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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3권 (11)

카지모도 2022. 11. 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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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황이 형의 옥사를 지낸 뒤로는 환로에 나설 맘이 찬 채 같이 사라지고 산림

에 숨을 뜻이 반석같이 굳어서 예안 고향에 문을 닫고 들어앉아 학문을 힘쓴 까

닭에 유림의 종장으로 이름이 일국에 떨친 것은 뒷날 이야기다. 꺽정이가 그 부

친의 즐겨 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우기어 이해의 썩은 시체를 수시하여 입관한

것이 이해의 친족에게 덕을 보이려는 의사가 아니었지만, 이황이 앉아서 보자고

부를 때에, 또 찾아와서도 문안에 발을 들여놓지 아니할 때에 덕 보인 값으로

욕본다는 생각이 없지 아니하였다. "양반과는 일체로 상관을 말아야지. 상관만

되면 이래도 욕, 저래도 욕이란 말이 제기. " 하고 꺽정이가 메어부치는 소리 하

는 것을 돌이가 "양반이 우리네 집을 찾아오기가 조만한 일이냐? 찾아온 것만

해도 무던한 양반이다. " 하고 골낼 까닭이 없는 것을 타일렀건만 꺽정이는 "김

덕순이 같으면 대번에 쫓아와서 우리를 보고 절이라도 했을 것이오. 김덕순이도

훌륭한 양반이랍디다. " 하고 맘이 종시 풀리지 아니하다가 양반의 절이 부자간

의 논란 거리가 되어서 "썩은 송장쯤 만지고서 양반의 절을 받아? 이 자식아, 양

반의 절이 장목 한 동에 여남뜬 자루씩 한다더냐. " "아닌게아니라 양반의 절을

앉아 받게만 되면 내 속이 좀 시원 하겠소. " "하늘의 별을 따먹으면 배가 부를

게다. " "내가 양반의 절을 받거든 보시오. " "어리보기 양반이나 실성쟁이 양반

을 속여볼라느냐? " "누가 그 따위 못난이 생각을 먹는답디까? “ "이 자식이

얼정하고 아비 욕하지 않겠나. " "아버지도 그 따위 생각을 먹으면 못난이지 무

어요. " "아비더러 못난이라고 욕하는 자식이 잘난이냐? ” 하고 돌이가 먼저 웃

으니 꺽정이도 따라 웃어서 부자의 논란이 웃음으로 그치었다. 양주읍도 선비

가 살고 양반이 사는 곳이라 이해와 같은 명망 있는 인물이 애매한 죄로 거리

송장이 된 것을 분하게 생각하는 선비도 있었고 가엾게 여기는 양민도 있었지

만, 그 썩는 송장을 돌아볼 의기있는 사나이는 하나도 없었는데 백정의 부자가

있어 양주 사나이의 의기를 드러내니 선비와 양민들은 부끄러운 줄은 모르는 대

신에 괘씸히 여길 줄을 알았었다. "백정놈이 주제넘다. " "꺽정인가 그놈이 버릇

을 단단히 배워야 할 놈이다. " 하고 꺽정이 부자의 말이 선비와 양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끝에 양주 관가 삼문 밖에 언문 익명서 한 장이 붙었다. "백정이 도

리질하니 양주는 걱정이다. " 하고 돌이와 꺽정이를 잡아 말한 익명서를 아전이

갖다가 목사에게 바치었더니 목사가 "돌이란 것이 관푸주 백정놈이냐? 꺽정이가

그놈의 자식이냐? “ 하고 묻고서 그놈의 부자를 잡아들이라고 분부를 내리었

다. "너희놈의 부자가 죽은 죄인에게 관을 해주었다지? ” 하고 목사가 묻는 말

에 "그런 일이 있소이다. " 하고 돌이가 대답하였다. "그런 일이 있것다, 이놈.

