배짱도 내게는 없다.

어쩌면 그들의 현장을 다루는 방식들과 근본 선량한 성품들과 치열한 일상의 태도들은 존경할 수는 있다.

그러나 나의 색채와 나의 방법과는 아주 이질적인 요소로 가득차 있다.

여기에서 견뎌 내는 길이란 다만 나를 상실해 가는 수밖에는 없다.

유치함, 독선, 오만, 무시, 욕설, 때로는 몸싸움, 아부, 밤샘, 휴일반납...

씨발, 좆도는 이제 내 일상 언어가 되어야 한다.


사무실사람들과 직반장들이 나를 환영하는 회식자리를 마련하였는데.

너무 아픈 뒷꽁무니의 상상에 지레 겁을 먹고, 나는 주빈으로서 꼭 어울려야 할 그 자리를 2차에서 도망치고 만다. 이런 것들도 약점이 될 수 있는데도.


英이 숙성하여 이제 처녀티가 물씬 풍긴다.

내일은 어머니 생신, 에순 여덟 번째의.


14792 1987. 8. 8 (토)


하나님아버지.

내게 주시는 5월말부터의 질고의 골짜기.

그러나 지금의 이 상황은 싫습니다. 정말 싫습니다.

나의 나약한 신경줄은 도무지 주신 이 상황을 인내할수 없습니다.

이 상황을 없이하여 주소서.

아니면 견딜수 있은 다른 방도를 열어주소서.

나의 아내, 새끼들을 책임져 주소서.

하나님아버지께 앞으로의 모든 진행을 맡깁니다.

어머니를 축복하여 주소서.

나의 아버지 나의 하나님.


달리기후 찬물 뒤집어쓰고 슈벨르트를 듣는 아침이다.

밤새 곰곰 생각하여 도출한 결론은 회사를 그만 두는 것이다.

내 신경이 더 이상 견디어 낼 것 같지가 않다.

뚜렷한 월급장이의 한계, 더 나이먹어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지기전에,속칭 피보기전에, 나의 귀한 것들이 짓밟히기 전에, 집안에서까지 씨발 좆도가 남발되기 전에, 俊이 아빠를 처다보는 지긋한 눈망울이 슬프기 전에.

얼마나 꿈꾸어 왔던가? 사표 던질 떄의 쾌감을, 그리고 그 자유로움을.

방도- 퇴직금 한 몇천되려나? 빚을 내어 조그만 가게라도? 어머니에게 손을 내밀면?

장사의 도사, 상곤을 만나 진지하게 의논하여 보자.


<밤>

오늘 어머니 생신.

퇴근후 어머니께 들러 彦이 哲이 앉혀놓고 소주 반병마시다.

어머니의 걱정, 피해의식은 그저 현실안주이다.

상상하기도 싫으신 것은 현실의 급격한 변화이다.

안일이 최고이신 어머니. 간단후꾸를 입으신 어머니, 우리 어머니.

단순단순하면서도 또 복잡복잡한 내 어머니.


14793 1987. 8. 9 (日)


현장- 어제 하루 견뎌내다.

대리,기사,직반장 모아 놓고 장시간 회의 주재.

대충 현장상황 파악하며 짐짓 눙치는 기술도 발휘한다.

토요일이라는 여유도 내게 도움을 주고.


끌어 온 노사협의, 합의 성사하다.

상여금 250%, 임시공제도 폐지, 작업복지급, 유급휴일 1일 추가등...

이런 합의를 이룬 노동조합을 어용으로 몰려는 또하나의 세력이 움트고 있다.

나의 속마음 어딘가에는 우리회사 공원들도 한번쯤은 꿈틀거려 봐야 하지 않을까하는 바람.

배알이 있음을 큰 목소리로 한번쯤 소리내야 한다.

사용자는 엄청나게 강한 자이니까.

사용자- 소수이지만 엄청 강하다.

그에게는 또한 충직한 개들이 있지 않은가?

사용자를 대신하여 더욱 거세게 짖어대는 개들.

개들은 사용자를 대신하여 찢어 죽임을 당할 포즈를 꾸며내고 있고 그 포즈가 사용자의 신임으로 직결되어 개의 지위는 보장된다. 옛날의 마름, 집사, 청지기...

그들의 내면의식은 개주인에로의 동경이며 답습코자하는 열망이다.

그들은 개의 폼을 잡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근로자와 똑같은 피라미에 불과하다.

바로 나의 혁할도 바야흐로 그러하지 않겠는가?

지극히 단순한 목적의식 하나를 품고, 경제적 만족. 가족을 위하여. 이 산업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그것은 숨은 독아가 되기도 하고 침을 질질 흘리며 헤벌레 웃고 있은 바보가 되기도 하고, 철저한 복귀의식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윽고 그는 누구보다도 더 교활해 진다.

나는 아무튼 개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되는 위치에 서 있는 것이다.

그들을 일선에서 관리하는 현장 책임자. 그리고 그것은 피폐해져야할 나의 영혼일 것이다.

자본주의의 이 시대를 개로서 살아야 하지만 또, 안에 간직된 그 빛은 어이할꺼나.

이 갈등은 대단할것인데, 하나님을 닮은 피조물로서의 영광과 한 마리 개와의 싸움.

그러나 늘 이기는 것은 개일 것. 피조물의 영광따위는 짓밟고 으르렁거리며 짓씹어 놓을 것이다. 이것은 그 분 세계의 '욥'의 문제가 아닌 산업사회 속 '나'의 문제이다.


14794 1987. 8. 10 (月)


J와 미장원 두시간여 앉아서 머리 파마한다.

돼지털머리가 호사하였는데 파마한 꼴은 훨씬 더 낫구나.

英이 환호작약하며 청도 무슨 계곡의 캠핑장으로 떠나다.


회사. 드디어 터지다.

