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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토노트 (90,完) -베르나르 베르베르-

카지모도 2022. 9. 2.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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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대단원

 

우리는 여전히 빛의 산 앞에 있다.

어떤 천사도 로즈와 아망딘과 빌랭과 나를 변호해 주려 하지 않는다. 천사들은 모두 차분한 빛을 발하고 있다. 자기들의 결정이 돌이킬 수 없는 것임을 나타내려는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수천 년쯤 되는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다른 깨달은이들이 이곳에 나타날 겁니다. 그때 가면 관광객 따위는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까 진짜 깨달은이들이 되겠지요. 우리는 그들에게 당신들의 모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겁니다. 그러면 그들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당신들의 행적을 더듬게 될 것입니다.'

가브리엘 대천사가 말을 잇는다.

실낱같은 위안이다!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오디세우스'나 '성서' 같은 것을 써줄 것이다. 라울의 생각이 옳았다. (신화)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모든 것들은 그 안에 진리를 숨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죠?'

아망딘이 불안한 기색을 보이며 묻는다.

'당신들은 보통의 영혼들과 같은 길을 가게 돼요. 선업 점수 600점을 얻지 못한 다른 영혼들처럼, 당신들도 새로운 삶을 받을 것입니다. 물론 새로운 삶을 받고 태어나면 당신들은 전생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나는 내가 타나토노트였다는 사실을 잊고 싶지 않다. 나는 그 사실을 뇌리에 깊이 새겨 두려고 안간힘을 쓴다. (나는 타나토노트였다. 나는 타나토노트였어.) 영계 탐사가 실제로 존재했고 내가 그 개척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영혼 속에 아로새기면, 다음 생애에서 내 영혼이 그것을 기억해 낼지도 모른다.

'자, 앞으로 가시오!'

가브리엘 대천사의 명령이 떨어진다.

'당신들은 빛의 산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했지요?'

그렇게 물으면서 그가 빙긋 웃는다.

'몇 걸음 더 가면 그것을 알게 될 겁니다.'

'천국의 가장 깊은 곳을 보여 주겠다는 건가요?'

로즈가 반색을 하며 묻는다.

'물론이오. 당신들은 다시 지상에 내려가더라도, 당신들이 본 것을 더 이상 떠들고 다니지 못할 테니까요.'

아내가 몽유병 환자처럼 앞으로 나아간다. 그 마지막 순간에도 천문학자로서의 직업 의식이 되살아난 듯, 아내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게 된 것이 마냥 행복하기만 한가 보다. 아내는 블랙홀 건너편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거의 뛰다시피 해서 나아간다.

'당신 차례요, 미카엘.'

'심판을 거치지 않나요?'

'라울에게도 이미 설명했지만 깨달은이들에겐 심판이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믿어요, 당신의 영혼은 아주 젊어요. 당신은 인간의 삶을 153번밖에 경험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당신을 위해 좋은 환생을 마련해 두었어요.‘

나는 로즈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로즈가 불안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 함께 바보들에 맞서 싸웁시다.’

내가 텔레파시를 발하자 로즈의 영혼이 내 품에 안겨든다. 긴 입맞춤. 내 입술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지만, 영혼이 짜릿한 감동을 받는다.

‘그래요, 우리 함께 가요’

아까 로즈가 하던 대로 나도 빛의 산을 넘는다. 보인다. 정말 놀라운 광경이다. 일곱 천계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엄청난 것이 있다.

문득 나는 모든 것을 깨닫는다. 우리의 생각은 얼마나 사실과 먼것이었던가! 아무도 그것이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못했던 것은 아주 당연하다. 터무니없다. 정말 터무니가 없다.

블랙홀 깊은 속, 그 속의 속, 다시 그 속의 속이 보인다. 그저 어떨떨할 따름이다. 그것은 전혀 내가 생각하던 것이 아니다. 격한 감동으로 내 영혼이 전율한다.

이제 나는 안다. 저승 건너편에 무엇이 있는지. 죽음 저 쪽에 무엇이 있는지.

거기에 있는 것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