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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5권 (34)

카지모도 2023. 2. 1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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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군수가 경천 살인범인 배돌석이 잡혔단 말을 듣고 즉시 형장을 갖추고

잡아들여서 대강 문초한 뒤에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새벽에 황주로 압송하도록

하고 옥에 내려 가두어라. " 하고 분부하여 돌석이는 큰칼을 쓰고 옥에 갇히게

되었다. 황주서 공문이 온 것은 전날 저녁때요, 보산서 장채가 풀린 것은

이날 식전이다. 천왕동이가 여러 장교들 틈에 서서 “경천 살인범인 배돌석이가

봉산으로 도망한 형적이 있으니 기찰하여 잡아달라. " 는 황주 공문의 사연을

들을 때 속으로 ‘이 사람이 간통한 남녀를 죽였구나. 봉산으로 온다면 내게로

오겠지.’ 하고 마중삼아 기찰하러 나갈까 고만둘까 주저하다가 마침내 모피하고

장청에 남아 있었다. 해가 점심때 다 된 뒤에 손님이 있어 나가겠다고 수교에게

사정하고 처가에 나와서 유복이와 같이 술먹고 있는 중에 장교 한 사람이

일부러 와서 돌석이가 잡힌 것을 통기하여 주었다.

“어디서 잡혔어?” “장터에서 잡혔다네. " “지금 어디루 갔나?”

“관가루 들어갔네. " 천왕동이가 장교에게 말 묻던 것을 그치고 유복이를 돌아

보며 “내가 잠깐 가보고 오리다. " 하고 그 장교와 같이 나서서 관가로 들어갔

다. 돌석이를 문초받는 동안 천왕동이는 안에서 서성거리다가 돌석이가 옥

으로 끌려 갈 때 옥까지 따라가며 “간통한 기집 사내를 죽인 것이 큰 죄 될 리

없으니 안심하게. " “여기 있는 동안 옥바라지는 내가 맡아 해 줄 테니 염려 말

게. " 이런 말로 위로를 해주었다. 천왕동이가 처가에 와서 옥바라지를 시키려다

가 처가 식구가 다 돌석이를 좋아하지 않는 까닭에 하느니 못하느니 말이 많을

것 같아서 아는 객주집에 부탁하고 처가로 돌아오니 장인 백이방이 사랑에서 유

복이를 데리고 돌석이의 일을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내가 관가에서 나올 때

네가 어디 있나 물어보니까 먼저 갔다구 하기에 집에 와 있을 줄 알았더니 옥에

까지 따라갔다 오느냐?” 장인이 묻는 말에 천왕동이는 간단히 “녜. " 대답하고

곧 “옥사가 어떻게 될까요?” 장인에게 물었다. “지금도 이야기하다 말았다만

돌석이는 죽는 사람이다. " “죽다니요? 그 사람이 살인을 했더래두 대살당할 살

인이 아닌데요. " 돌석이의 초사루 보면 간부간부를 죽였다고 하지만 아무리 간

부간부라두 등시포착이 아니면 살인죄를 면치 못하는 법인데 더구나 김가의 기

집을 간통하는 중에 김가가 온 것을 죽였다구 하니 이것이 간부가 본부를 죽인

것으로 볼 것이지 어디 본부가 간부를 죽인 것으로 볼 것이

냐. 돌석이가 대살을 아니 당할 수 없지. " “꼭 죽을까요?” “꼭 죽지. " “귀

양두 될 수 없을까요?” “귀양 안된다. " “돌석이가 죽는다면 억울한 죽음 아

닌가요. " “살인자 사가 대경대법이니까 억울할 것 없지. " “어떻게 죽지 않두

룩 해주실 수 없습니까?” “살옥이란 법문대루 하지 별수가 없는 게다. 검시

관의 발미나 감사의 제사는 고사하구 상감께서 내리는 판부두 법문에 없는 일은

못 하신다. " “법문으루 봐서 돌석이가 꼭 죽는단 말씀이지요?” “의심이 붙을

데가 없다. " “그럼 저걸 어떻게 하나요?” 하고 천왕둥이가 상을 찌푸리고 유

복이를 돌아보았다. 한동안 지나서 이방이 안으로 들어간 뒤에 천왕동이가 유복

이게로 가까이 다가앉으며 “내가 오늘밤에 옥에 가서 돌석이를 꺼내서 도망을

시킬까보우. " 하고 가만히 말하니 유복이가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친구가 억

울하게 죽는 것을 그대루 두면 그게 사람이오?” “여보게 가만히 있게. 내가

자네 대신 가서 돌석이를 빼가지구 청석골루 데리구 가겠네. " “그럼 우리 둘이

같이 갑시다. " “자네는 같이 가서 안 되네. 탈옥시킨 죄를 나 혼자 뒤집어써야

대신 가는 보람이 있지 않은가. " 천왕동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할 즈음에 심부

