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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4권 (26)

카지모도 2023. 1. 7.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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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눔의 호랑이가 다리 병신이로구나.

" “내가 뒷다리를 퉁겨놓았소. " 오주가 나무 위에서 꺽정이 말에 대답하였다.

꺽정이가 한 칼에 호랑이를 요정내지 않고 하는 꼴을 두고 보았다. 호랑이가 뛰

면 따라 뛰고 호랑이가 가만히 있으면 같이 가만있고 또 호랑이가 대어들면 피

하다가 호랑이가 피하면 대어들었다. 호랑이가 내빼는 것을 장사로 생각하였던

지 산으로 도망질치려고 뒷다리를 끌며 뛰어가니 꺽정이가 얼른 앞질러 막아서

서 서리 같은 칼날을 내둘렀다. 호랑이가 오도가도 못하고 한곳에 주저앉는데

뒷몸을 눕히고 앞몸만 세우고 아주 죽이라는 듯이 눈을 딱감았다. 이 동안에 오

주가 나무에서 내려와서 반 함통이를 들어다가 호랑이 대가리에 들씌워서 호랑

이가 함통이를 쓰고 한 바탕 곤두를 돌았다. 꺽정이가 이 꼴을 보더니 “아서라

불쌍하다. 얼른 죽여버리자. 아무리 짐생이라두 산중에서 제로라 하는 것을 개새

끼같이 놀리는 것이 우리의 잘못이다. " 하고 곧 칼을 높이 들고 있다가 호랑이

가 함통이를 벗어버릴 때 대가리를 겨누고 번개같이 내리쳤다. 호랑이가 앙 소

리도 한번 못지르고 땅에 쓰러져서 앞다리만 몇번 버둥거리었다. 꺽정이가 오주

를 바라보며 “자네는 상한 데나 없나?” 하고 묻다가 머리 동인 수건에 무슨

칠갑한 것을 보고 “머리수건에 그게 다 무언가?” 하고 물었다. 오주가 수건을

끌러 들고 “호랑이놈이 물찌똥을 내깔겼소. "하고 손으로 떨려고 하니 꺽정이가

“물에 빨게. 상투 끝에도 묻었네. 씻어 주께 이리 오게. "하고 오주를 불러서 수

건의 정한 끝으로 상투와 머리에 묻은 것을 씻어주며 오주의 이야기를 들을 때

“오주가 죽지 않았네그려. "하고 오가가 떠들며 와서 먼저 오주를 보고 “얼마

나 혼이 났나?”하고 인사하고 다음에 꺽정이더러 “씻어주는 게 무어요?”하고

물었다. 꺽정이가 고개를 돌이키며 “오주버덤 호랑이가 혼이 났다오. 이것 좀

보우. "하고 수건을 오가의 코밑에 들이미니 오가가 “호랑이똥 아니오?”하고

뒤로 물러서서 “여게 오주, 자네가 호랑이 밑으로 나왔네그려. "하고 한번 웃고

또 “두구두구 할 이야깃거리가 하나 생겼네. 무섭구두 드러운 이야기 희한하지

않은가. "하고 다시 웃었다. 오주가 호랑이와 싸우던 것을 대강 이야기한 뒤 두

루미 깨어진 쪽을 집어치우는데 오가가 “남의 아까운 두루미를 깼으니 두루미

값 물어놓아야 하네. "말하고 곧 자기 말에 대답하듯이 “호피 한 장이 두루미

값은 되겠지. "하고 말하였다. 꺽정이가 수건을 오주 주고 나서서 “뱃심이 무던

하구려. "하고 오가에게 말하니 “그렇기에 도둑놈 아니오. "하고 점잖게 대답하

