辨明 僞裝 呻吟 혹은 眞實/部分

1988. 4

카지모도 2016. 6. 22. 00:40
728x90



15029 1988. 4. 1 (금)


새벽.

기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능중에 언어처럼 진부하고 불완전한 것이 있으랴.


"하나님은 꼭 한잔의 시원한 물처럼 나타난다오, 레오 형제.

영원한 젊음이 샘솟는 샘에서 나온 한잔의 물처럼 말입니다.

목마른 나는 그것을 마시고 영원히 갈증이 가신다오.

아니, 아니요. 하나님은 불길이라오. 그는 타고 있어요. 우리도 그와 함께 타오르고 있어요." -프란시스코-


<밤>

혓바늘.

그리고 현장은 공정에 목숨이 걸려있다.

그런데 노조는 또 투쟁, 봉급인상이라는 명제를 이슈로하여.

회사측의 느릿느릿한 대응, 그 느릿느릿 애매모호함을 노회한 수법으로 생각하고 있다.

화끈하게 발가벗고 쇼부 본다는 게 멋지지 않겠나하는 생각은 나처럼 어린애 정도 수준이 할 수 있는 의견인 모양이다.

현장은 바쁘고 바쁘지만 그 생산성에 동기를 부여해주는 무엇은 없다.

기껏 한다는 소리는 '선각1과 앞으로 참 큰일이다.'하는 따위의 나를 겨냥한 중얼거림.

불끈 맞받아치고 싶은 충동을 다스린다. 이거야 말로 오래 참음.

고개를 높이 들어 먼 하늘을 보기에는 나의 현실은 너무나 각박하다.

뇌이는 헛소리, 온유함을 잃지 말자. 온유함을 잃지 말자.

그래, 적어도 집에서만은 온유함을 잃지 말자.


15031 1988. 4. 3 (일)


따뜻한 휴일.

모처럼 어머니, 형수와 함께 교회간다.

부활절.


조율- 흐트러진 영혼의 줄들을 일주일에 한번씩 조율하는 장소가 교회일진데, 어찌 내 영혼의 현은 조율되지 않는가.

하나님의 리듬에 맞추어 연주하고 춤추는 영혼. 한 마리 참새가 되어.

나는 깊이 병들어 있다. 내 영혼은 오염되어 있다.

하나님 나를 구원하소서- 이것은 이제 타성의 구호가 되었다. 때려잡자 공산당!


예수 부활하시다.

승리하고 창조하시다.

나의 전 존재가 이를 신앙하는가?


15033 1988. 4. 5 (화)


현장은 사보타쥬.

전혀 작업의 진척이 없다. 일은 하는척 노골적으로 노닥거리는 현장.

거북이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크레인.

호통을 칠 명분도 의욕도 없다.


15034 1988. 4. 6 (수)


몹시 불어대는 바람, 겨울처럼 춥다.

스산하고 살벌한 현장.

거리의 담벼락은 서서히 도배를 시작한다.

예춘호, 김정길 그 뒤를 노차태가 좇는 형국인가?


내 가지고 있는 열망들은 점점 빛이 바랜다.

지식, 예술 그리고 신앙.

타성으로 살아내는 일상의 삶.

허수아비의 삶.


15035 1988. 4. 7 (목)


불면의 밤.

소주마시고 억지로 눈을 붙였으나 난마처럼 엉키고 설킨 꿈의 향연, 회색수면.

혓바늘, 지끈지끈한 골치.

이런 아침에 온유함을 유지하기란 가히 필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하늘은 낮게 드리우고 빗방울 듣고 있다.

건조한 영혼.

엑기스는 다 빠져나가 버린 형해화된 영혼.

이 영혼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실 뿐은, 목숨에다 열정을 불어 넣어주실 분은 그 분 뿐이건만.

아, 나의 아버지. 나의 하나님.


15036 1988. 4. 8 (금)


화창한 날씨.

