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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1권 (10)

카지모도 2026. 2. 10.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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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송이가 술상을 번쩍 치켜들며 일어섰다. 막걸리 사발이 굴러떨어지고 국이 쏟아졌다. 막

내려치려는데, 감동이는 두 손을 치켜들어 막는 시늉을 했다.

"성님..... 약조는 지켜야지."

낄낄대던 술청 손님들은 웃음 소리가 여럿 속에 석이게 되자 마음놓고 광소를 터뜨렸다.

길산이도 팔짱을 낀 채 쿡쿡 웃었고 박대근이는 숫제 주먹으로 방바닥을 치며 웃는데 눈물

이 비칠 정도였다. 그런 양을 휘둘러보던 갑송이도 하는 수 없이 픽 웃어버렸다.

"젠장할 생쥐 같은 놈 . 자아, 술이나 쳐마셔라. 얘야, 한상 다시 내오너라." " 나 마감동

이란 놈이우."

"성명을 듣고 보니, 너두 천하 상놈의 천출일시 역력하구나. 얘,, 그럴 거 없다. 우리말 놓

지. 나는 광대질 해 먹는 이갑송이다."

건너편 방ㅇ에서 박대근이가 가득 넘치는 술잔을 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아우님, 그 새 동무 데리고 이리 오우. 나두 재미난 내력 가진 술좀 마셔보게." "이 무슨

망신이람. 다 네놈 때문이야. 언제건 수틀리기만 해봐라....." "엥이 이젠 흰 털 눈썹을 뽑

아야지. 전생이 훤하게 내다뵈니 사람 사귈 맛이 있어야지." 그들은 합석했다. 감동이의 일

행 두 사람만 저희끼리 따로 남고, 길산이, 대근이, 갑송이, 감동이 넷이 둘러앉았다.

"나는 송상 배대인네 상단을 끌구 다니는 박대근이란 사람이우." 박대근이가 열리하게

눈을 반짝이는 감동이에게 호감을 가지고 인사를 건넸으며, 길산이도 말했다.

"문화 재인말 사는 장길산이우."

마감동이는 그 새까만 얼굴을 환히 펴서 반색하며 말했다.

"재인 말아 장씨 성 가진 솜씨 빠른 총각이 있다더니 당신이오그려." 하면서 갑송이를

향해 말했다.

"그러구 보니 갑송이 성님과 길산이 성님 두 분이서 무더리를 쓸었구먼. 우리두 소문에는

척하면 삼척이지요."

박대근이가 감동이와 그의 일행의 행색을 견주어 보며 물었다.

"차림새 보아하니 장사치인 모양인데..... 어느 임방의 동무시우?" "예, 우리야 대상부고가

아니라서, 그저 무시로 돌아다니는데, 체장은 송도 상청에서 오래 전에 받은 것이 있지요."

그들 상인들이 인사를 틀때에는 먼저 허가받은 체장을 올려놓고 보여주며 시장의 조합과

같은 감영 임방의 어느 소속임을 밝히는 법이었다. 감동이는 비록 구월산 화적패의 모사꾼

이었으나, 처음보다는 훨씬 박대근이며 갑송이며 길산이가 마음에 들었다. 박대근이가 말했

다.

"우리 상단에 들어오면 좋겠군. 금년에 몇이우?"

"예..... 갑오생입니다."

"세 분이 모두 고만고만한 또래로군. 어떠우..... 우리 상단을 따라오면 잘 돌봐줄 텐데, 뭘

갖구 나왔소?"

"담배를 두어짐 가져 왔습니다."

감동이는 내심으로 일이 척척 맞아들어감을 기뻐했다. 이대로 합대해서 안악 근교까지만

가게 되면 상단의 재물을 모조리 털어내기는 여반장일 것이었다.

"넣어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진요."

"댁은 보아하니 무슨 재주가 있는 모양인데...."

박대근이가 감동에게 물었다.

"재주가 뭐 있겠습니까. 그냥 먹구 살려구 자그만 봇짐장수나 다니는 형편에....." "아니야,

저런 총각 같은 장사를 골탕 멕이려면 보통 재주로는 안 될 일이지." 갑송이가 불쾌해져서

끼여들었다.