는데 그 대답보다도 대답하는 모양이 우스워서 꺽정이와 오주가 다같이 껄껄 웃

었다. 오주가 샘으로 수건 빨려 간 동안에 천왕동이가 죽은 노루를 끌고 돌아왔

다. 천왕동이는 노루 잡은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호랑이 잡아 놓

은 것을 보고 뛰어가서 들여다보며 “이거 누가 잡았소? 형님이 잡았구려. "하고

꺽정이를 돌아보니 “오주가 가만히 앉아서 큰 사냥을 했다네. "하고 오가가 대

답하였다. “거짓말 마우, 대가리에 칼을 맞았는데 누가 속겠소. " “오주가 초벌

잡아놓은 것을 자네 형님이 재벌 칼질하셨다네. "하고 오주가 곧 오주와 호랑이

가 싸운 것을 이야기하여 들리었다. “오주 지금 어디 갔소?” “똥수건 빨러

갔네. ” 오주가 수건을 빨아 널고 돌아온 때 천왕둥이는 오주더러 호랑이 똥

먹었다고 조롱하고 한바탕 웃고 떠들었다.

얼마 뒤에 유복이가 멧돝은 놓치고 여우 한 마리를 잡아가지고 와서 사냥들을

마치고 해 져서 땅거미 될 때 일행이 청석골로 돌아왔다. 이날 밤도 술타령으로

새우다시피 하고 이튿날 식전에 오주가 꺽정이 천왕동이와 함께 청석골을 떠나

서 같이 오다가 양짓말 앞에서 두 사람을 작별하고 개래동으로 들어왔다. 동네

어귀에서 오주가 젊은 사람 하나를 만났는데 “이 사람, 이쁜 안해를 혼자 두구

어디 가서 이틀씩이나 돌아다니나. 어서 집에 가보게. " 하고 그 사람의 웃는 것

이 오주 눈에도 수상히 보이어서 오주는 정첨지 집에도 가보지 않고 바로 자기

집으로 들어왔다.

정첨지 아들이 과부를 오주에게 내준 뒤에 죽네 사네 야단치던 과부가 말썽없

이 사는 것을 보고 오주 듣지 않는 데서는 “그년이 오주의 코 큰 것을 좋아하

는 거야. " “멀쩡한 잡년이 수절이나 할 것같이 사람을 속였지. " “화냥년이

별년인가. " 하고 갖은 욕설을 다하였다. 그러나 밉살스럽고 괘씸한 반면에 끌리

는 마음이 끈히 있어서 오주에게서 도로 뺏고 싶은 생각까지 날 때가 없지 아니

하였다. 오주가 청석골 가던 날 정첨지 아들은 오주 가는 것을 보고 혼자 속으

로 별 생각을 다하였다.

‘이년을 한번 욕이라두 잔생이 보여야 속이 시원할 텐데, 나중에 오주가 알

면 어떻게 할까. 계집의 맘이 과부로 있을 때와는 딴판 다를 것이니까 잘하면

오주가 알게까지 되지 않을 터이지. 설혹 알게 되더라도 주객간이고 더구나 내

가 준 계집이니까 설마 무슨 말썽이 있을까. 오주가 우악스럽기는 하지만 비위

만 맞춰주면 뒤가 없이 풀리는 사람이니까 별 염려 없겠지.’

생각을 제게 유리하도록 돌린 뒤에 정첨지 아들은 ‘이년 오늘 밤에 좀 견뎌

봐라.’ 하고 속으로 벼르면서 밤 되기를 기다리었다.

이날 밤에 정첨지 아들이 오주의 안해 혼자 자는 방에 뛰어들어 갔다. 오주의

안해는 치마도 벗지 않고 동그마니 누워서 잠을 설자던 중이라 방문이 열릴 때

벌써 벌떡 일어나 앉았다. 오주의 안해가 오주에게는 몸을 버린 길이라 죽지 못

하고 그대로 같이 살지만, 이 사내 저 사내 볼 난잡한 여자가 아니라 다른 사내

라도 말을 들을 리 없는데 더구나 속에 원수 치부하고 있는 정첨지의 아들이랴.

