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귀신사 아능가?"
임서방이 어서방한테 물었다. 멍석 위에 앉아 있던 어서방네는 움칠하는 시늉을
일부러 지어 보이며 어서방 대신 말을 받는다.
"귀신사? 그게 머이다요예. 귀신 나온다 헐 때 그 귀신 말잉가?"
"그게 여러 가지 설이 있제. 맨 몬야 그 절을 세운 이는, 신라 문무왕때 사램인
의상대사란 고승이신디, 당초에 이름은 국신사였등게비데."
그러던 것이 무슨 연유에서인지 기괴하게도 귀신사로 바뀌어 불리다가, 다음에
는 구순사라고 하였는데, 나중에 다시 귀신사라고 글자만 바꾸어 지금까지 그
이름을 쓰고 있다는 이 절 입구에는
"홀에미다리라는 지댄헌 돌다리가 있제."
임서방은 마치 눈으로 본 듯이 말했다. 김제군 금산면 청도리에 있는 이 다리는,
원평으로부터 한참을 걸어와 제비산 기슭에 이르러 귀신사로 넘어가서 청도원을
지나 전주로 가는 길에, 제비산과 귀신사 사이의 계곡을 이어 주는 커다란 자연
석 돌다리였다. 그러니까 제비산 쪽에서 귀신사로 들어가는 입문 통로가 바로
홀어미다리인 것이다. 이 다리를 건너지 않고는 어디로도 귀신사로 갈 수가 없
었으니, 만일 이곳을 막는다면 절은 자연히 요새지가 되는 셈이었다. 그래서 나
라에 난이 있을 때는 승병을 양성하였다는 귀신사 주변에는, 거뭇거뭇 이끼옷
자욱한 산성이 더러 허물어진 채 아직도 남아 있었다.
"유서가 짚은 디여, 거그가. 그 귀신사 가는 질으 계곡에 걸쳐진 이 홀에미다리
가 명물이라, 언제 쩍에 놨는지 고색이 창연허제. 지댄허고 판판허기 똑 비석맹
이로 생겠는디, 이게 질이가 일곱 척이 넘고 폭이 한 석 자 가옷이나 되까 허는
다리여. 근디 이거이 하나가 아니고 두 개여. 그 다리 옆으로 짜란히 또 하나가
쌍을 지어 뇌였그던. 그것도 질이는 똑같이 일곱 척 좀 넘는디 폭은 조께 좁으
장해서 요마안치, 그렁게 한 자찜이나 될랑가 허제. 요렇게 다리 두 개가 무신
내외간맹이로 나란히, 다정허게, 허리 아래 흐르는 물 소리 두고 누워 있는 욱에
는 기양 아름이나 되는 고목 한 그루가, 수령이 한 오백 년이나 되얐이까, 넘
었이까, 어슷하게 기울어져 갖꼬 이 다리를 이불로 덮어 주는 것맹이라. 우거진
잎사구로. 만고 풍상의 늙은 가쟁이로는 홀에미다리를 보듬아 감싸는 것맹이고,
가련해서."
"머이 그렇게 가련허까잉."
어서방네가 고개를 갸웃하고 임서방 쪽을 바라보는데
"근디 왜 홀에미다리다요?" 내우간 다리가 아니고? 나란허담서."
임서방의 아낙이, 어미 무릎을 베고 잠든 어린 놈한테로 모기가 달려들지 못하
게 부채질을 털럭 털럭 해 주며 물었다.
"유래가 있제. 다. 그 동네에도 여그 순창 한다리 효자 못잖은 효자가 살었등게
비라. 마음이 천심이여. 이 효자가 즈그 아부지를 여의고는, 과수 되신 어머이를
지극 정성으로 뫼시고 사는디. 지게 지고 산에 가서 나무를 헐 때도, 어머이 방
에 불 땔 나무는 꼭 따로 해서 갖꼬 와. 잘 마르고 불땀 좋은 놈으로만 골라서.
