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옥당 하인 이학년은 속량하지 못하여 하인 노릇을 할망정 근본을 따지면 종친
의 서자라 종친 중에 안면이 넓었었다. 그날 식전에 파릉군에게 쫓아가서 의논
한 결과로 왕자, 군 이하 종친들의 힘을 모아서 조광조 등을 구원하기로 되어
낮이 지난 뒤에 파릉군 이하 여러 종친들이 예궐하여 임금께 면대하기를 청하다
가 정원에 막히어 면대하지 못하고 그대로 퇴궐들 하게 되었다. 파릉군은 빈청
에 와서 대신들을 보고 나랏일을 걱정하여 울며불며 하는 중에 마침 빈청으로
들어오던 이장곤을 보고 인사도 채 아니하고 “희강이, 나는 대감을 사람으로
알았더니 불여우 새앙쥐들 틈에서 꼬리를 흔들고 다닌단 말이오? 대감이 사람이
오? 대감이 효직이 일파를 해칠 줄은 몰랐소.” 하고 나무라며 눈물을 좌르르
흘리니 이판서는 아무 말도 아니하고 얼빠진 사람같이 두리번거리기만 하다가
영의정 정광필 앞으로 나아가서 금부의 처치를 말하는데 영의정은 상을 찡그리
었다.
금부에서 조광조 이하 여덟 사람의 죄를 간당률에 비추어서 당자들은 참형에
처하고 처자는 노비를 박고 재산을 적몰하기로 정하고 위관 김전이가 위에 품하
려고 궐내로 들어왔다. 죄를 정할 때에 이판서는 너무 중하게 매는 것이 불가하
다고 다투었으나, 남곤, 심정의 뜻을 받은 홍숙이가 무능한 김전과 부동하여 이
판서의 다투는 것을 돌보지 아니하고 이렇게 정하게 된 것이다. 이판서가 만일
모리악을 쓰다시피 다투었다면 병조판서로 금부당상을 겸한 중신의 말이 허무해
지도록 될 것이 아니었지만, 거제 귀양살이와 함흥 도망질의 광경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중에 정다운 봉단과 귀여운 함동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리어 맘이
약하여져서 굳세게 말을 세우지 못하였다. 두 사람에 한 사람이라 힘이 자라지
못하여 간당률에 비추어 죄를 정하게 되었다고 이판서가 영의정에게 말하고 부
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이었다.
이때 위관 김전이가 임금께 뵙고 금부에서 조율한 것을 아뢰니 임금은 조광조
무리의 인심 얻은 것을 근심하던 터이라 그 죄가 죽일 것이 없는 것은 통촉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나 조광조, 김정, 김식, 김구 네 사람은 죽이고 그 나머지 네
사람은 귀양보내라고 하교하여 다 저녁때 위관 김전과 당상 이장곤과 이푼 홍숙
이가 다시 금부에 좌기하고 조광조 등의 지만을 받게 되었는데, 이당상만은 머
리가 아프다고 손으로 머리를 짚고 별로 말을 입에 내지 아니하였다. 조광조는
옷자락 상소를 올린 뒤에 한번 친국이나 당하게 될까 기다리었더니 금부에서 지
만을 두게 되는 것을 보고 소원이 틀린 것을 알았다. 어젯밤에는 친구들의 말하
는 것을 돌아보지 아니하고 통곡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한 조광조가 지만을 둔
뒤로부터는 여러 친구와 웃고 이야기하는 것이 자기 집 사랑에 모여 앉았을 때
나 다름이 없었다.