정첨지 아들이 방에 들어설 때 “도적이야 도적이야!” 소리지르고 정첨지 아들

이 몸에 손을 댈 때 “살인이야, 살인이야!” 소리질러서 여편네의 새된 목소리

가 고요한 밤에 높이 울렸다. 정첨지 아들이 눈이 뒤집혔다. “살인? 옳지, 이년

죽어봐라. " 하고 식식거리며 덤비었다. 여편네가 죽을 힘을 다 들여서 막지마는

정첨지 아들이 전과 달라 조금도 사정없이 미친 것같이 날치는 판이라 여편네의

막는 것이 새발의 피 같았다. 정천지 아들이 여편네 입은 치마폭을 갈가리 찢어

서 우선 여편네가 소리 못 지르도록 아갈잡이하여 놓고, 그 다음 여편네가 치마

밑에 입은 옷은 바지 한 가지뿐이라 정첨지 아들이 그 바지에 손을 대면 여편네

가 몸을 이리 뒤치고 저리 뒤치고 하였다. 정첨지 아들이 여편네를 발가벗기려

고 할 때 닫혀놓은 방문이 펄떡 열리며 저의 안해가 방문 앞에 와섰다. 정첨지

아들은 놀라서 일어서고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이다가 골이 나서 안해를 흘겨보

고 비위를 팔았다. “ 왔어?”“왜 왔어? 그래도 뻔뻔하게 말이 입에서 나와!”

“어서 집으루 가. " “누구더러 가래, 누구더러 가래?” “가라면 가지 무슨 잔

말이야!” “개새끼 행실하는 꼴을 보지 않고 어딜 가. " “이년이 미쳤나!” “

누가 미쳐? 미친 눈깔에는 성한 사람도 미쳐 보이남. " “죽지 못해 성화냐!”

“그래, 어서 죽여봐!” “이년아, 악쓰지 마라. 남 듣는다. " “밖을 좀 내다보

고 말해. 남 듣는다고 말할 나위가 있나. "

아닌밤중에 ‘도적이야’ 소리와 ‘살인이야’ 소리에 이웃 사람들이 잠이 깨

어서 정첨지의 아들이 오주 안해 방에 뛰어들어간 것을 정첨지 며느리까지 알게

된 것이라, 정첨지 며느리가 분김에 뛰어올때 동네 사람 여편네 사내 오륙명이

구경하러 따라와서 마당 안에 들어섰었다. 정첨지의 아들이 다른 사람들이 섰는

것을 보고는 안해를 떠다박지르고 튀어나와서 머리를 싸안고 여러 사람 사이로

뛰어나갔다.

정첨지 며느리가 오주의 안해를 보호하느니보다 자기의 사내를 금지하려고 동

네 여편네 두어 사람을 얻어다가 오주의 안해와 같이 있게 하여 이튿날부터는

오주의 집에 밤낮으로 사람이 떠나지 아니하였다. 오주가 저의 집에 돌아와서

방문을 열어보니 저의 안해는 누워 있고 그 옆에 동네 여편네가 앉아 있었다.

그 여편네가 “곽서방 지금 왔소. 나는 인제 갈라오. " 하고 곧 일어서 나오니

오주가 길을 비켜주고 나서 방안에 들어섰다. 안해가 그 동안 일어나 앉았는데

머리는 쑥바구니 같고 면상에는 큰 생채기가 났고 눈에는 눈물이 듣거니맺거니

하였다.

오주가 안해 앞에 와서 펄썩 주주물러앉으며 “나 없는 새 무슨 야난을 냈어.

공연히 울지 말고 말을 해!”