그러고 저녁에 잘라면, 어머이 방으다가 꼭 손수 군불을 따땃허게 너 디리고는 ,
기양 휭 제 방으로 가부리는 거이 아니라, 방이 따순가 어쩐가 손바닥으로 온
방을 이리저리 짚어 보고야 안심을 허고는 건네갔단 말이여. 그런디 어머이는
맨날 방이 춥다고 그리여. 아칙에 문안을 디리로 가머는, 추워서 못 잤다고. 대
체나 효자가 어머이 안색을 봉게로 퍼래. 이런 불효가 없구나 싶어서 저녁이먼
더 존 나무로만 더 정성껏 불을 너 디려도 아칙에는 꼭 방이 춥다고 그러네에.
같은 자리에 있는 효자는 앉어 있도 못허게 방부닥이 뜨거도.
그래서 효자가, 안되겄구나, 오늘 밤에는 내가 자지 말고 여러 번 군불을 때서
어머이 한속을 덜어 디리야겄다, 허고는 아궁이 앞에 지키 앉었는디, 밤이 짚어
이슥헌 때 홀연 어머이가 어디로 나가. 조심조심 따러가 봉게 귀신사로 가는 거
이라. 그 절에 불공을 댕기던 어머이가 귀신사 중허고 속이 맞은 거여. 그래서
그렇게 밤마둥 밤중에 물에 빠짐서 그 개울, 캄캄헌 계곡을 건느더란 말이여. 무
섭고 험헌 디를 그런 줄도 모르고. 그렁게 어머이는 늘 젖어서 돌아오고, 추울
수배끼. 참 괴로운 일이제. 이것을 안 효자가 즈그 어머이를 위해서, 고통을 덜
어 디릴라고, 남몰래 그렇게 탄탄헌 돌다리를 놓아 준 거이라."
"그렇게 크고 엄청난 독이먼 바웃덩어리만 허겄는디 그것을 어치케 혼자 들어다
다리를 놨이꼬? 한 개도 아니고 두 개씩이나."
"마음이 자상헌 거이제. 참 하늘이 준 효심 아니면 그렇게 못헐 거잉만. 그래서
사람들이 그 다리를 홀에미다리, 그런디야."
임서방 이야기에
"오오."
낯바닥이 둥그스름하고 늘 새실새실 웃는 상호를 하고 있는 그의 아낙 앵두네가
고개를 깊이 주억거리자
"오오?"
하며 임서방은 제 아낙의 말을 그대로 되받아 채올리더니, 이걸 그냥 가만 안
두겠다는 듯 눈까지 부릅뜨며 주먹 지르는 시늉을 해 보인다.
"머이 그렇게 오오여? 오오가."
"아이 왜 그리여? 이얘기 듣고 잘 들었단 표 허는디. 재밌구만."
"허허어, 이 여펜네. 아이고, 저 속에 무신 생객이 들었이까. 어이 어서방, 우리
죽지 마세. 개똥밭에 어푸러져도 금방석으로 알고 어쩌든지 오래 살어야여. 호성
암 여그서 코빼기 앞이고, 그 절에 중놈이 버르쟁이 사납다고 소문이 자자허든
디."
"호성암 중은 떡만 잘 달어 먹는 거이 아니라 또 잘허는 짓 있등게비네. 임서방,
자네는 아들할 요자등만 어쩔랑고. 헐 수 없이 오래 살어야겄네."
능청스러운 중에 가시를 박아 말하는 두 남정네의 수작에 앵두네는
"궁짝이 잘 맞아서 메구를 치겄소. 장구가 없어서 어쩌까."
하고는 샐쭉하여 돌아앉는 척한다. 그러나, 그래 보는 것이지 조금도 마음에 둔
것 같지는 않은 기색이다.
"우례도 기왕이면 아들 낳얄 거인디. 가이내 나먼 헛 거이고."