주제넘게 선심이냐? “ "선심이 아니오라 소인네가 딸자식의 집에를 왕래하려면

상여 곳간을 지나다니옵는데 썩는 냄새가 과하여 냄새 맡지 아니하올 생각으로

관을 짜다 넣었소이다. ” “관가에 와서 품하지 않고 자의로 외람한 짓을 하다

니 죽일 놈들이다. " 돌이와 꺽정이는 옥에 갇히어 있으며 형장 몇 차례를 톡톡

이 맞은 뒤에 "이번은 처음이라 특별히 용서하나 이 다음에 만일 또 그런 외람

한 짓이 있으면 귀양 갈 줄 알아라. " 하고 목사가 특별한 처분을 내리어서 큰일

없이 옥에 떠나오게 되었다. 꺽정이가 옥에 있을 때, 분통이 터질 것 같아서 전

후불고하고 옥을 깨치고 뛰어나가려고 하는 것을 돌이가 죽기로 말리어서 꺽정

이는 억지로 숨을 죽이고 있었으나 목사를 미워하고 양반을 미워하고 세상을 미

워하는 생각은 뼈에 깊이 새기어졌다.

 

제 4장 보복

 

1

대왕대비가 정사를 알음한 뒤 오륙 년 동안 허무한 옥사와 애매한 죄목으로

허다한 인물을 죽이고 귀양 보낼 때에 한세상을 만난 간신들은 부귀공명을 천년

만년 누릴 것 같았지만 역시 오륙 년 동안에 죽은 자도 있었고 귀양 간 자도 없

지 아니하였다. 임백령은 이조판서로 우찬성으로 벼슬이 높아져서 시색 좋은 재

상의 한 사람으로 조정에 드날리는 판이라 맘이 만족하였을 것이지만, 죽을 애

를 쓰고 뺏어온 옥매향이 빌미 모를 병이 들어 시름시름 앓는 것이 한걱정이 되

었었다. 옥매향의 병은 자다가 한축하고 얻은 병이라 뜬것의 짓인지 모른다고

무당 들여 굿도 하고 판수 불러 경도 읽었지만 병이 차차로 중하여서 달포 뒤에

는 대낮에 도 자리보전하고 눕는 때가 많아졌다. 어느 날 임백령이 조반에서 나오는

길로 옥매향에게 와서 보니 옥매향이 누워 간신히 일어 맞으며 "일찍이 나오셨습니다.

" 하고 딴기 적은 말소리로 인사하였다. "오늘은 신기가 어떠하냐? “ "마찬가지

지요. " "윤판서가 좋은 의원을 천거하기에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 옥매향이는

윤판서란 말에 깜짝 놀라는 빛이 있다가 곧 가라앉으며 "윤판서가요? ”하고 속

살거리듯 말하였다. "그래, 윤판서도 너의 병을 걱정하는 까닭에 일부러 의원을

알아보았다고 말하더라. " "저는 오래 못 살 것 같아요. " "그건 무슨 소리야?

“ "아까 못된 꿈을 꾸었세요. " "못된 꿈을 꾸면 오래 못 사나?" "윤판서가 와

서 년이니 놈이니 해가면서 같이 살 줄 아느냐 하고 호령호령 하겠지요. 꿈을

깨고 나니까 찬땀이 쭉 흘렀세요. " "윤판서라니? 윤임시 말이냐? ” “녜.” "