삿대질하고 대드는 품이 곧 조련질할 사람 같으니 오주의 안해가 어이없어서

눈물을 거두고 오주의 얼굴만 빤히 보고 있었다. “왜 말을 못해!” “무슨 소리

를 어떻게 듣고 왔소?” “무슨 소리를 들어. " “그럼 왜 내게 골을 내오?” “

그럼 골이 안 나. 머리는 왜 저 모양이구 얼굴에 생채기는 왜 났어?” “그러니

어째서 내게 골을 내오?” “국으로 가만히 못 있구 동네가 왁자하게 할 것이

무엇이야?” “아니 여보, 날 화냥질시켜 먹고 살 작정이오? 난 죽어도 못하겠

소. 진작 죽어야 할걸 웬수의 목숨이 모질어서 죽지 못하고 살자니까 별 망칙스

러운 소리를 듣겠소. " “누가 화냥년 노릇 하래? 공연히 죽네 사네 할 까닭이

무어냐 말이지. " “죽네 사네 안하고 순순히 말을 들을 걸 잘못했단 말이오? 아

닌 밤중에 사내놈이 여편네 혼자 자는 방에 뛰어들어온 건 잘한 일이고, 죽네

사네 해서 동네 사람 알게 한 건 잘못한 일이란 말이오? 나는 말귀를 못 알아듣

겠소. 똑똑히 말 좀 하오.“ ”죽네 사네 하니까 사내가 자는 방에 들어왔지.“

”누가 그럽디까, 그놈이 그럽디까?“ ”그눔이 누구야?“ ”그럼 뉘게 말을 들

었소?“ ”무슨 말을 뉘게 들어. 내생각에 자네가 또 공연히 죽으려구 나없는

틈에 샘에나 들어갔나 해서 말인데.“ ”집에 있을때는 내가 샘에 나갈 틈이 없

어서 못 들어간 줄 아오? 부끄러움을 샘물로 씻을 수 있다면 하루 백 번이라도

들어가겠소.“ ”그럼 방에서 목을 맸는가?“ ”누가 목을 매어. 사람 귓구멍이

막혀 죽겠네.“ ”그럼 왜 사내눔이 밤중에 방에 들어온담.“ ”왜 들어왔겠나

생각해 보오. 당치 않은 생각은 잘하면서 그런 생각은 왜 못하오?“ ”아니 겁

탈하러 들어왔어, 어떤 눔이?“ ”그러나까 죽네 사네 야단을 쳤지, 미쳤다구 공

연히 죽네 사네한단 말이오?“ ”그눔이 누구야, 그눔이?“ ”날 이 꼴 맨든 놈

이 누구요?“ ”주인의 아들이야?“ ”그럼 그놈 아니고 누굴 듯싶소.“ ”응!“

하고 오주가 눈방울을 굴리더니 두말 없이 뻘떡 일어섰다. ”어디갈라오? 내 이

야기나 듣고 가오.“ 하고 안해가 붙잡으니 ”이야기는 두었다 들어두 좋아. 당

장가서 그눔을 창아리를 터놔야지.“하고 오주는 안해의 붙잡는 손을 뿌리치고

나와서 한달움에 정첨지 집으로 뛰어왔다. 정첨지가 마침 바깥마당에 나섰다가

오주 오는 것을 보고 ”인제 오나?“ 하고 인사하니 오주는 인사 대답도 없이

”아들 어디 있소?“ 하고 불쾌스럽게 물었다. 정첨지도 그 아들의 한 짓을 들

어 아는터라 오주의 눈치를 알아채었지만 짐짓 모르는 체하고 ”왜 그러나?“

하고 도로 물으니 오주가 서슴치 않고 ”그 집안 망할 자식 없애버립시다.“ 하

고 말하였다. ”없애다니?“ ”내가 창아리를 터쳐놓을 테요.“ ”사람을 죽이면

죽인 사람은 성할까?“ ”자식 원수 갚을 생각이 있으면 나중에 내 목숨을 영감

께 내주리다.“ ”여게, 안으루 들어가세.“ ”그 자식이 집에 있소?“ ”글쎄,

들어가서 이야기 좀 하세.“ ”이야기는 듣기 싫소. 그 작식만 내주우.“ ”내줄

께 들어가세.“ 하고 정첨지가 오주의 손목을 잡고 들어와서 자기 거처하는 방

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방에 들어갈 거 없소.“ 하고 오주는 잡힌 손을 빼어가

