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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9권 (19)

카지모도 2023. 8. 19.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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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처남아이가 그때 재령서 통인을 다녔는데 그 애가 뒷길루 기별해 주어서

우리가 몰사죽엄할 것을 면했소. 졸개 삼십여명은 사방으루 헤처 보내구

나하구 박대장하구는 집안 식구를 데리구 재령 사자목이란데 가서 숨어

있다가 바람 잔 뒤에 나왔소. 그때 이야기가 이왕 나왔으니 말이지만

세상에 그런 법두 있소? 일은 당신네가 저지루구 벼락은 우리가 맞친단

말이오?” “내게는 매원하지 마우. 나두 평양 봉물에 벼락맞은 사람이오. 그 매

원받을 사람을 내가 가르쳐 줄께 내 속까지 시원하두룩 한번 실컨 매원할 테요?

” 하고 꺽정이가 껄껄 웃으니 “매원 부탁을 받기는 내가 사십평생 처음인데.

” 하고 이춘동이도 따라 웃었다. 서림이가 매원받을 사람이 나라는 듯이 나서

서 “참말 당신네들은 우리를 여간 원망하지 않았을 테지요?” 하고 말하니 “

원망일뿐이오. 곧 절치부심을 했지.” “다른 사람은 몰라두 박연중이란 이는 절

치부심두 할 것이오.” “이 다음에 혹시 만나면 칼부림받을까 봐 겁이 나시는

모양이구려. 그러나 그가 그런 걸 속에 치부하는 졸장부가 아니니 안심하시구.”

이와 같이 이춘동이가 꺽정이 이하 여러 두령들과 담화하는 중에 어느덧 밤이

들었다. 꺽정이가 미리 일러두었는지 훌륭한 주안상 둘이 나와서 아래윗간에서

각각 한 상씩 받아가지고 술들을 먹는데, 윗간에서는 우리와 같이 한잔 먹자고

이춘동이를 끌어가고 아랫간에서는 순배 빼지 말라고 이춘동이를 불러오도록 스

스럼들이 없어졌다. 무간한 대접을 받은 이춘동이 당자보다도 김산이가 더 좋아

하였다.

이날 밤 꺽정이 사랑에서 흩어져 나올 때 한온이가 이춘동이와 김산이를 보고

내일 아침밥들을 자기 집에 와서 먹으라고 말한 까닭에, 이튿날 식전에 김산이

는 잔입으로 도회청에 나가서 조사를 치르고 오는 길로 방문 밖에 서서 “한두

령이 곧 오라네. 가세.” 하고 방안의 이춘동이를 불러내었다. 이춘동이가 의관

을 차리고 나와서 김산이와 같이 뜰 아래 내려설 때 어떤 사람 하나가 허둥지둥

들어오며 “지금이사 오신 줄 알구 뵈러 오는데 어딜 가십니까? 부리나케 오길

잘했구먼요.” 라고 떠벌거리고 이춘동이 앞에 와서 허리를 한번 굽실하였다. 이

춘동이는 그 사람이 누군지 언뜻 생각나지 않아서 김산이를 돌아보고 “누군가

” 하고 묻는데 “밤이를 몰라보십니까?” 하고 그 사람이 저의 이름을 말하였

다. 다시 보니 애꾸눈이 유표한 노밤이었다. “반가워서 하시는 말씀이라두 그런

방수 꺼리는 말씀은 아예 맙시오.” “너 같은 놈이 급살맞어 죽지 않은 걸 보

면 천도가 무심한 거야.” “듣기 싫어하면 더 하실 줄까지 뻔히 알며 자발없이

방수 꺼린단 말씀을 했지, 지금 앞으루 한 오십 년 더 살아봐서 세상이 길래 신

신치 않으면 급살이라두 맞아죽을랍니다.” 김산이가 나서서 “예끼 미친놈 저

리 가거라!” 하고 노밤이를 꾸짖고 “미친 놈 데리고 실없는 소리 고만하구 어

서 가세.” 하고 이춘동이를 재촉하였다. “여러 사람이 미쳤다구 놀리면 성한

놈두 미친단 말이 괴이치 않은 말입니다. 여러분이 모두 나만 보면 미친 놈이니

실성한 놈이니 놀리는 까닭에 내 맘에두 내가 성하지 않지 생각이 드는 때가 있

습니다.” 하고 노밤이는 시벌거리며 두 사람의 뒤를 따라나오다가 고샅길 갈림

에서 “틈 있는 대루 또 뵈러 옵지요.” 이춘동이가 큰소리에 놀라서 돌아보도록

소리질러 인사하고 휘적휘적 다른 데로 가버리었다.

한온이의 집은 큰집이 한 채요, 작은집이 두 챈데, 형 내외와 서모와 자기 본처

는 큰집에 몰아 있게 하고 작은집 둘은 큰첩 작은 첩을 각각 갈라 들이었었다.