J, 허리 통증, 디스크 우려.

아닌게 아니라 그녀의 엎드려 누운 포즈는 어딘지 고통스러워 보였다.

남편짜리의 무심함.

이제 우리 40대- 점점 육체는 쇄잔해 지는 나이다.

그러나 안정은 요원하다. 경제적 안정- 이것만 있으면!

이따위 경제에 핍박받는 하나님의 영혼, 말이 되느냐?

어떤 제3의 길을 찾아야 할텐데.

나는 이토록 나약하다.


안녕. 쇼팽, 폴로네이즈...


15037 1988. 4. 9 (토)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하다는 신념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맹목적으로.

누구나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간층은 되지 않을까하는 신념, 일종의 자기위로.

그 얇다란 허황한 신념.

얇은 양파껍질을 벗기고 보면 그것은 전혀 근거없는 신념이다.

당장 직장잃고, 병들고, 혹은 무언가 사고를 당한다면 그 신념은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릴 것이다.

진짜 부자는 그리 많지 아니하다.


15038 1988. 4. 10 (일)


어머니 안가시고, 나 홀로 교회.

박치복 목사님.

디베랴 바닷가에는 말로 표현 못할 즐거움 가득...


아내의 허리아픔, 내 마누라는 내가 책임져야 할 물건.

내일 귀를 당겨 함께 병원에 가리라.


15039 1988. 4. 11 (월)


함께 대학병원.

허리 힘줄이 늘어 난 듯하다고.

여러 가지 검사.

심각한 것이 아니어서 정말 다행.


15040 1988. 4. 12 (화)


이제 새벽4시 기상은 불가능한가.

겨우겨우 5시 기상.

빌립보서.

기도.


이웃, 내 이웃은 과연 누구?

누군가의 소설 속에 '이 밤에 누군가 울고있으면 그것도 내 책임이어야 해'라고 말했다.

공동체로서의 이웃인가.

윤리적으로의 이웃이가.

창조정신으로서의 이웃인가.

이기주의의 극복이라는 명제는 역사를 일관하는 사상의 핵심이다.


개인 구원사상이 산업사회의 개인주의와 합해지면서 많은 교회들로 하여금 사회참여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있다는 말은 사실일 것이다.


현존 질서가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본질에 합당하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의 선함은 그 반대개념인 하나님이 창조하지 않으신 악함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사회참여만이 그 이웃을 이웃으로 만드는건가?

사회공동체로서의 이웃만이 이웃인가.

사회참여와 역사발전으로서의 끝없는 개선.

그러나 그 또한 역사의 허무를 잉태하고, 기독교적인 혁명은 궁극적으로 역사에 함몰되어 또 하나의 역사적 허무를 잉태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결국 귀결되는 최선은 개인의 구원이 아닌지.

그래서 정치적 허무주의?


15042 1988. 4. 14 (목)


어제 밤, 모처럼 英이, 俊이와 노닥거린다.

나는 소주를 홀짝이며.

아이들 체육시간 이야기가 재미있어 아비 어미는 하하 호호 웃는다.

J, 18일부터 허리 침 맞기로.


겨우겨우 일어난 5시 30분.

이제 섬머타임이 실시되면 4시라는 것이 지금의 3시가 될터인데..

새벽, 그 순수한 즐거움.

그것을 잃어버린지가 사뭇 오래 된 느낌이다.

내게 지금 유 무형의 시련이 있다면 그것을 하나님의 은총으로 생각하라.

나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나를 더 높은 곳으로 인도키 위하여 내리는 은총이다.


15043 1988. 4. 15 (금)


현장의 사보타쥬는 거의 작업 중단 상태.

회사는 철학 빈곤, 얕은 꾀만 난무.

나 EH한 순치된 한 마리의 토끼.

오늘 숙직, 이 숙직이 하기싫어서도 승진해야 하는데...


J의 허리, 많이 좋아졌다고.