별소리를 다한다, 지금 윤임이가 살았어도 별수가 없을 터인데 죽은 귀신이 무

슨 수가 있어서 같이 못 살게 한단 말이냐? 부지깽이로 턱을 고이어서라도 오래

살도록 해줄 것이니 걱정 마라. " 하고 임백령이는 다정스럽게 옥매향의 머리를

짚어 주었다. "대감, 대국 사신을 가게 되시거든 아무쪼록 피하세요. " "그건 어

째서?“ "윤판서가 호령할 때 대국 사신 가는 날이 마지막이니 알고 있거라 하

고 영절스럽게 말해요. " "별소리를 다한다. 네가 몸이 성치 않으니까 꿈자리가

뒤숭숭한 것이다. " "꿈도 허사가 아니랍니다. " "그래. 내가 아무쪼록 피할 것이

니 염려 마라. " 하고 임백령이는 옥매향의 파리한 볼을 손등으로 문질러 주며

위로조로 말하였다. 살육 나던 이듬캐에 중국에 사신을 보내게 되었는데, 상사물

망이 임백령에게로 돌아갔다. 임백령이 옥매향의 꿈이야기는 잊었지만 앓는 옥매

향을두고 멀리 떠나기가 어려워서 이 탈 저 탈 하고 피하려고 하였으나 대왕대

비가 친히 불러서 이번 사신은 경이 가도록 하라고 말씀한 까닭에 못한다고 거

역할 길이 없어서 마침내 중국으로 사신 가게 되었다. 임백령이 떠날 때에 "빨리

갔다 오면 두서너 달밖에 안될 것이니 안심하고 병이나 조리해라. " 하고 눈물

흘리는 옥매향을 위로하였으나 옥매향은 "안녕히 다녀오세요. 저는 대감을 다

시 뵈올는지 모르겠어요. " 하고 앞짧은 소리를 하며 수건으로 눈을 가리었었다.

임백령이 사신 가는 길에 병이 들어 영평부에서 객사하게 되어서 사신 행차로

건너간 압록강을 상행으로 건너왔다. 임백령이 죽을 임시에 혀가 꼬부라져서 말

을 못하게 된 까닭에 "옥 옥... " 하고 또 뒤미처 "윤 윤...” 하고 이내 운명하

였다는 말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옥은 옥매향 말이고 윤은 윤원형 말이

라고 추측들 하였으나, 옥매향이만은 옥은 저의 말이 분명하거니와 윤은 윤원형

말인지 윤임 말인지 모를 일이라고 생각하여 아픈 가슴이 더 아픈 것 같았었다.

옥매향이는 기름 등잔에 기름 마르듯이 기운이 말라들어가서 임백령의 졸곡도

채 보지 못하고 죽었는데, 임백령이 살아 있었다면 장사나마 훌륭하게 지내 주

었으련마는 그 장사까지도 초초하였다 그러나 옥매향의 상여인 줄 아는 사람들

은 그 상여를 가리키며 "그년이 오늘날까지 산 것이 천도가 무심하지. " 하고 혀

들을 찼다.

 

2

임백령이 죽어 대상이 지나기 전에 삼십 명 공신 중의 수훈 공신인 좌의정 정

순붕이 귀신 모를 죽음을 당하였다. 처음에 정순붕이 이기, 윤원형 등과 자주 상

종하기 시작할 때, 그의 맏아들 정렴은 포천현감으로 있었는데 근친하러 올라와

서 집에서 묵는 동안에 이것을 알고 밤저녁 사람 없는 틈을 타서 이기, 윤원형

같은 인물과 상종하지 말라고 간하였다. 정렴은 총명이 과인할 뿐 아니라 인품

이 절등한 까닭에 아들일망정 꺼리고 어려워하는 터이라 순붕이 "그저 우연히

상종하게 된 것이야. " 하고 우물쭈물하려다가 "우연히라도 상종하시는 것은 부

질없는 일입니다. " 하는 아들의 말에 "차차 상종하지 않지. " 하고 대답하지 않

을 수 없었다. 순붕이 상종하지 않겠다던 사람들과 심장을 서로 맞잇게 되어 큰

사변을 일으키려고 음모할 때쯤은 정렴이 벼슬을 버리고 집에 와서 있을 때라,

순붕이 맏아들의 눈을 가리려고 애를 쓰는 것이 못된 짓 하는 자제가 부형의 눈

을 기이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둘째아들 정현과 사위 이만년과 청지기 박정원