집단의 일사불란한 행동은 마스게임같은 아름다움이 있다. 격한 구호의 함성은 어떤 감동까지도 자아내게 한다.

본관 현도장에서 조감으로 내려다 본 그들 육백여 집단의 그림에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나는 한 감상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이상한 쪽으로 현장근무에 나를 붙들어 두시누나.


열다섯개의 요구사항. 터무니없는 것들도 있지만 제시하는 거야 좀 넘친듯해야 할것이고.

추측컨데 사장은 그 대부분을 추호도 들어줄 생각이 없을 것이다.

유치하게 설치는 부장. 주동자 색출 운운하며 날뛴다. 이미 주동자 운운할 단계는 넘어서있는 걸 모르고.

용기가 있다면 직접 부딪처서 설득을 시도할 일이다. 기술자로서의 저 팽개쳐 놓은 일감들을 향한 자존심같은 걸 건드려 봄직.

혹은 근로자는 근로자의 가슴을 열어 불만을 토로하듯이 회사가 어떤 자신감이 있다면 회사의 가슴을 열어 회사의 현실을 토로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상호이해가 수반한 대화에 들어가야지 다른 미봉책은 그저 불씨를 잠시 덮어버릴 뿐이다.

협상 일선의 총무부서서껀, 몇 중역서껀 사장 눈치 파악하느라 전전긍긍.

어쨌거나 지금으로서의 내 입장은 방관자, 내 마음 속의 입장은 철저한 타인.

이것은 회사를 향한 일종의 심술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예수 그리스도를 내 구주로 영접한지 만 1년이 흘렀다.

작년 어머니의 생신 다음다음날 내 책상 앞에 앉아 성경을 들척거리던중 갑자기 닥아와 주신 그 분.

1년짜리 고독한 신앙인, 교회인은 되고자 하지 않는 것인지, 못한 것인지 애매한채.

1년전 이맘때의 그 감동은 지금 온전한가?

그무렵 퇴근하는 버스 속, 노을 진 먼 하늘을 바라보면서 하나님을 느끼고, 공연히 눈믈 솟던 그 몽환과도 같은 도취는 지금 온전한가?

새벽이나 한밤중, 성경을 읽으면서 북받치는 그 눈물의 환희는 온전한가?

그 때 희락과 사랑 넘처나던 그 가슴은 지금 온전한가?

일년, 그 일년동안 나의 영혼은 얼마만큼이나 더 자라났을까?


"그러므로 모든 악독과 모든 궤휼과 외식과 시기와 모든 비방하는 말을 버리고

갓난 아이들같이 순전하고 신령한 젖을 사모하라 이는 이로 말미암아 너희로 구원에 이르도록 자라게 하려 함이라

너희가 주의 인자하심을 맛보았으면 그리하라

사람에게는 버린 바가 되었으나 하나님께는 택하심을 입은 보배로운 산 돌이신 예수에게 나아와 너희도 산 돌같이 신령한 집으로 세워지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실 신령한 제사를 드릴 거룩한 제사장이 될지니라" -벧전 2장-


과연 그러한가?

내일 새벽, 아니 지금 곧 俊이와 무릎꿇어 기도하리라.



14795 1987. 8. 11 (화)


새벽.

웬일로 쏟아지는 새벽잠. 겨우겨우 눈 뜬 시각은 벌써 5시 30분.

달음질은 생략이다. 그럴 작정으로 창밖을 보니 마침 어둠속 자욱한 안개, 빗방울 듣는 소리도 들린다.


기도.

소리내어 기도하면 어떤 때는 주문과 같은 스스로의 목소리에 하나님의 어떤 암시에라도 걸린 듯 하다.

하나님은 나와 함께 계신다.


"여호와께서 통치하시니 스스로 권위를 입으셨도다 여호와께서 능력을 입으시며 띠셨으므로 세계도 견고히 서서 요동치 아니하도다

주의 보좌는 예로부터 견고히 섰으며 주는 영원부터 계셨나이다

여호와여 큰 물이 소리를 높였고 큰 물이 그 소리를 높였고 큰 물이 그 물결을 높이나이다

높이 계신 여호와의 능력은 많은 물소리와 바다의 큰 파도보다 위대하시니이다

여호와여 주의 증거하심이 확실하고 거룩함이 주의 집에 합당하여 영구하리이다." -시편 93-


회사의 농성은 어찌 되었을까?

그들은 비온 밤을 어떻게 지새웠을까?

이런 궁금증 속에는 농성이 좀 오래 끌었으면, 회사가 무언가 변혁이 있었으면 하는 심술끼 섞인 바램이 숨어있는 것이다.

기도에 이런 것들도 말씀드린다.


14796 1987. 8. 12 (수)


이틀째 철야 농성중.

더불어 나도 본관의 현도반 긴 의자에서 밤을 지새우다.

생산부 앞의 농성장은 말할 것없고, 순찰중 둘러보는 탈의실등 현장 곳곳에서 보이는 것은 초기의 그 일사불란한 전열이 이틀새 많이 흐트러져있는 광경이다.

막대기들고, 혹은 쇠파이프를 들고, 머리에 띠두르고, 눈은 충혈되고, 목소리는 잔득 쉬어,어떤 소명의 자랑스러움은 눈빛을 빛나게 하고, 영웅심은 높게 말을 타고 있다.

그런데 그들 곁에서 풍기는 건 술 냄새.

때로 술은 감정을 뜨겁게 하여 그들을 고무케 하겠지만 다른 한편 술이 깨면 전의를 급격히 상실케 할 것이다.

그토록 살벌하게 대했던 관리자들에 대한 미안함과 쑥스러움같은 감정도 일어날 것이고...

또는 이 농성이 성공하게 되면 관리직 사원들에 대한 교만함도 생기지 않을까?