"이 사람이 씨름할 때에 손아귀에다 자갈돌멩이를 쥐구 았었단 말이우. 그걸루 무릎을

쥐어박는 바람에 잠깐 얼을 놓았지."

"사실이오?"

"예..... 맞습니다. 허나 혓바닥은 짧아도 침발은 길더라고, 기운 없는 장사가 날려니 꽤를

썼지요. 이긴 건 이긴 거니까....."

"망할 자식 같으니."

그들은 모두 껄껄 웃었다. 몸집은 작았으나 감동이는 말주변도 좋고 사근사근하여 박대근

이의 눈에 들었다. 그는 관아 출입을 시킬 자를 물색하던 참이라 감동이의 출현을 반가워했

다.

큰돌이가 관아에서 심부름을 나온 전령과 함께 들어왔다.

"관가에서 우릴 부른다는데."

"무슨 일요?"

"와서 한판 놀아달라는 게야. 한양에서 우리 사또 동접 되는 분이 오셨는데 연회가 벌어

졌거든."

"물론 행하는 없겠지. 우리 골 사또 나리께서 부르시니....." "제미할 것! 좀 쉴려구 그랬

더니, 지금 가면 새벽까지 시달리겠네." 박대근이도 상에서 물러나 따라 일어섰다.

"장총각 , 이총각은 가지 말구 남은 사람들이나 가서 놀라지. 우린 내일 안악 가서 장세울

의논들이나 하구."

큰돌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익살담이나 가창은 어찌되겠으나 탈판이 없어서야 되겠나. 말뚝이는 역시 길산이가 기

중 낫지 않아."

"하긴 그렇지. 우리가 빠지면 싱거우니 가긴 가야겠네." 갑송이와 길산이는 제 패거리들

과 함께 주막을 나섰다. 그들은 발등거리를 든 상노를 앞세우고 관아로 들어갔다. 연회가

벌어진 대청위에 문화 현감과 그의 동접이라는 서울 양반이 상좌에 나란히 앉았고 진사,

생원 등이 합석해 있었다. 관기들은 간드러진 소리로 웃기도 하고 시조도 읊어가며 술을 따

르고 있었다. 그들은 길산이네가 들어가 읍하고 서자 곧 놀이를 지시했다.

마당에 멍석이 펴지고 꽃등이 추녀마다 내걸려졌다. 그리고 사또는 멍석 옆에 작은 술상

을 차려주게 하였다. 그러나 광대들은 어느 누구도 술 한잔 마시려 하지 않았다. 행하 없는

놀이를 하기에는 너무 늦은 저녁이었고, 양반 잔치 자리란 원래 신명이 과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재미도 없었다. 그들은 미리 약속한 대로 갑송이와 큰돌이가 상대가 되어 익살담을 주

고받았다. 재물을 우려내려고 상놈을 괴롭히다 오히려 봉변을 당하는 양반의 얘기가 내용이

었다. 길산이도 취발이춤을 한바탕 해 보였고, 타령도 읊었다.

"이편 저편 홍문 안에 새젖골 취발이란 놈 귀롱 가지 꺽어 들고 늙은 중놈 뺏어내고 양소

무 어리고 만지면서 농락한다. 엔엔이 에헤요 에어어야, 에에야헤 어허야 에휘디오." 그

러나 역시 기분은 시큰둥하지 장터의 상사람들과 어울림만 같지 못 하였다.

박대근이네 상단은 신천을 거치지 않고 막바로 안악으로 향했는데, 감동이는 사하에 데리

고 있던 둘 중에 하나를 앞서 연락차 보냈다.

보부상단 으로 꾸민 구월산 화적패 노가 일당은 화연봉 고개 아래의 주막에 들어앉아 감

동이에게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때가 다 되어 새벽 식전에 문화에서 출발

한 감동이의 졸개가 도착했다. 노가는 벌써 송상 차인패의 갖가지 희한한 재물을 차지한 기

분이 되어 반주로 너덧 되의 탁주를 들이켰다.