을 데리고 수군수군 무엇을 공론하다가도 맏아들의 신발 소리나 기침 소리가 들

리면 "저리들 가거라. " 하고 말하여 아닌보살을 차리었다. 정렴이 이것을 모를

사람이 아니라 청지기는 덮어두고 그 아우를 준절히 꾸짖고 그 매부를 간절히

책망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순붕이 윤원형의 청을 들어 모함 상소를 올리

고 박정원의 꾀를 좇아 녹훈 계획을 세울 때에 정렴이 이것을 알고 지성을 다하

여 그 부친을 말리었더니, 순붕은 꺼리고 어려워함이 역정으로 변하고 또 부끄

러움이 노여움으로 변하여 "너의 아비는 천하 소인인 까닭에 너의 말이 귀에 들

어오지 않는다. " 하고 말을 막고 "네가 내 앞에서 죽는다 해도 내 맘은 변할 수

없다. 소안의 공명을 탐내는 맘이 그렇게 용이히 변할 듯하냐?“ 하고 엎드려

우는 점잖은 아들을 발길로 차고 일어서기까지 하였다. 정렴이 그 부친의 하는

일을 애닲게 여기어 자기 사랑 뜰 위에서 하늘을 우러러보며 통곡하는데 그 아

우 정현이 앞에 와 서서 조롱하듯이 말하였다. ”형님은 순임금 같은 효자십니

다. 호읍우민천을 하십니다그려. " 정렴이 울음을 그치고 눈을 부릅뜨며 "네가

사람이냐? “ 하고 소리를 지르니 "사람이 아니면 무어요? ” 하고 정현은 빈들

빈들 말하였다. 열서너 살 먹은 어린 아우 정작이 옆에 서서 보다가 "여보, 둘째

형님 저리 가시오. " 하고 정현의 앞을 가로막아 서니 "둘째형은 형 값에 못 가

느냐? “ 하고 정현이 어린 아우를 앞으로 잡아 낚았다. 정렴이 이것을 보고 "완

패한 것이란 할 수 없다. " 하고 꾸짖으니 정현이 발끈 화를 내며 ” "누구더러

완패하다오? 아비 모르는 자식은 완패하지 않소? “ 하고 그 형에게 욕설하였

다. "블패천이다. " "불외지는 어떻소?” "저리 가거라. " "이것이 아직은 아버

지의 집이오. 형님이 가거라 말거라 할 터수가 아니오. " 정렴이와 같은 점잖은

사람으로도 화를 참지 못하여 기등에 걸리었던 전반을 떼어내려서 한번 그 아우

의 몸을 후려쳤다. "누구를 때리오, 누구를 때리어! " 하고 정현이가 형에게로 덤

비는데 어린 정작이가 정렴을 가리고서서 "큰형님, 방으로 들어가시지요. " 하고

권하여 정렴이 귀여워하는 어린 아우의 말을 좇아 마루 위로 올라서면서 "어, 괴

악한 것. " 하고 둘째아우를 괘씸히 말하니 정현이는 돌아서 나가면서 "어디 봅

시다. " 하고 그 형을 별러 말하였다.

 

