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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9권 (18)

카지모도 2023. 8. 1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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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사람이 대장을 한번 만나보인 뒤에 입당할 의사루 말합디까?” “아니오.

그 사람은 곧 입당할 생각두 없지 않은데 그 어머니 대문에 자저하는 모양입니다.”

“어머니 때문에 자저하다니?” “그 어머니는 아들이 지금같이 양민 노릇하구 사

는 걸 대단히 좋게 여기는갑디다.” “김두령이 그 어머니의 말을 들어봤소?”

“아니오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더러 너의 어머니가

전에는 양민 노릇을 하지 말래서 운달산패에 들어갔었느냐구 물어보시지.” “

대장께 여쭙구 차차 권해 볼 작정인데 내가 힘써 권하면 대개 입당할 겁니다.”

“사람이 대관절 미덥기나 하우?” “사람이 미덥지 못하면 내가 여기를 데리구

올 리가 있나요. 사람만은 의심없지요.” “사람이 한세상 살아가는 동안에 몇 번

고쳐 되는 것인데 수십년 만에 만난 아이 적 동무를 어떻게 의심없이 믿우시우.

” 서림이가 처음부터 이춘동이 데리고 온 것을 불긴하게 말하는데 김산이는 속

이 상한 끝이라 부지중 불괘스러운 말소리로 “ 그 사람이 조금이라두 의심쩍은

구석이 있으면 내 목을 서종사께 바치겠소.” 하고 말하니 서림이가 김산이의

얼굴을 뻔히 바라보다가 “우리네는 매사에 조심을 해야 할 처진 까닭에 아무리

아이 적 동무라두 속을 선뜻 줄 수가 없단 말이지, 김두령 친구가 미덥지 못한

사람이란 말이 아니오.” 하고 타이르듯 말하였다. 두사람의 수작을 듣고 있던

배돌석이와 박유복이가 다같이 서종사의 말이 옳다고 서림의 편을 들어서 김산

이는 자기의 무세한 것을 생각하고 김 한숨을 지었다. 박유복이가 위로하는 말

로 “대장 형님이 자네 온 줄 아시니까 곧 오실 걸세. 오시거든 말씀을 잘 여쭙

게. 설마 같이 온 사람을 푸대접해서 자네 낯이 깍이게 하시겠나.” 하고 말하여

김산이가 박유복이더러 “대장께서 안으서에게 가셨나요?” 하고 물을 때 밖에

서 위 위 소리가 났다. 꺽정이가 산불출이, 곽능통이 두 시위를 데리고 들어오다

가 뜰아래 내려서는 김산이를 보고 “마산리서 친구 하나를 만난다더니 그 친구

하구 같이 왔느냐?” 하고 묻는 것을 김산이는 그저 예 대답하고 방에 들어와서

절하고 문안한 뒤 이춘동이 데리고 온 사연을 중언부언 말하고 이춘동이의 사람

과 내력을 소상하게 이야기하였다. 꺽정이가 서림이와 같이 꽤 까다로운 말을 하

면 이춘동이를 대접하여 보낼 일이 여간 난처하지 아니한데 꺽정이는 순편하게

“입당은 나중 봐가며 권할 작정하구 우선 대접이나 잘하두룩 해라.” 하고 말

하므로 김산이는 한 근심이 덜리는 것 같았다. “지금 곧 만나보실랍니까?” “

아무러나, 가서 데리구 오려무나.” 꺽정이가 김산이의 취품하는 말을 허락하자,

곧 서림이가 출반좌하고 “김두령 낯을 봐서 만나보시더라두 내일 조사 끝에 잠

깐 만나보시지요.” 하고 말하여 꺽정이가 서림이를 돌아보며 “왜?” 하고 까

닭을 물었다. “운달산이 평양 봉물 동티루 망했으니까 운달산에 있던 사람들은

우리게 대해서 좋은 의사를 먹을 리가 없을 듯합니다. 지금 온 사람이 대장을

보이러 왔다구 하지만 속에 무슨 딴맘을 먹구 왔는지 누가 압니까. 그 사람이

김두령하구 과질간이구 또 아이 적 친한 동무라구 하지만 수십 년 서루 격조한

동안에 사람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습니까. 인심이란 못 믿을 것입니다.”