그는 스물 남짓한 부하들과 화연봉 중턱으로 올라갔다. 문화 고을이 북쪽으로 빤히 내려

다 보였고 신천과 문화 방향에서 오는 쌍갈래 길이 남쪽 벌판 한 가운데서 만나고 있었

다. 예상대로 화연 고개는 상단을 습격하기에 가장 맞춤한 장소였다. 산은 온통 상수리와 소

나무의 빽빽한 숲이었고, 험한 산세가 안악읍의 오른편을 돌아 배고개로 해서 구월산에 잇

닿고 있었다. 그들은 고개 아래 후미진 곳에 짐 실을 말을 숨겨두고, 좁은 길 양쪽 바위 뒤

에 병장기 가진 졸개를 숨겼다. 그리고 노가는 포교의 철릭과 전립 차림으로 갈아입었으

며, 두사람의 부하에게는 포졸의 복색을 입혔다. 노가는 환도를 차고서 부하들이 숨은 숲을

지나서 고개가 먼 곳까지 내려다보이는 높다란 바위 위에 올라가 앉아 기다렸다.

어루리벌이 망망하게 펼쳐진 들판 가운데로 박대근이의 상단은 천천히 길을 가고 있었다.

맨 앞에 향도 차인이 두명 나란히 갔고, 그뒤로 짐을 실은 부담마들이 따랐으며, 다음에는

짐을 지게나 등판에 짊어진 보부상들이, 그리고 맨 뒤에 나귀를 탄 박대근이와 길산이네 광

대패가 따라갔다. 그들은 일단 삼거리 주막에서 늦은 점심들을 먹고나서 곧 바로 안악으로

들어갈 참이었다. 그들이 고개를 오르는데, 앞서 간 향도잡이와 부담마들은 이미 마루턱을

넘어간 뒤를 따라서 박대근이와 광대들이 고개에 오른때였다.

"잠깐 섰거라!"

하는 호통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박대근이는 그렇지 않아도 소문이 뒤숭숭하고 장소

가 후미진 곳이라, 날카롭게 긴장하면서 물미장을 쳐들었다. 그는 싸악 하면서 지팡이 속

에 감춰진 긴 환도를 빼들었다.

"포교요, 저 바위위에 셋이 있는데."

뒤따르던 감동이가 숲에 가려진 바위를 가리켰다. 박대근이도 포교복색을 알아보고서 환

도를 다시 꽂았다. 그들은 바위에서 천천히 길 아래로 내려오는 포교와 포졸들을 기다리느

라고 길 위에 잠깐 서 있었다. 다가온 포교가 적당한 거리에 멈춰 서서 외쳤다.

"너희들 뭣 하는 놈들이냐?"

"송도 상단입니다."

"체장은가졌느냐?

"예, 새봄에 송도 도방에서 발행한 체장이 있습니다." "이리 내놔 보여라."

박대근이는 품안에서 태극 무늬가 찍히고 상청위빙신사라고 씌어지고 송상 아무개와 관부

의 날인이 되어 있는 체장을 내보였다. 포교 차림의 노가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쑥 훑어

보고는 내주었고 포졸들을 시켜 광대들의 몸을 수색하게 하고서 호패도 내놓아보라 지시했

다. 그들이 기찰당하는 동안 고개 아래에서는 잠복하고 있던 화적들이 부담마를 습격하는 중임을 아무도 몰랐다. 차인들은 병장기에 눌려 모두 넋을 잃어 물건들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있

었다.

그러나 화적들이 부담마를 끌고 숲으로 달아날 적에 뒤따라 내려갔던 보부상들이 가만있

을리 없었다. 곧 뒤이어서 저놈들 잡아라. 도적이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서야 박대

근이가 눈치를 채고 환도를 뺴들고 외쳤다.

"포교라면 통부를 보이시오."

노가는 잇달아 환도를 빼들었으며, 포졸들도 장창을 꼬나들고 광대들을 가로막았다. 노가

가 뒷걸음치며 말했다.

"덤비면 사정없이 베일 테다. 뒤쫓지 마라."