영의정 정광필은 날이 저물어 불을 켠 뒤까지 빈청에 앉았었는데 혼잣말로 ‘
개지가 살았더면 혹 선처할 도리가 있었으련만 나 혼자 남아서 이런 변고를 당
한단 말인가?’ 하고 죽은 친구 신용개를 생각하며 긴 한숨을 쉬기까지 하였는
데, 조광조 등의 죄를 한번 다시 대신에게 수의하게 되어 입시하라는 전교가 위
에서 내리니 정광필은 즉시 입시하여 탐전에 부복하고 “광조 등은 나이 젊고
어리석사온 까닭으로 사리를 몰라서 그렇게 된 것이옵지 만일 중죄를 범하였사
오면 신인들 어찌 죄주시기를 청하지 아니하오리까? 죄가 있사와도 죽이도록 중
할 것이 없사오니 감사정배케 하옵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아뢰는데 눈물이 관
복 깃을 적시니 임금도 “과연 중대한 일이니 다시 생각하여 보지.” 말씀하고
얼마 뒤에 가승지 성운을 불러서 “광조 등 네 사람은 원방에 안치하고 그 나머
지 네 사람은 원방에 부처하라.” 하고 하교를 내리었다.
11
조광조 등 여덟 사람은 다같이 귀양 가게 되었는데 조광조는 능주로 가고 김
정은 금산으로 가고 김식은 선신으로 가고 김구는 개령으로 가고 또 박세희는
상주로, 박훈은 성주로, 윤자임은 온양으로, 기준은 아산으로 가게 되었다. 임금
이 가승지 성운을 금부에 보내어 귀양 갈 사람들에게 전교를 내리는데 그 전교
말씀이 “너희들은 모두 시종근신으로 상하동심하여 국사를 잘 다스리려고 한
것이 맘이 그른 것은 아니로되 근래에 너희들의 하는 일이 그릇됨이 많아서 임
신을 부편케 한 까닭으로 부득이 죄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맘이 어찌 편
할 수 있으며 청죄한 대신인들 어찌 사심이 있으랴? 만일 율대로 정하게 되면
귀양에만 그칠 것이 아니나 너희가 국사를 잘 다스리려든 본뜻을 생각하여 죄를
경하게 주는 것이니 너희들은 그리 알고 가거라.” 하고 특별히 조광조에게 “
광조 너는 죄가 제일 중하나 특별히 관대하게 처분하는 것이니 그리 알아라.”
하니 다른 사람들은 아무 말이 없이 엎드려 들을 뿐이었으나 조광조는 고개를
들고 “신이 이렇게 가온들 상심을 어찌 모르오리까? 신들의 한일이 과연 과격
하였사외다.” 아뢰어 달라고 대답하였다. 조광조 등은 전교를 받은 뒤에 금부에
서 동소문 밖으로 나가서 사처를 정하고 행장을 수습하게 되고 잡혀 갇혔던 유
생들은 모두 그대로 방송하게 되니 복잡하던 금부가 일이 없는 빈집 같았다. 나
졸 몇 사람이 모이어 앉아서 조광조 등의 인물을 평하는데 어느 사람은 “김식
이가 단아하더군.” 말하고 또 어느 사람은 “윤자임이 사내다워.” 말하는데 그
중에 나이 지긋한 한 사람이 “말들을 마라. 내가 금부에 다닌지 수십 년에 죄
당하는 대관들을 한둘 본 것이 아니지만 조대헌 같은 지성스러운 사람은 처음으
로 보았다.” 말하여 여러 사람의 말을 막으니 이 사람이 조광조에게 필묵을 갖
다 주던 나졸이었다.
조정암이 동소문 안을 지나갈 때 길가에 섰는 여러 사람들 틈에 한 사람이 눈
물을 뿌리며 섰었으니 이 사람은 갖버치다. 이날 저녁때 갖바치가 문 밖으로 나
와서 조정암에게 하직할 틈을 타려고 애썼으나 금부도사가 잡인 출입을 엄하게
금하여 사처집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얼마 동안 근처로 돌아다니다 덕순을 만나
게 되었다. 덕순이가 창황한 중에도 갖바치를 보고 반색하여 “어째 나왔소?”
하고 말을 물으니 갖바치가 “조정암의 얼굴이나 한번 더 보려고 나왔소이다.”