“노밤이두 운달산에서 온 놈이 아니오?” “그놈은 운달산에서 쫓겨난 놈일뿐

더러 그 따위 무명 소졸과 수령 노릇하던 사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까.” “

그래 내일 만나라니 온 사람의 속내를 하룻밤 동안에 자세히 알아볼 도리가 있

소?” “아주 안 만나보시면 김두령의 낯이 깎이니까 내일 잠깐 만나보시는 게

좋겠단 말씀입니다.” 서림이의 말끝에 김산이가 꺽정이를 바라보며 “이춘동이

가 만일 악의를 품구 온 사람이라면 저는 데리구 온 죄루 죽어 마땅할 텐데 낯

깎이는 게 다 무엇입니끼. 그러나 이춘동이의 악의 없는 건 제가 목벨 다짐을

하겠습니다.” 하고 부프게 말하는 것을 꺽정이는 대답도 않고 서림이더러 “이

왕 만나볼 바엔 오늘이나 내일이나 마찬가진데 이러니저러니 긴말 할 것 없소.

지금 데려다가 만나봅시다.” 하고 말하였다. 이때 산불출이가 방 윗간 문을 열

고 들여다보면서 “박두령댁에서 진지 여쭈러 사람이 왔습니다. 오두령께서 시

장하시다구 얼른 오시랍니다.” 하고 고하여 박유복이가 일어서는데 “저두 가

서 저녁 먹구 오겠습니다..” 하고 서림이도 따라 일어섰다. “이춘동이란 사람

이 오거든 보구들 가지.” 꺽정이의 말에 일어선 두 사람이 가지를 못하구 주저

주저하는데 김산이가 꺽정이를 보고 “그 사람두 아주 저녁을 먹여 가지구 석후

에 데리구 오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하고 물으니 “그럼 이따 여럿이 모일

때쯤 데리구 오너라.” 하고 꺽정이가 말하였다.

김산이가 자기 처소에 돌아왔을 때, 이춘동이는 방에 혼자 들어 앉았기 심심

하든지 마당에 나와서 거닐다가 김산이 오는 것을 보고 몇 걸음 마주 나오며 “

나를 혼자 앉혀놓구 어디 가서 그렇게 오래 있다 오나.” 하고 책망을 내놓았다.

“대장 뫼시구 이야기 좀 하다가 늦었네.” “어째 자네 대장하구 같이 오지 않

구 혼자 왔나?” “대장께 같이 오시잔 말씀을 안했는걸.” “내가 온 사연은

말했겠지?” “그야 말씀했지.” “먼데 친구가 전위해 찾아온 줄 알구 나와 보

지 않는단 말인가. 그게 어디 친구 대접인가?” “그런 게 아니야.” “무에 그

런 게 아니라 말인가?” “사람이 여럿이니까 소견 없는 소리 하는 사람두 혹

있지만 우리 대장은 그런 사람이 아닐세.” “나 때문에 무슨 말썽이 있었나?”

“아니, 말썽이 무슨 말썽이야. 저녁밥을 먹구 이따 가세.”