본처는 수발만 맡고 식사와 침석은 첩들이 받느는 까닭에 한온이가 밤에는 많이

작은첩의 집 안방에 가서 있고 낮에는 항상 큰첩의 집에 왔을 때, 한온이는 큰

집에 삭망을 지내러 가고 없어서 주인 없는 건넌방에 들어들 앉았는 중에 한온

이가 와서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김산이는 앉아 있고 이춘동이는 일어섰다. 한

온이가 이춘동이를 보고 “밤새 평안하우?”하고 인사한 뒤 주인 자리에 가서

앉으려고 할 즈음에 이춘동이가 넙신 절을 하여 한온이는 잠시 당황하여 하다가

팔을 집어서 절을 맞았다. 이춘동아가 꿇어 앉아서 “상사 말씀은 무슨 말씀을

하오리까?” 하고 새삼스럽게 조상 인사를 하여 “자네두 꽤 쑥일세.” 하고 김

산이가 조롱하니 “서루 아는 처지에 애경간 인사는 분명히 해야 하는 법이니.

” 하고 이춘동이는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는 말투로 대꾸하였다. 이춘동이가

한온이더러 “상청에를 아주 다녀나옵시다.” 하고 청하는 것을 “궤연은 큰집

에 뫼셨으니 아침 먹구 나중에 가서 다닙시다.” 하고 한온이가 밀막았다.

이춘동이가 손님으로 대접하여 외상하여 주고 김산이는 한온이가 자기와 겸상

하여 아침들을 다 먹고 상을 막 치우고 앉았을 때, 서림이가 와서 네사람이 앉

아 아야기를 하게 되었다. 서림이가 이춘동이와 수작을 하는데 그 수작이 유심

하고 들으면 모두 지기를 떠보는 것 같아서 김산이는 불쾌한 마음을 참지 못하여

“우리 아침 얻어먹었으나 고만 가세.” 하고 이춘동이를 데리고 가려고 하였다.

“이야기나 좀더 하다가 같이 일어섭시다.” 서림이가 붙들뿐더러 이춘동이 당

자까지 “여기 있다가 주인하구 같이 가서 상청에를 다녀야겠네.” 하고 일어나

려 들지 아니하여 김산이는 다시 더 가잔 말을 못하였다. 서림이가 영웅 논란을

꺼내고 당세 영웅을 이춘동이에게 물으니 이춘동이는 처음에 “우리 같은 무식

한 놈이 영웅을 알 수 있소?” 하고 겸사한 뒤 다시 생각하고 “여기 임대장 같

은 이가 당세 영웅 아니겠소?” 하고 되물었다. “우리 대장은 아직 말말구 다

른 영웅부터 쳐보시우.” “다른 영웅은 난 모르겠소.” “공연한 말씀 마시우.

” “아니오, 참말이오.” “박연중이를 어째 치지않소? 나더러 당세 영웅을 치

라면 그를 첫손가락에 꼽겠는데.” “한번 만나보지두 못하구 그가 영웅인지 아

닌지 어찌 아시우?” “만나보지 못하구 말만 들어두 그건 알 수 있지요. 기묘년

에 남곤 남정승이 박연중이란 아름을 들으면 벌벌 떨었답니다. 일인지하요, 만인

지상인 일국 정승이 겁을 낸 사람이면 그게 무서운 인물 아니겠소. 또 그가 을

사년에 사를 받구두 이내 세상에 나서지 않았답니다. 여느 사람 같으면 세상에

나와서 펄펄 뛰구 돌아다녔을 것인데 산중에 들어 앉아서 사십여년 동안 자행자

지하구 지냈으니 그게 여간 동뜬 인물루 될일이오? 그보다두 대당의 괴수 노릇

하던 사람이 아무 뒤탈 없이 발을 씻구 나와서 여생을 안온하게 보내니 그런 희

안한 인물이 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소, 그래서 나는 그를 당세의 재일 영웅으

루 아우.”

서림이가 박연중이를 당세의 영웅으로 안다는 것은 말짱한 입에 발린 말이고

그 입에 발린 말은 분명히 이춘동이의 속을 뽑아보려는 것이라, 김산이가 서림

이 말하는 중간에 면박주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있다가 서림이의 말이 끝나

기가 무섭게 곧 “박연중이가 서종사를 원수루 치부하고 절치부심하더라두 지금

말을 들으면 술 사주구 떡 사주겠소?” 하고 비꼬아서 말하니 “어젯밤에 실없

이 한 말을 가지구 나를 오금을 박는 모양이오.” 하고 서림이가 좋지 않은 내

색을 보이었다. “내가 서종사를 오금박을 주제나 되면 제법이게요. 그렇지만 지

금 하신 말씀은 잘 곧이가 들리지 않소.” “무엇이 곧이들리지 않는단 말이오?