3

순붕은 그 맏아들을 미워하기 시작하여 접어 않기는 고사하고 일체로 대면하

기를 싫어하게까지 되었다. 정렴이 조석 문안을 올 때에는 참답게 앉아 있다가

도 갑자기 벽을 향하여 드러눕고, 계제가 눕지 못하게 되면 외면하고 본 체 아

니하고 경우가 외면하지 못하게 되면 눈을 곱지 않게 뜨고 바라보았다. 정렴이

오래 서서 물러가지 아니하여 귀찮고 성가신즉 말한다는 것이 "노형, 서 계시기

에 다리 아프지 않으시오? 고만 가시오. " 하고 듣기 미안하도록 말하거나 그렇

지 아니하면 청지기나 상노를 불러서 "나으리 자기 사랑으로 가시게 해라. " 하

고 말하여 체면 좋게 끌어내었다. 그러하니 정렴의 민망한 처지와 애달픈 심정

과 억울한 회포는 추측으로 말하기 어려을 지경이었다. 정순붕이 일등 수훈공신

이 되고 정현이와 이만년이도 공신에 참예되어 순붕의 집에서는 상하가 경사라

고 떠들 때에 정렴이는 손두 맞은 사람같이 혼자 방안에 들어앉아 눈물을 흘리

었다. 정작이가 십여 살밖에 못 된 아이로되 시비 분간이 분명하여 부친이 그르

고 백씨가 옳은 것을 능히 알 뿐 아니라 백씨의 난처한 처지까지 십분 요량하여

떠드는 틈에 섞여 있지 아니하고 혼자 있는 백씨를 위로하러 왔다. 정렴과 정작

이는 연치가 삼십 년 가까이 틀리어서 형제간이라도 부자간과 다름이 없었으나,

정렴이가 이 아우를 특별히 귀여워하여 글을 가르쳐 줄 뿐이 아니라 간간이 의

약 묘리도 일러주고 선가의 연단하는 방법도 말하여 주는 까닭으로 데리고 앉으

면 해 가는 줄을 모르는 터이라 정렴이는 "너 오느냐7" 하고 아우 오는 것을 반

겨하였다. 작은사랑에 형제 들어앉아서 이야기하는 동안에 큰사랑에서는 치하하

는 손이 그친 틈에 정현이가 부친을 보고 형의 일을 말하였다. "오늘 형이 무슨

말씀 해요? “ "무슨 말을 해? ” "그래 아무 말도 없세요? 사람이 오괴해도 분

수가 있지요. " "제가 아무리 성인군자인 체해도 소인의 아들은 면할 수 없을 터

이지. " "천하에 저의 부모를 그르다고 하는 성인군자가 허디 있겠습니까? 그러

나 형을 그대로 두시면 작이까지 버리겠어요. " "그대로 두지 않으면 죽인단 말

이냐? 어떻게 한단 말이냐? “ "그렇게는 못하시더라도 어디로 보내시기라도 하

시지요. " "제가 가지 않는 것을 어디로 보낸단 말이냐? ” "가라시지요. " "아이

구, 성가시다. " "아버지께서 말씀 아니하시면 제가 가라겠습니까. " "네가 가란

다고 갈 사람이냐? “ "집에 있지 못하게만 하면 고만 아니겠세요. 두고 보세요.

" 하고 정현이는 저의 형을 욕보이려고 맘먹게 되었다. 정현이는 낭속 중에 불량

한 자 하나를 가리어서 밤저녁에 불러들이어 주식을 먹이고 꾀를 가르쳤다. 어

느 날 초저녁에 그자가 술을 잔뜩 처먹고 작은사랑으로 들어와서 마루에 걸터앉

으며 "여보게 사결이. " 하고 부르는 사결이는 정렴의 자이다. 정렴이는 벌써 짐

작이 있는 듯이 들은 체도 아니하고 가만히 방안에 앉아 있었다. 그자가 나중에

머리맡 영창문을 열어젖히고 방안을 들여다보며 "사람이 사람 같지 않은가? 부

르는데 어째 대답이 없나7" 하고 곧 뒤를 이어서 "양반이란 것은 조상의 뼈로

양반이 아닌가? 자네는 부모를 모르는 사람이니 자네나 내나 마찬가지 아니겠

나? 허교하기가 내가 창피할 지경일세만 허교하고 지내세. " 하고 혀꼬부라진 소

리로 말을 늘어놓았다. 이때껏 몸을 꼼짝 아니하고 가만히 앉았던 정렬이 ”이

놈 ! " 하고 호령하며 벌떡 일어서며 벽에 걸린 환도를 떼어내려서 칼날을 뽑아

들고 윗간 영창을 열고 쫓아나오니 그자는 "애고 죽겠다. " 하고 도망하여 나갔

다. 정렴이는 그자를 쫓아버릴 맘으로 환도를 들고 나온 것이라 그자의 뒤를 쫓

지 아니하고 방안으로 다시 들어와서 칼날을 집에 꽃아 벽에 걸고 자리에 앉으

며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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