김산이는 서림이 치의와 이춘동이 책망 사이에 끼여서 안팎꼽사 노릇을 하였

다. 김산이가 이춘동이 모르게 넌지시 식사 공궤하는 졸개 내외를 시켜서 도중

숙설청의 맑은술을 반주할 만큼 가져오게 하구 또 한온이 집의 솜씨 좋은 찬을

몇 가지 얻어오게 하여 제법 모양 있는 겸상으로 이춘동이와 같이 저녁밥을 먹

는 중에 꺽정이가 자기 저녁상의 좋은 찬을 물려보내서 상이 좁아 곁상까지 벌

리게 되었었다. 김산이가 행역 끝에 포식하고 식곤중이 나서 이춘동이더러 잠시

누웠다가 여러 두렁이 다 모일 때쯤 가자고 말하고 누워서 잠이 소르르 들었는

데 옆에 누운 이춘동이가 흔들어 깨웠다. “밖에 누가 왔네.” “고 동안 잠이

들었든가.” 하고 김산이가 방문을 열어젖힌즉 초롱불을 든 졸개 하나가 방문

앞으로 들어서며 대장께서 손님을 뫼시구 얼른 오시란다고 전갈하였다. 김산이

가 이춘동이를 재촉하여 벗어놓았던 의관들을 함께 차린 뒤 그 졸개를 앞세우고

꺽정이 사랑에를 왔다. 꺽정이가 이춘동이를 맞아들이느라고 자리에서 일어서니

아래윗간에 열좌하였던 여러 두령들도 모두 따라 일어섰다. 서림이,박유복이,배

돌석이 세 사람 이외 다른 두령이 김산이를 보고 잘 다녀왔느냐 인사를 하는 동

안에 꺽정이는 방문 맞은편 첫자리에 앉았던 박유복이를 이봉학이 옆으로 올라

앉게 하고 그 자리에 이춘동이를 청하여 앉히었다. 아랫간에는 꺽정이와 이봉학

이와 박유복이가 느런히 앉고 박유복이 앞에 모꺾어서 이춘동이와 서림이가 어

개를 견주고 앉고 윗간에는 배돌석이,길막봉이,김산이 세 사람과 황천동이,곽오

주,한온이 세 사람이 두 줄로 마주들 대하고 앉았다. 이렇게 좌정한 뒤 꺽정이로

부터 시작하여 아래윗간 여러 두령이 김산이만 빼놓고 면면이 이춘동이와 초면

인사들을 하는 중에 이춘동이가 한온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서울 남

소문 안 한첨지 영감의 자제 아니시우?” 하고 물어서 “녜,그렇소.” 하고 한온

이가 대답하였다. “우리는 구면인데 나를 몰라보겠소?” “전에 보였는지 의사

무사한데요.” “제가 서울 있을 때 동무 반연으루 댁에도 더러 놀러갔었소.”

“녜,그러셨든가요?” “별명으루 암맹꽁이란 사람은 잘 아시겠구려.” “알다뿐

이오? 그 사람이 내 유모의 큰 아들이오.” “그래서 그 사람이 난전을 벌릴 때

댁 첨지 영감이 밑천을 대주셨습딘다.” “옳지, 인제 알겠소. 댁이 맹꽁이 난전

에 있던 이서방이구려.” “그렇소. 내가 서울 있을 때 제일 사이 좋게 지낸 동

무가 맹꽁이었소.” “연못골 맹꽁이집에서 우리가 만난 생각이 나우.” “그때

댁은 초립동인데 까불까불하더니.” “예, 여보, 점잖은 사람더러 그게 무슨 소

리요?” “지금은 점잖지만 그때야 어디 점잖았소.” “하여튼 반갑소. 나는 당

초에 못 알아보겠는데 용하게 나를 알아보셨소.” “성씨 듣구 어림두 났었지만

전에 본 얼굴 모습이 과히 변하지 않았소. 그런데 소복을 했으니 웬일이오?”

“우리 아버지 거상을 입었소.” “첨지 영감 거상이란 말이지. 언제 돌아가셨

소?” “상주님을 그대루 보여서 쓰겠소. 새루 궂긴 인사하구 보입시다.” 하고

이춘동이가 한온이에게 절을 하려고 일어서는데 옆에 앉은 서림이가 절할 자리

를 비켜주지 않고 “서루 실없는 수작까지 하다가 새삼스럽게 조문이 무어요?