<밤>

숙직원에게 맡겨 놓고 땡땡이쳐 돌아 온 내 책상 앞.

정충제 '삼청교육대 악몽의 363일'을 읽는다.

그는 국민학교 교사로 내 동갑나기인데, 어느 날 갑자기 연행되어 삼청교육대로 끌려갔다.

법치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연상되는 마르께스의 소설, 야만적인 포로수용소, 아우슈비치...

집단에 의한 제도적 구조적인 폭력을 생각한다.

1967년도 그 추웠던 겨울, 대구 군의학교.

불과 1개월여 먼저 입대한 앞기 일등병 놈들에게 당한 그 폭력의 밤.

한밤중, 오늘은 무사할까하고 불안에 떨며 설핏 잠든 열 개의 대가리를 워커발은 사정없이 유린한다.

'기상!' 이 음산한 낮은 구령 한마디에 열 개의 몸뚱이들은 순식간에 부동자세로 침상위에 정렬한다.

'너!' 지적받은 나는 오뚜기처럼 발딱 발딱 곧추서며 무차별의 주먹과 워커의 구타를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그 타격을 아구로,턱으로,가슴으로,복부로,정강이로 받아내는 그 때. 내가 생각할수 있었던 것은 이 절대자 앞에서 나의 최선은 한 방에 멋지게 나가 떨어져 줌으로써, 그를 즐겁게하여 빨리 이폭력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의식뿐이었다.

모멸감? 자괴감? 수치심? 반항심? 그런 것은 아예 있지도 아니하였다.

무조건적인 굴종, 곧 노예의식 바로 그것이었다.

제도적, 일방적으로 가해지는 폭력-

그것은 인간성을 말살한다.


15044 1988. 4. 16 (토)


무엇이 원통하랴.

무엇이 보람없으랴.

풀 잎같은 인생.

무엇이 최선이랴.

바람같은 인생,

헛된 미망의 회억.


내일쯤 경건할거나.


15045 1988. 4. 17 (일)


어머니와, 오늘은 俊이도 데리고 교회.

'질그릇에 가진 보배'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15046 1988. 4. 18 (월)


새벽.

추적주적 내리는 빗소리.

온 종일 내릴 것 같다. 단비란다.

어제 英이가 사 온 '아마데우스'사운드 트랙 레코드.

새롭게 생각나는 영화 아마데우스.

천재 모차르트를 향한 끊임없는 질투를 불태우는 샬리에리.

나는 샬리에리의 심리상태를 완벽하게 이해할수 있을 것 같다.


신의 뜻이란 때로, 한 인간의 상식을 가혹하게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

인간의 상식을...

샬리에리의 상식을 그토록 괴롭힌 신.

출근 전. 내 방을 가득 울리는 모차르트...


내일 현장은 터지려는가.

내 한구석 터지기를 바라는 심리가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내일 진수예정인 SB-336은 진수만이 관심사다. 내게는 노가다 십장으로서의 마음뿐이다.

진수만 무사히 마치고 분규야 일어나던지, 말던지...


15048 1988. 4. 20 (수)


조함원 총회의 투표, 512: 62 로 농성 결정.

오늘부터 총파업이다.

이웃 조선공사도 휴업공고 나붙었다.


15049 1988. 4. 21 (목)


실로 오랜만의 4시 기상.

마태복음 4,5장 공부.

에리히 프롬 '존재와 소유'

俊이도 일찍 일어나 제 책상 앞에 앉는다.


어제부터 파업이지만 노조집행부는 위법적인 행동에 대한 책임을 두려워 한다.

얼굴이 반쪽이 된 위원장 문창수녀석, 불쌍한 느낌이 든다.

4월 22일 10:00시 부터 공식적인 농성 돌입, 일종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유예 설정인가.


창조하라.

내부에서 울려오는 소리.

창조하라.

그 힘은 위에서 주시는 것이 아니다.

열정은 순전히 위에서 내리는 것만이 아니다.