름꾼이 저녁상을 가지고 나와서 나오던 말을 삼켜버리고 말았다. 저녁이 끝난

뒤에 천왕동이와 유복이는 다시 돌석이 탈옥시킬 일을 쑥덕공론하는데 천왕동이

는 같이 가자거니 유복이는 혼자 간다거니 서로 고집을 세우느라고 다른 공론까

지 잘 되지 아니하였다. 나중에 천왕동이가 “옥문 열쇠두 내가 훔쳐와야 할 테

구 옥사장이두 내가 붙들어 놓아야 할 테니까 같이 가야 일이 되우. " 하고 말하

니 유복이는 한참 생각하다가 “그러면 도무지 일을 달리 꾸미세. 내일 새벽에

황주로 압송한다니 압송하는 길에서 뺏어가지구 가겠네. " 하고 말하였다. “압

령해 가지구 가는 사람이 많으면 어떻게 할라우?” “많이 가기루 열이 가겠나,

스물이 가겠나. 비록 열 스물이 간대두 염려없네. " “글쎄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까?” “그렇게 하는 것이 이리저리 다 좋으니 고만 그렇게 작정하세. " 이튿날

새벽에 봉산 장교 세 사람이 돌석이를 압령하여 가지고 황주로 떠나가는데 유복

이는 장교들보다 한 걸음 앞서 떠나갔다. 천왕동이가 돌석이 가는 것을 보러 나

갔을 때 돌석이에게 귀띔을 해주고 싶었으나 이목에 거리끼어서 그저 안심하라

고만 말하여 주었다. 천왕동이가 장청에 들어와서나 처가에 나와서나 남의 눈에

수상하여 보이도록 한곳에 안절부절을 못하였다. 해가 한나절이 다 되도록 아

무 소식이 없어서 천왕동이는 속으로 조바심을 하다가 동선령까지 잠깐 나가보

고 오려고 아무더러 말도 아니하고 나섰다. 읍에서 십 리쯤 나왔을 때 장교 세

사람이 서로 붙들고 읍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천왕동이가 속으로 ‘옳다, 잘

되었구나.’ 하고 다행히 여기면서 장교들 앞에 가서는 겉으로 “이게 웬일인

가?” 하고 놀라는 체하였다. 장교들 말이 동선령 못미쳐서 어떤 놈이 길에 나

서서 압송 죄인을 두고 가라고 하여 그놈을 잡으려고 하다가 셋이 다 미간에 대

꼬챙이를 맞고 쓰러졌는데 그 동안에 그놈이 와서 죄인을 끌고 산으로 도망하였

다 하고 미간의 상처도 가리키고 대꼬챙이도 내보이었다. “큰일났네. 얼른 읍에

들어가서 관가에 사연을 아뢰게. " 봉산군수가 장교들의 낭패 본 사연을 듣고

그 장교들을 중장으로 치죄하고 일변 다른 장교들을 불러서 그 두 놈을 해전에

잡아바치라고 엄령하였다. 그날 해전은 고사하고 이틀 사흘이 지나도 잡지 못하

여 장교들만 죽어났다. 며칠 동안 장교들이 애매히 매를 맞는 중에 천왕동이가

살옥죄인 돌석이와 친분이 있을 뿐 아니라 천왕동이가 까닭없이 중간까지 가서

낭패 보고 오는 장교들과 같이 왔단 말이 군수 귀에 들어가서 군수가 천왕동이

에게 치의하고 엄형으로 심문하게 되었다. 천왕동이가 전후 사실을 직토하여 중

죄인 도주시킨 죄로 옥사를 겪게 되었는데 백이방이 백방으로 주선하였으나 마

침내 죄를 면치 못하고 제주도로 귀양을 가게 되었다. 천왕동이가 옥에 갇히는

날부터 이방의 집이 난가 된 것은 다시 말할 것도 없고 양주 꺽정이 집에서도

봉산 기별을 들은 뒤로 집안에 수색이 가득하였다. 꺽정이는 봉산 와서 묵어가

며 옥사의 결말을 기다리다가 제주로 귀양가게 되는 줄을 이방의 탐지로 미리

안 뒤는 자기도 이봉학이를 만나보기 겸 같이 간다고 집에 말하려고 양주로 오

는 길에 청석골을 잠깐 들리었더니 돌석이는 자기 까닭에 천왕동이가 화 당하는

것을 미안하다고 말하고 유복이는 봉학이를 만나러 제주까지 같이 가지 못하는

것을 섭섭하다고 말하니 오가 늙은이와 곽오주와 길막봉이는 천왕동이를 가서

위로하지 못하니 말이나 해달라고 부탁들 하였다. 꺽정이가 양

주가서 행장을 차려가지고 다시 봉산 간 뒤 수일 후에 천왕동이는 귀양길을 떠

나게 되었는데 혼인한 지 칠팔 삭 동안에 이삼 일간을 서로 떨어져 본 적이 없

는 안해와 이별할 때 내외가 다같이 간장이 녹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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