'노조원이 되지 못하는 관리직 사원들아, 그나마 우리의 투쟁덕에 회사는 이만큼 변화하고 그 혜택을 너희는 누리는게 아니냐?'는.

그런 의식의 풍토가 고착되면 생산 관리체계는 허물어어지고 말 것이다.


지금 전국적으로 벌떼처럼 노사분규가 터지고 있다.

신문에서는 겁을 준다.

곧 닥칠 물가고, 실업사태등의 사회혼란을.

그러나 이것도 민주로 가는 하나의 도정이라면 어쩔수 없는 것 아니냐?

그동안 분배를 외면하고 오직 경제성장만을 추구해 온 숨가쁜 30여년 동안, 부익부 빈익빈의 골은 깊어졌고, 없는 자들의 투덜거리는 소리는 억압되었다.

정치일정이나 빨리빨리 진행시켜서 군사문화의 청산을 서둘러야 한다.


英이 돌아오다.

꺽다리 내 딸. 안경 속 그 큰 눈망울을 두리두리 굴리면서.


14797 1987. 8. 13 (목)


오늘따라 극심한 뒷꽁무니 통증, 진통제 두알로도 멎지 않는다.

8월도 훨씬 지나 뒤늦게 쑥스러운 듯 태양이 작열한다.


농성풀다.

목쉬고 눈은 충혈되어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상기된 투사들.

생산부 사무실에 진입하는 관리자들을 향해 핏발 선 눈길을 힐끗거리며 하나 둘 흩어진다.

그 눈길은 적의일까? 경멸일까?

나흘에 걸친 농성에서 현실적으로 그들에게 돌아 온 것은 당초의 요구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성과이지만, 나흘간의 신명풀이로 해소된 어떤 스트레스도 있을 것이고, 그들만이 뭉칠수 있다는 이번 농성의 추억은 어떤 자랑스러움과 자부심도 촉발했을 것이다.

회사와 노조측의 협상.

상호 누가 더 실익을 얻었을까?

바둑에서도 곁에서 보면 수가 더 잘 뵌다.

당사자보다 때로는 그것을 구경하는 3자가 논리에 있어서는 앞서는 수가 있다.

하지만 그 협상 현장에서의 미묘한 심리싸움은 느낄수가 없는 것.

나는 3자의 입장에서 섯불리 자기의 논리를 피력하지 말 것이다.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 대하여는 지극히 겸손할 것.

이 말많은 회사에서는 더욱이.


어쨌거나 내일부터는 현장의 더위와 소음과 먼지와 유치한 관념들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또한 이번 농성으로 회사의 편협한 복수심이 어떤 형태로든지 나타날 것이다.

그 틈새에서의 내 직책의 입장의 미묘함도 나를 괴롭힐 것이다.

어떻든 모든 분위기를 내 마음 속에 수렴하고 익숙해저야만 생존할수 있다.


영혼은 새벽의 기도로 위무되고, 육신은 새벽의 달음박질로 연단하라.

이것이 나를 지탱해 줄 것이다.


14798 1987. 8. 14 (금)


새벽 기도. 달리기.

펄시 콜레 '내가 본 천국'

만화경같은 그의 천국은 매우 유치하지만 그것을 부정하여서는 아니된다.


"의를 좇으며 여호와를 찾아 구하는 너희는 나를 들을지어다 너희를 떠낸 반석과 너희를 파낸 우묵한 구덩이를 생각하여 보라

너희 조상 아브라함과 너희를 생산한 사라를 생각하여 보라 아브라함이 혈혈 단신으로 있을 때에 내가 부르고 그에게 복을 주어 창성케 하였느니라

대저 나 여호와가 시온을 위로하되 그 모든 황폐한 곳을 위로하여 그 광야로 에덴 같고 그 사막으로 여호와의 동산 같게 하였나니 그 가운데 기뻐함과 즐거워함과 감사함과 창화하는 소리가 있으리라

내 백성이여 내게 주의하라 내 나라여 내게 귀를 기울이라 이는 율법이 내게서부터 발할 것임이라 내가 내 공의를 만민의 빛으로 세우리라

내 의가 가깝고 내 구원이 나갔은즉 내 팔이 만민을 심판하리니 섬들이 나를 앙망하여 내 팔에 의지하리라

너희는 하늘로 눈을 들며 그 아래의 땅을 살피라 하늘이 연기같이 사라지고 땅이 옷같이 해어지며 거기 거한 자들이 하루살이같이 죽으려니와 나의 구원은 영원히 있고 나의 의는 폐하여지지 아니하리라

의를 아는 자들아, 마음에 내 율법이 있는 백성들아, 너희는 나를 듣고 사람의 훼방을 두려워 말라 사람의 비방에 놀라지 말라

그들은 옷같이 좀에게 먹힐 것이며 그들은 양털같이 벌레에게 먹힐 것이로되 나의 의는 영원히 있겠고 나의 구원은 세세에 미치리라

여호와의 팔이여 깨소서 깨소서 능력을 베푸소서 옛날 옛 시대에 깨신 것같이 하소서 라합을 저미시고 용을 찌르신 이가 어찌 주가 아니시며 바다를, 넓고 깊은 물을 말리시고 바다 깊은 곳에 길을 내어 구속 얻은 자들로 건너게 하신 이가 어찌 주가 아니시니이까

여호와께 구속된 자들이 돌아와서 노래하며 시온으로 들어와서 그 머리 위에 영영한 기쁨을 쓰고 즐거움과 기쁨을 얻으리니 슬픔과 탄식이 달아나리이다

가라사대 너희를 위로하는 자는 나여늘 나여늘 너는 어떠한 자이기에 죽을 사람을 두려워하며 풀같이 될 인자를 두려워하느냐

하늘을 펴고 땅의 기초를 정하고 너를 지은 자 여호와를 어찌하여 잊어버렸느냐 너를 멸하려고 예비하는 저 학대자의 분노를 어찌하여 항상 종일 두려워하느냐 학대자의 분노가 어디 있느냐