지고 물러섰다. ”내가 내 자식을 불러주께 염려말구 방으루 들어가세.“ ”그럼

일꾼 방에 가서 기다릴 테요.“ ”아니 내 방에 들어가서 내 말 한마디만 들어

주게.“ ”할 말 있거든 여기서 말하구려.“ ”조용히 할 말이니 잠깐만 들러가

세.“ 하고 정첨지는 다시 오주의 손목을 잡고 방으로 들어왔다. 정첨지가 방에

들어와서 앉힌 뒤에 오주 앞에 마주 앉아서 ”내가 사정할 말이 있으니 좀 들어

주게.“ 하고 말을 붙이니 ”아들 두던하는 말이면 나는 듣지 않겠소.“ 하고

오주는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까지 자식의 두던이 아니라 이 늙은 사

람의 사정일세.“ ”말하우.“ ”늙은 사람의 말이 혹 귀성스러워서 듣기 싫드래

두 주객간 정리를 생각해서 끝까지 들어주게.“ 하고 정첨지는 오주의 눈치를

살피고 ”그러우. 어서말하오.“ 하고 오주는 정첨지의 입을 바라보았다. ”집

안 망할 자식 하나 까닭에 내가 맘이 편한 날이 없는 것은 자네두 잘 알지. 내

가 자식더러 진작 죽어버리라구 야단칠 때두 많지만 실상 속으루는 혹시 죽을까

봐 겁을 내네. 자네 생각해 보게. 그 자식 하나 휘뚝하면 다른 식구두 살 수 없

지만 우선 이 늙은사람이 의지가 없어 살 수 있겠나. 그 자식이 더구나 비명에

죽는다면 나는 곧 그날이 죽는 날일세. 어미 없는 핏덩이를 외톨루 길러내서 의

지삼아 살다가 그 꼴을 보구 어떻게 살겠나.“ 정첨지가 숨을 돌리느라고 말을

한끈에 잇대지는 못하나마 오주가 말할 틈 없이 혼자 말하다가 끝에 와서 목이 메

었다. ”그러니 나더러 고만두란 말이오?“ ”아닐세.“ ”그

럼 어떻게 하란 말이오?“ ”그 자식이 죽으면 여러 초상이 날 테니까 나를 자

식 대신 죽여주게.“ ”당치 않은 말두 다하우.“ ”내가 자식을 잘못 두었으니

까 죽어두 원통할 것 없네.“ ”고만두우. 듣기 싫소.“ ”듣기 싫으래두 끝까지

들어주마구 하지 않았나.“ ”왜 두던 않는다구 하구 두던하우?“ ”자식 두던

인가 내 사정이지.“ 오주가 입맛을 쩍쩍 다시는 것을 보고 정첨지는 말을 고쳤

다. ”달초에 어째 자네같이 직실한 사람이 그 자식하고 부동해서 남의 과부를

업어왔나? 나는 지금두 자네를 원망하는 맘이 아주 없지 않아.“ 오주가 슬쩍

외면하려는 것을 보고 말을 한번 더 고쳤다. ”그 자식이 겁탈하러 방에 들어

가긴 했지만 겁탈하지는 못했으니까 그것두 분간이 있지 않겠나. 자네두 들어서

알겠지만 내 며느리가 진둥한둥 쫓아가서 그 자식을 붙들어낸 까닭에 자네 안해

가 욕을 보지 않았다네.“ 오주가 고개를 돌이켜서 정첨지를 바라보면서 ”이러

구 저러구 내가 고만둘 테요”하고 말하니 “자네가 말썽없이 덮어둔다면 작히

고맙겠나. 여보게 고마워”하고 정첨지가 오주 앞으로 들어앉으며 오주의 손을

잡았다. “나는 오늘 영감 집을 하직하구 다른 데루 갈 테요”하고 오주가 곧

일어서려고 하니 정첨지는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잠깐만 더 앉아 이야기하세”

하고 붙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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