노력, 집중력과 일관된 목표의식으로 가능한 것.

창조하라.

무엇을 만들어라.

존재를 이루어라.


"자기의 머리를 초월하여 상승하고 있은 사람은 누구든지 혼란으로 가득 채워진 그 작은 머리에서 탈출하는 것." -니코스 카잔차키스-


15050 1988. 4. 22 (금)


일사불란한 쟁의에 돌입하지 않고 있다.

집행부는 딜렘마에 빠진 모양이다.


노태우대통령 기자회견.

이미지를 꾸미려는 제스추어가 아니라면 그는 썩 괜찮게 느껴진다.

전씨에 비하여는 한결 돋보인다.


책 구입.

E 블르흐 '철학입문' 그리고 눈에 확 들어오는 책한권,

그이름 본 훼퍼.

얼마나 동경해 왔던 이름인지. 'Life Together


15051 1988. 4. 23 (토)


어제 분규 타결.

기본급 정액인상, 근속수당 100%인상, 상여금 100% 인상.

내게도 소득 증대가 있다. 그러나 연장근무 시간을 인정치 않는다면 관리자의 실제 수입은 인상효과는 없는 것이다.


오늘부터 현장의 소음은 다시 시작 될 것.


15052 1988. 4. 24 (일)


간밤에는 심하게 마른 번개와 천둥소리가 울리더니.

그래서 英이의 캠핑이 걱정스러웠는데, 오늘은 이토록 쾌청하다.

황사현상도 사라진 푸르름 그 자체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곡, 동심초.

애틋하면서도 격정적이고, 어느 쪽진 여인의 단정함이 떠오르는 선율.

그리고 추억 하나, 유년의 여름, 나는 우이동의 민박집 옆집에 피서 온 예쁜 여대생이 한밤중에 동심초를 불렀고, 나는 누워서 노래소리를 들으면서 그 여대생에게 성욕 비슷한 걸 느끼면서 황홀해 하였었지.


현장은 다소의 소란이 있었으나 그럭저럭 안정되어 갈 듯.

그러나 또 모르지.

회사 들렀다 교회 가야하는 일요일 아침.


"매일 죽으라. 매일 태어나라. 매일 그대가 가지고 있는 것을 부정하라. 보다 훌륭한 미덕이란 자유롭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기 위해 투쟁하는 것." -카잔차키스-


<밤>

어머니 안가시고 혼자 교회.

목사님 강론.

'하나님의 뜻을 이루게 할 사람'

본 훼퍼를 언급하시는 목사님.

그의 행동주의, 참여주의를 다소 폄훼하시는 박치복 목사님은 온건한 복음주의.


2시간 넘게 앉아 파마하다. 이제 내 얼굴 인상은 파마머리로 굳어지고 있다.


동삼동의 휴일 오후- 바다가 초원처럼 펼처저있는 풍경의 고즈넉함은 말할수 없는 행복감을 자아낸다.

허리가 아프지만 온유함을 잃지않은 아내. 심심한 俊이는 아빠가 반갑다. 조금 있으면 캠핑에서 돌아올 英이.

그리고.

한병의 소주.

비디오테이프 두 개.

이만하면 나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요일 오후의 사나이다.


15053 1988. 4. 25 (월)


화창한 봄날 아침.

방안에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흐른다. 베토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

안나 소피 무터와 카라얀.

안나소피 무터는 얼마나 요염한지.


15054 1988. 4. 26 (화)


총선일.


본회퍼.

기독교인의 공동체에 관한 논술.

미상불 흥미롭지 않을수가 없다.

기도.

나의 영혼은 이제 울고 있지 않다.

아니, 이제라는 단어는 쓰지말자. 결정적이듯이 이제라는 단어는 쓰지 말도록 하자.

그것은 지금의 감정적 수사에 불과하다.

인간의 마음이란 조석변개하는 것.


15055 1988. 4. 27 (수)


총선개표실황.