결박된 포로가 속히 놓일 것이니 죽지도 아니할 것이요 구덩이로 내려가지도 아니할 것이며 그 양식이 핍절하지도 아니하리라

나는 네 하나님 여호와라 바다를 저어서 그 물결로 흉용케 하는 자니 내 이름은 만군의 여호와니라

내가 내 말을 네 입에 두고 내 손 그늘로 너를 덮었나니 이는 내가 하늘을 펴며 땅의 기초를 정하며 시온에게 이르기를 너는 내 백성이라 하려 하였음이니라

여호와의 손에서 그 분노의 잔을 마신 예루살렘이여 깰지어다 깰지어다 일어설지어다 네가 이미 비틀걸음 치게 하는 큰 잔을 마셔 다하였도다

네가 낳은 모든 아들 중에 너를 인도할 자가 없고 너의 양육한 모든 아들 중에 그 손으로 너를 이끌 자도 없도다

이 두 가지 일이 네게 당하였으니 누가 너를 위하여 슬퍼하랴 곧 황폐와 멸망이요 기근과 칼이라 내가 어떻게 너를 위로하랴

네 아들들이 곤비하여 그물에 걸린 영양같이 온 거리 모퉁이에 누웠으니 그들에게 여호와의 분노와 네 하나님의 견책이 가득하였도다

그러므로 너 곤고하며 포도주가 아니라도 취한 자여 이 말을 들으라

네 주 여호와, 그 백성을 신원하시는 네 하나님이 이같이 말씀하시되 보라 내가 비틀걸음 치게 하는 잔 곧 나의 분노의 큰 잔을 네 손에서 거두어서 너로 다시는 마시지 않게 하고

그 잔을 너를 곤고케 하던 자들의 손에 두리라 그들은 일찌기 네게 이르기를 엎드리라 우리가 넘어가리라 하던 자들이라 너를 넘어가려는 그들의 앞에 네가 네 허리를 펴서 땅 같게, 거리 같게 하였느니라 하시니라 " -이사야 51장-


오늘 하루 일상 속에 이 말씀이 언제나 마음 속에서 울려 퍼져라.

나는 네 하나님 여호와라....


<밤>

무척 무더운 하루의 현장, 바쁘게 바쁘게 무사히 마친다.

우리 근로자는 여전히 일꾼이다. 기술자다.

그러나 회사는 지금 어떤 교활한 복수를 음모한다.

SB-320 진수, SB-315 경사시험.

내일 모레까지 휴무.


이사야의 생의 비결.

*확신-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 이것이 그가 하나님의 거룩하심 앞에서 자기의 죄악상을 느낀 부르짖음이었다.

*고백- "나는 입술이 부정한 사람이요!" 죄를 깊이 뉘우치는 상한 시장은 주님께 귀히 여김을 받는다.

*정결- "네 죄가 사하여졌느니라!" 죄의 고백이 있은 후 스랍이 날아와서 단에서 핀 숯을 가져다 그의 입에 댐으로서 그를 정결케 하였다.

*헌신-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

*사명- "가라!" 하나님의 명령으로 소명감.


14799 1987. 8. 15 (토)


연휴중 첫째날.

상곤과 낙영 산에 가자는걸 마다하고 집안에 박혀 있다.

휴일의 일락이여!

나는 근본 게으른 사람이다.

그러나 이 여유로운 일락이 내 최상의 행복인걸 어쩌랴.

앞에 도열해 있는 영혼을 즐겁게 할 책들, 오늘은 카잔차키스이다.

그리고 Beethoven의 'Tripple Concerto'.

기막힌 천재의 음악,

아라우의 피아노와 쉐링의 바이올린 그리고 스타커의 첼로의 앙상블.


14800 1987. 8. 16 (日)


발작처럼 퍼붓는 비.

경인지방 또 수해, 몇십명이나 실종되다.


카잔차키스 읽고.

비디오 '철도원' 빌려 본다.

철도기관사의 가정이야기,귀익은그 음악과 Neo Realism의 화면.

그러나 영화에서 옛과 같은 감흥이 많이 사라젔음을 느낀다.

가슴 떨며 앉은 자리에서 같은 영화를 몇번씩이나 반복하여 보아도 감동은 그대로 유지될뿐 아니라, 그 넘치는 감동을 희석시키려고 시시한 국산영화를 또 봐야했던 그 때.

이제 그런 로맨티시즘이 사라진 가슴에는 무엇이 대신하여 자리잡고 있을까?


내일 J의 생일.

J를 위한 기도.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마음은 그녀를 위한 기도뿐이다. 내 주님이 곧 아내의 주님이기를..


퍼붓듯 비가 쏟아지고 있다.

최귀라는 통곡하듯 찬송을 부른다.


"Blessed are the poor in spirit, for theirs is the kingdom of heaven.

Blessed are those who mourn, for they will be comforted.

Blessed are the meek, for they will inherit the earth.

Blessed are those who hunger and thirst for righteousness, for they will be filled.

Blessed are the merciful, for they will be shown mercy.

Blessed are the pure in heart, for they will see God.

Blessed are the peacemakers, for they will be called sons of God.

Blessed are those who are persecuted because of righteousness, for theirs is the kingdom of heaven.

"Blessed are you when people insult you, persecute you and falsely say all kinds of evil against you because of me.

Rejoice and be glad, because great is your reward in heaven, for in the same way they persecuted the prophets who were before you."

심령의 가난함, 애통함, 온유함, 의에 주리고 목마름, 긍휼히 여김, 마음의 청결함, 화평케 함, 의를 위하여 핍박받음... 영문보다는 한글의 번역이 더 헬라어의 원본에 가깝지 않을까?