어서방이 문득 생각이 거기에 미쳤는지,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곰방
대 연기를 뱉어 냈다. 연기는 모깃불에 섞이어 흩어진다. 그것에 가리워져 하늘
한복판으로 흐르는 은하수가 더욱 아득해 보이는데, 그 반공으로 검은 능선을
뚜렷하게 긋고 있는 노적봉 수풀에서 쏙독 쏙독 쏙독 칼로 무를 써는 것 같은
쏙독새의 목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둡고, 무겁고, 축축한 그 울음은, 깊은 밤
의 명치에 얹힌 한숨이 기침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나 해아 할까. 아니면 밤
이 숨을 쉴 때마다 가슴에 걸린 응어리가 그르럭, 그르럭, 마치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마침 전할 말이 있어서 임서방한테 왔던 우례 아비 막손이는
"좀 앉었다 가."
라는 말에 꺼부정하니 쭈그리고 멍석 끝에 앉았다가 이야기를 끼어 듣고 있었
다.
"개울이나 골째기라먼 효자 아들이 바웃뎅이든 통나무든 들어다가 다리라도 놔
준다고 허지마는, 우례한테서 수천샌님한테로 가는 질은 그께잇 징검다리, 외나
무 다리 갖꼬는 좀체 쉽게 못 갈걸? 노비 상전 신분이 어디 그렇게 냇물맹이로
발만 벗으먼 건넬 수 있는 거이라야제. 하늘허고 땅인디. 아이고, 언감생심. 더군
다나 수천샌님 성품 물라? 송곳 같고 칼날 같은디, 안광이 시퍼렇잖여. 그런디다
아들 나먼 멋 헐거잉고? 무신 소용이 있이까?"
자기가 한 말을 되받아 혼자말을 하는 어서방은, 불이 꺼져 뻑뻑 소리가 나는
곰방대를 몇 차례 빨더니 탁, 탁, 땅바닥에 대고 두드린다. 강냉이 깡탱이를 내
버리고 멍석 옆으로 와 맴돌던 강아지가 그 바람에 흠칫 뒷걸음을 치며 욜랑욜
랑 꼬리를 흔든다. 임서방은 고개를 꺽어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독으로 다리 논 것만도 하늘이 내린 효심이지만 지 몸뚱이로 다리논 효자도 있
고말고. 그것도 '효자다리' 그러는디, 그것은 전주 부성 배깥 한 사십리 이서
가는 길 어디만큼이라등만. 거그도 다리가 하나 있제. 그저 쬐깐헌 개울 또랑물 졸
졸졸 흘러가는 물인디, 한 발에 건네기는 조께 널룹고, 휙, 뛸라먼 빠지기 좋은
디, 거그도 다리가 있어. 이얘기야 다 앞에 꺼이나 같은 거이지만, 그 이서 사는
효자는, 캄캄헌 밤 어둡고 무선 디를 어머이 혼자 물에 빠짐서 댕기는 것을 알
고는 엄동 설한 얼어붙은 물 속에 지 몸뚱이를 바우같이 꼬부려서 웅크려 당구
고 다리를 맨들어 어머이가 건너가시게 해 디렸지. 어머이는 속도 모르고 자식
등을 밟음서 밤길을 가고. 그걸 인다리 라고도 히여. 그렁게 우례도 효자 자식을
낳아서 다리를 놔야제. 독이나 나무말고, 인륜지 다리를 놀라면 지 몸뚱이를 뻗
어서 양 부모 새이에다 걸쳐 놔야겄지. 오체투지 허디끼. 그 등허리를 밟고 천허
고 서러운 즈그 어머이가 귀하고 높은 즈그 아부지한테로 건네갈 수 있게. 글
안허고는 질이 없어. 절벡이여, 그 새이는."
"그런 다리가 어디 아무나 맘만 먹는다고 되는 거잉가. 아 양반이 본 종의 자식
이 어디 하나 둘이여? 만고에."