꼭두새벽 일어나 지켜본다.

민정당은 과반수도 힘들 것 같은 상황.

평민당 제1야당으로 부상할 듯하고 공화당 역시 호조.

그러나 완연히 들어나는 지역성, 가히 지역당 할거 시대이다.

또 하나, 우리나라의 한심한 정치현실.

혁신정당 진보정당의 출현은 불가능한 구조적인 현실의 벽.

내가 찍은 옛날 공화당늬 혁명가 예춘호씨는 어림없구나.

김정길씨 당선.

그는 나의 두해 선배란다.


15056 1988. 4. 28 (목)


일본여행, 큰사찰, 일본 농촌의 대가족, 그들은 나의 가족으로 오버랩되고, 박물관....

년전 일본출장시의 시골인상과 친척속에서 바리새인적 의식을 갖는 내 의식구조에 관한 꿈일 것이다.

겨우 꿈을 헤집고 4시 30분 기상.

마태복음 8장 공부.

시편 103,104편.

俊이도 일찍 깨어서 옆에서 공부하고, 함께 기도.

아침마다 俊이와 함께 날로 새로워라.


<밤>

조용기목사님의 신문 칼럼.

"하나님께서는 성소에 들어오려는 자는 땀나는 옷을 벗어야한다고 말씀하신다. 땀나는 옷이란 저주의식을 상징하며 인간의 노력함을 상징한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축복을 간구하면서도 '나는 안된다. 나는 절망이다, 나는 파멸이다'는 저주의식을 갖고 있다.

진정으로 하나님의 은총을 받으려는 사람은 이런 저주의식을 버리고 하나님의 광대하신 축복을 기대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인간의 의지, 인간의 노력을 포기해야 한다.

신앙이란 내 의지로 할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절대자에게 온전히 맡겨야 한다. 회개하자.

회개란 헬라어로 메타노니아요, 메타노니아란 생각을 바꾸라는 말이다.

하나님 앞에서 생각의 방향을 바꾸는 사람이 변화의 생을 살수 있다."


그 분께 모든 것을 맡기는 것.

나의 노력은 접어두는 것.

하나님을 온전히 느끼는 것.

카메라 옵스쿠라- 그 어둠의 상자처럼 오직 하나님만을 감광할 것.


15058 1988. 4. 30 (토)


4월의 끝날.

토요일.

퇴근하여 동삼동을 들어서면.

자욱한 안개.

영도, 특히 동삼동 나의 동네는 전형적인 해양성 기후- 환상적인 안개는 시시때때로 마음을 감싼다.

로맨틱한 안개.

"유령을 만들기 위해서 달까지는 필요없다.

나무줄기에 부딕치는 이 안개.

대담하게 내딛는 이 안개,

대담하게 내딛는 발걸음에는 공허한

이 어린 망령들과 귀신같은 煉霧.

속누썹을 적시고 곰팡이를 키우지만

양심에는 전혀 무해하다.

또 전혀 지껄이지도 않는다.

그 걷는듯한 흐름이 늘쩍지근한 대화처럼 보이지 않는다면, 유령처럼

새벽은 이슬을 만들기 위해서 안개를 훔친다.

안개는 쓰러진 풀잎에서 내게 윙크를 던지며

무감각하고 유약하며 꾀죄죄한 마른 가죽으로 만든

내 구두에 짙은 광택을 나누어 준다.

키 큰 안개들이 길을 더듬는 흐릿한 길을 걸어갈 때"

-에드워드 토마스 '안개'-

에드워드 토마스 영국의 안개와 동삼동 내 안개와는 너무 틀리지만 혹은 너무 같구나.



'辨明 僞裝 呻吟 혹은 眞實 > 部分'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88. 6  (0) 2016.06.22
1988. 5  (0) 2016.06.22
1988. 3  (0) 2016.06.22
1988. 2  (0) 2016.06.22
1988. 1  (0) 201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