하고 “나를 하인이라고 하고 사처집을 좀 같이 들어가십시다.” 말하여 덕순이
가 금군과 말다툼을 조히 하고야 갖바치가 구차히 집 안에 들어왔으나 조정암의
사처방에는 가까이 가지 못하였다. 조정암이 저녁상을 받을 때에 사처방 문이
열리며 조정암이 밖에 있는 갖바치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니 갖바치는 허리를 구
부리어 하직하는 뜻을 보이었다. 정암이 문 앞으로 가까이 나앉으며 갖바치를
손짓하여 부르려고 한즉 마침 사처방에 들어앉았던 금부도사가 고개를 가로 흔
들고 방문을 닫았다. 갖바치가 조정암에게 말 한마디 못하여 보고 돌아서 나가
는데 덕순이가 뒤를 따라나오며 “인제 문안으로 들어가려오?” 묻고서 “나도
내일은 아버지를 뫼시고 떠날 터인데 이따가 집으로 들어갈 때 잠깐 들리리다.
” 말하니 갖바치는 “그리하시오. 기다리리다.”
하고 대답하였다.
초저녁이 다 된 뒤에 덕순이가 갖바치 집에서 방문을 열어 보니 아랫목에 누
워 있던 갖바치가 일어나서 마주 나오며 “오셨소? 우리는 이 다음에도 만날 터
이니까 섭섭할 것이 없소. 어서 가셔서 금실 좋으신 내외분이 작별이나 오래오
래 하시오.” 하고 웃으니 덕순이는 “창황 분주한 중이지만 잠시 이야기할 틈
이야 없겠소.” 하고 방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을 갖바치가 “고만두고 가시지
요.” 하고 막다시피 말하여 덕순이가 “그러면 작별이오.” 하고 돌아서려는데
갖바치가 “여보시오.”하고 불러서 “내가 말씀 한마디 할
것을 잊었소그려. 일은 중이 낭패시킬 터이니 조심하시오.” 하고 말하였다.
12
덕수 덕순 형제 중에 덕순만 그 아버지를 따라가게 되었다. 덕수는 그 아버지
가 “너의 아우만 데리고 갈 터이니 너는 아직 집에 있어서 집일을 보살펴라.”
하고 일렀을 뿐이 아니라 그 어머니가 아직도 편치 못한
것을 보고 형제 함께 떠나가기도 어렸웠다. 그 아버지가 죽지 않고 귀양을 가게
되고 삼수 갑산 같은 먼 곳으로 가지 않고 선산을 가게 되니 불행중의 다행이라
덕수는 맘이 적이 놓이었다. 행장을 대강 수습하고 형제 서로 대하여 “하인은
누구를 데리고 가신다더냐?”“연중이를 데리고 가시자고 여쭈었어요.” “주동
이가 사람이 영리하니까 낫지 않을까?” “연중이 모자에게 벌써 다 일렀는걸
요. 그러고 기운꼴 쓰는 연중이가 나올 겝니다.” 말말끝에 덕수가 안심되는 모
양으로 한번 한숨을 쉬고서 “이번 일은 참말 천은이 망극하다.” 말하니 덕순
이는 대답이 없이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왜 고개를 흔드느냐?” “망극할 것
도 없어요.” “어째 그렇단 말이야? 너는 감축한 생각이 없니?” “없어요. 부
모를 귀양 보내는데 감축한 생각이 날 까닭이 있나요.” “귀양만으로 그치게
된 것이 감축하지 않아?” “죄없는 부모의 귀양만도 분한 일이지요.” “소인
들이 모함한 것을 어떻게 하니?” “임금이 밝으면 소인들이 모함할 수 있나요?
” “이애 그게 다 무슨 말이냐? 아예 그렇게 지망지망히 말을 마라. 큰일날라.
” “큰일은 벌써 난 걸요.” “큰일이 작게 되었으니까 천만다행이지.” “뒤의
일이 또 없을는지 지내보아야 알지요.” “아무리 소인들이기로 설마 가죄야 청
할라구.”“소인들의 심장을 누가 알아요.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이 시각에 남
곤의 집에서는 이장곤 심정 홍경주 김전 홍숙 성운 뭇소인놈들이 가죄 청할 계
획을 꾸미는지도 모르지요. 이런 생각을 하면 사람이 치가 떨리지 않아요?” “
그야 알 수 없지. 그렇지만 소인들의 원이 여러 어른을 조정에서 내쫓으면 고만
풀릴 것이 아니냐? 그리고 이장곤만은 그 자들 축에 섞이지 않을 것이다.”