이 덕목들은 모름지기 나와 같은 인간으로서는 안된다. 다만 이러기 위하여 애써야 할 뿐이다.


14801 1987. 8. 17 (月)


밤새 쏟아지는 빗소리가 잠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어지간히 내리고 있다.

새벽, 책상 앞 불끄고 어둠 속 잠겨 오래 기도.

아내의 생일, 축복하소서. 아내의 영혼이 주님의 말씀의 씨앗이 심겨져 자랄수 있은 밭이 되게 하소서. 우리 가시버시의 사랑이 회복되게 하여 주소서. 아내를 진정 염려하고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다시 예전처럼 이 가슴에 일게 하소서. 아내가 남편을 향하여도 그리 되게 하여 주소서. 가시버시의 서로에 대한 감사와 사랑과 존경만이 이 가정을 화목케하여 아이들이 올곧게 자랄수 있는 토양임을 아내와 나의 황량한 마음에 일깨워 절실히 깨닫게 하소서.

그러나 우선 아버지 나의 하나님이여. 용서하소서. 가장 가까운 사람 나의 아내에게 마저 이토록 인색한 사랑의 이기주의를 용서하소서.

아버지 나의 하나님. 마흔 한번째 나의 아내 생일을 정녕 축복하소서.


울다.

J와 함께 그리스도 예수 안에 거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함께 기도하며, 찬송하며...

그러면 이 세상 무엇이 두려웁단 말인가.

참다운 삶의 비결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임을 J가 깨닫게 된다면.

나의 가정이 신실한 크리스찬의 가정이 될 수 있다면.

희락과 감사와 찬양과 웃음과 기도가 넘처나는 가정.

아, 하나님께 속한 백성으로서 그것을 자각하는 기쁨, 그리스도를 본받고자하는 삶의 자세에서 우러나오는 참된 행복.

이기심을 죽이려 마음쓰고 남을 사랑하려 마음쓰고, 불안이나 두려움이나 회의나 미워함이 없는 완벽한 도덕의 세계.

죽음까지도 감사함으로 받아들일수 있은 소망의 세계.

아, J의 생일날 새벽. 아내가 나와 함께 이 진리의 길로 들어서려는 열망을 가질수 있다면.


<밤>

비가 추적추적 내리다 말다하는 후덥지근한 날씨.

현장은 현장다웁게 후덥지근하고 사무실은 현장 사무실다웁게 후덥지근하다.

PD성 대리와 카토릭에 대한 대화.

그의 현실에 기초한 그것은 신앙으로서 다소 의심스러운바가 있다.

그의 성당은 하나의 사교클럽 같구나.


돌아와 목욕한후 俊이와 손 모두어 잡고 기도.

내 아내, 이애 엄마 생일의 축복.

육체의 병은 하나님 신유의 손으로 치료해 주시고, 마음의 병은 은혜의 손길로 고처주소서.

믿음의 씨앗이 자라도록 은혜 주소서.

긴 기도중 다소곳이 무릎꿇고 고개를 숙인 俊이의 진지함.

"무엇을 기도드렸니?" 하고 물으면 "아빠 기도 베꼈어."라고 대답하지만 녀석의 표정에서 제 어미를 위한 간절한 마음을 읽을수 있다.

하나님. 나의 하나님, 俊이의 하나님, 아내의 하나님, 英이의 하나님.. 모두모두 하나님을 안다는 기쁨을 함께 느낄수 있다면.

진실하고 진지한 내 아들의 기도여.


14803 1987. 8. 19 (수)


어제는 과의 직원들과 검사과 직원들과 어울려 그만 맥주에 취해 버렸다.

새벽의 경건은 맞지 못한다.

SB-327, 328 기공식, 돼지머리 웃는 제삿상에 큰 절 올리다.

난 크리스찬입네하고 그 Ceremony를 거부할 배짱이 내게는 없다.

하나님은 이해하실 것이다.

조선소의 현장.

위와 아래 사람사이의 곡예노름도 참 어려울사!

정대리와 Y부장.

무언가 합리적이고 조직적으로 업무방향을 시도해 보려고 하여도 시작도 하기전 그 의욕은 꺾이고 만다.

발전을 위한 동기부여, 그 배려는 전혀 있을수 없는 풍토.


"인간이 신을 찾아낼수 있게끔 그렇게 인간을 만드신 신- 우리가 우리의 전 생명으로 찾아 쥐려고 노력하는 신- 그 신은 우리가 멱감을수 있을 그 氣圈의 넓이만큼 퍼져있고, 또 감촉할수 있은 존재이다. 신은 세계 그 자체와 같이 도처에서 우리를 감싸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신을 껴안기 위해 무엇이 결여되어 있는가. 단 한가지 것, 즉 신을 보는 일이다."

"더욱 크소서. 주여 자꾸 더욱 증대하소서. 당신의 우주는. 그리하여 간단없이 강화되고 확장되는 접촉에 의하여 이 몸이 당신을 포옹하고, 당신에 의해서 이 몸이 포옹되게 하소서" -샤르땡-


14804 1987. 8. 20 (목)


새벽.

무거운 머리로 깨어나 소리내어 기도 드리다.

안일함과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소심함을 없이 하여 주소서. 아내에게 믿음을, 갈급하게 하나님을 찾는 심정을 주소서. 英이 俊이에게 부모의 용렬한 지혜가 아니고 하나님의 지혜로 키우게 하소서. 어머니께 기쁨을.

아,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옵소서.


인생을 쉽게 사는 길. 예수님이 주신 쉬움을 체험할 것.

그것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하신 말씀.

수고의 문제 그리고 짐을 진 문제.

수고한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인생을 살고 능동적으로 가정을 이루며 삶의 목표를 세워 수행한다는 수고를 가르키는 것.