” “박연중이가 운달산에서 나가 사는 것을 희한한 인물의 일루 말씀하니 그럴

것 같으면 서종사는 왜 여기서 나가서 안온하게 지낼 생각을 한 하시우?” “내

가 그런 생각을 하는지 안 하는지 어찌 아우?” “그런 생각을 안 하시기에 안

나가시는 것 아니오.” 김산이가 서림이와 말을 다투러 대들 때, 꺽정이가 의논

할 일이 있다고 서림이를 부르러 보내서 서림이는 가소롭게 여기는 웃음을 김산

이 얼굴에 던지고 큰기침까지 하고 일어섰다. 서림이가 간 뒤에 김산이가 이춘

동이를 보고 “우리 중에 표리부동한 사람이 꼭 한 사람인데 그 사람이 지금 왔

다 간 사람일세. 그 사람하구 말할 때는 조심하게.” 하고 당부하니 한온이가 서

림이 흉을 씻어 덮듯이 “지모는 비상한 사람이야.” 하고 말하였다. “지모가

비상하니까 교사두 비상하거든.” “하여튼 그 사람이 미덥지는 못하지.” “여

간 미덥지 못하기만 해? 그런 사람 믿었다간 큰코 깨네.” “자네두 곽두령의

본을 뜨네그려.” 한온이 말끝에 이춘동이가 “곽두령의 본이라니?” 하고 물어

서 김산이가 한온의 말은 접어놓고 “곽두령이 사람은 좀 무식스럽지만 우리 중

의 제일 직장일세. 그래서 서종사하구 아주 앙숙이지. 대장께 눌리지 않으면 날마

다 싸울 걸세. 날마다가 무어야? 하루 열두 번 싸우지.” 하고 이춘동이의 말을

대답한 뒤 다시 서림이의 소행을 들추어서 이야기하기 시작할 때, 방 밖에 누가

기침소리를 내어서 김산이는 이야기를 그치고 한온이는 방문을 열어보았다.

신불출이가 와서 한온이와 김산이를 보고 꺽정이의 전갈로 여러 두령들이 모여

서 한담하는 중이니 손님을 뫼시고 오라고 하여 한온이와 김산이는 곧 전갈 온

신불출이와 같이 가려고 하는데, 이춘동이가 한첨지 궤연에 다닐것을 잊지 않고

또 말하여 신불출이를 먼저 보내고 김산이까지 상주와 조객의 뒤를 따라서 궤연

있는 한온이 큰집에를 왔다. 곡 몇 마디와 재배 한번으로 이춘동이가 조례를 마

치고 나온 뒤 김산이가 이춘동이더러 “오두령을 아주 잠깐 찾아보구 가세.”

하고 말하니 이춘동이는 두 말 않고 동의한 뒤 “오두령 집이 대장 사랑에 가는

길인가?”하고 물었다. “오두령은 살림을 안 하구 박두령 집에 같이 있는데 박

두령집이 바루 이 집 옆집일세.” “청석골 주인이 어째 자기 집이 없나?” “

올 가을에 상배한 뒤 살림을 거뒈치우구 박두령에게 가서 얹혀 있네. 박두령의

아낙이 그의 수양딸이지.” “오두령 나이 올해 몇인가?” “올에 쉰셋이라네.”

“그럼 가서 절하구 뵈여야겠네그려.” 김산이 대답하기 전에 한온이가 “여기

는 무존장아문이니까 절 안 해두 좋소.” 하고 웃으니 “나이 대접 않는 데가

어디 있단 말이오?” 하고 이춘동이는 고개를 외쳤다. “당신이 대체 절하기를

좋아하는 모양이구려. 나는 절 받기를 좋아하니 조석으로 내게 와서 문안하우.”

“버르쟁이없는 소리 말게. 내가 오두령에게가서 절한다는 것이 자네 같은 젊은

사람들 보라는 본보기야.” “실없는 말 한마디를 했더니 막 기어오르네.” “기

어오르다니 그게 무슨 말버릇인가? 자네 나이 대접을 할 줄 모르거든 오늘부터

배워서 나이 많은 어른에게 그런 버릇없는 말 다시 하지 말게.” “떡국 많이

먹은 게 무에 그리 장해서 자세야?” “자네는 단당히 버릇을 배워야 사람이 되

겠네.” “우리 아버지께 못 배운 버릇을 아마 자네게 배우는 가베.” “나는 자

네더러 자네라지만 자네야 나더러 자네랄 수가 있나. 나이 있는데.” “자네 눈

에는 내가 곧 어린애같이 보이나?” “대체 자네가 나하구 벗할 나이 되나 못

되나. 나일 어디 따져보세.”“나이는 차차 따지구 얼른 오두령한테 가서 절이나

하구 오게.” “왜 자네는 안 갈 텔가?” “나는 먼저 대장께루 갈라네.” “같

이 가지 무슨 소리야?” “그럼 나는 여기 있을 테니 얼른 가서 다녀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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