형제가 사랑에서 이러한 수작을 하다가 덕순이가 “어머니 보이려나 들어가십
시다.” 하고 말하여 형제가 같이 안방으로 들어와서 또다시 한동안 앉았었다.
밤이 든 뒤에 덕순이가 아랫방으로 내려와서 보니 그 안해 이씨가 자리도 펴
놓지 않고 넋잃은 사람같이 앉아 있었다. “왜 자리를 펴지 않았소?” “여기서
주무시겠어요?” “그럼 어디 가 자란 말이오?” “펴지요.” 하고 이씨는 일어
서서 자리를 내리는데 팔의 맥이 풀리었는지 요이불을 들어다가 놓는 것이 무거
운 농짝을 드다루는 것같이 보이었다. 덕순이가 딱하게 여기어서 “품앗이합시
다. 게서 자리는 내가 펴주리다.” 하고 일어서니 이씨가 웃는지 마는지 하게 적
이 웃으며 “고만두세요.” 하고 말리는데 “고만두기는 왜?” 가고 덕순이가
요와 이불을 번쩍번쩍 들어다가 펴놓으며 “내일은 꼭두새벽에 일어나야 할 터
이니까 일찍 잡시다.” 하고 말하니 이씨는 “일찍 주무시지요.” 하고 대답하는
데 그 얼굴이 다시 시름 속에 싸이었다. “게서는 아니 자려오?” “이따가 자
겠어요.” “그러면 나도 이따가 자지.” “그러지 말고 먼저 주무세요.”
덕순이가 입을 이씨의 귀에 대고 무어라고 한마디 속살거리니 이씨는 고개를
외로 돌리며 “딱하신 양반.” 하고 입속으로 말하였다. “아버지가 귀양 가시게
되니까 어머니가 병나셨지. 귀양 가시는 데 내가 따라가게 되니까 게서 따라 병
이 날 것 같기에 그 시어머니에 그 며느리라고 칭찬했지. 딱하기는 무에 딱해.?
” “실없은 말씀 할 겨를이 있어요? 그것이 딱하지 않아요?” “실없이 말한
것은 근심하는 안해를 위로하려는 것이니까 용혹 무괴지만 멀리 떠날 남편을 책
망하는 것은 겨를이 있어 하는 일이오?”
이씨는 대답이 없었다. “늦었소. 고만 잡시다.” 하고 덕순이가 우기어서 내
외가 함께 눕기는 하였으나, 베개 위의 잔사설은 날이 샐 때까지 그치지 아니
하였다.
13
그 이튿날 여러 귀양 행차가 떠나는데 서관이나 북관으로 가는 사람이 없느니
만큼 과천까지는 모두 동행할 수 있었다. 서울서는 느직이 떠나게 된 까닭에 과
천이 첫날 숙소참이 되었다. 숙소는 군데군데 정하였으나 석반 후에는 여러 사
람이 모두 조정암의 숙소로 모이었다. 내일이면 조광조 김정 윤자임 기준 네 사
람은 수원 진위길로 가고 김식 김구 박세희 바훈 네 사람은 용인 죽산길로 가게
되어 길이 서로 갈릴 터이라 여러 사람이 한숨을 지어가며 생리사별의 괴로운
것을 이야기하는 중에 낯모르는 유생 한 사람이 방으로 들어왔다. 이 유생은 서
울서 뒤쫓아내려온 사람이었다. 조정암과 친한 재상 몇 사람이 일이 생긴 연유
를 자세히 알아가지고 “효직이가 죄를 당하고도 연유를 모르고 갈 터이니 사람
을 보내서라도 가르쳐 줍시다.” 하고 공론한 뒤에 그중의 한 재상이 자기의 친
근한 이 유생을 전위하여 보낸 것이었다. 이 유생이 조정암 이하 여러 사람에게
인사를 마치고 한옆에 꿇어 앉아서 그 재상에게서 듣고 온 이야기를 자세히 전
하였다. “처음에 남곤이가 일을 시작하려 할 때 병조판서가 없으면 금위 군졸
을 풀어 쓸 수가 없으니까 이삼 일 전부터 이장곤 이판서가 집에 없는 틈을 엿
보아 찾아가서 이판서의 맘에 의심이 생기도록하여 놓고 일 나던 날 다 저녁때