무거운 짐진다는 것은 수동적인 것. 사람이나 다른 요인에 의해서 계속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상태.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예수님께 쉽게 사는 비결을 배울 것.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온유와 겸손. 온유와 겸손.

"그러면 너희는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내가 중심이 되어 사는 삶은 참 힘든 것. 시험과 핍박이 있고 궁핍,역경,조롱,시험이 있는데도 온유와 겸손의 마음을 가지면 그 모든 것들이 마음을 힘들게 느끼지 못하게 하여 마음 속에 있은 쉼을 발견하게 된다.


<밤>

깊은 밤. 숙직근무 숙직원에게 맡기고 돌아온다.


나의 이 기록은 되바라지고 도무지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

겉에서 맴돌뿐 핵심에는 도달치 못하고, 혹은 덕지덕지 천박한 화장으로 위장하고, 혹은 변명에 급급하여 자기합리화하고, 도무지 느낌의 리비도에 도달치 못한다.

그렇다. 나는 평균치도 못되는 인간일 뿐이지만 그러나 나의 하나님은 나를 잡아주실 것이다.


14805 1987. 8. 21 (금)


또 비 추적추적, 습기차고 무더운 날씨.


이기주의- 본성에 주어진 생명력, 모든 동물이 갖고있는 평등한 자연의 법칙, 살고자 하는 생명이 필연적으로 보유해야 할 원리.

이런 생명력이 이기주의라면 그것은 극복할수 없는 종류의 이기주의이다.

그러나 타인을 향한 닫힌 품성에서 발현되는 이기주의는 극복해야 한다.


14807 1987. 8. 23 (日)


일요일, 현장 나가봐야 하는 휴일 아침.

발톱깎고 구두 닦고 목욕한다.


아이들보는 어린이 신문의 우스개 만화.

조각가가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말 모양을 조각하고 있었다.

그 곁을 지나는 두 노인의 대화.

"멋진 말을 조각하는군. 무척 어렵겠는걸."

"그렇지도 않아요. 커다란 돌을 가져다 말같이 생기지 않은 부분을 떼어내면 그만이니까"


의미심장한 비유가 있을 법하다.


사람이란 동물의 간사함은 아마 내가 표본일 것이다.

상황에 따른 마음가짐의 변화, 똥누러 갈때와 누고 난 뒤.

얼마 전 아픔의 질고 속에서 간구한 기도들의 내용, 그 간절함이 지금 얼마나 남아있을까?

또 동인의원 의사를 향한 저주의 염, 이제 뒷꽁무니의 통증이 잠잠 사라지는 느낌이니까 그 수술이 그래도 성공은 했나보다 하는 마음이 들고.

만일 부귀와 영화, 건강과 아름다움등 이 세상 온갖 영광을 소유하게 되었다면 하나님께 대한 간절함과 그 사랑함이 남아 있겠는가?

그래서 아마 하나님은 우리의 모자라는데서 완성되는 분이신가 보다.


다소 선선한 날씨이지만 아직도 여름나라에 속해 있다.


14808 1987. 8. 24 (月)


저녁 또 주룩주룩 내리는 비.


회사에서의 일상.

업무는 얼마든지 두렵지 않으나 사람들에게 시달리는게 정말 못할 노릇이다.

위는 위대로 아래는 아래대로.

받는 Order와 내리는 Order.

눈치껏, 임기응변의 기술, 때로는 공갈과 허세로서..

이런 것들이 사람을 한없이 피곤하게 만든다.

상상력뿐 아니라 경건을 증발시킨다.

내일 새벽은 좀 더 일찍 기상하여 경건을 찾자.


"선이나 악에 무관심해야 한다. 즉 그 어느 쪽에 대해서도 똑같이 주의해야 한다. 그러면 스스로 선이 승리하게 된다. 정녕 이러한 고도의 무의식적 동작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은 것이다. 그러한 동작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기의 '나'를 끄집어내서 선을 행하도록 자기의 재능에 강요해서도 안되며 오히려 자기를 없애고 사랑에 의해 이러한 은총에 완전히 복종하는 상태에 도달해야 하며 여기에 선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긴다. 행동은 저울 눈이다." -시몬느 베이유 '비천함을 위하여'-


14809 1987. 8. 25 (화)


새벽기상.

번개가 어두운 하늘을 번쩍번쩍 가른다. 그 순간적인 빛 속에 바다와 아치섬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천둥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골로새서 공부. 기도.

성경은 새롭게 나를 감동시켰으나 오늘의 기도는 메마르다.


바울의 전형적인 인사 투.

"우리 아버지 하나님으로부터 은혜와 평강이 너희에게 있을지어다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께 감사하노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너희의 믿음과 모든 성도에 대한 사랑을 들음이요 너희를 위하여 하늘에 쌓아 둔 소망을 인함이니 곧 너희가 전에 복음 진리의 말씀을 들은 것이라

이 복음이 이미 너희에게 이르매 너희가 듣고 참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은 날부터 너희 중에서와 같이 또한 온 천하에서도 열매를 맺어 자라는도다

이와 같이 우리와 함께 종 된 사랑하는 에바브라에게 너희가 배웠나니 그는 너희를 위하여 그리스도의 신실한 일군이요

성령 안에서 너희 사랑을 우리에게 고한 자니라

이로써 우리도 듣던 날부터 너희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그치지 아니하고 구하노니 너희로 하여금 모든 신령한 지혜와 총명에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으로 채우게 하시고

주께 합당히 행하여 범사에 기쁘시게 하고 모든 선한 일에 열매를 맺게 하시며 하나님을 아는 것에 자라게 하시고 그 영광의 힘을 좇아 모든 능력으로 능하게 하시며 기쁨으로 모든 견딤과 오래 참음에 이르게 하시고 우리로 하여금 빛 가운데서 성도의 기업의 부분을 얻기에 합당하게 하신 아버지께 감사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바울의 아름다운 기도, 이것이 바로 나의 기도가 되어야 하리라.