길산이와 갑송이 등 싸움질에 자신이 서는 자들만이 광대패에서 뛰어나와 길 좌우로 재빨

리 갈라섰다.

"어딜 달아나느냐!"

박대근이가 노가에게 달려드는데 감동이와 그 부하 한 놈이 제각기 봇짐 속에서 두어 뼘

길이의 칼을 빼어들고 좌우로 회두르며 광대들의 접근을 막으면서 비탈위로 뛰어올랐다.

이제 감히 덤벼들 자세를 취하는 것은 박대근이와 길산이, 갑송이 세 사람뿐이었다. 대근

이가 칼을 곧추세워 파고들자 노가는 막아 내리치며 허공을 싹 베는데 대근의 패랭이 중간

이 날아갔다. 칼이 몇번 부딪쳐 날카로운 소리랠 냈다. 길산이와 갑송이는 맨손으로 감동이

와 포졸 차림의 뒤를 따라 빽빽한 관목숲이 가려진 비탈로 오르는데, 그들은 이미 능선을

타고 내빼고 있었다. 두목인 노가는 박대근이에게 제법 날카롭게 칼질을 해보이고 나서 몇걸

음 뛰더니 날렵하게 나뭇가지를 잡고 휘청했다가 골짜기의 무너져 내린 구덩이를 뛰어넘어

등성이로 뛰어올라갔다. 고개 아래서 대근이네 몇 사람이 쫓아 올라오며 소리쳤다.

"부담을 모두 털렸습니다. 둘이 창에 찔렸어요."

"산 위로 쫓아 올라가게. 자네들두 아무거나 병장기를 잡게나." 갑송이는 굵다란 몽둥이

를 꺾어 들었고 길산이는 단검을 손에 쥐었다. 그들은 와와 소리치며 산등성이로 쫓아 올

라갔다. 산을 타고 사는 놈들인지라 동작이 어찌나 빠른지 소 울음소리가 들릴 거리의 두

배나 쫓았는데 기척이 보이질 않았다. 그들이 능선 둘을 타넘자 봉수대 오른편으로 비탈을

달려 내려가는 도적들의 후미가 보였다. 봉수대에서 진군들에 발각되면 길이 끊길 터이라

우회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들이 달려 내려가자 뒤를 맡은 네뎃 놈이 마주 달려나왔다.

박대근이는 창을 치켜들고 달려드는 자를 한걸음 비켜나며 엇비슷이 베었다.

목덜미께에서 어깻죽지가 깊이 잘려나가며 쓰려진다. 후미에 감동이가 보였는데 길산이는

달리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서 두어 척을 몸째 날리면서 감동이의 목을 껴안았다. 그들은 골

짜기 아래로 몇번이나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굴러 떨어져갔다. 갑송이는 환도 휘두르는 두 놈

을 무지막지한 몽둥이로 대적하면서 단김에 골통을 깨부숴버렸다.

혼자 남은 자가 칼을 버리고 주저않았다. 그 사이에 다른 놈들은 숲 사이로 멀리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길산이가 얼굴이 엉망으로 터져 피투성이가 된 감동이의 뒷덜미를 잡아가지

고 골짜기 위로 올라왔다.

"해골을 부셔놓을 테다!"

갑송이가 몽둥이로 휙 내리치는데 길산이는 손바닥으로 받아내며 말했다.

"이놈 죽이면 낭팰세. 아예 구월산으로 짓쳐들어가야지." "이리 끌어오우."

"이 자리에서 당장 쳐죽인대두 할말은 없수."

길산이에게서 얻어맞아 코와 입이 터져 피투성이가 된 감동이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

다. 갑송이는 몽둥이를 쳐들어 부르르 떨면서, "골통을 바숴버려야 할 텐데. 내 어쩐지 요

놈 쌍통이 처음 볼 때부터 새까만 생쥐 같더라니."

박대근이는 피묻은 환도를 풀잎에 씻고 나서 집어넣었다. 화적들의 자취를 찾으려고 골짜

기 아래로 내려갔던 차인들이 돌아와서 말했다.

"물을 건넌 것은 분명한데, 숲으로 길이 끊겨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통 알수가 없습니다."