"그렁게 날라면 유자광이 같은 아들을 낳얀다고. 나랏님한테는 양반이 적자라.
우리는 서자고. 아니제 서자도 못되는 종의 자식 정도나 될랑가. 쌍놈은 얼자여.
나랏님의. 그런디 유자광이가 영웅은 영웅이라. 나만 그렇게 생각허능 건 아닐
거이그만. 요런 쪼그막헌 바닥, 남원 귀영탱이 동네 누른대으 계집종 소생이, 얼
매나 무선 사램이먼, 일인지하에 만인지상으 정승이 되야 갖꼬, 쩌렁쩌렁 울리게
일국을 쥐고 흔들었겄능가. 엎었든 뒤집었든, 걸출 인물이제. 에지간히 잘나 갖
꼬는 그렇게 못되야. 적서 차벨이 어쩠든 세상인디, 조선이? 아매 나라 생긴 이
래로 그렇게 아들 크게 난 노비는, 자광이 즈그 어매말고는 다시 없을 거이네.
양반의 부인이라도 일산 쓰는 자식 낳기가 좀체 쉽잖은 거인디 말이여. 우례도
그런 아들 하나만 낳은다면, 더 말헐 것도 없제, 지 가심에 맺힌 설움, 원한이
한끕에 다 풀려 부릴 거인디."
"그리여."
어서방이 한숨 뱉어 내는 소리로 임서방 말에 맞장구를 쳤다. 비록 처지는 서로
다르다고 하지만, 소쿠리 같은 한 마을 안에서 날이 새면 얼굴 맞대고 살아온
이들이라, 원뜸의 종가 씨종 막손이나 그의 딸 우례한테 생긴 일에 저절로 마음
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막손이는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컴컴한 등허
리를 어둠 속에 맡기고 아무 말없이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만 있었
다.
"그런디 유자광이 즈그 어매 원한을 참말로 풀어 준 것은, 종의 자식으로서 큰
베실헌 일이 아니라, 그 생모 죽었을 때 치상해 준 일이여."
"오, 그 냥반 적출 성님이 자광이 어매, 긍게 서모 초상에 머리 풀고 곡허게 헌
이얘기?"
"하아."
"나도 에레서 들었고만."
"그럴 거이여. 이 남원 근동에서는 그 이얘기 모른 사램이 없제."
"자광이가, 그 어매가 천해서 종이지, 아부지는 조정에 높은 베실허던 대감 아니
라고?"
"암먼, 그렁게 정실 부인 소생인 적형은 당당헌 양반의 자제라, 노비 자식인 자
광이허고는 애당초 지체가 다릉게로, 거그다 대고 '성님' 소리를 못히여. 아무
리 아부지가 같드래도. 헐 말이 있을 때는 '되렌님' 그리한단 말이여. 그거이
벱이여. 그래도 손위 성님한테 그러는 것은 좀 낫제. 서손이란 것은, 늙은 영갬
이 되야도 삼척 소동배끼 안되는 손자 같은 적손한데 '되렌님예', '이러싱가요',
'저러싱가요', 험서 업고 댕기야잖헤? 그렁게 서손은 사람으로 안 본 거이제. 만
일에 그런 법을 어기고 불손허게 허먼 적손하테 뚜드러 맞어. 괘씸허다고 개 패
디끼 패지. 서얼의 신세란 그런 거이라. 더군다나 얼자는, 종 아니여? 바로. 이런
처지의 자광이가 자개 생모 초상에 서슬 퍼런 적형을 상주 노릇허게 했이니, 이
게 어디 보통 일잉가? 더군다나 그 적형으 생모인 마나님은 엄연히 살어 지
신디 말이여."
"없일 일이제, 없일 일이여. 그 냥반 재주 아니고는."
그것이 유자광의 나이 십오륙 세 소년 시절의 일이었다고 하였다.