"그가 우리를 흑암의 권세에서 건져내사 그의 사랑의 아들의 나라로 옮기셨으니 그 아들 안에서 우리가 구속 곧 죄 사함을 얻었도다 "

흑암의 권세에서 건짐을 받았다는 자각, 이 자각이 내게도 절실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우노라 "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 그 분과의 일체감. 내게 이 의식이 부족함에 절망한다.

바울은 하물며 예수 그리스도의 남은 고나까지도 자신의 육체에 채우기를 갈망하는데.


"이 비밀은 너희 안에 계신 그리스도시니 곧 영광의 소망이니라 "

만대전부터 감추어 오던 비밀, 하나님의 원대한 계획, 역사 속에 직접 오신 예수 그리스도, 그 Detail함에 있어서 가끔 부족함을 느끼고 세밀한 계획이나 치밀한 구성의부족함에 때로 저항을 느낌은 바울의 신학이 곧 기독교다라는 말과 어느정도 일맥상통할 듯 싶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치밀하지 않고 완벽하지 않음, 노리적으로의 설득을 거부하는 그 곳에 오의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나도 내 속에서 능력으로 역사하시는 이의 역사를 따라"

늘 자신의 내부에 성령의 임재하심을 느낄수 있은 신앙, 바울은 축복받은 사람이다.


J의 경우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내 할 일 하고 살면 그게 곧 선이 아니냐?"는 골격으로 진리관이 이루어져 있다.

어떻게 하면 높은 곳에서 인생을 보고 느낄수있게 하여 인생의 정체를 깨닫고는 "나를 구원하소서!"라고 부르짖게 할수 있을까?

J여. 이 남편의 원을 들어다오, 이토록 열망하는 남편의 마음에 한번만 귀기울여 다오.


14810 1987. 8. 26 (수)


어제 저녁운 그만 취해 버렸다.

피곤한 몸의 퇴근길, 소주 한잔에 그만 발동이 걸렸다.


모처럼 맑은 날씨.


"내가 너희와 라오디게아에 있는 자들과 무릇 내 육신의 얼굴을 보지 못한 자들을 위하여 어떻게 힘쓰는 것을 너희가 알기를 원하노니 이는 저희로 마음에 위안을 받고 사랑 안에서 연합하여 원만한 이해의 모든 부요에 이르러 하나님의 비밀인 그리스도를 깨닫게 하려 함이라

그 안에는 지혜와 지식의 모든 보화가 감취어 있느니라

내가 이것을 말함은 아무도 공교한 말로 너희를 속이지 못하게 하려 함이니 이는 내가 육신으로는 떠나 있으나 심령으로는 너희와 함께 있어 너희의 규모와 그리스도를 믿는 너희 믿음의 굳은 것을 기쁘게 봄이라

그러므로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를 주로 받았으니 그 안에서 행하되 그 안에 뿌리를 박으며 세움을 입어 교훈을 받은 대로 믿음에 굳게 서서 감사함을 넘치게 하라

누가 철학과 헛된 속임수로 너희를 노략할까 주의하라 이것이 사람의 유전과 세상의 초등 학문을 좇음이요 그리스도를 좇음이 아니니라

그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고 너희도 그 안에서 충만하여졌으니 그는 모든 정사와 권세의 머리시라" -골로새 2장-


英이 시험 잘 치루었다고.

俊이는 내일부터 개학.


14811 1987. 8. 27 (목)


피로가 누적되었는가.

아주 싫게 일어난 시각은 어느새 5시 40분.

잠시의 기도.


아침 화장실에서 읽은 미우라 아야코의 어떤 구절에서 문득 느낀 것.

사람은 무슨 일이든 습관이 되어 버리면 그 속에 담긴 의미에서 감동이나 감사함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만다.

내 현재의 모든 상황, 이것 역시 타성에 젖지 않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 어떤 놀라움이 숨겨져 있을런지 모른다.

늘 어떤 불만을 느끼고 있는 J, 싫다고 도리질하며 올가미에 걸린 개처럼 끌려간다고 생각하는 직장, 마음을 열어 교통함이 부족하여 늘 서로 소원감 속에 잠겨있듯 느껴지는 형제들.

이런 것들 속에 혹시 감사해야 할 요소가 차 있는 것은 아닐까?

빈잔에 반쯤 채워 진 물.

목마른 어떤 사람은 그것을 마시면서 '고맙게도 반잔이나 남아있었구나.'하고 감사하게 느끼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에게, 이 반잔으로 목을 축여야 하다니.'하고 불만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주어진 상황, 그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가장 내게 최적의 상황이 아닐까?

성경에 나오는 감사하라는 덕목, 늘 감사하라는 말씀.

모름지기 긍정의 마음과 온유의 눈길이 있어야 할 일이다.


"하나님은 사랑이다. 우리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사랑으로써 우리를 사랑해 주시는 하나님께서 우리들의 영혼을 위해서 언제나 최선의 길을 마련해 두고 계시지 않을까. 좋아도 날뛰지 말고, 나빠도 절망하지 말고, 언제나 조용히 감사할수 있었으면.." -미우라 아야코-


덥고 피곤한 하루.

"당신은 하나님. 모든 존재의 창조주시오. 당신은 하늘을 그 길대로 인도하시고 당신은 낮은 빛으로 옷입히시며. 당신은 밤을 그렇게 평온케 하셔서 지친 몸은 고요히 쉬게 하시고 새로운 수고를 위해서 생기를 주시어 마음은 짐을 풀고 슬픔을 잊게 하십니다." -엠브로시우스-


14812 1987. 8. 28 (금)


새벽 기도.