"그만둬라, 두 놈을 잡았느니 일이 잘 되었다."

그들은 마감동이와 졸개를 함께 삼줄로 묶었다.

길산이가 박대근에게 물었다.

"관가에 넘기시려오?"

"아니오."

박대근이는 길산이를 가까이 불러 속삭였다.

"우선 짐들을 정리하구 나서 모두들 안악으로 들여보내죠. 우리는 차인 몇 사람을 데리고

저놈을 앞세워 추적합시다."

길산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놈 눈치가 좀 뉘우치는 것 같습니다. 달래면 말해줄 듯도 합니다." "어쨌든 예서 기다

리시오. 내가 사람들을 모두 보내놓고 올 테니까." 박대근이는 올라가서 행수 차인에게 상

단을 이끌고 안악으로 들어가라 지시하고 아무도 화적당에 약탈된 사실을 입 밖에 내지

말도록 일렀다. 그는 차인들 중에서 젊고 팔팔한 장정 다섯을 가려 환도 몇자루와 몽둥이

로 무장시켰다. 그리고 양식거리도 한 이삼 일분쯤 넉넉하게 마련했고, 술 한 통에 어포 약

간을 준비했다. 그가 양식 지운 장정들을 데리고 골짜기로 내려가니 길산이가 부드럽게 몇

마디 물었고 감동이가 수월히 대꾸하고 있었다.

"나두 의리는 아는 놈이우. 며칠 안되었으나 성님들하고 성깔두 맞구 그래서 사실을 말해

버릴까 하는 생각두 들었수."

"헌데 어째 말하지 않었니?"

갑송이가 눈을 부라리자, 감동이는 어이없이 피식 웃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사람 좋은 거야 일하군 상관이 없네. 댁네는 재물 많은 장사꾼이 우리

네야 그 물건 빼앗자는 도적놈이 아니우."

"이눔아 도적질두 좋아, 어째서 속였느냔 얘기여. 도둑에두 의리가 있구 땅꾼에도 꼭지가

있는 법이다."

"쳇, 주린 호랑이가 원님 알아볼까. 좌우지간에 미안허게 됐수. 아예 물고를 낸들 하는 수

없고 관가에 넘겨두 좋지만..... 내게두 복잡스런 사정이 있수." 박대근이가 물미장 환도를

뽑아 칼끝을 감동이의 목젖에 댔다.

"산채루 안내해라. 아니면 당장 쑤셔버릴 테다."

"허허, 너무 만만히 알지 마시우. 게가 범의 아가리요." 박대근이가 칼자루에 힘을 주어

지그시 누르자 피부가 터지며 피가 흘러내렸는데, 감동이는 입술을 약간 찡그렸을 뿐이었다.

길산이가 조용하게 말했다.

"칼 치우슈."

박대근이는 잠깐 길산이 쪽을 바라보다가 칼끝을 거두었다. 모두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우리들 정말 관가에 넘기지 않을 작정이오?"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던 감동이가 불쑥 물었다.

"안 넘길 테다."

하고 나서 박대근이는 말했다.

"넘길 것두 없이 내 손으로 베어주지."

"그 재물이 아깝소?"

"까짓 거야, 장사란 게 원래 이익 손해가 늘 따라다니게 마련이지. 허나 여태껏 이 박대근

이의 상단이 송도 차인패들간에 화적 만났다는 일이 없는 걸루 유명하다." "쳇! 그따위 허

명에 사람의 목을 벤단 말이오? 잘못 봤군." 딴은 감동이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 박대근이

는 입을 다물어버렸고, 길산이가 말했다.

"우린 자네 성품이 좋아져서 동무가 되지 않았나. 갑송이가 화를 낸것두 자넬 동무로 알

았기 때문일세. 자넨 미리 꾀를 써서 우리 행로를 연락해주지 않았나. 자네두 들었다면 우리

재인말 사람들이 어떻다는 건 잘 알 걸세."

감동이 곁에 함께 묶였던 졸개가 외쳤다.

"우릴 관가에 넘기지 않구 놓아준다면 내가 모두 말하겠소." "잠자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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