관향이 영광이고, 자는 경정, 시호는 정숙공인 무신 유규의 적자 자환은, 서동
생 자광이보다 몇 년 앞서 남원읍 고죽리 누른대에서 났다. 그는 세조 때의 문
신으로, 초명은 자황이었으나 예종의 이름인 황을 피하여 자환으로 개명하였는
데, 어려서부터도 남다르게 총명한데다가 밤낮으로 글을 읽어 오직 학문에만 몰
두하니, 드디어 문종 원년에 문과 급제를 하는 광영을 안게 되었다. 이때 그의
나이는 홍안의 소년 열아홉이었다.
이로서 정칠품 주서가 된 유자환은 계유정난에 수양대군을 도운 공으로,세조 즉
위 후에 정난공신 삼등에 책록되고, 세조 6년에는 우승지를 거쳐, 이 년 뒤 세
조 8년, 이조참판, 호조참판으로 사은사가 되어 명나라에 다녀오기도 하였다.
그리고 나서 대사헌에 제수된 그는 세조 12년 오성군에 봉해졌다. 오성은 자환
의 관향인 전라남도 영광의 옛 지명이요, 또 그의 아호이기도 하였다. 훗날 익
대공신 일등에 무령군으로 봉해진 유자광의 호칭인 무령 역시 영광 땅의 옛 지
명이었다. 군이란 고려와 조선 시대의 종친이나 신하에게 주던 존호로서, 조선
에서는 종친의 경우에 서왕자, 대군의 적장자, 적장손, 세자의 여러 아들, 여러
손자 등에게 이 칭호를 주었으며, 신하도 공이 있으면 '군'으로 봉하였는데, 품
계는 정일품에서 종이품까지였다. 그리고 왕위에 있다가도 물러나면 '군'으로
강칭되었다.
오성군에 봉해진 유자환은 벼슬이 전라도 관찰사에 이으렀으나. 세조 13년, 뜻
밖에 몰하니, 그의 나이 아직 서른다섯이었다. 이에 나라에서 내린 시호는 문양
공이었다. 자환의 아우 유자광은 이로부터도 마흔다섯 해를 더 살았다. 생전의
유자광은 하늘을 얻기 위하여 몸부림치는 미친 용처럼 거칠고 사나운 비바람을
휘몰고 다니는 자신의 과격한 성품과 처사를 잘 알고 있었다. 그 미친 용은 상
처 입은 용이었다. 상처를 못 이기어 길길이 뛰며 등천을 꿈꾸던 그는 무서운
독을 뿜으며 장애가 되는 사람들을 물어뜯은 탓에, 자기가 죽은 후에 반드시 그
보복이 닥쳐오리라는 것도 각오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권좌에 있을 때 은밀
히 사람을 놓아 자기와 모습이 비슷하게 닮은 하인을 구하였다. 그리고 이를 아
주 후하게 대접하여 길렀는데, 집안 식구들은 아무도 그 까닭을 몰랐다. 그러다
가 이윽고 그 하인이 죽으니, 자광은 슬퍼해 마지 않으며
"이 사람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하인이었다. 이는 나의 일에 참으로 많은 공로
를 세웠으니, 마땅히 공경 대부의 예로서 장사를 치르어야 하리라."
하고는, 은밀히 시체롤 오색이 찬란한 금관조복으로 염하고, 무덤 또한 석관으
로 할 뿐 아니라, 그 앞에 상석을 놓고 장군석을 세우며, 이품이상의 고관 무덤
에만 세울 수 있는 신도비까지 제일 좋은 석물로 갖추어, 무덤주변을 화려하게
꾸미었다. 그리고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인을 그곳에 묻으니, 사람들은
모두 유자광이 생전에 자신의 묘를 미리 꾸며 놓은 줄로 알았다. 중종 7년, 일
세의 권세를 한손에 쥐었던 유자광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다 잃고, 탄핵을 받
아, 멀리 강원도로 유배되어 울화로 눈이 먼 채 숨을 거둘 때, 그는 적소에서
처자에게 비밀스러운 유언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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