국가의 큰일이 있어서 바삐 들어오라는 어명이 내렸다고 기별하여 이판서가 창
황히 들어와서 바로 예궐하려고 궐문 밖에 가서 보니 표신이 내리지 아니하여
궐문을 열지 못한다고 문군사가 들이지 아니하였다. 이판서가 괴이쩍게 여기어
기별한 남곤의 집에 가서 본즉 남곤 홍경주 홍숙 몇 사람이 모여 앉았다가 이
판서를 보고 반겨 맞아들이고 남곤이가 홍경주를 가리키며 이 홍판서에게 밀지
가 내리어 신무문 밖으로 대령한랍신다고 하여 이판서가 남곤 일파와 같이 신무
문으로 입궐하였다. 닫은 궐문 열쇠는 모두 정원에 있고 오직 북문인 신무문 열
쇠만이 내시들의 사약방에 있으므로 다른 궐문으로 들어가려다가 정원과 사관이
먼저 알게 되면 귀찮으니까 남곤 심정이가 꾀를 모아서 북문으로 입궐할 계획을
낸 것이었다. 밤이 이경 때쯤 되어 남곤 심정 이외 여러 사람이 합문 밖에 모이
었을 때 입직하였던 승지 주서 검열들이 비로소 알고 쫓아와서 정원 모르게 입
궐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여러 사람을 책망하니 이판서가 불안하게 섰다 앉았
다 하다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심정이가 표신이 나리어 들어왔노라고 대답하였
다. 승지 사관 들도 합문 안에 들이지 않고 소인들만 드나드는데 이판서에게 어
필이라고 종이쪽을 주고 강박하다시피하여 금위군졸을 풀어서 입직하였던 승지
사관 들을 먼저 금부로 내려 가둔 뒤에 사람을 잡아들이기 시작하였다. 남곤 심
정 등이 세조정난 때와 같이 잡아들이는 대로 박살할 거조를 차리는데 이장곤은
국가 대사를 대신에게 알리지 않는 법이 없으니 대신을 불러 수의한 뒤에 처치
하시라고 임금께 아뢰고 홍경주는 급한 일은 급하게 조처하여야 하니 대신까지
알릴 것이 없다고 임금을 권하였다. 이판서가 홍경주를 돌아보고 임금으로서 도
적의 일을 행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 하고 호령하다시피 말하여 당장에 박살할
계획은 시행하지 못하게 되었다. 임금이 대신을 부르라고 하교하여 삼경이 지난
뒤에 영의정 정광필이 창황히 입궐하여 임금께 면대하고 눈물을 흘리며 간하였
고 그 뒤에 우의정 안당이도 오경 때쯤 예궐하져 정광필과 같이 주선하였다. 일
이 남곤 심정의 꾀한 대로 되지 못한 것이 처음에는 이판서의 힘이요, 그 다음
에는 영의정의 힘이었다. 그러나 소인들의 일을 지은 것이 가장 교묘하여 붕당
을 지어 국가를 위태케 하는 일파를 그대로 두면 국가의 화가 조석에 있다고 임
금을 공동하고 그 자리에서 반대하는 이장곤의 이름은 고사하고 그 자리에 없는
대신들의 이름까지 함께 섞어가지고 온 조정이 청죄하는 것같이 임금을 기망한
것도 사실이었다.”
유생의 이야기로 일의 연유를 여러 사람이 알게 된 뒤 유자임은 승지로 입직
하였던 사람이라, 자기의 본 일과 맞추어 생각하고 그렇게 된 일일 것이라고 말
하고 조정암은 “소인들이 임금을 기망한 까닭이지 우리 임금이야 당초에 그러
하실 리가 없지.” 하고 긴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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