그러구 여기가 조문할 자리도 아니니 제례하시우.” 하고 말하니 이춘동이는 한

온이더러 “영감 상청을 뫼셨겠지요?” 하고 물은 다음에 “그럼 내일 상청에

다니러 가겠소.” 말하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춘동이가 암맹꽁이란 동무의 별

명을 말할 때, 황천동이가 혼자 입속으로 “암맹꽁이.” 하고 뇌더니 마침내 한

온이를 보고 “맹꽁이면 맹꽁이지 어째 암맹꽁인가? 그 사람이 몸집은 똥똥하구

상판은 기집 같던가.” 하고 자기 의사껏 해석을 붙여서 물었다. “그 사람의 성

이 안가야. 별명에다가 성을 붙이면 안맹꽁인데 암맹꽁이라구들 불렀다네.” “

자네 집은 가까이 다니는 사람을 내가 꽤 많이 봤는데 암맹꽁이는 어째 못 봤을

까. 어디 다른 데 가서 사나?” “죽은 지가 벌써 십여 년일쎄. 난전 쳐갈 때 잡

혀가서 어떻게 몹시 맞았던지 골병이 들어 가지구 나와서 얼마 못 살구 죽었네.

” 한온이의 말끝을 이춘동이가 달아서 “그때 나두 평산 행보를 안 하구 서울

있었더면 맹꽁이하구 같이 들려가서 졸경칠 뻔하였소.” 하고 말하며 황천왕동

이가 이춘동이를 돌아보고 “그때 벌써 운달산에를 다녔었소?” 하고 물으니 이

춘동이는 고개를 가로 흔들고 “그때 나는 난전 물건 가지구 시굴루 도부를 다

녔었소. 평산 행보를 전후 너덧 번 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운달산 박대장과 교분

있는 사람을 친해서 맹꽁이 죽은 뒤 그 사람 반연으루 운달산에를 들어갔었소.

” 하고 대답하였다. “당신이 처음 입당할 때 운달산....” 황천

왕동이 말하는 중간에 꺽정이가 “여보 이서방?” 하고 불러서 이춘동이는 꺽정

이에게로 고개를 돌이키었다. “연중이 노인은 지금 어디 가 사우?” “얼른 말

하자면 운달산에서 해주땅으루 내려앉은 셈이오. 운달산 남쪽에 대궐고개가 있

구 서남쪽으루 떨어져서 마장고개가 있는데 두 고개 중간에다가 전에 없던 새

동네 하나를 만들었소. 그 동네 십여 호가 거진 다 전날 부하들이오. 나두 거기

서 좀 살다가 마산리루 이사왔소.” “그 동네에 관속 침책이 없소?” “구실

잘 바치구 관속이 나오면 술밥 대접 잘하니까 다른 침책 별루 없지요.” “박연

중이 성명을 드러내놓구 사우?” “아니오. 성명만은 숨기구 사우.” “그래 그

가 지금은 무얼 하우?” “농사 때 감농하구 일 없을 때 어린아이들 업어주구

아주 훌륭한 촌영감이 되었소.” “그가 자녀가 몇이나 뒤우?” “아들 셋, 딸

둘 오남매요.” “"열대여섯 해 전에 내가 운달산에 가서 그를 만나봤는데 그때

는 딸인가 아들인가 돌쟁이 하나밖에 없었는데.” “그게 지금 열일곱 살 먹은

큰딸이겠소. 오남매가 모두 만득이지만 지금 데리구 사는 젊은 첩에게서 낳은

남매는 더구나 아직 유치의 것들이오.” “그가 나이 올에 예순대여섯 됐지?”

“올에 예순아홉이오. 칠십 노인이지만 근력이 어떻게 좋은지 사십객 우리만 못

지않소.” 꺽정이가 박연중의 소식을 물어본 뒤 다시 “평산.재령.해주 관군들이

합세해 가지구 들이칠 때 어떻게 미리 알구 도망들 했소.” 하고 운달산 소탕당

할 때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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