아내에게 고상한 품성을, 내가 좋아하고 존경할수 있는 내 취향에 들어 맞는 어느 품성이 생기기를, 남편의 뜻과 기분을 염두에 둔 언행이 있기를, 그리하여 주님 나로 하여금 불같이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을 일게 하시어 마치 타인을 주님께 맡기듯 '아내를 구원해 주세요'하지 말고 내가 아내의 영혼의 고삐를 잡아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 이르게 하기를.

英이가 이 사춘기의 고개를 슬기롭게 극복하기를, 부모에게 반항하는 마음이 부모를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임을 깨닫게 되기를. 俊이가 좀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로 자신감에 넘치기를.

아버지 나의 하나님, 이 가정을 내 중심으로, 가장인 내 중심으로 이루어 지도록 하소서. 내게 이끌어 나갈 용기와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끼도록 도와 주소서. 내 식솔, 내 생명의 편린들을 주님의 큰 날개로 보호하사....


화장실에서 일근 조용기 목사의 칼럼.

"열등의식은 따지고 보면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을 맹수로 받아들이고 처절하게 찢김을 당하고 있다. 나도 예전에는 열등의식에 빠져 있던 사람이었다. 나는 열등의식이 닥아올때마다 이렇게 외쳤다.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수 있느니라.' 그래서 나는 성령님의 능력을 통해서 운명과 환경을 극복했다. 내가 성령님을 전적으로 의지하자 성령님께서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 지혜와 지식과 판단력과 능력을 주셨다. 오늘날 문명이 극도로 발달되었지만 사람들의 내면은 열등의식, 패배의식으로 폐허화 되어 가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학대하고 무능한 존재로 자신을 취급한다. '외화내빈' 바로 그것이 현대인의 모습이다. 나처럼 주 안에서 변화를 받으라. 그러면 열등의식이란 얼마나 허상의 괴물인가를 알게 된다."


미우라 아야코의 구절들.

"<하나님. 나의 원수, 나에게 해를 가한 자를 축복해 주십시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진심으로 이처럼 기도하는 사람의 일생은 얼마나 축복받을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어떤 식으로 사는가 하는 것이 그 일생을 좌우한다."

"<너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생명을 낳아주고 길러 주셨기 때문인가? 그런데 유태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것은 하나님을 가르쳐준 부모님이기 때문에 그런다는 것이다. 말로써가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으로 하나님을 가르쳐 주는 부모-"

"복종이 신앙의 진수다."

"십자가란 본래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나는 것."

"하나님보다도 사람을 따르기를 요구하는 자를 거부할 때 올바른 신앙이다."

"죽음은 누구의 죽음이든 그 사람에게 가장 좋은 때에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다. 그렇다. 인생은 시간적 길이로써 살 것인가, 질적인 깊이로써 살것인가, 항상 자문해야 할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을 예비하라.

어머니를 향한 유아적 집착, 가장 질기고 끈덕진 정, 말할수 없는 슬픔과 원망의 감정들, 가슴을 쥐어뜯는 안타까움들, 존재하는 관계의 진수,내 존재에 드리워진 커다란 불덩어리...

네 가슴의 그 미진한 것들을 남김없이 풀기 전에 어머니의 죽음을 맞지 않도록 하라.

그리고 어머니께 신앙의 기쁨과 부활의 소망을 담뿍 간직하도록 기도하라.

너의 신앙의 가장 중요한 계기는 작년 그때의 어머니였음을 잊지 말라.

모든 것을 넘어선 지점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맞지 않는다면 너는 어머니의 죽음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은 곧 너의 죽음이 된다는 뚜렷한 관념을 너는 기억하라. 신앙인인 내가 신앙인인 어머니를, 신앙인인 어머니가 신앙인인 나를.... 그리하여 죽음을...


14814 1987. 8. 30 (日)


토요일의 일과, 무척 더운 날씨 높은 습도.

그 끈적끈적한 현장의 불쾌지수는 99.

그러나 그들은 그 도가니 속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뭐 중뿔나게 다른 게 있는가, 나도 그들중 하나일 뿐이다.


일요일 건강검진차 회사 나갈 참.

태풍 다이나가 제주도 남쪽에서 A급의 위력으로 매시 20Km의 속도로 북상중.

아마 오늘 방 부산을 때릴 모양이다.

오늘은 현장에서 밤을 새워야 하지 싶다.

올여름은 호우, 태풍등 자연 재해의 연타 속에 허덕이는 한반도.


오대양교, 32명이 집단으로 목숨을 끊다.

무엇이 되었건 신앙한다는 것은 이토록 무서운 것.


14815 1987. 8. 31 (月)


정면으로 태풍을 겪었다. 꼬박 밤을 새우면서.

장엄한 하나님의 교향곡. 두려움보다 앞서 느끼는 것은 참으로 장엄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이다.

안벽을 후려치며 몇천톤의 선박들을 나뭇잎처럼 까불리는 물기둥위 포말, 굉음, 크레인의 그 굵다란 와이어를 현악기의 줄처럼 연주하는 바람, 무언가 우지끈 부숴지는 소리, 내 몸뚱이따위는 그 거대한 바람의 교향곡 속에 곧 날라가 가루가 되어 부숴질것만 같다.

하나님은 파괴를 위하여, 혹은 공갈로써 태풍을 일으키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질서이다. 먼지와 같은 인간들은 도무지 그 언저리조차 더듬어 알수 없는 극대의 정연한 아름다움이다.


예전 사라호와 같은 위력을 가졌다는 다이너호는 지나가고 날이 밝으면서 차츰 바람은 잠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날이 밝자 맑고 맑은 하늘이 그림처럼 나타난다. 코발트 색, 가장 평화로운 색, 동화속의 색, 온유한 푸른 색, 그리고 무슨 축복처럼 하얀 뭉게구름이 그 자락에 떠있고.... 신비하고 신비한 하늘.

하나님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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